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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잠꼬대!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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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 먹는 고양이가 있다고!"
악마는 고양이들이 하는 말을 듣고 믿지 않았다.
"세상에!
똥 싸는 고양이는 있어도 똥 먹는 고양이라니."
악마가 똥 먹는 고양이 망치를 알게 된 뒤로 궁금한 게 많았다.
"누구!
똥이 제일 맛있었을까?"
악마는 망치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었다.
"먹을 게 많은 데!
똥을 먹다니 이상한 고양이야."
악마는 망치를 이상한 고양이라 생각했다.
"파리가 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돼지가 되고 싶은 걸까?"
악마는 똥 먹는 동물들을 생각했다.
"이상하단 말이야!
똥을 모으는 쇠똥구리도 똥을 먹지 않는데 말이야."
악마는 화날 정도로 망치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갔다.
"악마야!
너는 망치가 똥 먹는 이유를 알고 있지?"
하고 꽃밭에서 놀던 꿀벌이 악마를 보고 날아가 물었다.
"아니!
똥을 먹던 밥을 먹던 알고 싶지 않아."
악마는 망치가 똥 먹는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차마 꿀벌에게 묻고 싶지 않았다.
"헤헤헤!
꿀보다 더 달콤하고 맛있다고 하던데!"
꿀벌이 말하자
"뭐라고!
똥이 꿀보다 더 달콤하고 맛있다고?"
하고 악마가 물었다.
그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꿀이나 설탕보다 더 달콤하고 맛있다고 하던데!"
"누가 그래?"
"망치!
똥 먹는 고양이 망치가 그랬어."
"정말!
망치가 그랬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그래서 나도 내년부터는 꿀 먹는 걸 포기하고 똥을 먹을까 생각 중이야."
"뭐라고!
너도 똥을 먹는다고?"'
"응!"
하고 꿀벌이 대답하자
"미쳤어!
다들 미쳤어.
하필이면 똥을 먹는다고 난리야!"
악마는 더러운 똥 먹는 동물들이 싫었다.
파리만 봐도 도망치는 악마는 고양이도 꿀벌도 똥을 먹는다는 말에 놀랐다.
..
"망치야!
오늘은 누구 똥 먹고 싶어?"
하고 허수아비가 물었다.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를 제일 좋아하는 망치였다.
"악마!
난 악마 똥을 먹고 싶어.
그런데!
악마가 똥 싸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맞아!
나도 악마가 똥 싸는 것 본 적 없어."
허수아비도 악마가 똥 싸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똥을 싸겠지?"
하고 망치가 물었다.
"당연하지!
악마도 사람이니까 똥을 싸겠지.
만약!
똥을 싸지 않는다면 마법을 부릴 수 없을 거야.
그렇다면
나처럼 살아야 할 거야."
허수아비는 자신이 똥 싸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았다.
"넌!
먹지 않으니까 똥 싸지 않지."
"악마도!
마법이나 부리지 먹지 않는 것 같아."
허수아비는 악마가 무엇을 먹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아니야!
악마는 무엇이든 맘만 먹으면 먹는 존재야."
망치 말이 맞았다.
악마는 어린이도 잡아먹고 동물도 잡아먹었다.
"그럼!
악마는 똥 싸겠다."
허수아비는 망치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먹는다는 건!
곧 똥을 싼다는 거야."
하고 말한 망치는 허수아비와 헤어진 뒤 악마를 찾아 나섰다.
"어딘가에!
똥을 쌀 거야.
악마와 마녀 똥만 먹으면 되는 데!
망치는 그동안 들판에서 많은 똥을 먹었다.
하지만 허수아비, 악마, 마녀의 똥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허수아비가 만약 똥을 싸면 망치가 제일 먼저 먹겠다고 약속도 했다.
하지만 허수아비는 아직까지 한 번도 똥 싸지 않아서 망치는 포기 했다.
"오늘은 반드시 찾아야지!"
망치는 숲 속으로 가는 바위산에 올라 악마를 찾았다.
악마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
"똥을 먹는다고!
내 똥은 절대로 먹지 못할 거야."
악마는 똥 싸며 말했다.
"히히히!
뱃속에 똥이 가득 찼겠다."
악마는 똥 누며 망치를 생각했다.
똥만 먹는 망치를 잡아먹고 싶어도 뱃속에 똥이 가득 차 있을 것 같아서 그동안 잡아먹지 못했다.
"저 녀석!
똥만 먹지 않았어도 벌써 잡아먹었을 텐데!"
악마는 오래전에 잡아먹었던 그 달콤한 고양이 맛을 생각했다.
들판에서 쉽게 잡을 수 있었던 망치를 잡아먹지 못한 이유가 바로 똥을 먹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아침 이슬을 먹지."
들판에서 사마귀나 메뚜기를 잡아먹는 악마는 고양이 고기가 먹고 싶었다.
"이봐!
똥 맛은 어떤 맛이야?"
들판에서 똥을 굴리는 쇠똥구리를 보고 악마가 물었다.
"뭐!
어떤 맛이냐고?
똥 맛이 똥 맛이지 어떤 맛이라니."
쇠똥구리는 악마가 묻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널!
잡아먹을 수도 있어."
악마가 쇠똥구리에게 말하자
"날!
잡아먹는다고?"
"그래!
한 입에 널 삼켜버릴 수도 있다고."
하고 악마가 말하자
"이런!
멍청이 같은 악마."
하고 말하더니 쇠똥구리는 주머니에서 똥을 한 주먹 꺼내 악마에게 던졌다.
"으악!
내게 똥을 던지다니."
악마 이마에 떨어진 똥은 냄새가 지독했다.
"이게!
이게 무슨 똥이야?"
악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똥!
더러운 똥이다."
"으악!
냄새가 지독해!
그 녀석은 이 더러운 똥을 왜 먹는 거야?"
하고 말하더니 악마는 몸을 씻으러 갔다.
"똥 맛도 모르는 녀석!
누굴 놀리고 있어."
쇠똥구리는 아직도 화가 났다.
악마도 무서워하지 않는 쇠똥구리를 들판 친구들은 좋아했다.
"한 놈은 똥을 굴리고 한 놈은 똥을 먹고!"
악마는 몸을 씻으며 짜증 났다.
"똥을 못 싸게 해야겠어!"
악마는 동물들이 똥을 싸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법을 부려야지!
아주 강한 마법을 부려서 똥을 못 싸게 만들어야지!"
악마는 집으로 돌아가 마법 책을 꺼냈다.
..
"쇠똥구리야!"
망치가 들판에서 만난 쇠똥구리를 불렀다.
"왜 불러?"
"혹시!
악마 똥도 있어?"
"악마!
그 똥은 뭐하려고?"
"응!
먹고 싶어서."
하고 망치가 말하자
"세상에!
먹을 것도 많은 데 넌 하필이면 악마 똥이야?"
"맞아!
세상에 먹을 게 너무 많지.
그런데
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악마!
그 녀석 똥을 먹으면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서 그래."
하고 망치가 말했다.
"악마!
마녀!
허수아비!
이 녀석들은 공통점이 있지.
똥을 싸는지!
아니면 안 싸는지 알 수 없다는 거지."
쇠똥구리도 아직 악마나 마녀 똥을 본 적이 없었다.
또 매일 허수아비를 찾아가 똥을 쌌는지 지켜보면서 살아왔다.
"정말!
똥 싸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망치는 궁금했다.
"똥 싸지 않고 살 수 없지!
특히 악마나 마녀도 먹는 이상 똥 싸지 않고 못 살지."
쇠똥구리 말이 맞았다.
악마나 마녀도 똥을 쌌다.
아직
쇠똥구리가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망치야!
집착하지 마.
집착이란 아주 나쁜 버릇이야."
쇠똥구리는 망치가 유별나게 악마 똥을 찾는 게 걱정되었다.
"고마워!
집착하지 않도록 노력할 게."
망치도 무엇인가에 집착하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기회가 올 거야!
악마도 마녀도 완벽한 존재가 아닌 이상 언젠가 똥 싸는 걸 들키고 말 거야."
쇠똥구리는 무엇이든 서두르지 않았다.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왔었다.
또 무엇을 찾으려고 하다 보면 힘들고 고달프지만 자연스럽게 기다리면 찾게 된다는 것도 알았다.
망치는 들판을 돌아다니며 쇠똥구리처럼 똥을 찾았다.
똥을 먹는 고양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똥!
똥이 소중하다는 걸 아는 친구는 별로 없어."
망치는 들판에 있는 똥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꿀이나 실컷 먹지!"
똥을 찾아다니는 망치를 보며 꿀벌은 가끔 꿀을 주며 말했다.
하지만 망치는 달콤한 것보다 더럽고 맛없는 똥의 가치를 알아가면 갈수록 똥이 맛있었다.
..
"누구야!"
악마는 똥 누다 바스락 소리에 놀랐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꿈이었구나!"
악마는 꿈속에서 똥 먹는 망치를 잡아먹을 생각에 잠꼬대를 자주 했다.
"히히히!
똥 싸는 거 다 봤어!.
빨리 꺼져!
그 똥 내가 먹어야 하니까."
악마는 꿈속에서 만난 망치가 똥을 먹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안 돼!
절대로 내 똥을 먹게 할 수 없어."
악마는 망치가 악마의 똥을 먹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만약!
악마의 똥을 먹고 망치가 악마보다 더 강한 악마가 될지 몰랐다.
악마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꼬대에 시달리는 것도 싫었지만 어딘가에서 망치가 엿보고 있는 것 같았다.
"히히히!
어서 똥을 싸라고!
내가 맛있게 먹어줄 테니까."
하고 꿈속에서 망치가 웃으며 말하던 모습이 생생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악마는 망치를 잡아먹을 수도 없고 또 혼내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자 속상했다.
"똥을 절대로 누지 말아야지!"
악마는 똥이 마려워도 누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악마의 배는 가스가 차고 불룩 나왔다.
'뿌우웅!'
방귀도 자주 나왔다.
"참을 수 없어!
나올 것 같아."
악마는 똥이 마려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달빛에 어둠 게 그림자를 만들어준 소나무 뒤로 걸어갔다.
악마는 소나무 그림자 밑에서 똥을 누고 말았다.
"히히히!
악마가 똥 싼다."
망치는 우연히 소나무 뒤에서 악마가 똥 싸는 걸 봤다.
"히히히!
드디어 악마 똥을 먹을 수 있겠다."
망치는 멀리서 악마가 똥 싸고 돌아가길 기다렸다.
"히히히!
빨리 가라고 빨리!"
악마가 똥을 싼 뒤 주변을 둘러보고 집으로 향했다.
"히히히!
드디어 악마 똥을 먹다니."
망치는 너무 좋았다.
천천히 악마가 싼 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히히히!
똥이 어디 있을까?"
소나무 주변을 찾아봤지만 똥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악마가 똥 싸는 걸 봤는데."
망치는 몇 번을 소나무 주변을 둘러봤지만 똥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똥 싸는 척만 한 거야."
망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
하지만 악마 똥을 찾을 수 없었다.
"똥을 찾고 있겠지!"
악마는 집에 들어와 들고 온 똥을 숨겼다.
"아휴!
지독해.
내 똥이지만 너무 지독해!"
악마는 망치가 먹을까 봐 싼 똥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망치가 악마가 되는 걸 몹시 두려운 악마였다.
"저 녀석이 악마가 되면 내게 똥만 먹게 할 거야!"
악마는 죽어도 망치가 악마가 되는 건 싫었다.
"똥을 찾아요!
악마 똥, 마녀 똥을 찾아요."
망치가 숲 속에서 노래 부르며 똥을 찾고 있었다.
"망치야!
내 똥 줄까?"
하고 산토끼가 물었다.
"아니!
벌써 먹어봤어.
난 악마 똥이나 마녀 똥이 필요 해."
하고 망치가 대답했다.
"악마나 마녀 똥을 구하기 힘들 거야.
햇살 파는 들쥐 또리를 찾아가 봐!"
하고 산토끼가 말하자
"그렇지!
또리가 악마 똥을 팔 수도 있겠다!"
하고 말한 망치는 들판을 향해 달렸다.
"또리야!"
망치가 부르자
"또리는 햇살 파는 것을 멈추더니 망치에게 달려왔다.
"왜?"
"혹시!
악마 똥 팔아?"
"악마 똥도 팔지!
그런데 좀 비싸서 어떡하지?"
하고 또리가 말하자
"얼마나 비싼 데?"
"고양이 목숨보다 더 비싸지!"
하고 또리가 말하자
"그렇게 비싸?"
"그럼!
악마 똥은 세상에서 제일 구하기 힘든 똥이니까."
하고 또리가 말하자
"알았어!"
하고 대답한 망치는 다시 숲 속으로 향했다.
"악마 똥!"
또리에게 악마 똥은 없었다.
똥이 없으니 팔 수 없는 똥이었다.
아직 또리도 악마 똥을 구하지 못했다.
"아휴!
너무 지독해!"
악마는 방에 두었던 똥을 밖으로 던졌다.
"아니!
악마 똥이잖아."
악마가 던진 똥이 숲 속을 헤매던 망치 앞에 떨어졌다.
"안 돼!"
악마는 소리쳤다.
"히히히!
악마 똥을 찾았다."
망치는 악마 똥을 들고 들판으로 달려갔다.
"악마 똥을 찾았다!"
망치가 외치는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들판에서 똥을 찾던 쇠똥구리와 들쥐 또리도 들었다.
"찾았군!"
쇠똥구리는 열심히 찾아 나선 망치가 부러웠다.
"악마 똥!
내가 악마 똥을 찾았다."
망치는 들판을 달리며 외치고 외쳤다.
"안 돼!
내 똥을 먹지 마!
안 돼!
절대로 먹으면 안 돼!"
악마는 더 크게 외쳤다.
이마에서 땀이 났다.
잠꼬대하면서 얼마나 크게 소리쳤는지 들판이 온통 시끄러웠다.
"내가!
잠꼬대를 했구나."
악마는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셨다.
"내가 미쳤군!
더러운 똥을 지키려고 잠꼬대까지 하다니."
악마는 들판을 호령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망치가 똥을 먹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고양이 팔아요!
똥 먹는 고양이 팔아요!"
시장에서 들쥐 또리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똥 먹는 고양이를 판다고?"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똥 먹는 고양이라는 말에 놀랐다.
또 들쥐 또리가 이번에는 똥 먹는 고양이를 팔러 와서 놀랐다.
지난번에 꿀벌을 팔러 온 또리를 보고 놀란 사람들은 또리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개똥! 소똥! 돼지똥! 사람 똥!
똥을 다 먹어치우는 고양이 팝니다."
하고 또리가 외치자
"이 녀석아!
세상에 그런 고양이가 어딨어?"
하고 시장에 온 할아버지가 물었다.
"할아버지!
이 새끼 고양이들은 모두 똥 먹는 고양이 망치가 낳았어요.
그러니까!
새끼 고양이들도 크면 엄마처럼 세상에 똥은 다 먹어치울 거예요."
"하하하!
저 녀석 이젠 말도 잘하는구나."
사람들은 또리가 하는 말을 믿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를 모두 사갔다.
"히히히!
저 녀석들이 크면 정말 똥을 먹을까?"
또리도 집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히히히!
악마 똥을 먹었으니 분명히 어떤 변화가 있을 거야."
망치가 악마 똥을 먹은 뒤 낳은 새끼란 걸 또리는 알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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