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앙코르 가기
☞길 : 인천-방콕-코랏-피마이-파놈룽-깝청=(국경)=오스맛-씨엠립-바탐방-파이린=(국경)=끄롱야이-찬타부리-방콕-인천
☞언제 : 2006년 2월 18일(토)-3월 1일(수) 11박 12일
☞누구랑 : 가족(연오랑, 세오녀, 초등학교 4학년 찬이)
2006년 2월 27일(월) 오전
우리 호텔 앞에서 포이펫으로 가는 택시가 떠난다. 한 외국인에게 물어보니 1인당 7$이라고 한다. 합승 택시를 이용하려면 빠이린보다 포이펫으로 가는 게 가격도 싸도 차를 구하기도 쉽다.
오늘 하루 우리를 위해 봉사 할 기사 이름은 보랭이다.
08:00 출발한다. 제일 먼저 갈 목적지는 프놈 쌈빠우(Phnom Sampeou)이다. 시내를 벗어나면서 어디론가 이정표도 없는 곳을 지나 논을 질러서 간다. 마을도 나타나고 학교도 보인다.
08:28 시골길은 무척 먼지가 많이 나지만 비포장 큰 길(57번 도로)에 나오면 이 먼지는 장난이 아니다. 기사가 마스크를 줄까 한다. 우리는 방독면 두 개를 가지고 왔다.

세오녀와 찬이는 그걸 사용하고, 나는 손수건과 모자 끄로마를 이용하여 무장한다. 반대쪽에서 차가 지나가면 심한 먼지가 나는데, 눈을 뜰 수가 없다. 이때는 눈을 감고 몸을 최대한 숙인다. 만약 오토바이를 타면 더 불편할 듯하다. 바탐봉에서 프놈 쌈빠우까지 가는 57번 길이 먼지가 많이 나기에 기사는 좀더 편한 길을 찾아 간 것이다.

08:48 드디어 프놈 쌈빠우에 도착하였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 통합 입장권(Banon-Wat Ek, Baset-Snoeng, Phnom Sampeo 입장 가능)으로 1인당 2$이다. 가이드 해주겠다고 소년들이 말을 건다. 처음에는 5$ 달라더니 나중에는 1$라도 해주겠단다. 나더러 킬링 케이브(Killing Caves)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스스로 찾아가겠다고 하였더니 순순히 물러간다. 우리 나라에서도 민간인 학살터가 여러 곳 알려져 있다. 노근리가 그렇고, 산청이 그렇고, 경산 코발트 광산 등 수많은 학살 현장이 알려졌다.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을 읽고 당시 여순 항쟁 당시 학살터였던 ‘소화다리’에도 가보았고, 남해군에서도 역시 학살 현장이 있지만, 직접 가보지는 못했다. 용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는 박종철 학생이 고문 받다가 죽었고, 수많은 독립 열사들이 죽어간 서대문형무소는 지금 역사공원으로 남아있다. 이북에 가면 신천양민학살 기념관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황석영의 ‘손님’은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 포항에서도 미군의 함포 사격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죽은 역사의 현장이 있다. 최근에도 효선이 미선이가 미군 탱크에 깔려죽었지 않는가? 학살 현장도 이제 관광 자원이 되는 현실이다. ‘죽음의 동굴’은 으스스할테고 보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소년의 안내를 받으면서 올라가는데 다 나을 듯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동안 너무도 한적하여 무서울 정도였고, 혹시 있을 지 모르는 야생 동물이나 다른 위험 요소를 생각한다면 현지인의 안내를 받는 것도 필요할 듯했다.
프놈 쌈빠우는 배의 산(Junk Mountain)이라는 뜻이다. 정크 배는 밑이 편평한 중국 범선을 말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전설인 ‘Rumsay Sok' 이야기의 무대이기도 하다.

산 정상으로 오르려면 가파른 계단을 지나 몇 백 미터 더 가서 언덕의 왼쪽을 돌아서 올라가는 길로 가는 게 좋다. 산길은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다. 2004년 미국에 사는 Mary Soun 이라는 아가씨가 기부한 돈으로 건설되었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석회암 산은 우리 나라 마을 뒷산보다 볼 게 없다. 또한 뜨거운 햇살과 더위로 찬이는 벌써 지쳐서 처지기 시작한다. 이곳이 폴폿이 베트남이 지원한 훈센의 캄푸치아인민공화국과의 내전 당시 최전선이라는 것을 모르는 찬이에게는 정말 지루한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비가 오면 물을 받기 위해 만들어 놓은 시멘트 수조가 보인다. 건기라 키큰 선인장이 마른 나무 사이에서 눈에 띈다.
이 산과 관련이 깊은 전설은 다음과 같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인 리차콜(Reachakol)은 룸쎄이쏙(Rumsay Sok)과 결혼하기로 하였고, 마술 핀을 주어 그녀의 머리를 묶게 하였다. 그런데, 리차콜은 미카(Mika)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여 아이까지 두게 되었다. 3년이 지난 뒤, 리타콜은 미카로부터 도망쳐 옛 애인인 룸쎄이쏙을 만나 배를 타고 가고 있었다. 미카는 충실한 악어인 아톤(Atonn)을 보내 이들을 잡도록 했다. 리차콜이 닭장도 던지고, 오리장도 던졌지만 계속 아톤이 따라왔다. 마침내, 룸쎄이쏙이 마술 핀을 머리에서 풀어 물속에 빠뜨리자 물이 말라 그들이 탄 배는 높은 산에 이르게 되었고, 악어는 죽었다. 그래서 리차콜과 룸쎄이쏙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제일 높은 이 산이 프놈 쌈빠우(배)이고 주변에 닭장 언덕(Phnom Trung Moan)이 있고, 오리장 언덕(Phnom Trung Tie)과 악어 언덕(Phnom Krapeu)이 있다고 한다. 좀 이해하기 힘든 전설이다. 결혼한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옛 애인을 찾아가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우리 나라의 권선징악을 장려하는 얘기와는 거리가 먼 게 아닌가?
정상 가까이에 사원이 나온다. 현판과 기둥에 한자가 보인다.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시원하다. 역시 물을 받기 위한 수조가 보이고, 태양열 전지판도 보인다.

내전의 흔적은 대공포와 참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10:40 계단을 걸어서 천천히 내려왔다.
♣ 환율 1$=979,36 원(2006년 2월 17일, 외환은행 사이버 환전 클럽 이용 65% 우대), 당시 고시 환율은 1$=990.43 원
첫댓글 여기여기 정말 슬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