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촌 놈 서울 나들이 하느라고 후기올리기가 늦었습니다.
2006년 마지막 토론회였습니다.
모두 14분이 참석하셨습니다. 지난 주 4장까지의 토론에서는 별 흥미를 못 느꼈다는 의견을 내셨는데 이번 토론에서는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처음으로 다음 회에 할 토론분량까지 다 읽어 버렸다는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다행입니다. 일리아스보다 재미를 못 느끼셨다는 말씀을 듣고 약간 걱정 했었습니다. 줄거리 요약이나 요점 정리가 너무 잘 되시는 것 같아 거듭 놀라고 있지만 회원님들 스스로도 아마 놀라실 겁니다. 처음 대할 때보다 책을 읽는 속도도 훨씬 빨라졌을 것이니까요. 올 한 해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특히 위대한 책 읽기를 시작하신 가을부터의 생활이 더 윤기 있으셨길 바랍니다.
5권 - 박애림
칼립소의 동굴에서 생활하던 오뒷세우스는 아테네의 도움으로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헤르메스의 전령을 받은 칼립소는 오뒷세우스의 귀향을 도와주지만 한편으론 진심으로 오뒷세우스를 사랑함에도 날마다 이타케를 향해 눈물짓는 오뒷세우스를 향해 페넬로페보다 자신이 못할 것이 없음을 한탄한다. 오귀기에 섬을 벗어나 귀향길에 오른 오뒷세우스는 뗏목이 난파되고 갖은 고초를 겪은 뒤 파이아케스족의 도시에 도착해 찢어져 버린 옷 대신 나뭇잎을 덮고 쏟아지는 잠 속에 빠져든다.
6권 - 김윤애
아테네는 파이케스족의 통치자 알키노오스의 딸 나우시카아에게 가 신부수업을 위한 빨래터로의 원행을 부추긴다. 마차를 타고 떠난 빨래터에서 오뒷세우스를 만난 나우시카아는 오뒷세우스의 뛰어난 언변과 귀족스런 풍모에 마음을 뺏겨 그의 귀향을 도와주기로 약속한다. 우선 알키노오스의 성에 들어가 그의 아름다운 왕비에게 고움을 요청하는 방법과 성의 위치 등을 알려준 뒤 나우시카아는 먼저 떠나고 오뒤셋우스는 아테네 여신의 성소에서 자신의 소망을 간구한다.
7권 - 김금예
아테네는 짙은 안개를 피워 오뒷세우스가 알키노오스의 도시인 누구에게도 눈에 뜨이지 않게 무사히 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해 준다. 아름다운 왕비 아레테는 뛰어난 분별력과 지혜로 남성들의 분쟁까지도 해결해 주는 훌륭한 면모를 갖춘 인물로 시민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알키노오스와 아레테는 오뒷세우스의 지중해 모험담을 들으면서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그를 사위 삼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오뒷세우스의 뜻을 존중해 귀향길을 돕겠노라고 말한다.
8권 - 서경희
알키노오스는 오뒷세우스의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각자의 힘과 용기를 겨루는 경기를 개최한다. 또한 가인 데모도코스의 노래와 영웅담을 듣는다. 가인의 트로이 영웅담을 듣던 중 오뒷세우스는 회한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지혜로운 왕 알키노오스는 이를 목격한다. 전사로서의 용맹을 의심하는 파이아케스족 젊은이들에게 경기에서 원반던지기로 기선을 제압한 오뒷세우스는 아레테에게서 황금잔과 그 외의 많은 선물을 받는다. 또한 가인 데모도코스에게 트로이 목마의 구조에 관해 노래하도록 부추긴다. 트로이에서 아테네인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가인의 노래를 들으며 흐느끼는 오뒷세우스를 본 알키노오스는 즉시 가인의 노래를 중단케 하고 그동안 참아왔던 궁금증을 토로한다. 오뒤세우스에게 이름과 나라와 백성들을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한다.
5권에서는 오뒷세우스가 신을 믿지 않고 끊임없이 반문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분명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데 왜 그렇게 늘 의심하고 다시 확인 했을까? 우리가 읽으면서 봐도 아테네 신은 그를 너무 사랑해 주지 않나? 이는 그가 그만큼 지혜롭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란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의견들을 나눴다. 그리스인들은 철저히 현세적이고 그러기에 ‘왜 그래야만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그것이 오늘날 철학을 전 세계인이 공부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한 배경일 것이다. 당대나 지금이나 그리스인들은 지적인 사람을 존경하고 또 닮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니까 무조건 적인 수용에 대해서는 모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6권에서는 오뒷세우스가 온갖 고난을 겪고 몰골이 상했을 것임에도 목욕만 하면 멋있어 지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나눴다. 231행의 곱슬머리가 마치 히아신스 꽃처럼 흘러내리는 꽃미남 오뒷세우스를 상상하고 그 모습이 어떠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역시 잘 생기면 많은 것들이 용서가 되는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어쩔 수 없는 외모지상주의를 고전에서도 느껴야 하나? 하지만 오뒷세우스는 외모 뿐 아니라 내면도 지적인 면모를 갖추엇으니 일말의 이해를 가질 수 잇는 부분도 있다.
7권에서는 아레테라는 여성의 매력에 대해 나눴다. 발제자는 그녀가 일리아스와 오뒷세우스를 읽어오는 동안 가장 멋있는 케릭터였다고 말했다. 113페이지 70행에서 보여지듯 아마도 그녀는 여성성의 한계를 극복한 인물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다른 회원들의 의견도 같은 상황이었다. 특히 당대의 여성들의 지위를 생각할 때 그녀가 남성들의 분쟁까지도 조정하는 능력을 발휘했다함은 남성들에게도 그 지위를 인정받고 있었다는 결론이 되는 것이니 대단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측천무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눴고 그녀가 당의 태종과 고종 사이에서 첩과 비가 되었던 것, 그리고 이후의 정치적 야심까지도 나눴다. 특히 소설 <측천무후>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샨샤’의 소설 얘기도 나눴다.(회원들은 모두 이 책을 독파했음) 하지만 샨샤의 소설 속의 측천무후는 역사적인 사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는 게 지도자의 견해이다.
8권에서는 발제자가 파이아케스족의 삶이 너무나 평화롭고 안락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백성들도 그 주변도 모두가 여유 있어 보였다는 것이다. 알키노오스를 비롯한 아레테와 그의 아들, 딸을 봐도 가진 사람의 여유와 배려를 볼 수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엿보게 했다. ‘고방에서 인심난다’ 했듯이 아마도 그들은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이를 이용한 충분한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방인에게도 관대했던 것일 게다. 이들의 삶이 어쩌면 모두가 꿈꾸던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또 한 가지는 알키노오스의 인내심에 놀라움을 느낀다. 서구인들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오뒷세우스를 처음 만나서 그의 나라와 이름을 물어보지 않고 끝까지 참았다가 한참을 지켜 본 후에야 그에게 숨김없이 다 말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만난 사람과 나누는 흔히 ‘호구조사’라 말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봤다. 3연이라는 학연, 지연, 혈연에 입각한 대화가 아닌 그의 현재를 물어봐 주고 이야기 하고 이해해 주는 대목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부분에 대해 새삼 무엇이 우선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후에......
1.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미리 느꼈습니다.
김상희 회원님의 친구 분이 운영하신다는 ‘백년손님’에서 송년만찬을 가졌습니다.
회동동인가요? 긴 시골길을 따라 달려가니 저수지가 나오고 그 저수지의 시작 지점에 그림같은 풍경을 안고 ‘백년손님’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주차를 하고 계단을 오르자 창을 달아낸 테라스는 페치카의 열기로 마음까지 데워주는 듯 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호수의 맑은 물길이 창 가득히 들어오고, 멀리 보이는 겨울나무들의 자태가 너무 고운 카페 같은 음식점이었습니다.
늘 식사만 하고 급히 달려왔는데 오후 일정이 없는 날이라 여유 있게 대화하고 다정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언제나 정성을 다 하는 회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2. 뒷풀이 자리에서도 토론은 그치질 않았습니다. 니체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철학여행을 떠났습니다. 니체와 루 살로메, 코지마 바그너와 바그너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얘깃거리들을 쏟았습니다. 마무리 무렵엔 자녀들의 독서지도까지 서로가 가진 정보를 마음껏 교환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3. 정해년 첫 토론회는 1월 4일입니다. 새해엔 덕담도 한 마디씩 준비해 오셔서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4. 일리아스식 이름을 지어 달라시는 회원님들의 요청이 있어 생각은 하고 있지만 만족스런 이름에 객관성까지 넣어야 하니 쉽지 않은 청탁입니다. 암튼 열심히 생각은 하겠습니다. 완성 되는대로 카페에 올리겠습니다.
연말 잘 보내시고 새 해에 다시 뵙겠습니다.
첫댓글 그렇게 아프신중에 머 ~언 부곡꼭대기에 오셔서 강의하시고 내용 요약 정리하시고 ...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감기가 나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일리아스를 잘 이끌어 주신 덕분에 오뒷세이아는 즐겁게 넘어갈 듯 싶습니다, 행복한 새해되시길 !
좀머씨의 지적 탁월성과 부곡동 회원님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먹고 마시는 욕망을 충족하고 대화를 하는 '일리아스식'과 반대로 지적 향연 후에 식욕을 다스렸군요. ㅋㅋ. 알키노오스의 인내심 부분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새해는 '있는 그대로' 봐주기-일종의 현상학적 입장일 것도 같은 그 일을 생활 내에 항상 위치시켜보려고 노력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주변분들이 있었기에 올 한 해가 너무 행복하고 호사스러웠습니다. '있는 그대로'에 저도 주목할려고 합니다. 과유불급, 그러나 수위조절이 정말 어려운 것 또한 삶속의 문제들이란 걸 나이가 들수록 더 느낍니다. 아직도 철이 들려면 멀었나봅니다.ㅋㅋ... 내 년에도 더불어 함께하기에 늘 설레이는 사람들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함께 하기에 늘 설레이는' 정말 좋은 신년사입니다. 집에서부터 실천하고픕니다.
주정이선생님의 지도로 2006년한해를 알뜰하고 보람있게 보냈다고 자평하면서, 황금돼지해인 올해도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연휴기간 <오딧세이아>를 다 읽고 나니 허전해서 '인물로보는 서양고대사.허승일외지음'를 손에 잡았습니다. 큰틀에서 보는데 도움이 되네요. <오딧세이아>다음번책이 읽고 싶었는데 꿩대신 닭이었습니다.^^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소포클레스를 빨리 신청해야겠네요. 아예 아이스킬로스와 에우리피데스 비극, 아리스토파네스 희극까지 한꺼번에 주문하셔야겠어요. 다들 읽는 속도가 빨라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실테니까요^^* 미리 읽으시고 차례가 돌아올 때 천천히 한 번 더 읽으시면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못 보고, 느낀 것들이 발견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