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을 했다
1일차
여행첫날은 핀에어를 타고 갔다. 아이슬란드에 내리니 저녁 6시이지만 북반구의 겨울은 해가 짧다. 이미 어둑어둑했다. 배가고파서 친구랑 KFC에 갔다. 환율은 저기 보이는거에 대충 11 곱하면 된다. 즉 타워버거세트가 17000원이 넘음ㅅㅂ
물가 비싸다는 말은 들었지만 충격적이었다. 바이킹 감성이 이런건가 보다 했다

KFC를 먹고나서 레이캬비크 시내로 나갔다. 레이캬비크의 상징과도 같은 할그림스키르캬(교회) 사진도 찍고 동네 구경을 했다. 아이슬란드 인구가 30만명인데 레이캬비크에만 삼분의 일이 살고있다고한다. 그래봤자 10만이라서 수도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조용한 곳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바로 오로라 헌팅을 하러나갔다. 오로라는 이번 여행의 목적이기도 했기 때문에 하루라도 거를수가 없었다. 또 아이슬란드에 간다고 매번 오로라를 볼수있는게 아니라 날씨에 따라 볼수 없는 날도 많기 때문에 무조건 나가기로 했다.
오로라 스팟의 조건은 주변 불빛이 없어야 한다는게 첫번째다. 우리가 가려고한 그로타 등대는 레이캬비크에서 살짝 떨어져있어 접근성은 좋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도해서 빛 공해가 어느정도 있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도착 첫날 멀리가기도 그래서 그로타 등대를 갔더니 헌팅 나온사람들이 꽤 있었다.
밖에서 추위에 떨며 30분정도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데, 희뿌연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게 뭔가 싶었다. 연기인가? 구름인가? 싶더니 점점 초록색으로 변해갔다. 너무나 떨려서 후다닥 차에 있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나왔다. 희뿌연 연기는 점점 초록색이 됐다. 오로라가 맞았다.

처음에 봤던 오로라
오로라는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길게 쭉 뻗은 오로라가 하늘을 채우기 시작하니 정말 인생 살면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동을 느꼈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약 30개국 정도를 다녀보았는데,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동을 느꼈다. 비현실적인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잠시후 더 시간이 지나자 오로라가 커튼처럼 변하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얼마나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오로라를 한시간쯤 본거 같다. 사실 오로라 써브스톰이 터지면 초록색뿐만 아니라 주황색, 붉은색에 온 하늘을 뒤덮는다고 하는데, 그정도는 아니었으나 첫날 본 것 치고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아이슬란드 첫째날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일차
오늘은 레이캬비크 근교에 있는 골든 써클을 가는 날이다. 골든써클은 씽벨리어 국립공원, 게이시르 간헐천, 굴포스 폭포를 뜻한다. 이동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아침일찍 나왔다.

어슴프레 해가 밝아온다. 레이캬비크를 벗어나면 대부분의 도로는 왕복 2차선이다. 간밤에 눈위 와서 죄다 하얀색이었다.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북유럽감성이 희끄무레한것도 왠지 눈이 많이 와서가 아닐까 싶었따.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무슨 순천만 같기도하고 더 깊게 들어가면 다른 모습을 볼수 있겠으나 적당히 걷다가 돌아나와서 게이시르 간헐천으로 갔다. 아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최초로 민주주의 의회가 열린곳이기도 하다. 바이킹놈들이 노략질만 일삼는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가는길에 말목장에서 아이슬란드 말도 보았다. 아이슬란드 말은 굉장히 순하다고한다. 전에 몽골갔을때 말을 탄적이 있었는데 몽골 말들은 사람이 타는 순간 이 사람이 초보인지 고수인지를 판단한다고 한다. 덕분에 생초보인 나를 태우고 죽일작정인지 이리저리 뛰어다녀서 죽을뻔한 경험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눈부터가 착해보였다. 그렁그렁함

간헐천쪽은 이렇게 곳곳에서 연기가 나면서 계란 썩은냄새인 유황냄새가 진동을한다. 게이시르 간헐천의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분수마냥 하늘로 치솟는 간헐천인데 몇십미터의 물을 밑에서 뿜어낸다.

밑에서 꿀렁꿀렁하다가 어느순간 튀어오르는데 내가 찍은건 그렇게 높이 튀지는 않았다. 오래 머금으면 더 높게 올라가는 거 같았으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가 또 찍겠다는 욕심은 없어서 대충 찍고 말았다.

다음으로 간 곳은 굴포스 폭포였다. 여기서 아마 꽃청춘 나온 배우들이 눈물을 흘렸던거 같은데, 뭐 눈물이 날정도는 아닌데 진짜 어마어마하게 웅장하다. 사진상으로는 표현이 안되는게 안타까울 뿐. 둘째날의 하이라이트는 굴포스 폭포였다. 콰콰쾅 물소리 들으며 가만히 폭포를 보고있으면 아무런 생각도 안난다. 머리가 비워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골든서클을 다 보고나니 시간이 남아서 숙소가기전에 다른곳을 들렸다 가기로 했다. 구글맵과 맵스미로 쭉 뒤져보니 숙소가는길에 유명하진 않지만 나름 볼거리가 있다고 하는 케리스 분화구가 있길래 들리기로했다.
케리스분화구는 아이슬란드에선 특이하게 입장료를 받았다. 오천원정도 했던 거 같다. 그래서 어마어마하게 기대를 하고 분화구를 올라갔다.

케리스 분화구는 이렇게 생겨서 저 둘레를 둘레길마냥 뺑 돌아 갈수가 있다. 뭐 용암을 기대하고 간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쉽기는 했다. 저 밑의 호수는 꽝꽝 얼어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그래도 규모가 꽤 되다보니 두꺼비집에 물부어놓고 개미들이 있는거 같았다.

다들 스케이트 타는 모습이 재밌어 보여 나도 내려가 보았다. 오랜만에 빙판에서 노니 어릴적 추억이 생각났다. 케리스분화구가 돈을 받는 이유는 스케이트장 이용료인 것 같다. 암튼 친구랑 돌차면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쩌쩌적 소리가 나기시작했다. 진짜 너무 놀라서 뒤도안돌아보고 밖으로 도망나왔다. 다른 외국인들은 소리를 못들었는지 신나게 놀고있었다. 저기서 빠지면 그냥 사망인데 다들 겁도 없었다.
오늘 하루 본 것 만 네개에다가 이동거리도 꽤 됐기 때문에 숙소로 갔다. 우리가 간 숙소는 셀포스라는 도시 인근에 있는 농장마을이었다.

코티지 하나를 단독으로 쓸수 있는건데 코티지자체는 굉장히 좋았다. 안에서 취사도 되고 따듯하고... 다만 문이 안잠겨서 간밤에 농장주인이 돌변해서 죽이러 오면 어쩔까 무섭기도 했다. 또 얼마전에 본 애나벨이 생각나서 ㄷㄷ했다.
2일차는 간밤에 폭풍우가 몰아쳐서 오로라 헌팅에 실패했다.
3일차
3일차는 폭포 및 해변으로 정한 날이었다. 이동거리가 상당했기 때문에 서둘러 나갔다.
그리고 물가가 너무 비싸서 전날 마트에서 장을 봐서 점심먹을걸 준비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흔히들 핫도그 도시락을 많이 싼다. 그래서 나도 아침일찍 일어나서 핫도그를 만들었다.

별거 없이 그냥 빵에 소세지 구운거 넣고, 튀긴 양파 파는거 넣고 소스뿌리면 끝이다. 저 갈색소스는 흰색병에서 나온 건데 아이슬란드에서 먹는 핫도그 소스다 맛있어서 한국에도 사왔다. 머스타드는 내친구가 하도 사자고 우겨서 산건데 아니나 다를까 저거 넣는 순간 시고 짠 쓰레기가 되었다. 다행히 하나에만 뿌려서 친구가 다 먹었다.

출발하기전 찍은 아이슬란드의 평화로운 농장 모습
날씨가 개판인것을 볼수가 있다. 날씨가 너무 흐려서 불안하긴했다.
3일차는 폭포의 날답게 폭포를 보러갔다.

아이슬란드에는 굉장히 많은 폭포가 있다. 요건 셀야란드 폭포인가 암튼 그런 이름이다. 이름이 하도어려워서 다 까먹음. 중국인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았다. 중국인들이 아이슬란드에 많이온다고하는데 진짜 한국인은 별로 못보고 중국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본인도 꽤 됐던듯? 암튼 폭포자체는 웅장한 느낌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게 이뻤다.
트래킹좀 하고 다음 폭포로 이동하였따.

가는길에 해가 슬슬 나기 시작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두번째로 간 폭포는 굉장히 규모가 큰 스코가포스였다. 아까에 비하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긴 했다. 저 앞에가면 진짜 물바다였다. 허나 스코가포스의 백미는 저 앞에서 사진찍는게 아닌 스코가포스 위로 올라가서 시작되는 트레킹 코스다.




스코가포스 위의 트래킹 길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끼와 설산 그리고 폭포까지 조화를 이루는게 끝내줬음. 개인적으로 오로라 제외하고는 아이슬란드에서 손꼽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트래킹을 좀 하다가 다음장소로 이동했다. 바다를 보러가기로했다.

차 세워두고 바다를 보며 싸온 핫도그를 점심으로 먹고서

디르홀레이 해변을 구경했다. 사진구도상으로 알수있겠지만 절벽위에서 사진을 찍은건데,이 때만해도 날씨가 괜찮길래 트래킹을 결심했다. 그런데 한 십분쯤 지나자 우박이 떨어지더니 살다살다 느껴보지 못한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우박이 강풍과 함께 오니 진짜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는 느낌이 났다. 처음에는 신기하다 싶다가 바람이 점점 쎄지고 저 멀리서 친구가 몸을 못가누고 날아가는걸 보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한 십분간 있으니 바람이 잠잠해졌다. 자연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또 우박올까바 무서워서 후다닥 다음장소로 이동했다.

다음에 간곳은 주상절리로 유명한 레이니스피아라인데, 다 인물사진이라 올리는건 포기하고 레이니스피아라 해변 사진으로 대체. 아이슬란드의 해변 모레가 검은색인 것은 화산활동때문임. 여기도 굉장한 절경인데 중국인 신혼부부가 스냅샷을 찍고있었다. 난 추워뒤지겠는데 스냅샷을 찍는거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디가서도 잘 살 사람들임.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찍은 비크의 교회. 여기도 오로라스팟으로 유명한 곳임. 노르딕감성....
이날 밤도 밤이 되니 폭풍우가 휘몰아쳐서 오로라는 실패했다.
3일차까지 쓰고 다음부터는 빙하트래킹으로 쓰겠음 힘드네이거ㅣ

첫댓글 오로라시불...개부럽 ㅠㅠ
와 대박 멋있네요 증말
오우 사진 잘봤다 부럽다야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