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늘푸른목장〉은 박준구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40여 두에 이르는 씨암말과 3두의 씨수말은 국내 민간목장 중 가장 큰 규모다.
연간 생산두수가 30두에 이르며 상시 관리되는 경주마와 번식마도 100두를 상회한다.
서울경마장 기수출신 이경하씨가 목장장을 맡아 효과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위해 24시간 상주한다.
그러나 규모에 비해 그간 뚜렷한 실적이 없었던 것도 사실.
2009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으며 어느덧 결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제주=이희경 기자〉
고전중인 기업형 목장, 투자로 돌파구를 찾다
경주마 생산은 사료와 인건비 비율이 높아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영세한 목장이 넓은 초지만 확보하고 소수의 인력으로 10두 미만을 생산해
평균가 정도로 판매하는 것이 유지 운영에는 오히려 적합하다고도 한다.
국내에서 기업형 목장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와 비슷한 맥락이다.
대표적인 기업형 목장 〈늘푸른〉도 오랜 기간 고전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고,
말 값이 양극화로 가는 단계인 만큼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작고 탄탄하게 그러면서 하자 없는 경주마를 생산해 최상급으로 키워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말한다.
투자는 필수전제조건이다. 2009년 6억 원을 들여 씨암말 교체를 시작했다.
그간 부진했던 호주 뉴질랜드산은 포기하고 미국산마를 경매로 들여왔다.
좋은 씨암말과 씨수말에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육성 및 훈련이 따르면
좋은 경주마는 필연적으로 탄생한다고 말한다.
지난해와 올해까지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시작은 ‘탑포인트’, 동기부여는 ‘러브캣’
늘푸른목장의 박준구 대표가 첫 생산한 경주마가 ‘탑포인트’다.
2004년 미국에서 씨암말로 수입한 ‘문첼로’가 낳은 국내산 포입마로 아직까지도 국산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27전을 뛰는 동안 「KRA컵 클래식(GⅢ)」 포함해 16승을 거뒀고
바로 지난달에도 1군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고의 경주마다.
목장 초기 생산보다 위탁육성에 치중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묘미를 일깨운 계기였다.
본격적인 자가생산으로 뛰어들게 된 시작이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위탁육성을 접고 본격 투자와 함께 씨암말 교체가 한창일 무렵 극적인 동기부여가 이뤄졌다.
‘러브캣’이 「경기도지사배」에서 우승을 거둔 것이다.
‘러브캣’은 늘푸른목장이 보유 씨암말로 교배부터 육성 훈련까지 100% 담당한 순수 자가생산마다.
목장이 문을 연 이래 국산마로 거둔 첫 쾌거였다.
자가생산에 확신을 갖고 투자에 더욱 탄력을 붙인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매년 5억 원 이상 3년 간 투자, 씨암말 교체 완료
목장의 투자는 이제 거의 완료 단계에 왔다.
시설과 인력은 이미 최고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던 터였다.
문제는 씨암말이었고 그간 고전했던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는 것이 박 대표의 판단이었다.
미국에서 5천만 원 이상 고가 씨암말을 들여와 어느덧 교체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40두에 이르는 씨암말 중 절반인 20두가 10세 미만의 젊은 씨암말이다.
첫 자마를 갓 낳았거나 임신 중이어서 결실을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그렇다고 투자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자마들이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곧바로 도태시키고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3년이다.
육성 기술과 사료, 초지 등 경주마생산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소가 다양하다고는 해도
생산역사가 늘면서 대부분의 정보는 공유됐고 그 속에서 차별화 되기란 어려운 시점이다.
따라서 결정적 성패는 씨암말에 달렸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씨암말을 고를 땐 철저하게 현지경주성적과 혈통라인을 따지는 편.
무조건 현역시절 성적이 좋아야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프린터와 마일러에게 유리한 국내 환경에 적합한 성적을 내왔는지,
혈통적으로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특히 ‘크릭캣’과의 교배 성공률은 어떨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 기준으로 엄선한 씨암말들이 당장 올해부터 성적표를 들고 온다.
지금 목장 관계자들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단거리용에서 투쟁심의 대명사로 올라선 ‘크릭캣’
‘러브캣’과 함께 박 대표의 어깨를 펴준 또 다른 효자가 ‘크릭캣’이다.
‘크릭캣’은 늘푸른목장 박준구 대표와 해피목장 윤흥열 대표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씨수말.
국내에서 활약한지 9년 만에 처음 리딩사이어에 오른 것은 대상경주 우승 그 이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과다.
40억 원에 이르는 고가 씨수말들 사이에서 그들과 경쟁하며 낸 것이기에 더욱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작년 ‘크릭캣’이 2위 ‘컨셉트윈’에 10억 원 이상 앞서며 비교적 여유 있게 리딩사이어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그를 2009년 2세마 리딩사이어로 이끈 주역들이 있었다.
빠르게 완성되며 2세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자마들은 3세가 된 후 절정의 활약을 보였다.
「코리안더비」와 「오너스 컵」을 차지한 ‘천년대로’가 대표적이다.
‘연승대로’와 ‘러브캣’‘우리꽃’까지 거들며 아비를 리딩사이어 반열에 올렸다.
단거리 전용이라는 오명도 벗었다.
더 이상 ‘크릭캣’을 민간 씨수말이라고 폄하는 이는 없다.
근성과 투쟁심의 대명사로, 4백만 원의 높은 교배료를 받는 인기 씨수말이 됐다.
올해 교배계획은 70회 정도. 늘푸른과 해피에 각각 25회씩 할당하고 나머지 20회는 다른 목장 씨암말과 실시한다.
이밖에 서울에서 경주마로 뛰었던 ‘에디터인치프’와 ‘래비츠’가 씨수말로 활용되는데
연간 교배횟수는 10두 미만으로 많지 않다.
‘토쿄히트’‘넬리트렌트’ 최고 기대주
세대교체 된 씨암말 중 ‘토쿄히트’와 ‘넬리트렌트’는 목장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두주자다.
‘후사이치 페가수스’의 자마 ‘토쿄히트’는 올해 5세.
작년 도입되자마자 포입마를 낳아 1세가 됐고 올해 ‘래비츠’와의 당세마도 태어났다.
박 대표는 특히 ‘라이언하트’와의 1세 포입마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라이언하트’는 ‘스마티 존스’와 경쟁하며 「켄터키더비」 준우승을 차지했던 북미 정상급 경주마였다.
씨수말로서는 리딩사이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국내에서는 ‘블루핀’과 ‘라이언산타’의 부마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넬리트렌트’는 ‘자이언츠 코즈웨이(Giant's Causeway)’의 자마로 이제 6세가 됐다.
‘자이언츠 코즈웨이’는 2009년부터 2년 연속 북미 리딩사이어에 오른 프리미엄급 씨수말.
자마의 질적인 수준에서 논란이 일긴 하나 은퇴한 ‘스톰캣’을 대체할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손꼽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자마인 ‘넬리트렌트’에 대한 기대치가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채플 로얄’과의 포입 2세마가 현재 부경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으며
‘양키빅터’와의 1세 수말은 목장에서 관리 받고 있다.
이밖에 서울경마장 2세 챔피언을 지냈던 ‘꿈이커’와
교배료 15만 달러를 자랑하는 ‘다이나포머(Dynaformer)’의 자마 ‘다이나믹래스’도 목장의 미래로 손꼽힌다.
“생산 망치면 경마도 망친다”
이경하 목장장 인터뷰
▲제주에 온 지는 얼마나 됐는가.
-11년 됐다. 기수로서보다 목장일이 더 익숙하고 제주가 고향 같다.
연중 100두 이상 관리하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목장 일은 시작과 끝이 없다.
하려고 하면 24시간 매달려도 모자라고 편하자 하면 할 일이 없는 게 목장 일이다.
조련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누구보다 전문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내 목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규모에 비해 그간 성과가 저조하다. 힘든 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초기에 위탁육성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 첫 번째 패인이다.
위탁육성은 두 당 마진은 크지 않으면서도 한번씩 사고를 당하면 큰 손해를 입는다.
몇 해 전에는 잘 육성된 망아지 세 마리를 한꺼번에 잃은 적이 있다. 눈앞이 캄캄했다.
낼모레 팔려나갈 망아지를 그렇게 순식간에 잃고 나면 한동안은 힘들다.
박 대표가 자가생산으로 선회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규모는 축소하더라도 한 마리 한 마리에 더 많은 공을 들이자고 한다.
▲기뻤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작년 도지사배에서 ‘러브캣’이 우승했을 때다.
그간 키워냈던 여러 마리가 대상경주에 우승했었지만 원 생산자가 아닌 관계로 박 대표가 시상대에 설 일이 없었다.
‘러브캣’은 목장에서 순수하게 자가 생산한 첫 번째 대상경주 우승마다.
작년 ‘크릭캣’이 리딩사이어에 선정된 것도 큰 경사였다.
그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비로소 진가를 확인한 것 같아 감격스러웠다.
▲조련사를 목장장으로 두고 있는 목장은 많지 않다. 장점도 있지만 운영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박 대표께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결국 투자를 통한 질적 향상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 질적 향상에는 전문적인 육성과정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처음엔 말을 탈 줄만 알았는데 11년 간 하다 하루 24시간 붙어있다 보니 나도 반(半) 수의사, 반 조교사가 다 됐다.(웃음)
박 대표나 나나 생산이 망하면 경마도 망한다는 공통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나쁜 망아지, 잘못 길들여진 경주마를 올려보내면
관리사와 기수가 다치고, 마주와 팬들이 손해를 입는다.
동떨어져 보여도 경마의 시작은 바로 이곳, 목장이다.
◆주요 1세마·당세마
스톱앤드채트자마(2011년 2월生) 암 호크윙/스톱앤드채트
남도의강자자마(2011년 2월生) 암 크릭캣/남도의강자
남도사랑자마(2011년 2월生) 수 크릭캣/남도사랑
다이나믹래스자마(2011년 2월生) 암 NORTH LIGHT/다이나믹래스
그린메일자마(2011년 3월生) 암 양키빅터/그린메일
넬리트렌트자마(2010년 2월生) 수 양키빅터/넬리트렌트
토쿄히트자마(2010년 2월生) 수 LION HEART/토쿄히트
남도의아침자마(2010년 4월生) 수 크릭캣/남도의아침
꿈이커자마(2010년 5월生) 암 피코센트럴/꿈이커
◆보유 씨수말
크릭캣(미국, 1997년生) STORM CAT/VIVANO
래비츠(호주, 2001년生) REDOUTE'S CHOICE/GREAT BOUQUE
에디터인치프(미국, 1999년生) KINGMAMBO/CYMBALA
◆주요 씨암말
토쿄히트(미국, 2006년生) FUSAICHI PEGASUS/HEAT IS ON
넬리트렌트(미국, 2005년生) GIANT'S CAUSEWAY/OH NELLIE
꿈이커(한국, 2003년生) 디디미/랜섬듀
다이나믹래스(미국, 2003년生) DYNAFORMER/WEE LASS
그린메일(미국, 2003년生) RED RANSOM/CORPORATE BRIDE
스톱앤드채트(미국, 2003년生) MONTBROOK/CATCH ON QUICK
남도의강자(미국, 2004년生) GREENWOOD LAKE/CHAMPAGNE SWEEP
남도의아침(미국, 2004년生) 엑톤파크/IVOR'S S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