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7승75패 NL 서부 3위) : 1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9500만). 전체 금액의 73.7%를 한 선수에게 몰아서 썼다. 투수가 아니고 포지션도 '1루수'인 이안 데스몬드(5년 7000만)였다. 반드시 손을 봐야했던 마운드는 불펜 투수 두 명을 데려왔다(그렉 홀랜드 마이크 던). 지난해 콜로라도는 첫 13경기 8승5패로 지구에서 가장 앞서갔다. 올해도 첫 13경기 성적이 8승5패로 똑같았다. 하지만 이후 행보가 달랐다. 급격하게 힘이 떨어진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6월 중순까지 지구 선두 아니 리그 선두를 질주했다(47승26패). 첫 73경기에서 6할대 승률(.644)은 팀 창단 25년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종전 최고 2000년 41승32패 .562).
콜로라도가 리그를 호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운드 정비에 성공했기 때문. 안토니오 센사텔라, 허먼 마르케스, 카일 프리랜드 같은 신인 선발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그렉 홀랜드도 마무리로 부활. 그러나 시즌 내내 최상의 시나리오만 일어나기는 힘든 법이다. 콜로라도는 전반기 마지막을 앞두고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와 맞붙는 원정 9연전에 나섰다. 애리조나를 상대로 한 경기 승리했을 뿐 1승8패로 승부를 망쳤다. 그사이 다저스 애리조나가 동시에 치고 올라가는 바람에 전반기를 지구 3위, 리그 4위로 끝냈다(52승39패). 포스트시즌 경쟁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자, 트레이드를 통해 팻 네식과 조너선 루크로이를 보강했다.
초반 맹렬한 기세는 꺾인 상태. 그래도 7월까지 매달 5할 승률은 지켰다(4월 16승10패, 5월 17승12패, 6월 15승12패, 7월 12승12패). 패한 날이 더 많아진 것은 8월이었다. 같은 지구 팀들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12승15패로 고개를 떨궜다. 27경기 중 20경기에서 석 점차 이내로 승부가 갈렸다. 콜로라도는 이 근접전에서 9승11패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조금씩 위태로운 조짐이 보였던 홀랜드가 8월 11경기 대혼란(ERA 13.50)에 빠진 것이 뼈아팠다. 9월 첫 3경기를 내리 패한 콜로라도는 꽤 여유로웠던 와일드카드도 더이상 장담할 수 없었다. 콜로라도가 허점을 보인 사이 밀워키(1.5경기) 세인트루이스(3경기)가 뒷심을 발휘한 것. 자칫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던 순간, 9월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카를로스 곤살레스의 끝내기 볼넷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다저스 원정 4연전을 모두 쓸어담는 등 12경기 9승3패로 격차를 벌렸다. 밀워키가 끈질기게 추격했지만, 결국 정규시즌 최종전을 남겨두고 두 팀의 운명이 결정됐다. 버티기를 시전한 콜로라도의 역대 네 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콜로라도는 정규시즌에서 지겹게 만난 애리조나와 와일드카드 단판전에 돌입했다. 양팀 도합 30안타를 주고 받은 난타전이 펼쳐졌다. 선발 존 그레이가 1.1이닝 4실점으로 강판된 콜로라도는 상대 선발 잭 그레인키도 3.2이닝 4실점으로 끌어내렸다. 7회초 한 점을 더 쫓아가면서 한 점차 경기가 됐는데, 믿었던 팻 네식이 사고를 저질렀다. 투수 아치 브래들리에게 2타점 3루타를 얻어맞은 것. 8회초 백투백홈런으로 다시 만든 한 점차 경기에서는 8회말 홀랜드의 난조로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 8년만에 치른 포스트시즌은 그렇게 단 한 경기만에 끝이 났다.
Good : 놀란 아레나도는 올해도 발전했다(.309 .373 .586). ops(.959) 조정 ops(132) 승리 기여도(bwar 7.2 fwar 5.6)가 데뷔 후 5년 연속 높아졌다. 3년 연속 홈런/타점 타이틀 수성은 실패했지만(37홈런 130타점) 2006-09년 라이언 하워드 이후 3년 연속 130타점을 돌파했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홈런을 친 아레나도는 6월19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앞선 타석 이미 3루타 단타 2루타를 때려내 히트포더사이클을 달성. 끝내기 홈런으로 히트포더사이클을 완성한 타자는 역대 5번째다(4번째 카를로스 곤살레스).
올해 아레나도는 좌투수 저승사자였다(.420 .473 .840). 류현진(9타수8안타 3홈런) 클레이튼 리차드(10타수8안타) 맷 무어(13타수6안타) 여기에 클레이튼 커쇼(16타수6안타)도 아레나도만 보면 벌벌 떨었다. 좌투수 상대 ops 1.313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9번째로 높은 엄청난 기록(2002년 배리 본즈 1.532). 올해 팀에 리드를 안기는 안타를 30개 더한 아레나도는 2015년 이후 이 부문 선두를 공고히 했다(86안타, 조시 도널슨 84안타). 공격력 때문에 다소 가려져 있는 수비력은 디펜시브런세이브(DRS) 20을 기록. 데뷔 첫 5년만에 통산 DRS가 100을 넘겼다(103). 이는 안드렐턴 시몬스(131) 앤드루 존스(124) 배리 본즈(105)에 이은 4번째다. 아레나도는 5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획득. 골드글러브의 꽃, 플래티넘 골드글러브도 가져왔다. 3년 연속 실버슬러거 수상자로도 이름을 올린 아레나도는 3년 연속 MVP와의 거리를 좁혔다(8위→5위→4위).
놀라지마시라. 올해 아레나도는 콜로라도에서 가장 공격력이 뛰어난 타자가 아니었다. 아레나도보다 조정득점창조력(wRC+)이 좋은 선수가 있었으니, 리드오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찰리 블랙먼(사진)이었다(블랙먼 141 아레나도 129). 블랙먼은 타율(.331) 득점(137) 최다안타(213) 3루타(14) 총루타(387)를 휩쓸고 리그 5관왕을 차지했다. 내셔널리그 중견수가 타격왕에 오른 것은 27년만(1990년 윌리 맥기). 103타점은 역대 리드오프 1위이며(종전 2000년 대런 얼스태드 100타점) 37홈런은 2006년, 2002년 알폰소 소리아노(39홈런 38홈런)에 이은 역대 리드오프 3위다.
더 강력해진 아레나도, 그 아레나도보다 무서운 블랙먼이 포진한 타선은 투수들의 기피대상이었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받은 마크 레이놀즈는 30홈런 타자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으며(.267 .352 .487) D J 르메이휴는 3할 타자로서 입지를 굳혔다(.310 .374 .409). 공갈포 성향이 짙어졌지만 트레버 스토리의 파괴력도 건재했다(.239 .308 .457 24홈런). 무엇보다 트로이 툴로위츠키를 생각하면 감지덕지 였다. 파워의 레이놀즈(1루수) 스토리(유격수) 정확성의 르메이휴(2루수) 여기에 완성형 아레나도(3루수)가 형성한 내야진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스토리(DRS 11) 르메이휴(DRS 8)는 수비력도 준수(레이놀즈 DRS -4). 내야 수비율 .987는 메이저리그 세 번째, 팀 역대 두 번째로 좋았다(2007년 내야진 .989).
콜로라도 투수진은 창단 이래 가장 어렸다(평균 27.0세). 젊은 피가 수혈되자 평균자책점이 4.92에서 4.51로 떨어졌다. 30대 투수가 한 명도 없었던 선발진은 63승을 합작. 프리랜드(11승11패 4.10) 마르케스(11승7패 4.39) 센사텔라(10승5패 4.68)는 팀 역사상 10승을 올린 최초의 루키 3인방이 됐다. 이가운데 덴버 출신 프리랜드는 쿠어스필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력도 보여줬다(홈 6승8패 3.72). 존 그레이는 왼발 골절상으로 상당 기간 결장했지만(110.1이닝) 돌아와서 에이스 역할을 해줬다(10승4패 3.67). 모두 5이닝 이상, 3실점 이하로 끝낸 마지막 13경기는 7승3패 2.64를 기록. 버드 블랙 감독의 신임을 받고 와일드카드 경기 선발로 나섰다. 고환암에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많은 박수를 받은 채드 베티스(2승4패 5.50)를 비롯해 콜로라도는 단 8명만이 선발로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 피츠버그만이 이보다 더 적었다(이상 7명). 파워 피처(그레이 마르케스) 피네스 피처(프리랜드 챗우드)의 다양한 조합도 균형을 잡아줬다.
새로 부임한 블랙은 불펜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 실제로 불펜은 절망적이었던 지난해보다 좋아졌다(ERA 5.13→4.40). 마무리 홀랜드는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ERA 전반기 1.62 후반기 6.38). 그러나 켄리 잰슨과 함께 리그 최다세이브(41)를 거두면서 팀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했다. 홀랜드는 시즌이 끝나고 재기상을 받았다. 크리스 러신(60경기 2.65) 제이크 맥기(62경기 3.61)의 좌완 듀오도 든든했다. 홀랜드 러신 맥기, 여기에 챗우드(1)가 만든 48세이브는 단일시즌 팀 기록이다. 시즌 중 데려온 네식도 정규시즌은 기대에 부응했다(28경기 2.45).
Bad : 쿠어스필드를 쓰는 콜로라도가 타자 영입에서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럴 카일(3년 2400만) 마이크 햄튼(8년 1억2100만) 데니 네이글(5년 5150만)은 모두 투수로, 타자는 올해 레이놀즈처럼 가격 대비 만족도가 대체로 높았다. 콜로라도가 야수 FA로는 가장 큰 계약을 안겨준 데스몬드는 운동 능력이 좋은 1루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에서 왼손 골절상을 당했고, 시즌 중에도 오른 종아리 때문에 95경기밖에 뛰지 못했다(.274 .326 .375). 레이놀즈가 1루를 꿰차면서 외야를 전전했으며, 쿠어스필드 효과도 없었다(홈 .265 .304 .331). 계약 첫 해 실망스러웠던 데스몬드는 올해 800만 달러 연봉이 내년에 2200만 달러로 치솟는다.
데스몬드는 수많은 환자 중 한 명이었다. 톰 머피(팔뚝) 스토리(어깨) 곤살레스(어깨) 헤라르도 파라(대퇴사두근) 그레이(발) 앤더슨(무릎) 제이크 맥기(허리) 프리랜드(사타구니) 등 부상자가 셀 수 없이 쏟아졌다. 지난해 63경기에서 좋은 활약(.315 .359 .500)을 선보인 데이빗 달은 심지어 한 경기도 나오지 못했다. 달은 늑골 부상으로 마이너 19경기 출장에 그쳤다.
4년 연속 팀 득점 1위(824)에 오른 콜로라도의 공격력은 어땠을까. 홈에서의 팀 득점(488) 팀 타율(.298) 팀 ops(.862)는 당연히 모두 1위. 하지만 wRC+는 앞 항목과 동떨어진 10위(93)였다. 보기하고 다르게 생산력은 합격점을 받지 못한 것. 홈과 원정 편차도 여전히 심했다. 원정에서의 팀 득점(336) 팀 타율(.248) 팀 ops(.703) 팀 wRC+(82)는 홈과 비교했을 때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홈에서 6명이 나온 3할 타자가 원정에서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르메이휴 .294). 그러다 보니 이번에도 안방 호랑이, 원정 고양이 라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 14경기 10패를 당한 8월20일부터 9월4일까지는 평균 3.4득점, 득점권 타율 .152에 불과했다. 팀이 후반기 급격하게 침체한 원인으로는 차갑게 식어버린 방망이 책임도 분명 있었다.
카를로스 곤살레스(32)의 추락은 예상 밖이었다. 콜로라도에서 뛴 지난 8년간 .295 .353 .534로 성실했던 곤살레스는 FA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봄에 팀이 제시한 4년 연장 계약을 거절했는데 정작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262 .339 .423). 후반기 .314 .390 .531로 본래 모습을 되찾았지만(전반기 .221 .299 .338) 좌완 상대(.206 .241 .321) 원정 성적(.203 .274 .332)은 참혹했다. 한편 곤살레스는 시즌 중 수면 문제를 해결한 것이 경기 집중력을 높여줬다고 전한 바 있다.
타일러 챗우드는 쿠어스필드와 어울리지 않는 투수(홈 3승8패 6.01 원정 5승7패 3.49). 완봉승을 장식한 4월16일 샌프란시스코전도 원정이었다(결국 챗우드는 컵스로 이적). 첫 선발 5경기에서 4승 2.05로 놀라운 출발을 한 제프 호프먼은 이후 11경기 2승5패 6.94로 속절없이 미끄러졌다.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그레이를 내보낸 것은 최선의 선택이 맞다. 하지만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다. 그레이는 좋은 투수이지만 큰 경기를 맡기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콜로라도의 에이스 부재는 같은 지구 다저스 애리조나 샌프란시스코와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졌다.
전망 : 제프 브리딕 단장이 원한 것은 불펜투수와 포수다. 회전수 높은 투수들을 선호하는 취향답게 브라이언 쇼를 영입했다(3년 2700만). 쇼는 평균 회전수(2464회)가 리그 평균(2219회)보다 더 높았다(올해 콜로라도 투수들의 평균 회전수는 ML 5위). 홀랜드와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제이크 맥기는 3년 연장 계약으로 잡아뒀다. 포수 자리에는 올해 애리조나 소속이었던 크리스 아이아네타(34)와 재결합했다(2년 850만, 2020년 팀 옵션 425만). 콜로라도에서 데뷔 첫 6시즌을 뛴 아이아네타는 2008년 18홈런 이후 가장 많은 17홈런을 때려냈다. 토니 월터스(25) 톰 머피(26)의 멘토가 되어주는 것도 아이아네타의 역할이다.
콜로라도의 또 다른 할 일은 아레나도와 연장 계약 논의다. 아레나도는 지난해 연봉 조정을 피해 2년 29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2018년 연봉 1775만). 2019년 이후 FA가 되기 때문에 아직 여유롭지만, 의향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아레나도는 계약 문제로 압박받는 것을 굉장히 꺼려한다고). 선발진 리빌딩이 착실하게 이루어진 시점에서 팀 핵심 선수가 떠나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현실. 다행히 아레나도는 "콜로라도는 내 전부"라며 팀에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야수 fwar 순위
6.5 - 찰리 블랙먼
5.6 - 놀란 아레나도
1.8 - D J 르메이휴
1.3 - 트레버 스토리
1.0 - 조너선 루크로이
0.8 - 마크 레이놀즈
0.8 - 헤라르도 파라
0.6 - 팻 발라이카
투수 fwar 순위
3.2 - 존 그레이
2.4 - 허먼 마르케스
2.0 - 카일 프리랜드
1.5 - 제이크 맥기
1.4 - 안토니오 센사텔라
1.1 - 크리스 러신
1.1 - 타일러 챗우드
1.1 - 타일러 앤더슨
1.1 - 제프 호프먼
1.1 - 그렉 홀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