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 먹어야 한다.
아픈 분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음식은 어떻게 가려서 먹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느 병원에서 또는 절이나 교회의 치료시설에서 무엇무엇은 먹지 말라했다고 하고 또 어떤 것만을 먹어야 한다고 했단다. 요즘은 사회 전반으로 식이요법을 많이 듣게 된다. 물론 음식이나 약초에는 궁합이 있다. 서로 상반되는 음식이나 약재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독초가 아니라면 궁합이 맞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 몸앓이나 피부발진으로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이를 견뎌내면 면역력이 생긴다. 그 옛날 연산군의 할머니였던 인수대비는 걸핏하면 부자탕으로 자살쇼를 벌였었다. 그러나 부자탕에 면역이 되어 장수했다. 다만 연산군이 패륜을 저질러 홧병으로 운명을 달리 했지만 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범백이라고 한다. 정확히 명명하면 '범백혈구감소증'이다. 이 전염병은 일년 이하의 어린 고양이들이 걸린단다. 치사율이 높아 이 전염병에 걸리면 대부분 사망한다고 한다. 인간이 걸리는 질병 중에도 이토록 치사율이 높은 질병은 없다. 사망률이 무려 90% 이상이라고 한다. 결국 어린 고양이는 죽을 수밖에 없단다.
필자의 집에는 10여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어미 고양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고양이들은 모두 새끼고양이였다. 어느 날 잘 먹고 말썽을 피우던 새끼고양이들이 갑자기 하나 둘씩 죽기 시작했다. 새끼고양이들이 이유없이 죽으니 필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혹 옆집의 노인분이 고양이를 싫어해서 약을 놓은 것은 아닌가 생각까지 했었다.
결국 다 죽고 한 마리만 남았는데 이녀석도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없이 동물병원의 문을 두드렸다. 혈액검사를 마친 수의사의 입에서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말이 나왔다. 범백이란다. 필자는 사람의 질병만 연구했지 짐승의 질병은 잘 모르고 있었다. 수의사는 어차피 죽으니 많이 쓰다듬어주라고 한다.
왜 죽음을 피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먹지를 못한단다. 즉 백혈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혀 먹지를 못해서 죽는다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먹이면 안 되냐고 물으니 고양이가 먹지를 않으니 방법이 없단다. 필자는 동물병원을 나오면서 주사기와 고양이에게 먹일 간식을 하나 샀다.
그리고 필자가 제조한 약을 간식에 타서 주사기로 고양이의 입을 벌리고 목구멍 깊숙히 주사했다. 스스로 먹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주사하면 어떨까 싶어서였다. 한 시간마다 한번씩 계속 주사했다. 그리고 웅크리고 질병과 홀로 싸우고 있는 녀석을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그 다음 날 아침, 녀석은 반쯤 감긴 눈으로 방문 앞에서 필자를 보며 울었다. 평소의 울음이 아닌 '나 이겨냈어요'하는 것 같은 애처로운 울음이었다. 녀석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그만 꼭 껴안고 말았다. 고양이는 90%가 넘는 죽음을 이겨내고 다시 짓궂은 말썽꾸러기가 되었다.
며칠 후 다시 검사를 받으러 동물병원에 갔더니 수의사 선생은 깜짝 놀라며 신기해한다. 얼마나 지극정성이었기에 아이가 살았냐고 되물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똑같다. 먹지를 못하면 죽는 것이다. 질병에 걸리면 대부분 먹기가 힘들어서 영양결핍에 의해 사망한다. 오죽하면 조상들이 수저를 놓으면 죽는다고 했을까. 필자는 어떤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하냐고 질문하는 분들께 뭐든지 잘 먹으라고 말한다. 몸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나 페스트 푸드라도 입에서 당기면 먹으라고 한다.
입에서 당기는 음식이 바로 보약인 것이다. 무엇무엇은 먹지 말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당기면 다 먹어야 한다. 그게 설령 독약이라도 말이다.ㅈ우스개소리로 먹고 죽은 귀신 때깔이 좋다는 말이 있다. 너무 지나치게 편식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먹고 싶은 음식을 억지로 절제할 필요는 없다.
잘 먹어야 병이 낫는다. 어떤 이는 질병에 걸렸을 때 억지로 먹는 짐승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짐승은 먹지 않는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나 짐승이나 본능은 있다. 사람이 아플 때 먹으라고 하는 것은 막연히 느끼는 본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본능이 수백만 년을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인간의 면역력(능력)인 것이다.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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