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을 본받아 깊은 불신과 상처를 극복하고 아시아의 공동번영과 전쟁 없는 지구촌 건설을 위해 매진할 것을 선언한다.”
5만 불자가 한데 모여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의 종식을 발원하며 지난 8개월 동안 펼쳐진 한국전쟁 정전60주년 기념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 준비위원회는 9월 27일 오후 2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한반도평화대회를 개최했다. 이날은 UN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로 그 의미를 더했다.
한반도평화대회 상임운영위원장 수불 스님이 '부산 선언'을 하고 있다.
2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한반도평화대회에는 5만여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평화대회는 도선서 주지 혜자 스님의 ‘평화의 불’ 이운으로 시작됐다. 10만 불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혜자 스님의 작은 횃불이 큰 불로 타올랐다. 평화대회는 박근혜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 조계종정 진제 스님, 틱낫한 스님 등의 축원 속에 진행됐다.
“남북의 평화통일은 온 국민의 희망이며 풀어야 할 숙원이다. 남북평화통일은 온 국민과 국토를 아름답게 장엄할 것이다.”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은 이날 사부대중을 대표해 고불문을 낭독했다. 원산 스님은 “우리부터 바뀌면 이 땅에서 안락과 평화는 분명한 현실이 된다. 한반도평화대회의 인연으로 남과 북이 하나 되고 분단된 민족이 마주보고 웃으며 평화의 꽃을 피워 그 씨앗이 온 세상으로 펼쳐가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영단이 마련됐다.
이어 한반도 평화대회 봉행위원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인류사에서 전쟁의 종식이야말로 그동안 전쟁으로 죽어간 이들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며 위로일 것”이라며 “오늘 이 대회를 통해서 우리가 할 일은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의 완성이며, 이를 위해 당사자인 남과 북 그리고 6자회담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지구촌에서 전쟁의 종식을 위해 조건 없이 만나서 대화하자“고 촉구했다.
평화대회 자문위원단장 김정훈 국회의원은 “한반도 평화대회는 적절한 시기에 우리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부처님께 전달하는 뜻 깊은 행사”라고 말하고, “국회 정무위원장으로써 사회 안정과 국민통합,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 나아가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대안들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평화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장소인 부산광역시의 허남식 시장은 “우리 부산은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임시수도로 전국에서 모여든 피난민을 따뜻하게 보듬었던 도시”라며 “부산에서 개최하는 오늘 이 대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 번영을 이뤄내는 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부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부산선언의 뜻이 기린 금어연이 수불 스님에게 전달되고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부산선언’도 이어졌다. 평화대회 상임운영위원장 수불 스님은 참석자 일동을 대표해 “낡고 소모적인 군사적 대결구도를 해체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킴으로써 아시아 평화공동체 및 세계평화로 나아가는 기반을 닦을 수 있다”며 “미래의 청사진이 ‘완성된 한반도의 평화통일국가’임을 확신한다면 이를 앞당겨, 한반도와 동북아의 고통을 조기에 마감하자”고 독려했다.
이날 평화대회는 노래와 흥이 어우러진 축제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폴 포츠와 레인보우 어린이 합창단,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하모니를 이루며 불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가야금의 대가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 연주와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도 감동을 선사했다.
힙합, 소울, 알엔비를 아우르는 가수 바비 킴의 공연과, 명실상부한 한국가요 디바 인순이, ‘작은 거인’ 이선희의 공연도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 부산 UN공원에서는 한국전쟁 희생 영령을 위한 위령수륙재가 봉행됐다.
한편 한반도평화대회에 앞선 오전 10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위령수륙재가 봉행됐다. 위령수륙재는 국제평화와 한반도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산화한 유엔회원국 및 각국 병사들을 위무하기 위해 진행됐다
위령수륙재는 개회사, 타종, 추모의례, 축원, 헌향, 헌다, 헌화, 추모사, 경전독송,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으며,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추모사에서 “UN군 전몰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없었을 것이며 대한민국의 번영 또한 약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수호 영령님들의 고귀한 영혼을 위로하며 예를 올린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한국전쟁 희생자들의 영단에 헌향하고 있다.
위령수륙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을 비롯해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 직지사 주지 흥선 스님, 불국사 수지 성타 스님, 해인사 주지 선해 스님, 쌍계사 주지 성조 스님,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 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 백양사 주지 진우 스님, 송광사 주지 무상 스님, 대흥사 주지 범각 스님, 미동부해외특별교구장 휘광 스님, 파라미타 회장 정여 스님, 중앙승가대 총장대행 미산 스님 등 2천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부산선언
인류는 분쟁의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영토, 자원, 사상, 민족, 종교, 개인의 야욕으로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왔습니다. 전쟁의 중심에는 국가나 민족의 지도자가 있습니다. 전쟁을 단행하고 수많은 죽음을 불러온 국가지도자가 영웅으로 추앙되며, 전쟁을 장엄하게 묘사한 문화와 예술이 긍정되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전쟁은 고귀한 생명을 앗아갑니다. 불구와 이별의 고통을 안기고 여성과 어린이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전쟁은 자연을 파괴하고 그 터전의 모든 생명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전쟁은 인간의 선한 마음을 소진시키며 원한과 복수심을 키우기에 인류사회에서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1950년 6월25일부터 3년 동안 치러진 한국전쟁과 이후 60년 동안 지속된 정전체제가 남긴 것은 남북 간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또 다른 분쟁과 살상, 서로를 향한 분노였습니다. 이곳에 자유, 평화, 인권, 복지 등 인류가 마땅히 추구해야하는 보편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난날을 대오각성하고 ‘위로와 경의’ ‘화해와 상생’ ‘미래와 희망’이라는 인류번영의 꽃을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에 만개시켜야 합니다. 공동번영을 위해 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인류번영의 대안은 조건 없이 베풀고, 평등하게 바라보며, 인륜을 지켜가려 애쓰는 끊임없는 노력과 진실한 자세에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 또한 이러한 의식의 기조 위에서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냉전이 끝나고 국제사회가 군사비를 줄여갈 동안 그 감소 폭만큼 아시아 국가들의 군사비는 거꾸로 증액되어 왔습니다. 2010년 이후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군사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대결구도가 세계평화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를 드러내줍니다.
우리는 이 낡고 소모적인 군사적 대결구도를 해체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킴으로써 아시아 평화공동체 및 세계평화로 나아가는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것입니다.
6자회담국의 지도자들은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가 자신들의 노력과 의지에 달려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남북한의 지도자는 서로 만나 화해와 상생을 논의해야 합니다. 6자회담국의 지도자는 조건 없이 서울과 평양에서 만나 한반도와 지구촌의 평화정착을 위해 의논하고 그곳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국들이 서로 불가침을 선언하고 단절된 외교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미국이 대결관계를 그만 청산해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평화통일로 가는 가장 확고하며 튼튼한 디딤돌 위에 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남북한이 평화적 통일을 이룸으로써 “새로운 문명”이라 불러도 좋을 아름다운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은 무엇이나 제 뜻을 자유롭게 펼치고,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안전과 안온함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존재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가치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분명코 미래의 청사진이 ‘완성된 한반도의 평화통일국가’임을 확신한다면 이를 앞당깁시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고통을 조기에 마감합시다.
차별과 분별의 벽을 넘어서야만 진정한 평화와 자유가 도래합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보내며 우리는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을 본받아 깊은 불신과 상처를 극복하고 아시아의 공동번영과 전쟁 없는 지구촌 건설을 위해 매진할 것을 선언합니다.
불기2557(2013)년 9월 27일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
자비구현 인류화합
한반도평화대회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