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그라드 전투…폐허에 울려퍼진 교향곡
히틀러의 군대가 레닌그라드로 몰려왔다. 시민들은 시가전을 치를 각오였지만, 히틀러는 도시를 차지할 생각이 없었다. 에워싸고 폭탄을 퍼부었다. 도시를 망가뜨리고 수백만 시민을 굶겨 죽일 작정이었다. 이때 레닌그라드에 있던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1906~1975)는 일곱번째 교향곡을 쓰던 참이었다.
1941년 9월 8일부터 대공습이 시작됐다. 식량창고가 불타올랐고, 겨울이 오면서 사람들은 굶주렸다. 추위로 라도가 호수가 얼어붙자 쇼스타코비치는 아들딸과 함께 도시를 빠져나가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작곡을 마쳤다. 포위당한 레닌그라드는 곳곳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1942년 8월 9일에 이 곡을 연주했다. 웅장한 교향곡이 폐허가 된 도시에 울려 퍼졌다. 시민들의 자긍심을 북돋우고 독일군의 사기를 꺾었다고 전한다.
쇼스타코비치는 소련이 자랑하는 음악가였지만, 정작 소련 정부와는 껄끄러운 사이였다. 나라님의 비위를 거슬러 숙청당할 위기도 여러 번이었다. 이제 그 나라님들은 죽고 소련도 무너졌다. 레닌그라드는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됐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은 여전히 힘이 넘친다. 그의 삶과 음악은 줄리언 반스의 소설 <시대의 소음>에 잘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