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隨筆로 읽는 東洋古典 >
信
五倫의 마지막 德目은 信이다.
論語에는 信이라는 글자가 26回 등장한다. 공자가 얼마나 信을 강조했는가를 알 수 있다. 말의 頻度數는 곧 重要度를 나타낸다. 논어에는 主忠信 이라는 말이 세 번 나온다.學而篇과 子罕篇과 顔淵篇이다. 忠信을 인생의 根本으로 삼아라. 참되고 속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忠은 충성 충이요, 곧을 충이요, 정성껏할 충이다. 忠은 中과 心의 合字다. 마음 중심에 거짓이 없는 것이요, 참되고 眞實한 것이요, 영어의 sincerity와 fidelity다. 무슨 일이나 誠心誠意를 다하는 것이 충이다. 忠은 곧 誠實이다.
安 秉 煜
崇實大學校 名譽敎授
本聯合會 顧問
信은 人과 言의 合字다. 우리의 말에 거짓이 없는 것이요,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요, 言과 行이 일치하는 것이요, 약속을 꼭 지키는 것이다. 영어의 credit와 trust가 여기에 해당한다. 信은 인생의 金科玉條다. 孔子는 또 이렇게 말했다.
民無信不立
사람이 信用이 없으면 설 수 없다.(顔淵篇)
나오는 공자의 名言이다. 표현은 簡潔하지만 意味는 深長하다. 개인이건 회사건 국가건 信用을 喪失하면 사회에서 存立할 수 없다. 신용을 잃어버리면 人間關係가 崩壞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믿지 못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믿지 못하고, 남편이 아내를 믿지 못하고, 아내가 남편을 믿지 못하고, 兄弟姉妹간에 서로 不信할 때 그 가정은 제대로 存立할 수 없다.
학생이 선생을 불신하고 선생이 학생을 불신할 때 敎育은 무너지고 만다. 국민이 爲政者를 믿지 못하고 위정자가 국민을 불신할 때 그 정치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上司와 部下사이에 불신이 충만할 때 그 회사는 존립할 수 없다.
人間相互間에 불신이 가득 찰 때 그 사회는 조만간 무너지고 만다. 우리의 설 땅이 어디냐. 신용이라는 튼튼한 道德的 盤石위에 우리는 서야 한다. 신용은 인간관계의 基本倫理요, 사회생활의 根本德目이다. 서로 불신할 때 和睦한 인간관계를 이룰 수 없고 확고한 신뢰관계를 形成할 수 없다.
不信은 不和를 낳고 協同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신뢰는 화목을 낳고 협동을 가능하게 만든다. 서로 信賴할 때 協同과 和睦이 이루어진다. 信 字가 들어있는 말은 모두 좋은 말이요, 모두 生産的인 말이다.
그 사람의 人格과 才能을 믿으면 의심하지 않고 믿고 쓸 수 있다(信用). 그 사람의 人品과 力量을 믿으면 마음놓고 일을 맡길 수 있고(信任), 委託할 수 있다(信託). 그 사람이 참되고 誠實하면 믿고 依賴할만하고(信賴), 그 사람의 品性과 태도가 성실하면 여러 사람의 人望과 德望을 얻을 수 있다.
서양에 이런 名言이 있다.
"돈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적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勇氣를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信用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全部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돈은 없다가도 열심히 일하면 돈이 또 생긴다. 돈을 잃는 것은 인생의 적은 것을 잃은 것이다. 용기를 잃는 것은 인생의 많은 것을 잃는 것이다. 용기가 있는 사람은 가난과 싸우고 역경을 극복하고 試鍊을 이기고 難關을 돌파하여 성공과 승리를 爭取한다. 그러나 용기를 잃은 사람은 좌절하고 落望하고 敗北하여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그러므로 용기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인생의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信用을 잃어버리면 아무도 그 사람을 믿지 않고 相對하지 않는다.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 그러므로 신용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세상에 신용을 상실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속임수와 거짓말은 一時의 利得과 成功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반드시 발각되고야 만다. 哲學者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쟁이가 받는 최대의 刑罰은 무엇이냐. 옳은 소리를 할 때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것이다."
거짓말쟁이라고 社會的 烙印이 한번 찍혀지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여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信用의 喪失은 社會的 埋藏(매장)을 당하는 것이요, 道德的 破産을 당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일찍이 島山선생은 우리 국민에게 民族三大資本貯蓄論을 강조했다. 富强한 民族이 되려면 국민 各者가 세 가지의 자본을 저축해야 한다.
첫째, 열심히 배우고 工夫해서 知識과 技術이라는 精神的 資本을 저축해야 한다.
둘째, 부지런히 일하고 金錢이라는 經濟的 자본을 저축해야 한다.
셋째, 속이거나 거짓말하지 아니하고 眞實하여 신용의 자본을 저축해야 한다.
신용은 無形의 財産이다. 신용은 社會的 資本인 동시에 道德的 자본이다. 인간의 도덕적 자본은 여러 가지가 있다. 勤勉, 勇氣, 儉素, 謙遜, 親切, 沈着, 協同, 忍耐, 克己. 모두 도덕적 자본이다.
신용은 도덕적 자본 중에서 가장 중요한 核心이요, 根本이다. 신용 있는 사람이 되려면 正直해야하고 誠實해야하고 약속을 지켜야하고 근면해야한다.
독일의 哲學者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約束을 할 수 있는 動物이다."
私的인 약속이건 公的인 약속이건, 남과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남에게 不快感과 不信感을 주고 心的 物的 損害를 끼친다. 약속을 위반하는 것은 일종의 背信行爲다.
약속은 神聖한 것이요, 엄숙한 것이다. 남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人間不渡手票로 전락한다. 우리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人間保證手票가 되어야 한다.
약속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人格의 중요한 尺度다. 現代는 地球村의 사회요, 世界化의 時代다. 이 地上에는 二百個의 國家가 相互 協力, 相互 競爭을 하면서 저마다 자기나라의 國家利益을 위해서 東奔西走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냐. 환경에 適應하는 것이다. 치열한 競爭이 벌어지는 환경에 能動的 適應을 하면 歷史의 당당한 優等生이 되고 적응을 하지 못하면 역사의 비참한 落伍者로 전락한다.
우리는 激變激動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勇敢한 민족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世界史의 中心舞臺에 나아가서 우리의 遠大한 비젼과 民族의 꿈을 펼칠 수 있다. 독일의 위대한 史學者 랑케는 이런 名言을 남겼다.
"한나라의 興亡盛衰를 左右하는 것은 軍事力도 아니요, 經濟力도 아니요, 國土의 크기도 아니다. 그것은 그 나라의 모럴에너지(Moral energy)다."
道德力이 풍성한 나라가 위대한 나라요, 公信力이 높은 민족이 人類의 尊敬과 信賴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信義를 生命처럼 존중하는 道義國家를 건설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理想이다. 良心韓國의 建設, 信賴社會의 創造, 이것이 우리 민족에게 부여된 歷史의 커다란 使命이다.
仁義禮智信, 사람이면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仁과 義와 禮와 智와 信의 五大德目을 갖추어야 한다. 어질고 착한 마음, 惡을 미워하고 善을 추구하는 正義感, 밝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溫柔한 人品, 옳고 그른 것을 분명하게 판단하는 총명한 智慧, 誠實하고 信義를 지키는 생활태도, 이러한 德을 가진 사람이 21세기가 바라는 새로운 韓國人像이요, 世界市民다운 姿勢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