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6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최악이다. 재작년 2위로 내려간 것은 자살률이 우리보다 높은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에 우리가 리투아니아를 제치고 다시 자살률 1위가 됐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우리는 26.6명으로 OECD 평균(11.5명)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작년에만 1만367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평균 37.5명꼴이니 38분마다 1명씩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다.
▶ 전 세계에서 한국보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는 10국 안팎이다. 대부분 이름도 생소한 나라다. 작년 우리나라 자살률이 10%가량 늘어난 것은 모방 효과 때문일 것이라고 보건복지부는 분석했다. 2017년 말부터 유명인의 자살이 줄을 이었고 그때마다 자살도 늘었다고 한다. 실제로 2017년 9월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부터 아이돌 멤버 종현, 정치인 노회찬, 탤런트 조민기 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 지난달 아이돌 출신 설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그와 매우 친했다는 구하라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각각 스물다섯, 스물여덟 나이였고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아이돌이었다. 둘 다 악성 댓글에 시달렸고 사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다고 하지만 공개된 유서가 없어 실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날까지 멀쩡히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글을 올리던 젊은 연예인의 느닷없는 최후가 놀랍고 당혹스럽다.
▶ TV에서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연예인의 비극적 선택은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최진실과 그의 남동생이 차례로 세상을 저버렸을 때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년이란 간격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불과 한 달여 만에 벌어졌다. 유명인이 세상을 등지면 비슷한 또래 세대가 영향을 받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홍콩 배우 장국영이 고층 건물에서 투신했을 때는 9시간 만에 팬 여섯 명이 그 뒤를 이었다.
▶ 한국이 '자살률 1위 국가' 오명을 벗으려면 자살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자살은 고통받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선택'이란 긍정적 인식이 과거보다 늘고 자살을 거부하는 태도는 줄었다고 한다.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선택이고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어렸을 때부터 교육해야 한다. 자살한 뒤 미화되거나 심지어 영웅이 되는 풍토에선 자살을 막을 수 없다. 유명인의 자살을 두고 '안타깝다'는 뉴스만 경쟁하듯 쏟아내는 언론도 문제다.
한현우 논설위원 hwhan@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