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두레 우물가에 밤 새소리 들릴 때
뜻깊은 용문교에 달빛 고이 비친다
이역 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는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주사 저녁 종이 비암산에 울릴 때
사나이 굳은 마음 길이 새겨 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일송정 푸른 솔이 늙어 가고, 해란 강이 흐르고, 용두레 우물에서 물을 긷는 그곳은 바로 만주 용정입니다. 지금은 연변 자치구 안의 용정시입니다. 이곳은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이기도 하고, 홍범도 장군, 서일 장군 같은 독립군을 길러낸 곳이며, 시인 윤동주의 고향이며, 그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 용정에는 민족혼을 길러주고자 설립된 ‘명동학교’가 있었습니다. 이 학교의 설립자인 김약연 목사는 “나의 행동이 나의 유언이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다 합니다.
남의 땅 만주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내면서도, 조국 광복을 꿈꾸었던 분들을 생각하며 선구자 노래를 불러 보노라니, 마음이 울컥합니다. 이(利)가 아니라 의(義)를 따라 살아가셨던 신앙의 선배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이분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