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을 가다 - 에티오피아 커피 시장 커피 발상지의 자부심 ‘마르카토’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29.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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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장을 가다
에티오피아 커피 시장
커피 발상지의 자부심 ‘마르카토’
동아프리카 최대의 오픈 마켓 마르카토 전경.
아프리카의 허브, 에티오피아
세계 지도를 펴놓고 아프리카를 찾아보면 북동쪽 근방에 뾰족한 뿔 모양을 한 나라 에티오피아가 보인다. 에리트레아, 지부티, 수단, 남수단, 케냐, 소말리아가 에티오피아의 이웃 나라들이다. 과거에는 에리트레아와 지부티, 소말리아,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일부까지 에티오피아 영토인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륙국이 되어 밖에서 들여오는 물건들은 모두 이웃나라들의 항구를 통해야 한다.
에티오피아의 정식 국명은 에티오피아 연방민주공화국(The Federal Democratic Republic of Ethiopia)으로, 대한민국의 5배 정도 되는 땅덩어리에 현재 1억 명이 살고 있다. 사계절이 있지만 눈이 오지는 않는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영국이나 프랑스 등 강대국의 오랜 식민지 경험이 있는 데 반해 에티오피아는 그런 경험이 없어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고유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공식 언어는 영어와 암하릭어(Amharic, 현지어로 ‘아마릉냐’)로 간판 등에 영어와 암하릭을 병기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 입구의 표지판. 모든 간판이나 표지에 암하릭과 영어가 병기되어 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는 에티오피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평균 해발고도가 2,300~2,500m 정도의 고지대이다. 말라리아에 대한 걱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고지대이다 보니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안내가 나오자마자 바로 땅을 밟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디스아바바’의 ‘아디스’는 암하릭어로 ‘새로운’, ‘아바바’는 ‘꽃’을 의미한다. 아디스아바바에는 약 34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암하라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다민족 국가인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3대 종족은 암하라족, 오로모족, 티그레이족이다. 암하라족 인구는 전체의 27% 정도이며, 인구 규모로 보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가의 중심 민족으로 에티오피아에서 사회문화적인 영향력이 크다.
아디스아바바는 아프리카의 제네바라 할 수 있는 곳으로 뉴욕, 브뤼셀, 제네바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외교공관이 많다. 한국에서는 자주 접하기 힘든 나라를 비롯해 100여 개가 넘는 대사관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있다. AU(African Union), UNECA(UN Economic Commission for Africa) 등 주요 국제기구가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커피의 요람 에티오피아
커피 하면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나 콜롬비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커피의 발상지는 에티오피아다. 커피콩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한데 상업적으로 중요하게 분류되는 커피는 두 가지로, 아라비카 커피와 로부스타 커피다.
아라비카 커피는 주로 고산지대에서 생산되고 냉해에 약하며, 손이 많이 가는 커피다. 그러나 같은 양의 로부스타에 비해 카페인이 적고, 향이며 맛이 우수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이에 비해 로부스타 커피는 저지대에서 생산되고, 사람 품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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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부스타 커피나무 <출처: (cc) Okkisafire at Wikimedia.org> 2 아라비카 커피나무 <출처: (cc) FCRebelo at Wikimedia.org> |
로부스타 커피는 가격이 싼 덕분에 주로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사용된다. 커피 생산국들 중에는 아라비카 커피 혹은 로부스타 커피만 생산하는 나라가 있고, 두 가지 모두를 생산하는 나라가 있다. 에티오피아는 로부스타 커피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다.
에티오피아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의 커피 중 아라비카 커피의 고향으로, 서남부의 커피 산지 ‘카파(Kaffa)’는 커피가 처음 발견된 지역이다. 이런 이유로 커피(Coffee)의 어원이 카파에서 유래했다고 보기도 한다. 카파 근처의 짐마(Jimma)를 커피의 고향으로 소개하는 자료들이 많은데 카파에는 ‘카피노노’, 혹은 ‘카피초’1)를 말하는 카파인들이 살고 있고, 짐마에는 ‘오로믹야’ 혹은 ‘오로미파’2)를 쓰는 오로모 사람들이 다수를 이룬다.
커피를 마시는 풍경도 두 지역이 많이 다른데 커피를 마신 역사가 오래된 카파 쪽이 훨씬 다양한 커피 문화를 가지고 있다. 2010년 6월 카파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되는데, 한국의 광릉수목원도 같은 해에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카파가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카파 지역을 5,000종이 넘는 야생 식물종 유전자의 보고(寶庫)로 세계에 알렸다. 실제로 카파에 가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야생 커피를 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커피를 ‘분나’라고 하는데 카파에서는 특히 ‘부노’라고 부른다.
야생에서 자라는 커피 열매
한국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중에 ‘모카(Mocha)’라는 것이 있는데 모카커피로 유명한 곳이 에티오피아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에는 ‘모카’라는 지명이 없다. 이는 에티오피아의 커피가 예멘의 항구도시인 모카 항을 통해 유럽 각지로 수출되면서 유럽 사람들이 항구 이름을 따 모카커피라고 부른 데서 기인한다. 커피벨트에 모카커피 생산지역으로 에티오피아와 예멘을 동시에 표기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커피는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회귀선 25도 사이에서 주로 자라는데 이를 ‘커피벨트’라고 부른다. 에티오피아와 예멘, 두 지역의 커피는 모카라는 말 뒤에 ‘하라르’, ‘김비’ 등의 커피 산지명을 붙여 구분한다. 참고로, 예멘은 아프리카 대륙이 아니라 홍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아라비아 반도에 있다.
에티오피아의 독특한 커피문화, 커피 세리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