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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코스 계획에 따라 ‘레포츠공원 → 할미봉 갈림길 → 연어바위 → 연어봉 → 방아다리바위 → (할미바위 → 할미봉 →) 로프 → 서봉 → 신선봉 → 924봉 → 마패봉 → 조령3관문 → 고사리주차장’의 9.5km 구간을, 6시간 30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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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神仙峰]
높이: 966m
위치: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신선봉은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과 괴산군 연풍면에 걸쳐 뻗어있다. 수안보온천에서 동남 쪽으로 5㎞지점에 우뚝 솟아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인근에 월악산, 주흘산, 조령산 같은 명산이 둘러싸고 있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신선봉 북쪽과 남쪽에는 각각 예부터 이름난 두 줄기 길이 있다.
북쪽의 길은 신라가 국력의 팽창에 따라 북진 정책을 위해 이곳 백두대간에 처음으로 뚫은 하늘재(지릅재)요, 남쪽의 길은 조선 시대에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 보러 서울로 올라가던 그 유명한 문경새재 고갯길이다.
당시에 [황간의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과거에 떨어져 버리고, 풍기의 죽령을 넘으면 대나무처럼 미끄러져 과거에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문경새재를 넘는다]는 속말이 떠돌았다고 옛이야기는 전한다.
한편 하늘재는 평강 공주와의 로맨스로 삼국 혈전사의 한 장을 빛낸 온달 장군이 신라에게 빼앗겼던 [계립현과 죽령 서쪽 땅을 되찾기 위해 출전했다가 단양군 영춘면 하리 소재의 아단성- 근래 들어 온달산성이라고 불리는 석성에서 전사한 바 있는 바로 그 계립현으로서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석문리와 경북 문경시 관음리를 잇는 해발 500m의 고갯길이다.
새재 고개마루에는 사적 147호로 지정된 제3관문 조령관이 있다. 조령관은 예부터 교통의 요지요 군사적 요충이어서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장부 1인이 능히 만 명의 적을 막을 수 있는 천험의 요새인 이곳을 포기하는 대신 열세의 군사력으로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싸우다가 패퇴한 사실은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마역봉[馬驛峰]/먀패봉
높이: 925m
위치: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마역봉(마패봉)은 암행어사로 이름난 박문수가 조령관 위 봉우리에 마패를 걸어놓고 쉬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령관(제3 관문)을 사이에 두고 깃대봉과 마주하며 충북 쪽으로 신선봉과 맞닿아 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산으로 지도에는 마역봉이라 기록되어 있으나 이 지방에서는 마폐봉이라 부르고 있다.
오르는 길은 잘 나 있으나 조령관(3관문) 군막 터를 지나 성벽을 따라 오르는 길도 있다. 오르는 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하며 내려가는 길은 여러 곳이 있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 토요일인 7월 8일은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진행하는 월악산 국립공원 신선봉, 마패봉 산행에 동행할 예정이다. 4,444개의 산이 있는 한국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봉우리나 산이 많은데, 신선봉 또한 웬만한 규모의 산에는 하나씩 있는 봉우리 중 하나다. 애초 월악산 국립공원 내에 신선봉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같이하는 산악회를 통해서다. 2019년 산악회 게시판에서 이번과 같은 산행을 발견하고, '신선봉?' 자고로 신선봉이라 하면, 신선이 놀던 봉우리라는 뜻이라 바로 '한국의 산하'에서 검색해, 소개문을 보고, 여기는 반드시 가봐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산행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라고 해봐야, 산악회의 공지를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했지만,
신선봉이 '까만 소' 인증 대상도 아니고, 연계하는 마패봉은 백두대간 상에 있으나, 신선봉은 그것도 아니라, 찾는 등산객이 없어, 이후 안내산악회에서 공지를 거의 보지 못했다. 공지가 올라와도, 성원을 채우지 못해 취소! 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주변 봉우리 몇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르기로 하고 계획을 세워 먼저, 마주 보고 있는 북바위산을 다녀왔다[산행기]. 그리고 신선봉은 정히 갈만한 산이 없을 때 갈 생각으로 저장해 두었는데, 우연히 산악회 게시판을 구경하다가 공지를 발견하고 신청했다. 그런데, 이미 같은 산악회의 같은 날짜 천고지 백석봉 산행을 먼저 신청한 상태였다. 물론 두 산행 다 아직 성원을 채우기 전이라, 성원을 채우고 출발하는 산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둘 다 출발하면, 당연히 천고지 백석봉!
기대와는 달리, 신선봉은 성원을 넘어 만원에 가깝고, 백석봉은 성원 직전에서 신청과 취소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더니, 출발 여부를 결정하는 목요일 오후 최종 12명 신청으로 마감했다. 말인즉 취소됐다는 얘기다. 실은 백석봉 신청이 저조하고 몇이 취소하는 걸 보고, 카페 주인장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문자를 보냈고, 백석봉은 어려울 거 같다는 답을 받았다. 해서 다음에 다시 진행해달라고 부탁했고, 원하는 날짜가 있냐고 해서 추석 전 주인 9월 23일이나 24일이면 좋겠다고 했다. 고로 그 시점으로 연기됐다. 물론 그때라고 성원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곤 보장 못 해, 최악의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올 생각도 있다. 어쨌든 날짜가 겹친 꼭 가고 싶고 가야만 하는 두 산행은 산 친구들이 결정한 월악산 국립공원의 신선봉, 마패봉 산행으로 정해졌다.
특별할 게 없는 산이라 산행 준비는 평소와 같다. 계곡이 있으면, 아큐아슈즈를 신고 갔겠지만, 암릉과 암봉이라니 그에 맞는 등산화를 신는다. 사실상 산행이 끝나는 조령 3관문은 계곡과는 거리가 먼 백두대간이라, 아쉬울 뿐이다. 비상식에 더해 신사역표 김밥을 사 간다. 현재 월악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산행 당일인 토요일은 짙은 구름에 날이 흐리고, 바람은 2~3m/s, 기온은 20도 내외가 될 거라는 예보다. 2022년 7월 31일 백두대간 연결 산행의 하나로, 조령 3관문에서 하늘재까지 달릴 때는 우중 산행이라, 주변의 경치를 전혀 보지 못했는데[산행기], 이번에도 조망은 기대하기 어려운 산행이 될 전망이다. 다행히 땡볕은 아니라, 뜨겁지는 않을 거 같지만, 75% 이상의 습도라 후덥지근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날씨에 필요한 게 계곡이다! 지난 조령산행 때 날머리인 고사리 주차장 식당에서 백숙으로 하산주를 마셨으니[산행기], 하산주야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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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의식을 치르는 동안, 산악날씨와 밤사이 산행에 어떤 변동이 생겼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3자리가 비었었는데, 다 찼다. 그리고 환급이 안 되는 시간에 한 명이 취소했다. 그도 환급이 안 되는 걸 알지만, 혹시 가고자 하는 산꾼이 있으면 가라는 배려로 보인다. 산악회 버스는 신사역 4번 출구에서 7시 10분 출발해, 불광역에서 6시 27분 열차를 타면 된다. 하지만, 마을버스가 거기에 맞춰 다니는 게 아니라,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준비해 둔 숄더힙색을 둘러메고, 버스 시간에 맞춰, 6시 3분경 집을 나섰다. 고로 불광역에 도착한 시각이 6시 8분이라, 6시 12분 오금행 열차를 타고, 6시 41분에 신사역에 도착했다.
지금 밖으로 나가봐야 앉을 곳도 없어, 그나마 의자가 있는 승차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다가, 6시 50분경 위로 올라가, 김밥을 파는 즉석 빵집으로 갔다. 그런데, 가격이 500원 올랐다. 깜짝 놀라, '가격이 올랐네요?' 했더니, 6월 내내 7월 1일부터 가격을 올린다고 공지했다는 거다. 응? 내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게 6월 17일 봉화 청옥산행[산행기] 때인데, 그때는 아무 말이 없었는데? 어쨌든 '가격이 오를 때가 됐죠!'라고 한마디하고, 현금은 김밥을 사기 위한 2,000원이 다라. 카드를 내밀었다. 그리고 산행 중 멈추지 않고, 꺼내기 좋은 위치에 김밥을 넣고, 4번 출구로 나가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꾼이 보인다. 오늘 여기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는 한 대에 불과해 산꾼도 많지 않다. 그리고 조금 지난, 7시 3분경 그 한 대의 버스가 도착해 다들 차로 향했다.
7시 10분이 조금 지나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는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려, 8시 30분에 충주휴게소에 도착했다. 천등산 휴게소는 많이 들렸어도, 충주는 처음인 거 같아, 버스에서 내려, 이 휴게소의 주제가 뭔지 소공원으로 가봤다. 중앙탑이다. 충주 휴게소는 기억에 없으나, 중앙탑 모형은 생각난다. 고로 처음이 아니다! 모형이 기록으로 남길 정도의 만듦새가 아니라, 급하지는 않으나, 바로 화장실로 가 볼일을 보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며 주차해 있는 버스의 목적지를 둘러봤다. 나란히 선 붉은 계통 색깔의 버스 두 대는 한국 최대의 안내산악회 소속으로 목적지가 ‘조령산’으로 같다! 조령산행이 호황이라 두 대의 버스가 동원된 건 아니고, 한 대는 대간 팀이고, 다른 한 대는 일반 산행으로 이화령에서 조령3관문까지 같은 코스를 달린다. 당시는 목적지인 '조령산'만 보고 그렇게 믿었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준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지도다. 지도를 받자마자 산악회 카페의 공지와 다른 게 뭔지 확인했다. 공지에는 없는 B 코스가 보인다. 연어봉이 아니라 할미봉으로 가는 코스다. 거리는 짧아질지 모르나, 오히려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구간으로 보인다. 산행 전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보며, 두 코스 중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연어봉을 택했다. 다만, 할미봉 왕복은 결정하지 못했는데, 지도를 나눠 준 후, 인솔 대장이 코스를 설명하는 중 할미봉 왕복이 600m니, 다녀올 산꾼은 그 거리와 시간을 고려하라고 했다. 지도에서는 할미봉의 위치가 1km가 넘어 보여, 망설였는데, 600m라니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고 10km가 채 안 되는 거리라, 5시간이면 충분하나, 후덥지근한 날씨라 쉬엄쉬엄 가라고 6시간 30분을 책정했다는, 대장의 말을 듣고, 할미봉 왕복에 대한 의지를 굳혔다.
8시 50분경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9시 10분이 넘어서자, 익숙한 곳으로 접어든다. 이 동네 산도 많이 다녀, 이제는 도로가 익숙하다. 그리고, 길을 잘못 들어 좁은 도로에서 방향을 바꾸는 묘기를 부린 후 9시 27분경 들머리인 레포츠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3분가량 빠르다. 물론 4시 마감은 변함이 없다. 인솔 대장이 소요 시간을 6시간 30분으로 한다고 했을 때, 목표를 4시간 30분으로 잡아, 목표 마감을 2시로 설정했다. 남은 2시간은 지난 1월 조령산행 때 백숙을 먹었던 식당에서 하산주를 즐길 예정이다. 어쨌든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고, 핸드폰과 스마트워치의 등산 앱을 기동하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물론 들머리의 고도를 확인하는 걸 잊지 않았다. 382m다! 오차를 고려하면, 360m 내외, 신선봉의 높이가 967m니, 표고차는 600m가 조금 넘어, 높이만 고려하면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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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주변 파악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조금 위에 있는 고사리 주차장으로 떠나는 버스를 바라보다가, 벌써 저만치 가고 있는 앞선 산꾼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신선봉까지 4.2km! 10km가 안 되는 거의 환 종주나 다름없는 산행에서 4.2km면, 신선봉 도착은 산행 끝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조령 3관문에서 고사리 주차장까지는 2.2km에 달하는 포장도로라, 실제 산행 코스는 8km도 채 안 된다. 고로 가성비를 따지는 등산객에는 내키지 않는 산행이다. 인증 대상 하나 없으니, 인증꾼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안내산악회가 찾지 않는 산행 코스라, 신선봉 산행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31인승 버스를 가득 채운 이 사람들이 진정한 산꾼이다. 그리고 그들 덕에 벼르고 별렀던 신선봉에 오를 수 있게 됐다.
9시 33분, '연어봉 (50분)' 이정표를 지나, 9시 34분 할미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에 서 있는 '연어봉 등산 안내도'를 보며, 일행 몇이 코스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안내도 기둥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연어봉 2.2km', '할미봉 1.8km'의 이정표가 붙어 있다. 당연히 오른쪽을 택하면, 0.4km가 짧다! 대부분 산이 짧은 코스가 더 힘든 법이다. 그런데, 짧다는 이유로 할미봉을 택하는 몇몇 산꾼은 오른쪽으로 갔고, 나머지는 연어봉 방향으로 계속 직진했다. 그런데 간밤에 비가 많이 내렸는지, 등산로 주변의 풀은 비를 머금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후미에 있어, 앞선 일행이 다 쓸고 간 덕분에 바지나 등산화가 젖는 일은 없었다. 다만, 등산로도 군데군데 진흙탕이라, '아쿠아슈즈를 신고 올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잠깐씩 들었다. 그 생각도, 암릉에 도착해서는 '그래, 암릉 전용 등산화를 신고 오기 잘했다!'로 바뀌었지만. 당연히 평소라면 물 구경하기 힘들었을, 작은 도랑도 물이 넘쳐, 징검다리의 도움 없이는 건너는 게 쉽지 않았다.
개울을 건너자, 급경사가 시작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로 오르니, 수안보 갈림길이다. 갈림길 이정표에 따르면, ‘연어봉 0.3km’, ‘수안보 2.5km’라, 수안보가 보이는지 그 방향으로 조금 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마을이 보인다. 수안보다. 제대로 보이지는 않으나,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연어봉으로 향하는데, 저 앞 구름 사이로 언뜻 모습을 드러낸 신선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있어 그것도 찍었다. 물론 신선봉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산세나, 방향으로 그렇게 짐작할 뿐이다. 기록을 남기고 조금 더 올라가자, 본격적인 암릉의 시작이다. 그리고 바위 하나가 누워있다. 일행 사이에서 연어바위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산행기의 사진에서 본 모습과는 다르다. 고로 연어 바위가 아니나, 그래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은 후 다시 암릉을 따라 위로 올라가자, 한국 산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돌탑이다. 이 또한 사진 찍고 계속 위로 오르니, 등산 앱이 연어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위로 가려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위를 보니, 일행이 한 바위 앞에 모여 있다. 연어바위다! 해서 동영상 찍는 걸 보류하고, 그 바위로 접근해 그 모습을 관찰했다. ‘흠, 연어라?!’ 버스에서 대장이 언급한 대로, 옆면을 보고 연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장은 앞이나 뒤에서 봐야 그나마 연어같다고 했는데, 앞을 봐도, ‘연어라고?’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다는데,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고, 연어바위를 기록으로 남기고, 동영상을 찍으며 연어봉으로 향해, 10시 18분 평상이라 불러도, 좋은 갑판 끝에 '충주산찾사'가 세운 가벼운 양철로 만든 정상 표지가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같이 온 산꾼들은 ‘정상을 망쳤다!’라고 생각하는 거 같지만, 어쨌든 수고한 '충주산찾사' 회원을 생각해, 일행 중 한 명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정상의 전경을 사진 찍고, 연어봉을 떠나, 신선봉으로 향해 200여 미터를 가니, 저 앞으로 밧줄을 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일행이 보인다. 자세 잡는 게 쉽지 않아 망설이는 분위기라,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궁금해하며, 가까이 접근해 보니, 여기에 왜 밧줄을 설치했는지 정말 궁금했다. 밧줄이 없으면 가볍게 내려갔을 바위를, 밧줄 덕분에 어떤 자세를 잡아야 할지 고민하게 했다. 밧줄 따위는 무시하고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앞선 일행이 바위가 만든 짧은 굴로 기어가고 있다. 여기에 오는 산꾼은 통과해야 하는 문 같다. 그렇다고, 굳이 짧지만, 좁은 바위 터널을 모두가 기어 지날 이유가 없어, 위로 지나갔다. 그곳을 지나자 다시 오르막이다. 그리고 전망대로 생각되는 바위가 있어 올라가 보니, 예상대로다. 진행 방향은 보이지 않으나, 지나온 연어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어봉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하자, 이번에는 북쪽인 월악산 방향의 전망대다. 물론 그걸 사진으로 남겼다. 처음 사진의 구름에 가린 게 '월악산' 그 앞이 '북바위산'! 아쉽게도 정상에 가려, 북바위산이라는 이름이 있게 한 북바위는 안 보인다. 월악산과 북바위산을 기록으로 남기고, 위로 오르니, '신선봉 0.8km' 이정표가 나타났다. 현재 시각 10시 50분. 그런데, 그 이정표가 지시하는 등산로는 암릉 아래로 지나고 있다. 아무리 봐도 암릉도 훌륭한 등산로인데, 굳이 우회로를 만든 이유가 궁금해 우회로를 버리고 바위 능선으로 3분가량 가자, 다시 이정표다. 그 이정표에는 '연어봉 1.1km', 들머리인 '레포츠 공원 2km'의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무언가 이상해 주위를 둘러보니, 바위가 있고, 그 앞 나무에 명패가 매달려 있어, 명패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접근해서 보니, '방아다리바위 818m'다. 연어바위와는 달리 '디딜방아'가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볼 수 있다.
818m면 이번 산행에서는 꽤 높은 봉우리고, 정상 주변에 가리는 게 없어, 전망대로도 제격이다. 해서 방아다리바위 옆으로 가 주변을 둘러봤다. 왼쪽으로 보이는 암봉이 신선봉, 그 오른쪽이 마패봉으로 보인다. 위치나 높이나 신선봉은 정확해 보이는데, 마패봉은 긴가민가하다. 그 뒤로 보이는 연봉이 부봉, 그 뒤가 탄항산 같은데?! 그건 그렇고, 왼쪽에 보이는 게 신선봉이면, 할미봉은? 할미봉 갈림길은 어디에? 할미봉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데, 일행이 하나둘 올라와, 혹시 아래에 갈림길이 있는지 물었다. 있단다. 예상대로다. 앞선 이정표에서 지시한 우회로로 갔으면 만났을 갈림길을 암릉으로 오는 바람에 지나쳤다. 말인즉, 암릉은 방아다리바위로 직진, 우회로는 할미봉 갈림길을 거친다. 해서 갈림길로 내려갔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고, 왕복 600m에 불과하다니, 당연히 할미봉에 다녀오기 위함이다.
갈림길에 도착해, 이정표를 보니, 할미봉 방향에는 할미봉이 아니라 '레포츠 공원 1.5km'다. 그러니, 중간에 만난 일행이 ‘어디 가냐?’고 물어, 할미봉 간다고 하자, 오히려 할미봉이 반대 방향이냐고 되물어 '뭐지?' 했는데, 그의 반응이 이해된다. 물론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레포츠 공원이 할미봉을 거쳐 간다는 걸 알 수 있지만, 힘들어 죽겠는데, 누가 머리를 쓰려고 하겠는가?! 어쨌든 할미봉 방향으로 가다 보니, 비록 무게는 얼마 되지 않으나, 숄더힙색을 메고 갈 이유가 없어, 길을 멈추고 그걸 벗어 핸드폰과 삼각대를 꺼낸 후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가며 왼쪽 낭떠러지 방향을 보니, 저 앞의 암봉이 할미봉으로 보여 전망대에 올라,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바로 아래 저수지와 뒤로 보이는 마패봉과 부봉, 탄항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도.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할미봉을 향해 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갔다. 그런데 암릉을 오르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정상 방향에서 일행으로 생각되는 산꾼들의 대화가 들리는데, '쪽 찐 머리'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쪽 찐 머리? 아, 산행기에서 '할미바위'를 본 거 같다. 간신히 암릉에 올라 할미바위로 생각되는 바위를 지나, 11시 4분 정상에 도착했다. 연어봉과는 달리 제대로 된 정상석이 있어, 먼저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으려는 순간, ‘레포츠 공원’ 방향에서 올라오는, 우리 일행이 아닌, 등산객이 있어, 그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줄까 물어보니, 일행이 있다며, 괜찮다고 해,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방아다리로 돌아가려고 돌아서자, 정상 바로 옆 바위가 사람의 모습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요즘은 보기 힘든 쪽 찐 머리다. 할미봉이라는 이름이 있게 한 '할미바위'다!
할미바위를 확인하고, 걸음을 돌려 방아다리로 돌아가다, 중간에서 한 무리의 산꾼과 할미봉으로 향하는 인솔 대장을 만났다. 대장은 나를 보자마자, '배낭 잘 있습니다!' 해, '그렇습니까?' 했다. 바위에 올려둔 배낭을 본 거다. 지난 각회산행 때 정식으로 인사 후 코로나 이전, 같이 했던 산행에 관한 얘기를 나눠 친숙한 사이가 됐다. 그와 헤어져 그의 말 대로 잘 있는 배낭을 둘러메고, 방아다리로 향해, 11시 11분 연어봉 갈림길을 통과하고, 11시 14분에 방아다리바위에 도착했다. 그사이 구름이 접근해 신선봉 정상을 감췄다. 더 늦으면 정상에 도착했을 때 구름 속이라 주변을 조망할 수 없을 거 같아, 서둘러 신선봉으로 향하려고 보니, 이정표에 신선봉 방향으로는 어떠한 정보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옆 나무에 '출입 금지 등산로 아님' 경고문이 매달려 있다. 국립공원 내에서 신선봉이 비법정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대해 들머리인 레포츠 공원에 아무런 안내가 없어,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 길목인 방아다리바위봉에는 경고문이 있어, 헷갈린다. 그렇다고 안 갈 건 아니지만.
신선봉이 새롭게 발견한 암릉과 암봉이라, 처음부터 기록으로 남기는 게 좋을 거 같아, '출입 금지' 경고판을 지나는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기 시작해,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촬영했다. 그러다 전망대가 있으면 걸음을 멈추고, 촬영을 중지하고 사진을 찍은 후 다시 촬영했다. 그중에는 마패봉 뒤의 연봉인, 운무에 싸인 부봉의 모습과 뒤로 보이는 저수지도 있다. 그런데 저수지 위 주차장에 세 대의 버스가 주차해 있어, 자세히 보니, 우리가 타고 온 차와 휴게소에서 만나 다른 안내산악회 차다. 고로 저기가 날머리인 고사리 주차장이다. 그리고 보니, 할미봉으로 향하며 저수지를 기록을 남길 때도 버스가 있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부봉 앞 마패봉으로 간 다음, 조령 3관문으로 내려가 주차장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지도가 그려지지 않는다. 이화령부터 하늘재까지와 북바위산, 레포츠 공원에서 마패봉에 이르는 코스가 뒤죽박죽이라 혼란스럽다.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는 건 포기하고, 암릉을 즐기며 신선봉으로 향하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정표에 의하면, ‘신선봉 0.8km’, ‘레포츠 공원 1.7km’, 탈출로 중 하나다. 다만, 앞의 봉우리가 신선봉이라 믿고 있었는데, 800m 거리면, 아니다. 신선봉은, 앞에 보이는 봉우리, 뒤다. 그럼, 앞의 봉우리는? 해서 지도를 찾아보니, 과거 지도에는 ‘930봉’, 최근 지도에는 ‘서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선봉으로 알고 있던 암봉은 서봉이다. 그리고 아직 신선봉은 보지 못했다. 연속된 암봉이라는 걸 확인하자 즐거움이 배가된다. 전진할수록 가까워지는 마패봉에서 탄항산에 이르는 백두대간과 뒤돌면 보이는 방아다리바위봉과 할미봉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밧줄을 무시하고 암벽을 기어올라, 인기척이 들리는 곳에 도착해 보니, 일행 중 여성이 몸에 좋은 산부추라 주장하는 풀을 네 명의 남성이 굳은 표정으로 맛보고 있다. 그걸 보고, 웃으면 몇 마디 거들고, 권하기 전에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 암벽을 기어올랐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네발로 암벽을 기어오르는 중간중간 뒤돌아 휴식을 취하며, 할미봉부터 방아다리바위봉으로 다가오는 운무를 구경하다가 당연히 그걸 사진으로도 남겼다. 마지막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면 서봉 정상에 올라서자, 정상에 누워 운무에 싸인 백두대간을 감상하던 청춘이 놀라서 일어난다. 그러고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운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권한다. 말인즉 자기를 찍어달라는 거로,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어, 그러라고 하고, 그가 권하는 대로 자세를 잡고 인증을 남겼다. 물론 그 친구의 인증도 찍어주고. 이후 신선봉에서도 둘이 상부상조했다. 그 청춘 말에 의하면, 백두대간을 둘러싸고 있는 운무가 너무 좋아 20분 동안 누워서 감상했다고. 그 친구가 원했던 인증을 찍어 주고 서봉을 떠나 앞에 보이는 진정한 신선봉을 향해 갔다.
신선봉에 오르기 위해서는 서봉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그 길목에 금줄이 쳐져 있고, '출입금지' 경고문이 매달려 있다. 신선봉으로 가는 걸 막는 건지, 길이 위험하니 우회하라는 건지 명확하지 않아, 다른 길이 있는지 살펴봤다. 잘 보이지는 않으나, 우회로가 있다. 고로 후자다. 도대체 얼마나 위험하기에 못 가게 하는지 위에서 살펴봤으나,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아, 가지 말라는 암벽으로 내려가자,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여기 또한 탈출로다. 정상까지는 0.2km! 역시 운무와 어울린 백두대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위로 올라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그 음성을 듣자마자, 지금까지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왔지만, 정신을 집중해 촬영하며 올라, 11시 54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상석은 정상인 바위가 아니라 그 밑에 있다. 어차피 인증 수단일 뿐이니, 어디에 있든 큰 의미는 없지만.
서봉에서와 같이 역시 전망 좋은 바위 정상에서 운무에 싸인 백두대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좀 더 감상하겠다는 청춘을 남겨두고 마패봉으로 향했다. 신선봉을 떠나며, 생각해 보니, 목표한 2시까지 고사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문제는 아침에 산 김밥이다. 배가 고프지는 않으나, 이대로 남겨가면 상할 거 같아, 여기서 하산하는 중에 먹어 치우기로 했다. 해서 김밥을 꺼내 먹으며 내려가는데, 이 암릉도 만만치 않다. 곳곳에 오르지 못하게 금줄로 막았지만, 그렇다고 안 오른다면, 여기 온 의미가 없다. 그렇게 암릉으로 마패봉으로 향하는데, 12시 15분 전망대로 제격인 바위가 있어 올라가자, 절경이 펼쳐진다. 마패봉 너머로 운무에 둘러싸인 부봉 연봉과 백두대간이다. 그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기며, 잠깐 서서 감상했다. 왼쪽에서부터 '924봉', '마역봉/마패봉', '부봉 연봉(6봉)', 그 뒤가 주흘산인지 탄항산이지는 명확하지 않고, 부봉과 마주 보고 있는 게 백두대간 깃대봉이다. 이화령에서 조령산 종주를 시작하면, 마지막 봉우리로 그 밑이 조령 3관문이다.
감상을 끝내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등산로를 따라 마패봉으로 향해, 12시 23분 924봉 직전 조령산 휴양림으로 향하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마패봉까지 남은 거리는 0.9km! 그런데, 마패봉 길목에 출입 금지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추락 및 낙석 발생 구간'이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제야 궁금증이 해결됐다. 신선봉이 금지구역이 아니라, 마패봉에서 휴양림 갈림길까지 0.9km가 금지구역이다. 저 플래카드를 넘어서는 순간 양지에서 음지로 들어가는 거다. 양지, 음지를 따지지 않는 인간이라, 그걸 지나 924봉으로 향하는데, 핸드폰이 알람을 울려 확인했다. 등산 앱의 만보기다. 제 혼자 알아서 기동하고 계산하는 앱! 불법 아닌가? 어쨌든 12시 31분경 924봉 정상에 도착해 앞을 보니, 운무가 마패봉을 덮고 있다. 서봉에서 신선봉으로 향할 때부터 간간이 가랑비가 내렸으나, 땀을 식히는 비라 반가웠는데, 마패봉을 덮고 있는 비구름은 가랑비에서 끝날 거 같지 않아 서둘렀다.
시루떡 모양의 바위를 기록으로 남기며, 통행을 금지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등산로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자, 등산 앱이 마역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그 시각이 12시 48분으로 올라야 할 봉우리는 다 올랐다는 얘기다. 거기서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가니, 정상 직전 역시 '출입 금지'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낀다. 저 플래카드는 작년 백두대간 산행 때 확인한 거라 새삼스러울 건 없다. 그래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그걸 찍고 있자,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노년의 산꾼이 우리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한마디 해 같이 웃었다. 그런데, 당시 신선봉으로 향하는 길목의 바닥에 놓여 있던 '신선봉 1.2km'의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없다! 요원이 치웠나?
정상석을 배경으로 노년의 산꾼과 서로의 인증을 찍은 후 다시 그 이정표를 찾느라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자, 먼저 내려가 씻겠다며, 떠나는 산꾼에게 어디서 씻을 건지 묻자, 비가 내려 휴양림 계곡은 물이 있을 거라며 갔다. 역시 늙은 생강이 맵다. 경험이 중요하다. 휴양림 계곡은 생각을 못 했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뒤졌지만, 신선봉 이정표는 찾지 못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이번 산행을 처음 계획할 때는 지도를 보고 여기서 조령 3관문이 아니라,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오른 적이 있는 백두대간이 아니라, 지름길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르기만 했지, 내려간 적은 없어, 백두대간을 따라 반대로 내려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는 판단에 생각을 바꿨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아무리 둘러봐도 휴양림으로 가는 길이 없다! 마패봉 조금 아래에 있을 수도 있어, 운무에 싸인 부봉 연봉을 마지막으로 기록으로 남기고 조령 3관문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물론 휴양림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찾으며!
다리에 큰 돌을 끼고 떨어질 뻔하기도 하며, 빠른 속도로 내려가서인지, 휴양림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찾지는 못했다. 정확히는 이미 갈림길에는 관심이 없어, 가끔 가던 길을 멈추고 기록을 남기기는 했으나, 평소와 다름없는 속도로 내려가, 1시 14분에 성벽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후 성벽 위로 내려가, 1시 21분경 군막터에 도착했다. 조령 3관문에 도착했으니, 산행은 끝났다. 여기서부터 고사리 주차장까지는 포장 임도라, 백두대간 종주에서는 접속 구간이라 부르는데, 일반 산행에서는 산행의 연장으로 보는 게 맞나? 어쨌든 다른 산에 비해 자주 와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나는 조령 3관문이나, 기록은 남겨야 할 거 같아,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기록해야 할 간 다 기록하고, 3관문을 떠나기 전 산신에게 신고하려고, 산신각으로 가는데, 약수터가 보인다. 여기에 약수터가 있었나? 과거에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며, 산행기를 찾아보니, 2019년 1월 산행 때 약수터에 왔었으나, 가물어 마시지는 못했다는 기록을 찾았다[산행기]. 약수를 받아 마신 후, 그 물로 세수도 했다. 아쿠아슈즈라면 발도 씻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간 이유를 망각하고 3관문을 통과해 고사리 주차장으로 가다가, 정말 해야 할 일을 안 했다는 걸 깨닫고 산신각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방문할 때마다 창살 너머로 무사 산행을 감사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직접 대면하고 감사 신고를 했다. 이후 인공 폭포와 휴양림 입구를 지나, 2시 5분경 고사리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괴산 신선봉, 마패봉 연계 산행을 종료했다. 아, 내려오는 길에 휴양림으로 흐르는 계곡에 무릎까지 담그고 열기를 식히고 있는 산꾼에게 약수터에서 씻었다는 말을 남겼다.
3
식당 앞 수돗가에서 발을 씻기 위해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고, 숄더힙색과 짐도 버스에 두기 위해 차로 갔으나 문이 닫혀 있다. 해서 기사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려고 문의 창으로 내부에서 기사를 찾으나, 없다! 하긴 더워 죽겠는데, 시동도 걸지 않은 버스 문을 닫고 내부에 있을 기사가 어디 있겠나? 기사의 행방을 모르니, 애초 계획했던 일은 포기하고 그 상태 그대로 주차장 옆의 '암행어사'로 갔다. 그리고 차림표를 확인했다. 1월 조령산행 때는 친한 인솔 대장이 세팅해, 차림표를 자세히 보지 않아 몰랐으나, 모든 식사는 2인 이상이다. 혹시나 해서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순두부는 1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안주 쪽을 보니, 두부김치가 만만해, 그걸 주문하고, 밖에서 먹어도 되는지 묻고, 외부 식탁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외부 식탁으로 가기 위해 식당 앞의 평상을 지나는데, 그 위에서 식당 주인장의 시부모로 보이는 두 노인네가 더덕을 까고 있다. 해서 외부 식탁에 짐을 두고, 식당으로 돌아가 혹시 두부김치가 조리 중인지 물었다. 이유를 묻기에, 더덕구이로 바꾸려고 한다니, 조리에 들어갔지만, 바꾸라고 해, 고맙다고 인사 후 소주는 뭐가 있는지 물었다. 이슬이가 유일하다. 대한민국은 이슬이로 통일 중이다! 해서 냉장고에서 이슬이를 꺼내자, 주인장이 웃으며 안주용 밑반찬 두 가지를 준다. 그걸 들고 식탁으로 돌아와 한잔하려는데, 주인장이 두부를 포함 밑반찬을 더 가져온다. 두부는 조리가 된 거라며, 맛 좀 보란다. 고맙다고 인사 후 그것들을 안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며 이슬이를 들이켰다.
시간은 남아돌고 할 일은 없어, 두부와 밑반찬을 안주로 이슬이를 홀짝이며 창밖을 보니, 나란히 주차한 3대의 버스가 보인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같은 산악회의 두 대 중 한 대가 휴게소에서 본 버스와 색깔이 다르다. 고로 다른 버스다. 궁금중은 못 참아, 바로 국내 최대 안내산악회 사이트로 들어가 오늘 출발한 버스의 목적지를 확인했다. 대간 2팀이 고사리 주차장이 날머리다. 이화령에서 출발한 북진팀, 하늘재에서 출발한 남진 팀이 조령 3관문에서 우연히 만났다. 잘되는 집은 이런 흔치 않은 일도 발생한다. 그럼, 이화령에서 시작한 일반 산행 팀까지 3대여야 하는데, 두 대다. 버스가 늦게 올 일은 없어, 목적지를 다시 확인해 보니, 조령산+주흘산으로 신선암봉, 조령 3관문까지 달리는 게 아니어서 버스는 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에 있다.
궁금증을 해소해 기쁜 마음으로 이슬이를 들이켜고 있자, 더덕구이와 밥이 나왔다. 처음 더덕구이를 주문하지 않았던 건, 양이 많아 남길 거 같았기 때문인데, 적당한 양이다. 그래도 이슬이 3병은 비울 양이지만! 주 안주와 밥도 나와 최대한 시간을 끌며 이슬이를 마시고 있자, 일행이 하나둘 도착해 식탁을 채운다. 그런데, 다른 안내산악회 대간 종주, 2팀의 대간꾼은 하나도 안 보인다. 분명 조령 3관문 약수터에서 그중 한 명과 만나기도 했는데, 중간에 다른 식당으로 들어간 건가? 해서 다시 사이트로 들어가 시간을 확인했다. 둘 다 마감이 4시 30분이다. 소요 시간은 하늘재에서 출발하는 남진 팀이 6시간 30분, 이화령에서 출발한 북진 팀이 7시간이다. 아직 도착할 시간이 아니다. 조령 3관문에서 만난 대간꾼은 꾼 중의 꾼이다.
창밖의 주차장에 도착하는 산꾼과 대간꾼을 구경하며 이슬이를 홀짝이고 있으니, 일행 한 명이 도착해 어디선가 기사를 데려온다. 해서 마시던 걸 그대로 둔 채 버스로 뛰어갔다. 그리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밀봉한 다음 슬리퍼를 신고 내려, 식당 앞 수돗가에서 발을 씻었다. 그동안 답답했던 발까지 깨끗이 씻은 후라, 걸릴 게 없어, 마음 놓고 이슬이 두 병을 마신 후, 인솔 대장이 인원 확인하는 걸 지켜보다가, 마감 10분 전인 3시 50분경 식당으로 가 계산을 끝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버스에 탔다. 고로 2시 19분부터 3시 5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이슬이 두 병밖에 안 마셨으니, 엄청나게 인내한 하산주다. 그런데, 이번 코스가 힘들었는지, 마패봉까지 달리지 않고, 중간에서 휴양림으로 내려온 등산객이 생각보다 많았다. 와중에 신선봉 직전의 서봉 암릉에 겁을 먹고 휴양림으로 하산한 등산객도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제대로 마감을 맞춰, 다른 안내산악회의 도착한 대간꾼이 부러워하는 가운데, 4시가 조금 넘어 서울로 출발했다
서울로 출발한 버스에서 비몽사몽간에, 앞주머니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두건이 거기 있다. 들머리에 도착해 수건 대용으로 사용하려고 분명히 챙겼다고 생각한 두건이 안 보여, 안 가져왔나 생각했는데, 코 앞에 두고도 몿 찾은 거다. 치매다! 몇 년 전에는 쓰고 있는 선글라스를 찾아, 휴식했던 곳으로 돌아갔던 일도 있다. 어쨌든 고사리 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4시 58분 여주휴게소에서 10분가량 정차한 후 계속 달려 1차로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양재와 강남, 신사 순으로 정차할 예정이었는데, 이론상으론 양재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는 게 빠른데, 기분상으론 신사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는 게 빠르게 느껴져 실제 실험해 보기로 하고, 6시 14분 신사에서 내려 집으로 갔다. 역시 이론이 맞다!
안내산악회 코스 계획대로 ‘레포츠공원 → 할미봉 갈림길 → 연어바위 → 연어봉 → 방아다리바위 → 할미바위 → 할미봉 왕복 → 할미바위 → 레포츠공원 갈림길 → 방아다리바위봉 → 로프 → 서봉 → 신선봉 → 924봉 → 마패봉 → 조령3관문 → 고사리주차장’의 9.51km(트랭글) 구간을 4시간 37분 동안 즐겼다. 이동 4시간 33분, 휴식 4분!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할 거라는 예상은 맞았으나, 날이 흐려 조망이 좋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틀렸다. 오히려 운무에 싸인 북바위산과 월악산 연봉, 이화령에서 시작하는 백두대간과 부봉의 모습이 다시 보기 힘든 장관이었다.
이번 신선봉 산행으로 대한민국의 유명한 신선봉에는 다 오른 거 같다. 아직 오르지 못한 신선봉이 있나?
연어봉에서 신선봉까지 기대 이상의 암릉과 암봉의 이라, 조령산과 함께 자주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