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교황, 바티칸 여름캠프 참가 아이들을 포옹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18일 바오로 6세 홀에서 2023년 바티칸 여름캠프 참가 어린이·청소년(5-13세) 250여 명을 만났다. 이날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가운데 교황은 손주들 사이에 있는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 캠프 진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선물을 받았다.
Rosario Capomasi
“저희의 영웅인 부모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요?” 에도아르도 군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 같이 물었다. 교황은 참석한 어린이들에게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키워준 엄마, 아빠에게 “감사합니다”를 여러 번 반복하라고 당부하며 질문에 답했다. 엘레나 양도 교황에게 질문했다. “교황님의 슈퍼히어로는 누구인가요?” 교황은 다소 감동하며 “조부모님”이라고 대답했다. “그분들은 지혜롭기 때문이죠. 그러니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해요.” 교황에게 질문을 던진 세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라파엘 군은 다소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디지털 세계에서 저희가 어떻게 영웅이 될 수 있을까요?” 교황은 디지털 세상의 유용성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되 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교황
질문을 던진 세 아이들은 바티칸에서 열리는 어린이·청소년 여름캠프에 참가하는 이들이다. 교황은 7월 18일 오전 온갖 종류의 놀이가 진행되고 있던 바오로 6세 홀에서 이 아이들을 만났다. 오는 7월 23일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만남에서 교황은 손주들 사이에 있는 할아버지처럼 온유한 사랑의 몸짓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오전 9시30분 직전에 도착한 교황이 홀에 입장하자 캠프 진행자들의 인도에 따라 아이들이 ‘예수 그리스도 당신은 나의 생명’(Jesus Christ you are my life)을 불렀다. 교황은 참석자들, 특히 아이들에게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바티칸 살레시오 공동체 책임자 겸 바티칸 박물관 및 시민보안지휘소 담당 프랑코 폰타나 신부(살레시오회)가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도록 인도했다. 폰타나 신부는 참석한 모든 이를 대표해 교황에게 환영인사를 건넸고 아이들을 연령대에 따라 “노란색”(5-7세), “녹색”(8-10세), “파란색”(11-13세) 등의 유니폼 색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후 주디타 양과 자코모 군이 교황에게 오는 8월 4일까지 진행되는 여름캠프의 의미와 목표를 소개했다. 주디타 양은 “이 멋진 경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돼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저희 캠프 진행자와 보조 진행자 모두에게도 소중한 경험이랍니다. 매일 저희에게 많은 미소와 포옹을 선물하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때문이죠.” 주디타 양은 특히 이번 캠프가 회칙 「Fratelli tutti」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교황님의 회칙은 젊은이들이 사람들을 ‘전염시키는’ 형제애를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줘요. 또 모든 이가 단순히 형제자매로 인정받고 존중받는다고 느끼며 형제적 관계의 힘, 가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저희의 여정에서 나침반 역할을 한답니다.” 주디타 양은 이 같은 여정이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신뢰, 대립보다는 대화, 오만과 이기심을 거스르는 자유롭고 선한 몸짓에 기반한 감정과 친절한 태도를 발견함으로써” 관계와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주디타 양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저희 캠프 진행자와 보조 진행자들에게 있어 저희가 캠프를 위해 하는 일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진정한 시노달리타스, 곧 함께 걷는 여정입니다. 이 경험 덕분에 저희는 사람들 사이의 살아있는 관계와 서로 형제자매가 되는 중요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보조 진행자” 역할을 맡은 자코모 군은 “이번 여름캠프를 마친 모든 아이들은 다음 캠프 때 진정한 진행자로서의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주디타 양의 말을 되짚었다. “저희가 여름캠프에 참가했을 때 캠프 진행자들은 저희의 슈퍼히어로였습니다. 저희는 그들을 본받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열정, 그들의 열성, 우리를 웃게 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만드는 그들의 역량 덕분이죠.” 자코모 군은 “그러한 이유 때문에 오늘 이 캠프 진행자 셔츠를 입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큰 선물”이라며 “우리도 진행자가 되어 이 대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책임감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슈퍼히어로’는 이날 여러 번 언급된 단어다. 이 단어는 이탈리아 래퍼 미스터 레인(Mr. Rain)이 부른 동명의 노래 제목을 나타내며, 형제가 되는 중요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참석한 아이들이 큰 소리로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노란색 팀의 일부가 교황에게 교황의 모습을 대형 컬러 만화로 그린 그림을 선물했다. 교황은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을 어루만졌다. 이어 아이들이 “영웅”이라고 쓴 종이 메달을 교황에게 건네자 교황은 즉시 그것을 목에 걸었다.
교황에게 인사하는 아이들
세 번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짧은 대화가 끝난 후 캠프 진행자 세르지오 씨와 함께 페데리카 양과 줄리아 양은 리스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 출발을 고려하여 배낭과 여름캠프 티셔츠를 교황에게 전달하고 이 같이 말했다. “그 여정에 교황님이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만남이 끝날 무렵 여름캠프 주제곡 ‘비 히어로즈(Bee Heroes): 영웅들의 팀’이 울려 퍼졌다. 교황은 바오로 6세 홀을 떠나기 전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참석자들에게 사도적 강복을 전하는 한편, 부모, 조부모, 친구들에게도 이를 전하고 교황을 위한 기도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교황은 바티칸 직원들의 자녀들을 위한 이번 여름캠프의 주인공들과 함께 통상적인 사진을 찍었다.
앞서 교황은 바오로 6세 홀에 딸린 작은 방에서 캠프 진행자와 후원 파트너들을 만나 처음부터 이 여름캠프를 믿고 워크숍과 기타 행사에 적극적으로 함께한 데 대해 감사를 전했다.
손주들 사이에 있는 할아버지 같은 교황의 모습
번역 이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