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2018년 이화영 방북 때 따로 만나
대북 창구로 안부수 아태협 회장 지목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에는 북한 고위급 인사 4명이 등장한다.
북한 정찰총국장 출신인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 리호남 국가보위성 공작원,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이다. 특히 2018년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이 김영철을 접촉한 뒤 2019년 쌍방울이 총 800만달러를 ‘이재명 경기도’의 대북 사업과 관련해 북한 측에 건넨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언론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두 차례 방북해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경기도 대북 사업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김영철이 이 전 부지사와 따로 만나 “앞으로 사업과 관련한 문제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통해 상의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이 경기도 대북 사업의 창구로 안부수 회장을 지정한 것이다. 안 회장은 같은 해 5월 북한 측에서 대동강 맥주 사업권을 따내는 등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검찰은 경기도, 아태협과 쌍방울이 ‘삼자 연합’ 방식으로 대북 사업을 진행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은 북한 광물 채굴 등 대북 사업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방북 이후 안부수 회장을 만났고, 이어 2018년 11월 경기도와 아태협이 남북 교류 행사인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를 경기 고양시에서 공동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이재명과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당시 행사 직전 이화영 전 부지사가 안부수 회장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소개했고, 행사 비용 5억원 중 2억원을 쌍방울이 아태협에 지원했다. 또 행사 기간에는 안 회장이 리호남을 김 전 회장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그 뒤로 김성태는 리호남을 최소 2차례 더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 중국 단둥에서 김성태와 안 회장이 리호남 등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가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500만달러를 쌍방울이 대신 내기로 결정됐다는 취지로 김성태가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이후 김성태는 2019년 1월 200만달러, 4월 300만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는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에서도 리호남을 만났다고 한다. 김성태가 이재명의 방북을 도와달라고 하자 리호남이 50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성태가 300만달러를 줄 수 있다고 하자 리호남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돈은 2019년 11~12월 북한 측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성태는 대북 송금이 추진되던 시기에 이재명이 자신과 한 통화에서 “고맙다”고 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는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이화영,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과 함께 ‘한국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때 이화영이 이재명과 통화하다가 자신에게 전화를 바꿔줬는데 이재명이 “고맙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성태는 또 “이화영이 ‘이재명이 쌍방울의 대북 송금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재명이 불법 대북 송금을 인지한 상태에서 대북 사업을 추진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가 500만달러를 북한에 전달한 직후인 2019년 5월 이재명은 김영철에게 자신을 포함한 ‘경기도 경제 고찰단(시찰단의 북한 말)’을 초청해 달라는 편지 형식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며 “종전 창작 실력으로 봐서 잘 안 팔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대한민국 정부, 미국 정부마저 북측과 대화를 진전할 수 없던 경색된 상황에서 경기도지사가 방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4일 장외 투쟁에 나서는데, 이 집회에 나설 인원 수를 지정하는 지침을 전국 시·도당에 하달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