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저항이 거세질 무렵 원치 않게 감기 몸살로 시달렸다.
코로나 시절도 거뜬히 코로나쯤이야....로 무탈하게 건너왔건만
약간의 몸과 마음의 방심이 산골살이 노부부의 삶자락을 허덕이게 하였다.
세월이 흘러 나이값을 하느라 앓아야 하는 병들은 이미 그러려니로 익숙하건만
새삼스럽게 찾아드는 복병들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약오르기 까지 한다.
그리고 앓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측은지심을 떠올린다.
암튼 그렇게 온갖 치레를 하며 감기 몸살을 겨우 떨궈내려는 참에 친구들과의 약속날이 다가왔다.
흘깃 남편을 쳐다보며 갈까말까?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하면서
이미 감기몸살로 입맛도 잃어 6킬로를 감기에 헌납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알다시피 집 나오면 몸과 마음은 저절로 해피바이러스를 작동시키고 외출기간동안 머물 딸네,
외손주의 반김이 먼저 기쁨으로 다가온다...그러니까 아픈 남편은 잠시 잊고마는 것이다.
여하튼 서울 나올 때는 하루도 허투루 할 수 없는 법이니 이미 스케줄은 하루도 빈틈은 없다.
그렇게 일상의 탈출은 절정에 이르러 목요일, 죽전에서 교대역 7번 출구까지 가는 일은 지옥철에 낑긴 상태로
몸과 마음도 이미 너덜너덜하였으나 그래도 지하철을 세번 갈아타야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걷고 또 걷고,
오래된 지하철들은 계단이 지옥이어도 웬만한 걷기는 문제 없을 일이나 요즘 들어 오른쪽 무릎이 아슬아슬...알고 보니
고지혈 약을 상습 목용하다 보니 간에 열이 많아져서 그렇다네?
어쨋든 엄청 힘겹게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며 교대역 7번 출구로 나갔더니 웬걸? 보인다던 던킨도넛은 보이지 않고
잠시 망서리자니 "여주야"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영득이와 희정이가 반겨준다.
"야아, 뭐래니? 약속장소 맞아? 던킨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아마도 저 골목 안에 있는 것 같은데 거긴 6번 출구더구만. 은희한테 전화 해볼게...."
겉으로 보이긴 청춘을 약간 지나간 중년의 여인들처럼 보여도 역시 우리는 칠순의 아낙들.
주어진 시간 약속만큼은 철저하게, 칼같이 지키는 친구들인지라 잠깐의 설왕설래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노여움이 슬쩍.
그랬어도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바로 깔깔대는 감정의 높이가 그야말로 널뛰는 나이든 여자들의 표본이렸다?
그런들 어떠냐 싶게 곧바로 기다리고 있던 은희의 차량에 탑승을 하고 보니 이번에 넉넉한 마음자락의 김밥천국이다.
멀리서 오는 친구들을 배려하여 김밥을 준비하고 뒤이어 영득이가 커피를 대령하고 길 떠나는 설렘은 이미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극한의 몸상태였어도 기어이 이번 워크샾에 참석했던 이유중에 하나는 "인스파이어 호텔"에서 설치한
이미 소문이 차고 넘치는 천정벽화를 보기 위해서였고 "파라다이스 호텔" 에서는
세계적인 작가 "데미안 허스트", "군츠"의 작품의 실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고 갤러리를 들려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을까 싶은 기대감이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날은 작품이 없었다.
개인적 취향이기는 하나 일단 귀한 작품들을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섭렵할 수 있다는 것을 제공받는다는 것은
최상의 워크샾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예감은 적중하였다.
하여 영종도까지 가는 동안 차량 이동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시끌벅적하게 수다발을 날려준 친구들 덕분에
화기애애한 웃음발을 장전 발사하였으며 이후로 이어진 여정에서는 배려심 넘치는 친구들의 이런 저런 선심 덕분에
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만끽하였다.
자청하여 운전대를 거머쥔 친구들, 소소한 준비를 해온 친구들, 그에 걸맞게 바람을 맞으며 함께 웃고 떠들며
나이를 잊은 청춘 소녀들의 감성이 하늘까지 닿았던 그 시간....최대치 힐링의 순간을 맛보았으며
그저 결이 맞거나 말거나 함께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매우 귀한, 행복한 순간순간이었으므로
멋진 워크샾을 기획한 친구들에게 일단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알고보면 살아온 날들이 아무리 뻑뻑했어도. 빛나고 휘황찬란 했어도 지나간 세월은 뒤켠에 두고
지금 이 순간을 최대치로 살아내는 것이 가장 멋지다는 생각도 들었다.
"살아보니 별 것도 아니더라" 라는 말이 실감나던 그 하루, 소녀시절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어서도 좋았다.
첫댓글 그랴 그동안 반대표로들 수고한 댓가를 이래들 충전들 하셨다니 정말 잘들 하셨네~!
덕분에 해피해피.
기회가 되면 찾아가보는 것도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