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一場春夢) 一 : 한 일 場 : 마당 장 春 : 봄 춘 夢 : 꿈 몽한바탕의 봄꿈이라는 뜻으로,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을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소동파(蘇東坡)는 송나라 최고의 문장가다. 그의 《적벽부(赤壁賦)》는 중국 문학 불후의 명작이다.자신은 문장의 최고봉이면서“인생은 글자를 알 때부터 우환이 시작된다.(人生識字憂患始)”는 그의 말 또한 아이러니다.하기야 그 스스로가 문자로 인해큰 우환을 겪었으니‘식자우환(識字憂患)’이 틀린 말은 아니다.그가 해남 창화에서유배생활을 하던 중 큰 표주박 하나 메고콧노래 부르며 산책을 하다70대 노파를 만났다.노파는 소동파의초췌한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문장으로 당대 천하를 놀라게 한 그가초라한 몰골로 시골길을 걷는 것을 보면서인생무상이 느껴졌다.노파가 말했다.“지난날의 부귀영화는 그저 한바탕 꿈에지나지 않는구려(一場春夢).”소동파가 태연히 말을 받았다.“맞습니다. 참으로 맞습니다.”북송의 조령치가 지은 《후청록》에전해오는 이야기다.일장춘몽(一場春夢)은여름이 오기 전에 사그라지는‘한바탕의 봄 꿈’이다.덧없이 왔다 덧없이 가는 봄한철의 아지랑이 같은 꿈이다.당나라 한단에서 노씨 성을 가진 서생이도사 여옹의 베개를 빌려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부귀영화 꿈을 꾸었다는 한단지몽(邯鄲之夢),노생지몽(盧生之夢)도 뜻이 같다.부귀영화라는 게 부질없고덧없는 것이니 애타게 매달리지 말라는 거다.재밋는 이야기 하나 올려본다.11층에 사는 여자가괴로운 세상을 하직하기 위해옥상에서 뛰어내렸다.뛰어내리면서그녀는 보았다.10층 창문에는평소에 금슬이 좋고화목해 보였던 부부가싸우는 게 보였고,9층에서는 항상 맑고 밝고유쾌하고 잘 웃던 남자가혼자서 우는 게 보였고,8층에서는 남자들과말도 하지 않고도도하게 굴던 여자가옆집 남자와 바람피우는 게 보였고,7층에서는 건강하다고자랑하던 여자가몇 가지 보약 먹는 게 보였고,6층에서는 돈 많다고늘 자랑하던 남자가일자리 찾는 신문을뒤적이는 것이 보였고,5층에서는 듬직하고깔끔했던 남자가여자 속옷 입고히죽거리는 변태를 보았고,4층에서는 원앙 커플로엄청 사랑했던 연인이서로 헤어지려고 싸우며서로 많이 차지하려고싸우는 게 보였고,3층에서는 노인정에서할머니들과의 관계가복잡하던 할아버지가혼자 한숨 쉬는 쓸쓸한모습을 보았고,2층에서는 이혼하고남편을 욕했던 여자가그래도 전 남편이최고라고 넋두리하며남편을 그리워하는 걸 보았고..11층에서 뛰어내리기 직전나는 세상에서 제일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1층에서는 치매 걸린 할머니가소리 지르는 것을 보니어차피 인생살이가다 엇비슷하고사람마다 말 못 할사정과 어려움은 다 있었다.요모조모 따지고 보면나도 그렇게 불행한 건 아니었다.떨어지면서 내가 보았던 사람들이지금 나를 보고 있다.그들도 나를 보며자기는 괜찮다고자기 위안을 했을 거다.후회하면서 바닥으로떨어지는 순간에"악" 소리 질렀더니,'여보! 왜 그래?' 하는남편 소리에 그만 낮잠에서 깨었다.사람이 산다는 것이배를 타고 바다를항해하는 것과 같아서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은집채 같은 파도가 앞을 막기도 하여금방이라도 배를 삼킬듯하지만그래도 이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 하는작은 소망이 있어 삽니다.우리네 사는 모습이이렇게 비 오듯 슬픈 날이 있고,바람 불듯 불안한 날도 있으며파도치듯 어려운 날도 있어,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그래도 세상에는 견디지 못할 일도 없고참지 못할 일도 없습니다.다른 집은 다들 괜찮아 보이는데나만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가 생각하지만,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집집마다 가슴 아픈 사연 없는 집이 없고,가정마다 아픈 눈물 없는 집은 없습니다.여기에 나타난 꿈의 공통점은모두 인생의 덧없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현실과 꿈의 세계에서갈피를 못 잡는 주인공의 모습만이 있다.혼돈 속에 꿈꾸는 인간의 운명은얼마나 허무한 것이며,그동안 추구한 부귀영화는또 얼마나 덧없는 것이었던가.사람의 일생은 한바탕봄 꿈에 지나지 않는다.그렇지만 웃으며 사는 것은서로서로 힘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옮긴 글-마음이 허공 같을 때
출처: 아름다운 人生 원문보기 글쓴이: 백장 / 서재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