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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일불가(哭日不歌)
곡을 한 날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뜻으로, 상갓집에 조문을 다녀온 날이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말이다.
哭 : 울 곡(口/7)
日 : 날 일(日/0)
不 : 아닐 불(一/3)
歌 : 노래 가(欠/10)
출전 :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 9장
이 성어는 논어(論語) 술이(述而)편 9장에 나오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자께서는 상을 당한 사람 곁에서는 밥을 먹을 때는 배불리 먹지 않았다. 공자께서는 조문을 가서 곡을 한 날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子食於有喪者之側, 未嘗飽也. 子於是日哭, 則不歌.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그 확산세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숫자로 보면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85만명을 넘어섰고 총 사망자는 11만4,000명을 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가 1만명을 넘고서 코로나19의 확산 추세가 꺾여 주춤하고 있지만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 200명을 넘겼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료와 방역에 집중하다 보니 놓치는 점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특히 의료진에 대한 예우와 사망자에 대한 존엄 등은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구와 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전국에서 의료진과 소방인력이 자원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원자 중에는 공무원도 있지만 민간 분야의 참여자도 적지 않다. 확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달려간 지원자들에게 당연히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현장을 묵묵히 지키면서 이전과 다른 일상을 보낼 것이다.
이제 코로나19가 확진돼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았건 아니건 치료와 방역에 헌신하는 분들에 대해 마냥 고맙다고 생각만 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오후8시면 시민들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박수를 보내는 '보살피는 이들을 위해 박수를'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우리도 거리 곳곳에서 현수막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하고 고마움을 문자로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응원은 이전과 다른 위험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지친 심신을 일으킬 힘을 보태줄 것이다.
공동체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맞서서 이웃을 돌본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의 노고를 기리는 일이라면 응당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의 현장을 지키는 작은 영웅들에게 훈포장 수여를 조용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한 사람에게 훈포장을 무분별하게 줘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의 현장을 지키는 분들은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확진됐다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하는 환자가 많다. 단 한명의 사망자라도 적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이미 200명을 훌쩍 넘겼다. 감염 우려 때문에 가족도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사망자가 속출해 시신을 임시로 쌓아두거나 가매장하는 일마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의 신문에 부고 기사가 한두 면이 아니라 10면을 넘기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각자 다양한 사연으로 삶을 개척해온 사람들이 코로나19의 창궐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고 장례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면 사람이 응당 누려야 할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다.
가족만이 아니라 공동체는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장례에 대한 기억을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형편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공자는 상을 당한 사람 옆에서 식사할 경우 배를 채우지 않고(食於有喪者之側, 未嘗飽也) 상갓집에 조문을 다녀온 날이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哭日不歌)고 한다.
공자는 개인의 정서에 충실하기 보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함께 어울리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호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감은 지금 슬프지만 앞으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 만하다는 안정감을 주게 된다.
지금 코로나19의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은 치료와 방역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갑작스럽게 맞이했던 많은 죽음을 쉽게 잊을 수 없고 가족은 망자를 제대로 장례 지내지 못한 안타까움을 쉽게 떨쳐낼 수 없다.
이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앞으로도 보낼 사람들의 감정을 위로하고 그 고통을 덜어주는 운동에도 신경 쓸 때가 됐다.
곡일불가(哭日不歌)
조문한 날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효도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할 때였다. '인리파사(隣里罷社)'라는 고사가 나왔다. 삼국시대 위(魏)나라 왕수(王修)는 토지신에게 제사 지내는 사일(社日)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사일(社日)만 되면 왕수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지었다. 사일(社日) 동안 온 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왕수의 울음을 듣고서 축제를 슬그머니 일찍 마쳤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학생들은 생각이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왕수가 자기 감정에 빠져서 마을 사람들의 흥을 깼으니 왕수가 잘못했다는 주장이다. 왕수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축제를 즐길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마을 사람들이 아무리 흥겨운 축제를 즐긴다고 하더라도 왕수의 감정을 존중해야 하는 주장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슬프기 그지없는 일이므로 왕수는 자기감정을 얼마든지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어디까지 존중하고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곡일불가(哭日不歌)'는 공자가 공감(共感)의 기준을 제시하는 이야기이다.
1.논어 술이(述而)편 10장
子於是日哭, 則不歌.
공자께서는 이날에 곡을 하셨으면 노래를 부르지 않으셨다.
• 是 : 시(是)는 지시사로 쓰이면 가까운 것을 가리키는 말로 이것, 이의 뜻을 나타낸다. 동사로 쓰이면 옳다, 바르다, 바로잡다의 뜻을 나타낸다. 시시비비(是是非非), 시비(是非)를 가리다는 후자의 대표적인 용례에 해당된다.
• 哭 : 곡(哭)은 울다, 노래하다의 뜻이다. 여기서 상례를 치를 때 조문을 가서 곡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상주가 우는 것도 곡이다.
• 歌 : 가(歌)는 노래, 노래하다의 뜻이다.
2. 배려와 공감
공자는 죽음으로 인한 고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근원적인 상실이라고 보았으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배려하려고 애썼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얼마나 존중해야 할까? '내가 알 바가 아니다'는 대답도 가능하다. 우리가 모든 사람의 감동을 헤아리며 살아간다면 극도로 피곤한 삶을 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동료, 친한 친구처럼 평소 잘 어울리는 사람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내가 알 바가 아니다'고 말하기 어렵다.
누군가 죽음을 당했거나 교통사고처럼 생명과 관련되는 불상사를 겪었을 경우 우리는 당사자와 함께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공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평소 어울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갓집에 조문을 가서 상주를 위로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자는 방금 조문한 상대의 슬픔에 공감을 했으므로 집으로 돌아와서도 즐거움을 표출하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슬픔에 전염되어 그럴 수 있지만 공자는 의도적으로 노래를 부르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자 사람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함께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그는 '논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다른 사람의 감정과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될 경우가 있다.
공자는 그때 근래에 상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배를 채우려고 계속해서 음식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술이편 9장). 공자는 상을 당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으며 자신의 식욕을 만족시키는 것은 부차적이라고 여겼다.
물건은 잃어버리면 찾거나 다시 구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의 죽음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공자는 죽음으로 인한 고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근원적인 상실이라고 보았다.
공자도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고 또 청소년 시절에 어머니를 여의였던 터라 상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배려하려고 애를 썼다. 애를 쓰는 것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우며 상대가 불편해할 수 있다. 공자는 세월과 경험을 통해 애를 쓰는 것을 자연스럽게 가다듬는 것이 사람 사이의 예의라고 보았다.
3. 고분이가(鼓盆而歌)
장자는 공자와 달리 사람이 겪는 사태를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감정의 색채를 빼고 담담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자는 죽음과 관련해서만 공감을 나타낸 것은 결코 아니다. 공자가 집에 없을 때 마구간에 화재가 났다. 오늘날 같으면 차고에 불이 난 것이다.
집에 돌아와 이 소식을 들은 공자가 내뱉은 첫 마디는 말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어디 다친 사람이 없는가?'였다(향당편 17장).
그 당시 말은 신분의 상징이기도 하고 고가의 재산이다. 마구간에 불이 났으면 말이 다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공자는 말보다 사람의 안위를 먼저 걱정했다. 공자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나타내고 있다.
고대에는 장애인이 악기를 잘 다루었다. 공자는 악사를 만날 때 앞에 계단이 나오면 '계단입니다'고 말하고, 앉을 자리에 다다르면 '자리입니다'고 안내했다. 자리를 잡은 뒤에 '아무개가 어디에 있고 아무개가 어디에 있다'고 소개했다(위령공편 42장).
제자 자장(子張)이 이 장면을 지켜본 뒤에 공자에게 악사를 이렇게 대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당연하지. 그게 악사를 돕는 길이야'고 대답했다.
공자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생활화 또는 체화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니 공자의 진면목을 본 사람은 그의 주위를 맴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제자가 3000명이었다고 하니 빈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장자는 공자와 다르게 행동을 했다. 장자의 아내가 죽었을 때의 일이다. 친구 혜시(惠施)가 장자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 조문을 왔다. 그는 당연히 장자 집의 분위기가 엄숙하고 애도하는 소리가 나리라고 예상했다.
그는 장자 집에 들어서서 자신의 눈을 비볐다. 장자는 아내가 죽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술동이를 북처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이를 고분이가(鼓盆而歌)라고 한다.
혜시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친구 장자를 꾸짖으며 따졌다. '자네는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아내가 죽었는데 슬프지도 않는가?'
장자는 술잔을 내려놓고 찬찬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자신도 아내가 죽었을 때 슬펐다고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죽음이 꼭 슬퍼해야 할 일인지 궁금해졌다고 한다.
죽음이 완전한 종말이라면 슬퍼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생명체의 경우 기(氣)가 모이면 살고 기가 흩어지면 죽는다. 흩어진 기는 다른 기와 결합하여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단계의 시작인 셈이다.
장자의 아내는 죽음으로 인해 다른 생명체로 변신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자는 죽음이 슬픈 일만이 아니라고 보았고 이에 술을 기울이며 과거를 추억했던 것이다.
장자는 사람이 겪는 사태를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감정의 색채를 빼고 담담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장자의 사고에 따르면 웃다가 울다가 또는 울다가 웃는 것도 무방하다.
그 사태에 충실하게 반응하면 그만이지 꼭 그래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공자는 사람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태를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한 가지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4. 과도한 감정 노동의 요구
우리는 고급 음식점을 제외하면 상품 값 이외에 별도의 봉사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어쩌면 친절한 서비스를 덤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식당, 상점을 이용할 때 서비스가 친절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식당에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 값을 지불하고 별도 직원에게 팁을 낸다. 음식과 별도로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급 음식점을 제외하면 상품 값 이외에 별도의 봉사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친절한 서비스를 덤으로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은 감정 노동에 시달린다. 즉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죽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한 뒤에 터무니없이 이의를 제기하면, 직원은 절대로 흥분해서 안 되며 '예 알겠습니다, 고객님. 시정해드리겠습니다'고 친절한 어투로 말해야 한다.
사정이 이보다 더 심할 경우 '손님은 왕이다'는 사고로 똘똘 뭉친 고객이 욕설을 하거나 행패를 부려도 '고객님 어디 불편한 곳이 없습니까?'고 응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고객과 함께 대거리를 하거나 이치를 대며 조리 있게 따지면, 고객은 직원이 '꼬박꼬박 따진다'고 항의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실례를 TV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진상 손님과 이로 인해 쩔쩔매는 직원을 통해 여실히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감정 노동은 '판매 수익의 제고'나 '우수 고객의 유치'라는 명분으로 사람이 사람이기를 포기하도록 만든다.
사람이기를 포기해야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웃으면서 '또 오십시오, 고객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에게 친절히 응대하지 않았다며 근무 평점에서 나쁜 점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공자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존중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자가 백화점 영업을 관리하는 책임자라고 해도 예능프로에 나오는 진상 손님을 보면, 당장 '내쫓아라!'라고 할 것이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감정만을 내세울 뿐이다.
이러한 진상 손님은 길거리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도 '왜 저러지!' 하며 지나치거나 그런 사람을 외계인 취급할 것이다. 공감 능력이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성적만 좋으면 뭐든지 좋거나 실적만 좋으면 뭐든지 용서되는 괴물(怪物)을 키우면서 그 괴물이 공감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왜 저러지!' 라는 애교를 보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 哭(울 곡)은 ❶회의문자로 외친다는 뜻을 가진 吅(훤)과 犬(견)으로 이루어졌다. 개가 울부짖는다는 뜻에 사람이 슬픔에 겨워 울다의 뜻으로 변화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哭자는 '울다'나 '곡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哭자는 두 개의 口(입 구)자와 犬(개 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哭자의 갑골문을 보면 머리를 헝클어트린 사람 주위로 두 개의 口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상중(喪中)에 있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갑골문에서의 哭자는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곡하다'를 뜻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금문에서부터는 사람 대신 犬자가 쓰이면서 지금의 哭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哭(곡)은 (1)소리를 내어 욺, 또는 그 울음 (2)상례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또는 제(祭)를 지낼 때나 영전에서 애고애고 혹은 어이어이 소리를 내어 욺 또는 그 울음 등의 뜻으로 ①울다, 곡하다 ②노래하다 ③사람의 죽음을 슬퍼하여 우는 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옛날 장례 때 곡하며 따라가던 여자 종을 곡비(哭婢), 슬피 우는 소리를 곡성(哭聲), 소리내어 슬피 욺을 곡읍(哭泣), 국상 때 궁중에 모여 우는 관리의 반열을 곡반(哭班), 임금이 몸소 죽은 신하를 조문함을 곡림(哭臨), 조문함을 곡부(哭訃), 별자리 이름의 곡성(哭星), 상사가 났을 때 상제들이 모여 곡하는 곳을 곡청(哭廳), 소리를 높여 슬피 욺을 통곡(痛哭), 큰 소리로 섧게 욺을 통곡(慟哭), 하던 곡을 그침을 지곡(止哭), 밤에 곡함을 야곡(夜哭), 소리내어 슬피 울음을 읍곡(泣哭), 큰 소리로 곡함을 대곡(大哭), 장사를 지내고 돌아와서 정침에서 곡함을 반곡(反哭), 목을 놓아 욺을 방곡(放哭), 맞아들이며 곡함을 영곡(迎哭), 목놓아 슬피 욺 또는 그 울음을 호곡(號哭), 소리 내어 슬프게 욺을 애곡(哀哭), 근심하여 슬피 욺을 우곡(憂哭), 조상할 때에 한 차례 곡을 함을 일곡(一哭), 울어야 할 것을 마지못해 웃는다는 뜻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곡부득이소(哭不得已笑), 정신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슬피 통곡함을 일컫는 말을 실성통곡(失性痛哭), 가난으로 겪는 슬픔을 이르는 말을 궁도지곡(窮途之哭), 울려는 아이 뺨치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불평을 품고 있는 사람을 선동함을 비유한 말을 욕곡봉타(欲哭逢打), 큰 소리로 목을 놓아 슬피 욺을 일컫는 말을 대성통곡(大聲痛哭), 하늘을 쳐다보며 몹시 욺을 일컫는 말을 앙천통곡(仰天痛哭), 한바탕의 통곡을 일컫는 말을 일장통곡(一場痛哭), 하늘을 부르며 목놓아 욺을 일컫는 말을 호천통곡(呼天痛哭) 등에 쓰인다.
▶️ 日(날 일)은 ❶상형문자로 해를 본뜬 글자이다. 단단한 재료에 칼로 새겼기 때문에 네모꼴로 보이지만 본디는 둥글게 쓰려던 것인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日자는 태양을 그린 것으로 '날'이나 '해', '낮'이라는 뜻이 있다. 갑골문은 딱딱한 거북의 껍데기에 글자를 새기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둥근 모양을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日자가 비록 네모난 형태로 그려져 있지만, 본래는 둥근 태양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갑골문에 나온 日자를 보면 사각형에 점이 찍혀있는 모습이었다. 이것을 두고 태양의 흑점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먼 옛날 맨눈으로 태양의 흑점을 식별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日자는 태양과 주위로 퍼져나가는 빛을 함께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태양은 시간에 따라 일출과 일몰을 반복했기 때문에 日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시간'이나 '날짜' 또는 '밝기'나 '날씨'와 같은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日(일)은 (1)일요일(日曜日) (2)하루를 뜻하는 말. 일부 명사(名詞) 앞에서만 쓰임 (3)일부 명사(名詞)에 붙이어, 그 명사가 뜻하는 날의 뜻을 나타내는 말 (4)날짜나 날수를 셀 때 쓰는 말 (5)일본(日本)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날 ②해, 태양(太陽) ③낮 ④날수 ⑤기한(期限) ⑥낮의 길이 ⑦달력 ⑧햇볕, 햇살, 햇빛, 일광(日光: 햇빛) ⑨십이장(十二章)의 하나 ⑩나날이, 매일(每日) ⑪접때(오래지 아니한 과거의 어느 때), 앞서, 이왕에 ⑫뒷날에, 다른 날에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달 월(月)이다. 용례로는 그 날에 할 일을 일정(日程), 날마다를 일상(日常), 날과 때를 일시(日時), 하루 동안을 일간(日間), 해가 짐을 일몰(日沒), 해가 돋음을 일출(日出), 그 날 그 날의 당직을 일직(日直), 직무 상의 기록을 적은 책을 일지(日誌), 하루하루의 모든 날을 매일(每日), 날마다 또는 여러 날을 계속하여를 연일(連日), 세상에 태어난 날을 생일(生日), 일을 쉬고 노는 날을 휴일(休日), 오늘의 바로 다음날을 내일(來日), 축하할 만한 기쁜 일이 있는 날을 가일(佳日), 일본과 친근함을 친일(親日), 일본에 반대하여 싸우는 일을 항일(抗日), 일이 생겼던 바로 그 날을 당일(當日), 일정하게 정해진 때까지 앞으로 남은 날을 여일(餘日), 날마다 내는 신문을 일간지(日間紙), 일상으로 하는 일을 일상사(日常事), 날마다 늘 있는 일이 되게 함을 일상화(日常化), 날마다 달마다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뜻으로 학업이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진보함을 이르는 말을 일취월장(日就月將),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이미 늙어 앞으로 목적한 것을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는 말을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막힌다는 뜻으로 늙고 병약하여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모도궁(日暮途窮),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 간다는 뜻으로 무언가 바라는 마음이 세월이 갈수록 더해짐을 이르는 말을 일구월심(日久月深), 한낮에 그림자를 피한다는 뜻으로 불가능한 일이나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중도영(日中逃影), 해가 서산에 가깝다는 뜻으로 나이가 들어 죽음이 다가옴을 이르는 말을 일박서산(日薄西山), 같은 날의 두 번의 만조 또는 간조의 높이가 서로 같지 않은 현상을 일컫는 말을 일조부등(日照不等), 날로 달로 끊임없이 진보 발전함을 일컫는 말을 일진월보(日進月步),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점차 이지러짐을 일컫는 말을 일월영측(日月盈昃), 날마다의 생활을 이르는 말을 일상생활(日常生活), 해와 달과 별을 일컫는 말을 일월성신(日月星辰), 아침 해가 높이 떴음을 일컫는 말을 일고삼장(日高三丈), 항상 있는 일을 일컫는 말을 일상다반(日常茶飯), 날마다 달마다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말을 일취월장(日就月將),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 간다는 말을 일구월심(日久月深)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歌(노래 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하품 흠(欠; 하품하는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소리를 길게 빼서 노래함의 뜻을 가진 哥(가)가 합(合)하여 노래를 뜻한다. 歌(가)는 본디 哥(가)가 나타내는 말의 다른 글자이다. ❷회의문자로 歌자는 '노래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歌자는 哥(노래 가)자와 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문에서는 言(말씀 언)자와 可(옳을 가)자가 결합한 訶(꾸짖을 가)자가 '노래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하지만 소전에서 訶자가 '꾸짖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哥(노래 가)자에 欠(하품 흠)자가 결합한 歌자가 따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哥자에 이미 '노래하다'라는 뜻이 있지만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의 欠자를 응용해 본래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歌(가)는 일정한 명사(名詞) 뒤에 붙어 노래의 이름이나 종류(種類)를 나타내는 말로 ①노래, 가곡(歌曲), 가사(歌詞) ②시체(詩體)의 이름 ③악기(樂器)의 이름 ④노래하다, 읊다 ⑤노래를 짓다 ⑥칭송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굽을 곡(曲), 노래 악(樂), 노래 요(謠), 노래 구(謳)이다. 용례로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을 가객(歌客), 노래를 잘 부르는 여자를 가녀(歌女), 노래를 부르거나 짓는 사람을 가인(歌人), 노래를 부름을 가창(歌唱), 여자 가수를 우아스럽게 이르는 말을 가희(歌姬), 노래 부르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을 가수(歌手), 노래와 음악을 가악(歌樂), 노래와 춤을 가무(歌舞), 가극이나 가곡 등에서 노래 내용이 되는 글을 가사(歌詞), 노래 부르는 소리를 가성(歌聲), 승리하여 기뻐서 부르는 노래를 개가(凱歌), 사랑하는 이를 그려 부르는 노래를 연가(戀歌), 슬픈 가락의 노래를 비가(悲歌), 곡조에 맞추어 노래를 부름 또는 그 노래를 창가(唱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름 또는 그 노래를 호가(浩歌), 찬미의 뜻을 표한 노래를 찬가(讚歌), 축하하는 뜻으로 부르는 노래를 축가(祝歌), 노래와 춤과 음악을 일컫는 말을 가무음곡(歌舞音曲),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라는 뜻으로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나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 상태에 빠짐을 이르는 말을 사면초가(四面楚歌),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책망을 들을 사람이 도리어 큰소리를 침을 이르는 말을 아가사창(我歌査唱), 땅을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매우 살기 좋은 시절을 이르는 말을 격양지가(擊壤之歌), 천하가 태평함을 칭송한 노래를 일컫는 말을 강재지가(康哉之歌), 비장한 노래로 심하게 탄식한다는 뜻으로 세상 형편이나 스스로의 운명 따위에 분노하여 근심한다는 말을 비가강개(悲歌慷慨), 큰소리로 떠들고 마구 노래 부름을 일컫는 말을 고성방가(高聲放歌), 아침으로는 노래하고 밤으로는 거문고를 탄다는 뜻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음악을 즐기면서 놂을 일컫는 말을 조가야현(朝歌夜絃)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