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醬)과 함께 예로부터 전해지는 한국 고유의 조미식품인 된장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장을 담가 간장을 떠낸 후에 남은 건더기로 만든 것으로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발효식품으로 음식의 간을 맞추고 맛을 내는 데 기본이 되어왔다.
선사시대에 우리 땅이었던 지금의 만주 지방 부여(夫餘)는 콩의 주산지로, 콩으로 간장과 된장이 섞인 걸쭉한 장을 담갔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고구려에서는 장양(醬釀)이라 하여, 장 담그기, 술 빚기 등의 발효성 가공식품을 잘하였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중국에서는 후한의 왕충(王充)이 지은 논형(論衡)에 두장(豆醬)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고, 시(豉)란 말이 설문해자에서 설명된 바 있으며, 거가필용에 담두시(淡豆豉), 함시(鹹豉)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 시대에는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숙성하여 이용했을 것으로 여겨지고 유중림(柳重臨)의 증보산림경제에서는 콩으로 메주를 쑤는 법이 보이기 시작하여 오늘날 된장 제조법의 근간이 되었다.
또 시를 말장이라고 적고 미조라 읽고 있다. 그리하여 장류를 만주 말로 미순, 고려 방언으로 밀조, 우리말로 며조, 일본말로 미소라 하였으니, 장(醬)의 발상지와 그 전파경로를 알 수 있다.
8-9c 경에 장(醬)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기록이 많은데 동아(東雅, 1717)에서는 고려의 장인 말장(末醬)이 일본에 와서 그 나라 방언대로 미소라 한다고 하였고 그들은 미소라고도 부르고 고려장이라고도 하였다고 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우리나라 된장 냄새를 고려취라고도 하였다.
초기의 된장은 간장과 섞인 걸쭉한 장이었고, 삼국시대에는 메주를 쑤어 몇 가지 장을 담그고 맑은 장도 떠서 썼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후대에 이르러 더욱 계승 발전되었고, 제민요술에 만드는 방법도 기록되어 있다.
콩을 쪄서 볕에 말리고 열탕에 넣어 발효시켜 소금물에 넣어 자주 저어주면 20일에 먹을 수 있고, 맛 좋은 것은 100일이 지나야 한다. 이때 들어가는 재료, 숙성시간, 숙성방법에 따라 된장의 종류는 다양해진다.
조선조 선조 30년에 정유재란을 맞은 왕은 국난으로 피난을 가며 신집을 합장사(合醬使)로 선임하려 했다. 그러나 조정 대신들은 신(申)은 산(酸)과 음이 같아 된장이 시어질 염려가 있으니 신씨 성은 피해야 한다고 반대하였다. 음식의 근본이 된장이었기에 이런 금기까지 있었던 듯싶다. 또 옛날에는 미생물에 의해 일어나는 발효 작용을 몰랐기에 장 담그는 일이 일종의 성스러운 행사였다. 3일 전부터 부정(不淨)스러운 일을 피하고 당일에는 목욕재계하고 음기를 발산하지 않기 위해 조선종이로 입을 막고 장을 담갔다고 한다.
된장은 쌀과 채소 위주로 단백질이 부족하기 쉬운 우리 전통 식생활에 주된 단백질 공급원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왔으며 된장은 된(물기가 적은, 점도가 높은)장이라는 뜻이 되는데, 토장이라고도 하여 청장과 대조를 이룬다. 된장에는 청국장, 막장, 북장, 빰장, 빠개장, 가루장, 보리장 등이 있다.
이러한 된장은 예부터 오덕(五德)이라 하여 첫째는 단심(丹心)으로 다른 맛과 섞어도 제맛을 낸다. 둘째는 항심(恒心)으로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다. 셋째는 불심(佛心)으로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한다. 넷째는 선심(善心)으로 매운맛을 부드럽게 한다. 다섯째는 화심(和心)으로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잘 이룬다고 한다.
문헌을 보면 된장은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고 하였는데, 콩된장은 해독, 해열에 사용되어 독벌레나 뱀, 벌에 물리거나 쏘여 생긴 독을 풀어주며, 불이나 뜨거운 물에 덴데, 또는 놀다가 머리가 터진 데 바르면 치료가 되고, 머슴들이 명절에 어쩌다 술병이라도 나면 된장국으로 속풀이를 했다고 전해진다.
동의보감에서는 두통한열(頭痛寒熱)을 다스리고 땀을 내게 한다고 하였고 장(醬)은 묵을수록 좋다는 옛말도 있는데 된장도 묵은 것이 새것보다 항암효과가 훨씬 뛰어나다.
과거에는 먹고사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으나 오늘날에는 우리의 먹거리가 오염된 현실에서 해독이 최우선으로 보신과 체질 개선은 오염이 해독된 후에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맛과 질을 중시하는 현재의 일반적인 식습관은, 먹거리 오염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인체의 자체정화를 돕는 해독 음식이 바로 발효음식 된장이다. 된장은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통 식품으로 구수한 고향의 맛을 상징하게 된 식품이라 할 수 있다.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 고단하고 바빠서 식습관도 바뀌어 인스탄트 식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련한 고향의 산천을 그리고 느끼면서 느긋하게 된장국 끓여 먹는 여유와 정다움은 언제쯤 올까? 오늘도 고향 꿈을 그리는 내 마음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이율배반일까?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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