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zzolla, The Four Seasons of Buenos Aires
피아졸라 ‘사계’
Astor Piazzolla
1921-1992
Kyungsun Lee(이경선), soloist
SNU Virtuosi
Seoul Arts Center, Seoul
2014.03.22
Kyungsun Lee & SNU Virtuosi - Piazzolla, Las Cuatro Estaciones Porteñas
여름(0:05-0:10) - 가을(06:30-13:24) - 겨울(13:50-20:15) - 봄(20:38-25:58) 순으로 연주합니다.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의 온갖 기교가 다 쏟아져 나옵니다. 듣기 힘든 훌륭한 연주라 생각합니다.~^^
눈 한 번 깜빡였는데 어느새 10월의 문턱을 넘어서 있다. 노을, 지는 해, 석양을 마주할 시간이 온 것이다. 참으로 시간이란, 그리고 그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계절이란 지나치게 정직하고 완벽해서 벅차다 싶을 때가 있다. 10월의 공연 스케줄을 보니 피아졸라의 <사계> 연주가 많이 눈에 띈다. 현악 연주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근래 들어 가장 많이 접하는 무대 위에서의 앙코르 곡이리라. 1년 중 사계절의 의미를 가장 많이 반추하게 되는 달이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피아졸라는 비발디의 <사계>가 작곡된 지 약 200년 후 태어났다. 비발디의 <사계>가 처음부터 바이올린 협주 스타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순서대로 각각 4악장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피아졸라의 <사계>는 좀 다르다. 처음부터 피아졸라의 의도 아래 계획돼 작곡된 하나의 곡이 아니라, 각각 따로따로 작곡한 것을 후대에 편곡하면서 완성된 곡이라는 차이가 있다. ▶비발디와 <사계>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함께 수록한 앨범. 라라 세인트 존(바이올린)과 시몬 볼리바 베네수엘라 청소년 교향악단의 연주.
‘탱고의 전설’로 불리는 피아졸라는 탱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작곡가이자 반도네온(bandoneon,작은 손풍금) 연주의 거장이다. 아르헨티나의 대표 음악인 탱고는 본래 춤곡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었지만 피아졸라의 손에 이르며 춤으로부터 독립하여 연주를 위한 탱고로 재탄생된다. 클래식과 재즈에 접목한 새로운 의미의 탱고 ‘누에보 탱고(Nuevo Tango)’가 탄생된 배경이다.
피아졸라는 이런 신개념의 탱고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절에 접목한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계절의 순서대로 작곡한 것은 아니고 여러 시기에 걸쳐 마음이 동하는 대로 각각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계절의 항구 풍경을 그렸다. 여름(Verano Porteño, 1964), 가을(Otoño Porteño, 1969), 겨울(Invierno Porteño, 1970), 봄(Primavera Porteña, 1970)은 이렇게 나오게 됐다. 반도네온, 바이올린, 일렉트릭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의 5중주 편성이었다.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
전통 클래식 음악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탱고. 남아메리카인의 원초적이며 폭발적인 정열이 그대로 담긴 피아졸라의 이 선율에 매료된 이가 20세기의 대표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Gidon Kremer)였다. 크레머는 피아졸라의 탱고 오페라 작품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리아> 속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겨울’을 발견하고 그 매력적인 선율에 환호한다. 이후 다른 피아졸라의 작품을 뒤져 나머지 계절을 찾아낸 크레머는 작곡가 친구인 레오니트 데샤트니코프(Leonid Desyatnikov)에게 편곡을 부탁한다. ▶레오니트 데샤니코프
그렇게 이 곡은 비발디의 <사계>와 함께 오늘날 많은 현악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리며 사랑하는 대표적인 작품이 됐다. 맑고 청명함으로 연상되는 비발디의 <사계>와는 다른, 우울하고 나른한 그러면서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의 열기로. 피아졸라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던 반도네온이 포함된 연주도 좋고, 기돈 크레머의 현악 연주도 좋다. 이맘때 특히 남다를 음악이다. 10월, 깊은 가을 아닌가.
글 최영옥 (음악평론가) 선화예술중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동덕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음악 전문지 기자를 거쳐 KBS 1FM ‘KBS 음악실’, ‘SBS 개국 10주년 기념 음악회’, EBS ‘예술의 광장’ 등을 진행했다. 저서로는 <클래식, 아는 만큼 들린다>, <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 등이 있다.
출처 ; ‘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매경이코노미 제1777호(10.08~10.14)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04792
Christiaan van Hemert, bandoneon
Alexandre Kanji, violin
Peter Brunt, violin
Giles Francis, viola
Teije Hylkema, cello
Margreet Markerink, piano
Daniël Lehmann, double bass
Zaantheater in Zaandam, Netherlands
2010.04.21
반도네온이 이끌어가는 피아졸라의 <사계> 연주입니다. 가을 - 겨울 - 봄 - 여름 순으로 연주합니다.
‘탱고의 전설’ 아스토르 피아졸라
‘피아졸라’라는 이름은 김연아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프리스타일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그의 음악 ‘아디오스 노니뇨(Adios Noniño, 안녕 아빠)’를 사용함으로써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21년생인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의 뒷골목에서 거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처음 반도네온을 잡은 것은 여덟 살 때였다. 피아졸라가 태어나기 전날 만삭의 어머니를 이끌고 탱고 공연을 보러 갈 정도로 열렬한 탱고 팬이었던 아버지가 준 생일 선물이었다. 훗날 아들이 최고의 반도네온 연주자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의 소망은 이루어졌고, 명곡 ‘아디오스 노니뇨’는 피아졸라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헌정한 곡이다.
Adios Noniño (‘아디오스 노니뇨’)
Carlos Buono, bandoneon
André Rieu, violin
Johann Strauss Orchestra
Vrijthof Maastricht, Netherlands
2013.07.13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 연주회에서 반도네온을 연주했던 피아졸라는 ‘탱고의 황제’ 카를로스 가르델의 마지막 영화에 출연하면서 특별한 인연을 맺기도 하며 탱고라는 이름의 운명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거장 아니발 트로일로의 밴드에서 반도네온 솔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하며 클래식 작곡 공부를 하던 그는 한 작곡 경연 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파리 음악원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이곳에서 피아졸라는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방향을 잡아준 나디아 블랑제(Nadia Boulanger)를 만나게 된다. 뛰어난 지휘자이자 음악교사였던 나디아 블랑제는 피아졸라의 재능과 개성을 탱고로 향하게 했다.
1955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온 피아졸라는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고 작곡과 연주에 매진하게 되는데, 전통적인 탱고에 클래식과 재즈의 기법을 도입한 그의 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누에보 탱고’, 즉 ‘새로운 탱고’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탱고 리듬을 사용하지 않는 그의 음악은 춤추기에 적합한 음악이 아니었다. 때문에 당시의 순수한 탱고 애호가들에게 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계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며 젊은 세대의 환호를 받았다.
피아졸라의 음악은 새로운 기법에 의한 것이었지만, 어느 작곡가의 음악 못지않게 탱고 본연의 정서를 끌어안고 있었다. 피아졸라 본인도 말했듯이 그의 음악 속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도시가 지닌 특별한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탱고가 태생적으로 지녔던 고독하고도 우수에 찬 감성이다. 그리고 그 위에 더해진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탱고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었던 것이다. 탱고에 차원 높은 예술성을 부여한 피아졸라의 음악은 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깊은 영감을 주었다. 기돈 크레머), 요요 마 등 많은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그의 음악에 경의를 표하며 리코딩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