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으로 이사가던 날. 결혼을 50일 앞두고 장기 저리로 융자를 받아 20평짜리 집을 장만했다. 결혼하는 남자는 집이 걱정이고, 결혼하는 여자는 살림이 걱정이라 했던가.... 결코 넉넉치 않은 살림에 집장만을 한다는 것이 무리이기는 하지만 단지 지금의 안정된 직장과 내 미래를 담보로 작은 모험을 걸었다. 새집을 샀다고 시샘이라도 한걸까? 어제까지 그 맑은 날은 어디로 가고 양동이로 부어대듯 비는 내리고 새 살림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 높은 5층까지 그 귀중한 물건들을 들어올릴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생각했던 대로 장농이 들어가는것부터 삐걱거리고, 결국 두시간만에 장농을 넣는데 성공했다. 장농을 해결한 후 가뿐 숨을 몰아쉬며 짐을 옮기는데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손에는 끈을 들고.... 이사온 할머니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사에 바쁜 우리집으로 올라와 이사후에 빈 박스를 얻을 수 없겠냐고 했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이사하는 집에서 박스는 골칫거리였는데, 그게 뭐 어렵나 싶어 노인분이어서 내가 일일이 박스를 정리해 내려드렸는데, 그렇게 비가 퍼붓는 속에서 그 노인은 힘들게 박스를 포개어 묶고 있었다. 문득 질문이 하고 싶어진다. "할머니 이 박스 얼마나 받아요?" 그 할머니 대답하길 "글쎄 1킬로에 50원 주는데..." 그 말을 듣고 허탈해졌다. 이런 비오는 날에 젊은 사람도 아니고 노인이 그 비를 다 맞으면서 고생하는데 그 댓가가 고작 1킬로에 50원이라니... 갑자기 할머니가 무척이나 측은해 보여 말 한번 더 붙여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 할머니에게 더 많은 박스를 드리는 것 밖에 없어 내가 일하는 곳을 가르쳐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라 했다. 그 말 한마디에 그 할머니 더이상 굽을 수도 없는 허리를 굽히면서 감사하다 표현한다. 무겁지만 가치가 300원 어치밖에는 안돼 보이는 그 박스를 들고 그 할머니는 세차게 내리는 비를 다 맞으며 그렇게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분명 누구의 어머니이며, 누구의 할머니이리라. 어찌 이 비오는 날에 저렇게 해야만할 사정이 있는 걸까? 갑자기 내 어머니가 생각난다. 아니 마치 내 어머니의 미래가 할머니처럼 될까 서글펐다.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 지금의 저 모습이 결코 좋아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리라. 50원을 벌기위해 힘든 일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서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냥,,인터넷의 모 일간지 기사를 읽는 중에 내 관심을 끄는 어떤 제목하나가 눈에들어왔다. '천원을 벌려면 얼마만큼의 종이박스를 모아야 하는지' 시내든 동네든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굽은 허리를 애써 굽히고 펴는 반복되는 동작속에서도 분주히 종이박스를 줍고있는 모습을 한번쯤을 보았을거다.나 또한 많이 봐왔던 일이었고..제목을 본 순간 정말 가격이 궁금했다.
"1킬로에 50원이라니...."
말이 안 나왔다.. 그럼 그분들께선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려고 하는건가.
맥도날드에서 어떤 나이많은 할머니께서 무게가 많이나가는 종이박스 몇 장을 받고서 기뻐하며 나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업종계에선 눈쌀찌푸리는 일일테지만 그분들에게 있어선 하루생계와도 같음을 난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저 청소하시나보다라고 내 일 아니라고 모른체하고 지나쳤던 내 모습이 필름이 고속으로 감기는 것처럼 지나갔다...바보같으니라구,,바보같으니라구,,,, 만약 내 이웃의 할머니고,내 친할머니,할아버지였더라면 눈쌀찌푸리면서 지나쳤을까... 그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 종이박스를 주우러다니시던 그분들을 그냥 잠시 쳐다보며 지나칠 수가 있었을까...
형님,동생들,,,
집에 필요없는 종이박스가 나오면 엮어모아서 쓰레기분리대 혹은 그분들이 자주드나드는 길에 두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지한 허리도 이제부턴 그러겠습니다..곧 추워집니다. 그분들이 여린몸을 떨며 힘든 거동없이도 많은 종이박스를 주워갈 수 있게 우리 조금이라도 서로가 불편해합시다.. 이것또한 봉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