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님, 길벗 모임의 역사에 대한 동영상 감사합니다. 통나무님이 길벗 모임을 잘 설명해 주셨군요. 달빛님이 이 인터뷰 내용을 보시고, ‘길벗모임의 역사”를 위한 재료가 되겠다고 말씀하셔서, 역사 재료로 좀더 자세하고 정확한 것이 되게 하는데 보탬이 될까 하고 몇마디 덧붙이고자 합니다. 인터뷰에서도 말씀하셨지만, 통나무님은 얼마 후에 합류하셨기에 최초의 전후 사정에 대해 제가 제 나름대로 기억하는 것을 말씀드려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길벗모임이 1994년에 생겼다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실 엄격하게 말해 길벗모임에는 창립일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1994년 몇월 몇일에 창립총회를 하고 새로운 모임을 탄생시킨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경위를 말씀드리면 대략 이렇습니다.
제가 1977년부터 78년까지 위니펙에 살 때 달빛님 등 거기 계신 몇몇 분들과 캐나다의 긴긴 겨울 밤 함께 모여 도덕경을 읽었습니다. 그후 제가 에드먼튼으로 이사 가서 거기서도 몇몇분들과 도덕경을 읽었지요. (이 때 생각들을 모은 것이 나중 현암사에서 도덕경 풀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1991년 저희가 밴쿠버로 이사를 하고, 그 후 매년 여름마다 제가 밴쿠버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위니펙에서 도덕경을 같이 읽으셨던 임봉재 선생님이 맹꽁님과 가깝게 지내셨는데, 그분이 맹꽁님에게 제가 밴쿠버로 가니 밴쿠버에서도 도덕경 읽기 모임 같은 모임을 가져보면 어떻겠는가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1994년 여름 맹꽁님이 제게 여름 강좌를 하면 어떻겠는가 제의해 왔고, 저도 좋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나물먹고님 등 몇 분과 접촉해 여름 종교 강좌를 열게 된 것입니다. 첫해는 세계종교로 13주간 매 화요일인가 모여 3시간. 꼭 대학에서 한 학기 강의하는 분량이었습니다. 한인신용조합 회의실에서였던 걸고 기억됩니다. 강의 끝나고 길 건너에 있던 중국 음식점 大同에서 꽁쯔라는 죽을 자주먹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
그렇게 첫해 강좌를 끝내고 나서 이런 모임을 계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모임에 참석했던 분들 사이에 퍼지고, 이에 따라 모임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게 된 거지요. 그러면서 제가 전에 쓴 책 “길벗들의 대화”라는 제목에서 따서 “길벗 모임”이라는 이름이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붙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도덕경, 장자, 반야심경, 주역, 기독교의 문제 등 작년까지 매년 여름 다른 주제를 가지고 강좌가 계속되었습니다.
그외에 때때로 특별한 분이 밴쿠버에 오는 기회가 있을 경우 특별 초청 강연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퉁소 부는 분, UBC 방문교수로 오셨던 건대 수의과 의 김진석 교수님, 목포대 인류학과의 고진만(?) 교수님, 서울대 역사과의 김인걸 교수님, UBC 일본학의 허남린 교수님, 밴쿠버 신학대학에 초청 강사로 오셨던 곽노순 목사님, 이현주 목사님, 밴쿠버 신학대학 교환교수로 오셨던 정미현 교수님 등등이 특별한 문제로 공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모임이기에 정관도 없고, 정관에 따라 회장이니 뭐니 하는 모임의 조직도 없습니다. 정해진 정식 회원 명단도 없고 입회도 탈퇴도 없습니다. 여름에 강좌 광고가 나가면 사람들이 등록을 하고, 그러면 그들이 길벗들이 됩니다.
물론 뒤에서 모임장소의 문을 열고 닫고, 의자를 정리하시고, 강좌 동안 커피와 간식, 여름 강좌 끝난 다음 공원에서 했던 쫑파티를 주관하시고 그리고 연말 연시에 있었던 정기 하례식을 준비하시는 등 모임을 책임지고 끌고 가시는 "책임지시는 분들"의 보이지 않은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맹꽁님, 나물먹고님이, 그 이후 오소지님과 김정자님이 합세하여 책임을 함께 지시고, 그러다가 통나무님이 맡으셔서 주로 달무리님과 같이 이런 어려운 일을 여러 해 해주셨고, 지난 2년간은 보리수님과 솔님이 애쓰시고, 그리고 이번에 손아저씨님이 맡으시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일하신 분들에게 정식 명칭도 없었습니다. 이번 연말 모임에서 손아저씨를 추대할 때 “총무”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편리상 총무라는 말을 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모두 자원봉사자인 셈입니다.
이것이 오프라인 길벗모임의 전부입니다.
온라인 길벗모임은 통나무님이 길벗모임 소개 사이트에 말씀하신 것처럼, 2000년에 생겼습니다. 그 전 해 여름 강의 도중인가, 통나무님이 제게 제 홈피를 하나 만들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강의 내용도 올리고 질의응답란도 설치하고… 그러나 저는 그럴 시간도 재주도 없어 못하겠다고 하고, 그 대신 통나무님보고 그런 일을 좀 해달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통나무님이 “길벗들의 모임”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었지요. 오프라인의 길벗들이 우선 참여하고, 그 분들의 소개를 받은 다른 이들이 참여하고…. 또 달빛님이나 단비님이나 돌베개님이나 무심헌님처럼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도 참여하거나 눈팅을 하시고…. 또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제 책을 읽거나 제 강연에 참석하신 분들이, 그리고 그들의 소개를 받거나 무슨 연줄로 다른 분들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길벗 싸이트는 처음 통나무님이 만드시고 오래 동안 잘 끌어 주셨고, 그 바톤이 이층사람님으로 돌아가고, 그 다음 지금 달빛님, 영원한방랑지님, 치히로님에게로 가서 수고를 많이 해주시고 계십니다.
글쎄요. 이런 성격의 모임을 뭐라 정의해야 할까요. 제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성격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듯 계속 흐르면서 자연히 꼴지워져 가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 흐르는 물이 계속 정처없이 흐르는 것도 좋지만 중간 중간 물래방아를 돌리듯 좀더 구체적 목적을 이루어내는 방향으로 흐르도록 그 물길을 이끌기 위해 우리의 뜻과 지혜를 모은 일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이런 말을 하니 한국의 “신앙인 아카데미”나 “새길교회” 같은 것이 머리에 떠 오릅니다. 저 자신도 내년 여름 은퇴를 하면 어떤 진로로 흐르게 될까 모르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군요.
쓰다가 보니 길어졌습니다. 달빛님이 “좋은 역사적인 재료”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몇자 적는다는 것이 그만.... 요즘 역사 바로세우기가 하도 강조되는 세상이니.^^ 부정확한 점이 있으면 지적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그럼 실례 많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 태평안님 집들이가 한창 무르익겠네요. 즐거운 시간을 빕니다.
첫댓글물소리님, "길벗모임"의 역사를 "물방울"이 모여 시내가 되고, "물소리"를 내며 계곡을 흘러 강으로 꼴지워져 흐르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이 물이 흐르며 물래방아도 돌리고 전기도 만들며 바다에 흘러들어 "물결"을 이르키는 큰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연구해 볼 과제라고 생각합
물소리가 시원하여 할딱벗고 풍~덩 빠져서 멱을 한번 감고 싶습니다. 갈증은 어디서나 타오르지요. 한반도든 아메리카든...하나는 항상 그렇듯 자신을 노출시키려 몸부림을 칩니다. 목숨붙어 있을 때 결단을 내야하는데 그것이 문제입니다. 길은 말이 없고 벗들만 소란스럽습니다. 끝이 없는길..벗들은 자신의 발뿌리를
맹꽁이님의 길벗에 대한 표현이 아멘이라 생각합니다. 인위적으로 어떻게 특정짓지 않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었던 것 같고요. 앞으로도 다양성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물소리님의 역할은 누가 강조할 필요도 없을만큼 길벗의 중요한 주축이라 봅니다.커가는 길벗을 더 큰 마음으로 안고 가셨으면 합니다
첫댓글 물소리님, "길벗모임"의 역사를 "물방울"이 모여 시내가 되고, "물소리"를 내며 계곡을 흘러 강으로 꼴지워져 흐르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이 물이 흐르며 물래방아도 돌리고 전기도 만들며 바다에 흘러들어 "물결"을 이르키는 큰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연구해 볼 과제라고 생각합
정말 부러운 모임입니다. 긴긴밤 도덕경을 읽으셨다고요. LA 에 그런 모임이 있다면 금방 뛰어갈텐데요. LA 의 거리가 더욱 수선스러워지는데 정말.. 강있는 그 쪽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정말 물흐르듯이 자연스레 흘러, 계곡에서 시내로 강으로...드디어는 바다로 흘러갈 길벗모임...잘 읽었습니다.
만나기 시작한 첫 해부터 강의에 참여하는 데 회비를 받았다는 걸 추가하고 싶습니다. 누가 끌고가는 모임이 아니고 그냥 흘러 가는 모임입니다. 길벗 모임은 목적이 있는 거 같으면서 없고, 없는 듯하면서 있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물소리가 시원하여 할딱벗고 풍~덩 빠져서 멱을 한번 감고 싶습니다. 갈증은 어디서나 타오르지요. 한반도든 아메리카든...하나는 항상 그렇듯 자신을 노출시키려 몸부림을 칩니다. 목숨붙어 있을 때 결단을 내야하는데 그것이 문제입니다. 길은 말이 없고 벗들만 소란스럽습니다. 끝이 없는길..벗들은 자신의 발뿌리를
봐야 할텐데...좋은벗들, 목마름이 있어 시원한 물소리를 찾습니다. 자~한번 빠져볼까요? 그럼 한번 빠져 보시겠습니다. 아으! 아옹다리!! 좋은글 감사합니다...합장...
긴긴밤 도덕경을 읽으셨다니...참 부러운 모임이네요. 아니 부러운 모임이었네요.^^ 저도 좋은 글 감사! 늘푸른숲님과 함께 빠~~~져 보겠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물소리님 한겨울 긴긴밤 도덕경을 읽던 시절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장면을 그려봅니다. 이곳에서도 매달 두번째 목요일[일명"두목"]명상도 하고, 책도 읽고, 풍류도 잡고,시낭송도 할 예정입니다. 장소는 월월붕붕호입니다.
맹꽁이님의 길벗에 대한 표현이 아멘이라 생각합니다. 인위적으로 어떻게 특정짓지 않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었던 것 같고요. 앞으로도 다양성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물소리님의 역할은 누가 강조할 필요도 없을만큼 길벗의 중요한 주축이라 봅니다.커가는 길벗을 더 큰 마음으로 안고 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