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부모 요아킴 성인과 안나 성녀의 기념일에 성인이란 어떤 분을 가리키는 것일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프랑스 출신의 20세기의 대표적 가톨릭 철학자 마리탱의 부인이자 뛰어난 지성과 깊은 영성을 지닌 시인이었던, 러시아 출신의 라이사 마리탱이 어린이들을 위해 쓴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서 아름다운 대목을 만났습니다.
“모든 성인은 사랑스럽답니다. 그들이 하느님의 마음과 우리 자신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는 선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성인은 그들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요. 마치 모든 꽃은 아름답지만 각각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듯이 말이지요.”
그녀가 아이들에게 들려준 말을 가만히 음미하며, 우리가 아름다움 없이 살아갈 수 없듯이 성인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아킴 성인과 안나 성녀가 어떤 아름다움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만하게 하였는지 성경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없습니다. 두 분의 이름마저도 성경이 아니라 성전(聖傳)에 따른 것입니다.
그럼에도 두 분 성인의 공경이 일찍부터 교회에 자리 잡은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구세주를 낳으신 분은 낳은 그 사실만으로도 구세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두 성인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어렵지 않게 그려 볼 수 있었습니다. 성모님의 모습에 그 부모님의 성성과 덕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아킴 성인과 안나 성녀의 아름다움은 부드러움과 온화함, 그러면서도 지혜롭고 겸손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꿋꿋하게 지키는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찾고 그리워하는 모습입니다.
비록 우리가 성인의 꿈은 아니더라도 성인들을 닮아 가겠다는 마음만은 늘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움을 기뻐하고 그것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나누어 받는 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