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은퇴, 보는 이들이 감동할 수 밖에 없었던 은퇴였습니다.
근데 여기서는 경기력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정찬성 커리어에서 명경기로 이야기되는 경기들을 따져보면 우선 가르시아전은 서로 난타를 벌이는 날 것의 느낌이 인상적이었지만 경기력적으로는 투박해서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포이리에전은 스윕 풀마운트 등 포이리에를 거의 농락하는 장면들이 임팩트있었고 포이리에도 다시 싸워도 못이긴다고 강한 패배감을 표한 인터뷰, 특히 후에 라이트급 강자가 되면서 이 경기의 평가가 더 올라가는 면이 있는데. 하지만 3라운드부터 포이리에가 마음먹고 사우스포로 서서 앞손 없이 왼손 투만 빵빵 던지는거에 정찬성이 거의 대처를 못했습니다. 만약 정찬성이 그 공격 자체를 대처해내는 모습이 있었다면, 가드를 하든 스웨이 해서 빠지든 그런게 가능했다면 그 공격에 좀 당했다고 큰 문제는 아닐텐데 거의 대처가 안됐고 정찬성 움직임이 뚜렷히 안좋다는 증명이었죠. 그렇게 1, 2 라운드 가져갔다봤는데 3라운드에서 애매해졌고 4라운드도 포이리에가 계속 그렇게 나왔고 그 자체를 대처하진 못했지만 우회의 개념으로 시그니쳐 어퍼에 플라잉 니킥으로 흔들고 바로 바닥에서 다스쵸크로 마무리. 어퍼에 플라잉 니 그 순간에 바닥으로 바뀌고 다스쵸크까지 나오는 이런 감각적인 전환은 또 정찬성의 뚜렷한 장점의 증명이기도 합니다.
알도 전은 투혼이다 탈구만 없었어도 모른다는 일부 얘기와는 달리 그냥 알도에게 전방위적으로 밀린 경기라고 봅니다. 단지 그 당시 알도가 너무 극강이었고 알도와 4라운드 가는 것도 대단한거여서 고평가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레슬링이 장점이 아닌 알도의 태클에 거의 다 넘어가고 컨트롤도 당하는 모습은 그래플링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저는 야이르 로드리게즈 전이 정찬성 베스트 경기라고 보는데, 러쉬와 더티 복싱 등 본인 스타일 모든 걸 다 보여줬고 경기력 자체로 네임드 상대를 확실히 누른 경기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베스트를 보여주고도 정말 드문 방식으로 패배한 역설이었죠. 저는 정찬성이 이 스타일의 틀을 유지하고 거기에 디테일을 더해서 남은 커리어를 도전했다면 챔피언을 했든 안했든 정찬성이 가진 조건상 할 수 있는 최대치였을 것 같습니다. 경기에서 진검승부 아닌게 없겠지만 오르테가, 볼카노프스키, 할로웨이 같은 선수들에게 저런 스타일로 러쉬해서 엉겨붙었다 떨어졌다 갈 때까지 가는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진검승부였을 것 같습니다. 후에 러쉬와 더티 복싱을 줄이고 카운터 위주로 간게 몇몇 승리를 따내면서 커리어적으로 경기 외적으로는 이익이 있었지만 경기력적으로는 좀 아쉬운 선택입니다.
호미닉, 모이카노 전은 너무 빨리 끝나서 임팩트가 있었지만 그게 곧 경기력이 압도적이라고 연결되진 않습니다. 물론 상대의 실수를 잡아내서 바로 끝낼 수 있다는게 수준이 있다는 증명이지만 전체 경기력을 다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죠. 특히 모이카노는 크고 움직임이 좋아서 정찬성 스타일상 고전할 것 같아서 주목했는데 너무 빨리 끝난게 오히려 아쉬웠습니다. 이런 경기들에서 터진 카운터가 정찬성이 상대가 크든 움직임이 좋든 틈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스타일을 고수하게 만든게 아닌가 싶네요.
오르테가, 볼카노프스키, 할로웨이 경기는 경기력 자체로는 사실 그냥 아쉽습니다. 미국에서 운동했든 얼마나 힘든 캠프를 가졌든 상관없이 그 모든 것들이 이 정도를 위해서였나 하는 허무함이었습니다.
정찬성도 김동현도 그렇지만 탑 컨텐더로 챔피언을 노리려면 어떤 장점이 있는 것 보다 단점이 없는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찬성이 더티 복싱이 장점이었지만 움직임이 안좋았고 김동현도 그래플링이 장점이었지만 타격이 엉성했죠.
어느정도 한계가 보였지만 그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하는 선수였고 정찬성 선수가 있었기에 우리가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고 그렇게 mma에 한획을 그은 레전드인 것 같습니다.
첫댓글 역대급 난전을 치룬 야이르전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