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 여행 3일째, 퐁텐블로+바르비죵
오늘 아침은 그렇게 상쾌하지만은 않아.
어제 하루종일 걷느라 고생해서 발목부터 무릎까지 전해오는 통증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걷다보면 곰새 괜찮아 질꺼라는 말도안되는 자기 합리화 로 여행을 시작하련다.
사실 오늘은 미리 퐁텐블로+바르비죵 붕붕 투어를 예약해 두었었다.
차로 데려다 주는거라서 좀 비싸기는 했는데, 이는 퐁텐블로와 바르비죵을 꼭 가보겠다는 강력한 나의 의지에서였다.
(기차와 버스를 통해서 가도 되지만, 엄마를 배려하는 마음에,,,,;;;;;;;;;;;;;;;;;;)
투어 신청 마지막까지도 지베르니와 계속 갈등하다가 결정한지라 더욱 기대되는 오늘, 날씨마저도 청명하구나!!
픽업을 당하고(?) 고속도로를 한시간가량 달린 후에 우리는 퐁텐블로 성에 도착하였다.
그나마도 바캉스기간이라 차가 안밀렸단다.
이 파리의 고속도로라는 녀석이 산도 없이 촤악 펼쳐진 평지위를 낼름낼름 달리도록 해주는데, 정말 까딱하다가는 졸음운전하기 쉽상인 듯 보였다.
차에서 내리니 바로 입구다. 철창살문 너머로, 그 유명한 말발굽 계단이 살짝쿵 모습을 보인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얼마 없이 성 입구는 조용했고, 나는 왠지 과거로 여행 온 기분마저 들었다.
부르봉 왕조의 사냥터성으로 시작해서 수 많은 왕과 왕비들이 애용하고, 나폴레옹이 사랑해 마지 않았다던 퐁텐블로.
우리 가이드님의 말로는 루이 14세가 이 퐁텐블로에 놀러왔다가 반해서 더욱 아름답게 베르사유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던데,
전에 베르사유를 다녀온 내가 보기엔, 베르사유는 화려하게 치장한 느낌이라면, 이 퐁텐블로성은 우아한 멋이 있었다.
햇님이 버닝하시기 전에, 정원부터 돌아보는 거다!!!
사냥터로도 유명했듯이, 이 퐁텐블로 숲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다.
베르사유가 잘 정돈된 정원이라면, 퐁텐블로는 자연 그대로의 숲의 모습도 가지고 있다.
헐,,,,,,,,,,,,,,특히나 정원 너머로는 엄청난 규모의 숲이 펼쳐져 있어서 나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숲속을 걸어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숲을 지나고, 호수를 지나니 오색 꽃이 만발한 정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르사유에 비하면 정원의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조화롭게 어울린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베르사유에 비하면, 여긴 한적한 것이 정말 우리집 정원같은 느낌!!!!
그렇게 정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말발굽 모양의 계단으로 간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정말 신기하다. 이 계단에서 CF도 많이 찍었다고 하니,
나도 모델이 된 것처럼 포즈도 취해보고 왕비가 된 것처럼 계단을 우아하게 올라가 보았다.
레드카펫만 깔려있으면 진짜 완벽 재연인데,,, 아쉽지만, 햇님이 파워모드 돌입하시기 전에 성 안으로 피신해야겠다.
성 내부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내부가 엄청 막 화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베르사유 보다 이 퐁텐블로성이 약 150배정도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대리석이 아닌 목재를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우아하게 화려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니 답답할 뿐..
퐁텐블로 성은 프랑스 왕조의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곳이라서,
마리 앙뚜와네뜨도 이곳에 머물렀었고, 앙리 4세의 계비인 마리 드 메디치도 이곳 왕비의 방에 머물렀다고 한다.
또한 나폴레옹이 은퇴(?)를 선언하는 문서에 서명을 한 방도 있어서 마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한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그토록 사랑했던 이 아름다운 성을 나폴레옹은 이혼하면서 죠세핀에게 주었다고 하니, 역시 여자는 남편을 잘 만나야 되나????^^;;
그렇게 아무도 없는 복도를 왕비가 된 상상을 하면서 우아한냥 걷다보니, 예배당에 도착했다.
잠시 앉아서 또 왕비가 된냥 상상을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아리따운 두 명의 아가씨가 들어와 한명은 피아노 앞에 앉고, 다른 한명은 바이올린을 준비한다.
오후에 예배당에서 연주회가 있는데 리허설을 한단다. 하지만 앉아서 들어도 좋다면서 예쁘게 웃어주니,
나는 또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앞자리에 총총 다가가 앉을 수 밖에...^^;;
이 작은마을, 조용한 성 예배당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이 연주하는 음악회(리허설)를 관람할 수 있다니,
정말 어제의 마들렌사원 연주회에 이어, 두 번째 이벤트에 당첨되었나보다.
특히 오늘은, 관객이 열명도 채 되지 않아서 정말 귀족이라도 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번엔 정말로 졸지도 않고 멋진 연주를 감상하고, 박수도 힘껏 쳐주었다.
좀 더 듣고 싶었지만, 바르비종을 향해 출발해야하니, 간단히 점심을 먹고 서둘러 바르비종을 향한다.
30분을 채 못갔을까?? 눈앞에 드 넓은 밀밭이 촤악~~~~~ 뿌려지고 있었다.
가이드에게 부탁해 잠시 차를 세우고 보니, 이곳이 바로 밀레가 만종을 스케치한 바로 그 밀밭.
(정말 날아오를 것만 같은 그 곳) (저 조그만 여인이 바로 그 콩줍는 여인 & 필자의 동생님)
추수(?)가 다 끝난듯 싶어 조심스레 밀밭에 들어섰다.
햇님이 파워모드시고, 그늘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당연히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조여온다.
여기구나!!! 바로 이곳이구나!!!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밀레의 만종은 알터, 그렇다면 누구라도 가슴이 조여올 것이다.
밀레도 이 뙤약볕 아래에서 그림을 그렸겠지.
정말 바르비종은 아주아주 작은, 어찌보면 심심한 소박한 시골마을인데, 밀레는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인생의 행복이라는 건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는 것.
아직 나는 더 수양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나니, 바닥에 떨어져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엥? 콩이잖아?'
콩을 수확했나???? 어쨌든 주위를 둘러보니 콩으로 추정되는 곡식들이 마구 떨어져 있다.
갑자기 이삭줍는 여인들 그림이 생각나면서, 밭에 떨어진 이삭을 줍는 것은 괜찮다는 말이 떠오르면서,
나는 왠지 기념으로 이삭대신 콩을 줍고 싶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엄마는 이미 콩줍기에 부스터 사용중이셨다.
그렇게 한움큼 콩을 줍고, (다음날, 우린 이 콩으로 콩밥을 지어먹었다.;;;;;)
밀레의 아틀리에에 들러서 (지금은 어떤 할아버지가 관리하고 계시는데 엄청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또다시 그의 흔적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평화로운 분위기에 취해있다가,
붕붕을 타고 파리로 돌아왔다. 원래 6시 반에 끝나는 건데, 차가 하나도 안밀려서 예상보다 파리에 일찍 도착한 터,
친절한 가이드님은 붕붕으로 파리 시내를 보여주시겠다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이날은, 무지무지하게 덥고, 햇님도 초파워모드라 붕붕을 타고 돌아다니는데도, '얼른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멤도는
엄청나게 흔니 지치는 날이었으므로, 우리는 대환영~~!!! 밖은 더워도, 붕붕에는 에어컨이 있으니,,,ㅋㅋㅋ
노틀담에 들려서 성당을 둘러보고, 엄마는 노틀담의 꼽추를 회상하며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으나
사실 난 노틀담의 꼽추를 안봐서 그런지, 머릿속에는 정말 '덥다!!!!' 는 생각뿐이었다.
이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Paris Plages 행사 중인 세느강변에는,
모래를 깔아놓고, 비치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파리지앵들이 바글바글 했으니, 나는 친히 박수를 보내주었다. 스고~이!!
(어, 왜 사진이 안더워보이지?ㅡㅡ;; 그러고 보니 저 뒤에 바스티유 감옥도 보이네요.)
그러고 보니, 세느강변에 오래된 책을 파는 노점 책방들이 많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우고, 불어가 재미있어서 불문과를 진학하고 싶은 생각을 아주 잠시 가졌던 나이지만,
이제 알고 있는 불어라고는 봉쥬르, 멜씨, 꼬몽 딸레부(무슨 뜻인지도 모른다.) 정도밖에 없으니,
책을 뒤적뒤적 거려봤자 무슨 책인지 알지도 못했지만
어? 왠지 나도 파리에 물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하마터면 그 느낌에 취해 책을 한 권 구입할 뻔 했는데, 때마침 햇님이 초 버닝하면서 내 숨통을 조여오셔서
나는 그 곳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한권 구입할 걸 후회가 된다.ㅠ)
이 때는 이미 오후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지만, 이날 파리는 정말 뜨거웠다. 도시 전체가 찜질방!!
그래서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제 못 갔던 콩코드 광장에 가기로 했다.
죠세핀이 나폴레옹에게 '이집트에 가거든, 나를 위해 자그마한 오벨리스크 하나만 가져와요.' 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나폴레옹은 정말로 이 작은(--;) 오벨리스크를 친히 가지고 오셨다고 한다.
지금 이집트에서는 이 오벨리스크를 되찾기 위해 노력중이라는데, 요 오벨리스크 빠진 콩코드 광장은 왠지 심심할 것 같다.
오늘의 여행은 뭔가 알찬 느낌이다.
특히나 퐁텐블로와 바르비종은 완전 대대대대대대대대 대만족!!!!
그리고 이날 저녁에 숙소근처에서 먹은 오리콩피(Confit de Canard)는 진짜 맛있었으니, 더더욱 대만족!!!
L'estaminet 라고, 지하철 3호선 Rue st-Maur 역에서 가깝다.(116 rue Oberkampf)
오베르캄프 거리에서는 엄청 유명하다는디, 여행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고 현지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가격도 파리 시내 레스토랑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16유로.(대부분 요리가 16유로 안팍, 왕샐러드는 더 저렴)
나혼자 먹기에도 엄청 양이 많아서, 여자 둘이서 먹어도 배부를 예정이다.
(이게 오리 콩피)
우리 가족은 이것저것 시켜먹어봤는데, 스테이크인줄 알고 시킨 것이, 알고보니 엄청 큰 햄버거여서 급 당황''''
고기는 얼마나 익혀주냐고 물어보길래, 당연히 스테이크인줄 알았는데, 이 엄청나게 큰 햄버거 등장!!!
(햄버거 안에 고기가 정말 미디움으로 익혀져있으니, 또 급당황!!)
이것도 둘이 먹어도 충분할 예정이다.
아무튼 메뉴가 많지도 않은데 그 중에 4개를 시켜 먹어본 결과 4개 다 맛있었다.
눈으로 배부르고, 가슴으로 배부르고, 진짜 배로도 배부르니,
오늘 하루는 정말 감동적이다.
첫댓글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감사해요.
너무 너무 글을 재밌게 잘 쓰네요. 싫건 구경하고 이 먹거리 집은 꼭 들려야 할 듯 하네요. ^^
진짜 꼭 들르세요~~ 엄청 맛있거든요~~~ 시내에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엄청 예쁘고 섹시한 웨이트리스도 있어요~~~ㅋㅋㅋ
나도 넘~~가고싶다. 근데 울 딸래미 대학생 될때 까지 기다려야하는데... 이제 중3이니 기린목 되겠죠? 지금은 열심히 압력 만 넣고 있는 중. 엄마를 꼭 배낭에 넣어야한다. 그 때까지 살 안찌우겠다로 ㅋ 우리 딸도 님처럼 쭈~~욱 착해야 할텐데...
저도 제 위주로 써서...ㅋㅋ 사실 저도 못된 딸이었는데,,, 지금 살짝 감춰두고 있어요~ 따님과의 배낭여행이 꼭!! 성사되기를 빌께요~~
퐁텐블로 책에서 본 적 있는데... 너무 좋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