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소나기 해순이는 시내를 건너지 않고 혼자 물장구를 치고 있다 5월의 청명한 날들이 이어져 하늘은 맑고 멀리 보이는 큰 산이 한 주먹에 잡힐 것 같이 보이는 토요일 오후이다 학교를 먼저 끝낸 해순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중간에 있는 시내에서 진석이를 기다리고 있다 산골동네 화전민들이 모여 집단생활을 하는 마을에는 모두가 유랑생활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집은 흙과 나무로 얼키설키 지어졌고 언제든 토지의 지력이 다하면 다른 곳으로 이주하여야 하기에 짐도 별로 없이 간촐하다 그릇이나 솥 냄비 숟가락 몇 개 그것이 전부 다인 곳이 해순이가 사는 마을이다 그런데 옮겨온 장소의 토지가 워낙 비옥하여 벌써 서너 해 동안 화전민들이 살며 터전을 일구고 있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화전민들이 모여들어 해순이 마을 바로 아래 또 다른 마을을 만들었다 거기 마을에 진석이가 산다 평소에는 떨어져 살며 왕래가 뜸하지만 명절 때면 윗마을 아랫마을 주민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행사가 있어 행사날 해순이는 처음 진석이를 보았던 것이다 마을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해순이 혼자뿐이어서 심심했는데 작년에 진석이가 아랫마을에 이사왔던 것이다 작은 시골 학교라 전교생이 20명 안팍인 해남초교 분교는 1학년과 6학년은 없고 3학년만 10명 그 외는 서너명 뿐이다 해순이와 진석이는 3학년 같은 반 동급생이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우연히 만난 등굣길에서 가까워졌고 이제는 너무 친해져 하교길도 같이 다니고 있다 오늘은 진석이가 반 주번이라 늦어 해순이 혼자 집으로 오다가 시내앞에서 진석이를 기다리고 있다 시내폭이 10여미터쯤되는 시내는 중간에 제법 물살이 거세 아이들 보폭에 맞게 징검다리가 놓여 있고 비가 와 물이 불어나면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그럴때면 진석이가 해순이 책가방을 대신 메고 서로의 손을 잡고 건넌다 토요일 오후의 태양이 지글거리고 시내는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고 시내바닥에는 송사리떼들이 모여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하얀 조약돌사이로 흰 물거품이 일어난다 진석이를 기다리다 지친 해순이는 맨발로 바지를 걷어올린 채 시내로 ‘첨벙 ’들어가 송사리를 잡을려고 두 손으로 물수제비를 뜨지만 번번히 송사리 근처에서 놓쳐버린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머리위에 꽂은 분홍 철죽꽃에는 날아온 흰 나비가 주위를 맴돈다 ‘살랑살랑’ 앉을까 말까 망설이던 흰나비가 해순이를 따라 다니고 ‘청벙’대던 해순이는 송사리 한 마리도 못 잡고 하얀 둥근 바위로 미끄러져 물속에 빠져버린다 한동안 물에서 놀던 해순이는 이제 그것도 싫증이 나는지 시내가옆 미루나무 아래에서 쉬며 진석이를 기다린다 ‘왜 이렇게 안 오지 기다리다 같이 올 것 그랬나 아니야 자꾸만 아이들이 신랑 각시라고 놀리니 당분간은 학교에서만 같이 다니면 안돼 병신들! 그렇게 부러우면 지네들도 신랑 각시 하면 되지 괜히 놀리고 그래 아휴 심심하다 진석이는 언제쯤 오나 오늘따라 너무 늦네‘ 해순이는 혼자 중얼거리며 책가방속에 곱게 싼 고구마 삶은 것을 꺼낸다 어제 엄마 몰래 광에 들어가 상하지 않은 고구마를 골라 삶았고 진석이하고 하교길에 같이 먹을려고 싸온 것이다 신문지로 곱게 싼 먹기에 탐스러운 고구마 4개가 보인다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는 20십리길 인적없는 길을 같이 사이좋게 집에 올려고 준비한 것이다 꺼낸 고구마를 다시 조심스럽게 집어넣고 기다리던 해순이는 물놀이가 곤하지 미루나무밑에서 깜빡 잠이 든다 잠이 든지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맑던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며 남쪽에서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고 이어 천둥번개가 치며 장대비같은 소나기가 내린다 차가운 빗방울이 이마를 때리자 눈을 뜬 해순이는 비 피할 곳이 없어 미루나무밑에서 소나기를 맞고 옷이며 신발이며 책가방까지 젓는다 찬 소나기에 한기가 찾아오자 추워 몸을 움크리고 발을 동동 구르던 해순이는 책가방이 완전히 젓자 얼른 신문지로 싼 고구마를 꺼내 가슴안에 넣어 비막이를 해본다 그런데 소나기는 그치지 않고 더욱 거세게 내리기만 한다 ‘어찌 하지 시내가 불어바리기전에 건너야하는데 진석이는 언제 오지‘ 걱정 가득한 눈길로 학교쪽을 보자 머얼리서 소나기를 맞고 뛰어오는 진석이가 비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야! 진석아 어서 빨리 이리로 와” 해순이는 반가워 진석이를 향해 큰 소리로 부르고 진석이는 해순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비에 젓은 진석이 머리를 손수건으로 닦아준 해순이는 진석이와 물부른 시내를 조심스럽게 건넌다 해순이는 가방은 진석이가 들고 앞서서 해순이 손을 잡고 물얉은 곳으로 건넌다 시내를 건너 벗어나자 거짓말처럼 세차게 내리던 소나기도 멈추고 하늘도 예전처럼 맑아진다 해순이는 꺼낸 고구마를 진석이한테 나누어주고 둘이는 맛있게 먹으며 들길을 걸어 집으로 간다 진석이는 해순이가 떨자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이들어 자꾸만 해순이 얼굴만 처다본다 “바보야! 나 기다리지 말고 빨리 집에 갔으면 소나기 안 맞았을 것 아니야“ 미안한 진석이가 땅만 보고 말하자 “괜찮아‘ 이까지 소나기쯤이야 이래뵈도 나 건강해, 이것 보아“ 해순이는 오른팔을 접어 알통을 보여준다 그러자 밋밋한 해순이팔을 보고 진석이는 배를 잡고 웃는다 해순이가 계속 떨자 진석이는 젓은 외투를 벗어 해순이를 입혀주고 정답게 손을 잡고 숲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첫댓글 옛날이 그리웁네요
고맙습니다어리적 시절은 늘 그립기만 하지요그때가 참 좋았는데돌아갈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모네타님 어릴적 생각이 나는 아름다운 추억글 잘 보았어요,
감사합니다어릴적 시절아무런 걱정없이 살던그때가 그립기만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여보님 반가워요 ㅎㅎㅎ어릴적 시골에 살았다면 ...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글이지요/모네타님 옛날이 그리워 지네요
감사합니다옛날 그때가 문득 그리워써본 글입니다잘 계시지요?반갑습니다산행시 뵙겠습니다오늘도 행복한 날 되십시오둥둥이님!하늘산악회 분위기 메이커하늘 산악회를 위하는 님의 배려에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첫댓글 옛날이 그리웁네요
고맙습니다
어리적 시절은 늘 그립기만 하지요
그때가 참 좋았는데
돌아갈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모네타님 어릴적 생각이 나는 아름다운 추억글 잘 보았어요,
감사합니다
어릴적 시절
아무런 걱정없이 살던
그때가 그립기만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여보님 반가워요 ㅎㅎㅎ
어릴적 시골에 살았다면 ...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글이지요/
모네타님 옛날이 그리워 지네요
감사합니다
옛날 그때가 문득 그리워
써본 글입니다
잘 계시지요?
반갑습니다
산행시 뵙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십시오
둥둥이님!
하늘산악회 분위기 메이커
하늘 산악회를 위하는 님의 배려에
늘 감사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