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된장 분리하기 / 여은 정연화
간장 된장 가르기를 하러
친정을 다녀왔어요
지난 늦가을
힘들게 메주를 쑤어
처마밑에 매단 메주가
장 담그기를 해
간장 된장으로 탄생하는 순간
울고 싶도록
너무 힘들었습니다
장 뜨기 고수이신
어머니 당신이
기력이 약하시니
장 뜨기에 무뢰한인 내가
오롯이 해야 해 너무 어설퍼
더욱 힘들기만 했지요
간장과 된장을
분리해 항아리에 담아 놓으니
마음이 뿌듯했지만
이젠 자신이 없어졌어요
돈 버는 일보다 훨씬 힘들다고
내년부터는 사서 먹자고 했네요
그냥 가져다 먹을 줄만 알았지
장 분리하는 건 처음이었죠
메주 쑤기는 많이 해봤어요
그것도 힘들긴 한데
장 뜨기는 몇 배 더 힘들더군요
소금물 머금은 무거운 메주덩어리를
항아리에서 건져내어
절구로 부드럽게 일일이 다 찧었네요
가마솥에 콩과 보리쌀을 푹 삶아 갈아서
메주 찧은 것과 버무렸답니다
양이 정말 많았어요
육 남매 가정과
어머니 당신 몫까지의 양이니
얼마나 많겠어요
엄마의 자녀들이 도시에 살지만
시골출신들이라
엄마 장맛만을 고집합니다
그래서 힘드셔도
노인께서 포기를 못하시는 거죠
덕분에 제일 가까운 곳에 사는
내가 많이 힘들기만 합니다
힘든 하루였지만
텃밭에 핀 호박꽃과
유월본디(콩) 꽃과
오이꽃과 커가는 감등이
심신에 위안을 주더군요
뒤뜰에는 알밤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목욕시켜 드리고
우리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너무 피곤해도 잠이 안 오던데요
늦게 잠든 밤을 보내고
출근을 했는데
온몸이 뻐근하게 아파옵니다
간밤에 토닥토닥
빗방울 소리를 내며
가을비가 내렸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흐린 하늘이다가
잠시 햇살이 인사를 합니다
비 내린 뒤 선선해졌어요
모든 님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유월 본디 콩꽃
달개비꽃(공기가 맑아서인지 도심에 핀 꽃보다 빛깔이 선명하고 예뻐요)
담쟁이
오이꽃(끝물이라 오이는 안보이고 꽃만 홀로 예쁘네요)
호박꽃
단감
왕단감
고종시
대봉감
뒤뜰의 첫 알밤(막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텃밭의 고추(끝물이라 생기를 잃은 듯 보여요)
단호박
태양볕에 말리는 고추(잘 안마르니 반으로 잘랐군요)
코스모스
본채정경
본채에서 바라본 정경
사랑채에 매단 메주(3년전에 찍은 사진)
요즘은 양파망에 씌워서 매달아요
지난해 메주 끓이기전 (불린콩)
불린콩을 큰솥에 삶아요
삶은 콩
삶은 콩을 갈아서 메주틀에 넣고 만들어요
지난 가을에 쑨 메주(편리하다는 이유로 양파망에 넣어서 매달았네요
이 메주로 담근 장을 이번에 장 가르기 하고 왔답니다)
첫댓글 감사히 읽고갑니다 ~.
감사합니다
빗길 조심하시고
오후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반갑습니다 여은님
장 분리하기라는 단어가 의아했는데 가만 읽어보니 장모님이 예전에 수시로 하시던 일이었음을 기억하게되네요
그렇게 힘든 일인것을 같이 생활하면서도 전혀 몰랐으니..
소천하시고 몇년은 된장 간장을 아끼며 먹다 그후는 당연 사먹구 있지만..
잔잔한 기억에
가을연못님 수고 많으셨네요
솔의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건강하시지요?
고운 걸음 감사드립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저녁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