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 발설 말라”…이국종 교수가 ‘의료파업’ 중 전한 말
김채현입력 2024. 3. 10. 07:49
지난해 12월 국군대전병원 병원장 임명
모든 진료과서 전공의 집단사직
민간인에 국군병원 개방…이용률↑
국군병원서 의료 공백 메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한 가운데,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근황에 관심이 모아졌다.
앞서 이 병원장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당시 삼호주얼리호 선장과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뛰어넘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린 바 있다. 중증 외상 분야의 권위자인 이 병원장은 지난해 12월 국군대전병원장에 취임하였다.
10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에 근거, 지난달 20일부로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개방하고 비상 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날 기준 163명의 민간인 응급환자를 진료하였다.
특히 이국종이 병원장으로 있는 대전병원을 찾은 민간인 환자는 30명으로 군병원 중 국군수도병원(7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긴급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를 대신 수술하기도 하였다.
현재 국군대전병원이 있는 대전 지역의 경우 전공의 총 420명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해 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군대전병원 관계자는 “군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고 응급환자 진료는 의료진으로서 당연한 책무”라며 “(이국종)병원장 지침에 따라 환자 진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 병원장은 환자 진료가 의료진의 당연한 책무인 만큼 관련 사안을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분만실까지 비웠다…전공의 14명중 13명이 떠나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며 응급·필수 의료 분야까지 예외없이 의료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비판이 쏠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앞서 7일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 2907명) 중 계약 포기 또는 근무지 이탈자는 1만 1985명으로, 92.9%이나 된다.
14명중 13명이 환자 곁을 떠난 것이다. 이탈률은 2020년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반대해 집단행동을 했을 때의 80% 수준보다도 훨씬 높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파업 시 유지할 최소서비스의 설정 기준 중 하나로 ‘그 중단에 의하여 공중의 생명, 안전,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업무’를 명시한 바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역시 병원 응급·중환자 치료와 수술, 분만 등의 업무는 정지될 경우 공중의 생명이나 건강 등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필수유지업무’로 보고 노동자의 쟁의행위 중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간호사 등 여러 의료직역 노동자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7월 파업을 할 때는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업무를 보았다.
다만 전공의들은 전공의 단체가 노동조합이 아닌데다, 집단사직을 쟁의행위로 보기 어려워 필수유지업무 유지에 대한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의 전공의들이 이전과 다르게 응급실·분만실 가리지 않고 의료 현장을 떠난 데에는 ‘개인적인 사직’ 형태로 집단행동이 시작되면서 공통적인 지침을 갖기 힘든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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