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4000억 달러 내는데→" 미, 통상교섭장서 한국에 대규모 투자펀드 설립 요구
미국이 한국 정부에 자국 제조업 재건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펀드 설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신·증설하거나 현지 기업에 투자할 때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조업 협력 강화 펀드'를 한국 정부 주도로 만들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요구해온 쇠고기와 쌀을 포함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구글에 대한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 무역장벽 완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요구다.
1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에서 이 같은 펀드 조성 방안을 요구했다.
미국은 일본이 대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제안한 대미 투자펀드 설립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제안한 펀드 규모는 4000억 달러(현재 환율로 약 60조엔). 이하 동일)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정도의 대미 흑자를 내고 있어 한국에 대해서도 같은 규모의 펀드 설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일본·한국 등에 대해 '다음 달 1일부터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최후통첩을 하며 협상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대통령이 국내용으로 내세울 수 있는 확실한 성과물을 한국 정부에 새롭게 요구해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상호 관세가 부과되는 8월 1일까지 불과 보름에 육박하는 가운데 올해 국가 예산의 80%가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펀드 설립을 요구받은 한국 정부가 펀드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먼저 한국 정부 내에서 하워드 라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에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을 해 협상이 먼저 진행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미국의 이 같은 요구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 펀드 만들어…한국 돈으로 제조업 키우고 싶은 트럼
미국 정부의 제조업 강화펀드 설립 요구는 7월 7일 및 10일 두 차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양국 고위급 통상협상에서 처음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라트닉 상무장관과 두 차례 만난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후 양국의 제조업 협력 강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농산물 등 각종 비관세 장벽 완화 아이디어를 준비했다. 하지만 라토닉 장관은 펀드 설립안을 고집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 통상 영수회담서 논의
여한구 본부장은 7월 14일 협상 현황 기자간담회에서 조선 반도체 배터리 등의 기업이 미국에 투자해 미국산 첨단기기를 구입하는 것은 미국이 원하는 양국의 제조업 협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투자나 구입은 민간기업이 판단하는 영역이지만 한국 정부도 뒤에서 이를 촉진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보조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요구하는 펀드 설립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 본부장은 "단순히 '관세를 0% 낮춘다'는 식의 협상보다는 미국의 제조업 재건을 도우면서 한국 기업의 (대미 진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포지티브-썸(Positive-sum)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주도로 만든 펀드로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고 제조업 협력을 이끌어내 관세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미 투자펀드 설립은 미일 관세협상에서 먼저 일본이 제안한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양국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와 가까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게 펀드 설립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제안된 펀드 규모는 3000억 달러(약 45조엔) 선이었으나 양국 협상 과정에서 4000억 달러로 규모가 상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성과와 함께 자국 제조업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일본은 자동차 품목 관세 감면과 면세 등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는 카드인 셈이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에 기대하고 있는 규모다.
한일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일본이 제안한 것과 같은 수준의 펀드 설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경제규모 차이, 대미 직접투자액 격차를 감안할 때 한국 정부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액수다.
그렇다고 일본에 비해 훨씬 적은 규모를 제시할 경우 미국을 설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7월 15일 적정 펀드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 투자 분야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윈윈 전략으로 할 수 있을까" 고
펀드를 조성해 제조업의 대미 투자·진출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각종 관세를 최대한 낮출 수 있다면 한국으로서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시장의 수요는 한계에 이르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에 투자하는 것은 관세 인하뿐 아니라 미래 성장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익명의 전문가는 한국 기업들도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는 시장진출형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익이 기대되는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를 결정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펀드 설립은 정부 입장에서도 단순한 비용이나 지출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 청문회를 거쳐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하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미국의 베센트 재무장관, 라트닉 상무장관과의 2플러스 2 통상협상을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 미국의 무역장벽 완화 요구가 거세고 천문학적 규모의 펀드 설립이라는 난제까지 더해지면서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8월 1일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한구 본부장도 7월 14일 취재진에게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은경,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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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yahoo.co.jp/articles/e267b8ab914ddd7eeef05e7454564adc43e35e5a?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