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여운 속에서 / 김수영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는다
詩評의 칭찬까지도 詩集의 序文을 받은 사람까지도
내가 말한 政治意見을 믿지 않는다
봄은 오고 쥐새끼들이 총알만한 구멍의 組織을 만들고
풀이, 이름도 없는 낯익은 풀들이, 풀새끼들이
허물어진 담 밑에서 사과껍질보다도 얇은
시멘트가죽을 뚫고 일어나면 내 집과
나의 精神이 순간적으로 들렸다 놓인다
요는 政治意見이 맞지 않는 나라에서는 못 산다
그러나 쥐구멍을 잠시 거짓말의 구멍이라고
바꾸어 생각해 보자 내가 써준 詩集의 序文을
믿지않는 사람의 얼굴의 사마귀나 여드름을-
그사람도 거짓말의 총알의 까맣고 빨간 흔적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래서 우리의 혼란을 昇華시켜 보자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日本말보다도 빨리 英語를 읽을 수 있게 된,
몇차례의 言語의 移民을 한 내가
우리말을 너무 잘 해서 곤란하게 된 내가
지금 불란서 소설을 읽으면서 아직도 말하지
못한 한가지 말-政治意見의 우리말이
생각이 안 난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의 부피가 하늘을 덮는다 나는 눈을
가리고 변소에 갔다온다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고 나는 내 말을 안 믿는다
나는 아무것도 안 속였는데 모든 것을 속였다
이 죄에는 사과의 길이 없다 봄이 오고
쥐가 나돌고 풀이 솟는다 소리없이 소리없이
나는 한 가지를 안 속이려고 모든 것을 속였다
이 죄의 餘韻에는 사과의 길이 없다 불란서에 가더라도
금방 불란서에 가더라도 금방 自由가 온다 해도
<1967.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