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대형 스타를 팀에 안착시키며 이적 시장의 화제가 되어왔던 레알 마드리드가 또 다시 일을 터뜨렸다.
잉글랜드대표팀의 캡틴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남스타'데이빗 베컴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부터 영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약 2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의 유니폼을 입게 될 베컴은 '과연
그가 팀에 필요한 선수인가?' 라는 논란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 분명 '성공적인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
유력하다. 아시아 시장의 공략은 물론, 베컴이라는 스타의 '상품가치'를 이용해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마드리드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대의 이익을 창출해내고자 머리를 싸매고 있는 구단의 경영진들과는 달리 축구팬들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사'는
베컴이 어느 포지션에서 활약하게 될 것인가,또는 등번호 몇번을 달고 뛸 것인가등과 같은 '축구적인 요소'를 포함한
문제들이다. 특히 베컴의 포지션 문제는 루이스 피구라는 또 한명의 '큰 이름'과 맞물려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중. 두 선수 모두 지난 수년간 '세계 최고의 오른쪽 미드필더'로 손꼽히며 명성을 떨쳐왔던 스타 플레이어인
까닭에서다.
하지만 피구는 오른쪽은 물론, 왼쪽과 중앙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매우 다재다능한 공격형 미드필더이고, 베컴
또한 중앙 미드필더 포진이 가능하다. 두 선수를 함께 기용한다는 전제하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의 '경우의 수'를
모두 감안해봤을 때, 가장 현실적인 답안은 다음의 두가지로 요약된다.
(1) '피구 왼쪽 - 베컴 오른쪽', (2) '피구 오른쪽 - 베컴 중앙'.
일반적으로 가장 무난해보이는 해답은 바로 (1)번에 해당하는 방법이다. 그도 그럴것이 루이스 피구는 유로 2000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 포르투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왼쪽 미드필더'로 활약해왔던 경험을 수도없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 피구와 베컴 두 선수의 개성있는 윙 플레이를 양쪽에서 가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레알의 왼쪽에는 이미 '사령관' 지네딘 지단이 자리잡고 있다. 그 어떤 감독이 레알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
할지라도, '지단의 포지션'에 관해서는 변화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피구 오른쪽 - 베컴 중앙' 기용은 어쩌면 이 두명의 대형 스타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 베컴이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폴 인스와 함께 잉글랜드 대표팀의 중앙을
책임졌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당시 오른쪽 날개는 대런 앤더튼), 에릭손 감독 또한 베컴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던 것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베컴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닌 다른 팀의 물을 먹고 큰 선수였다면 지금쯤 그는 '정상급 오른쪽 미드필더'가 아닌, '정상급 중앙 미드필더'
중 한명으로 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베컴은 여러모로 중앙 미드필더에 적합한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베컴의 영입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선수는 피구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마도 구티가 일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일 것이다.
대규모 방출을 단행하게 될 레알 마드리드
베컴의 영입에만 무려 2500만 파운드를 지출한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벤치 멤버들의 대거 방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완전 이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팀으로 임대시키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2002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1년간 임대 생활을 경험해야 했던 선수들의 숫자는 상당하다. 이는 '연봉
절약' 차원에서 클럽의 재정에 상당한 '여유'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이적 시장의 시세가 급락한 지금,
웬만한 스타 플레이어에게 지급되는 1년 연봉에 해당하는 액수면 '젊고 유능한 선수 1명'을 영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현재 방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 중 가장 이적이 유력시되는 인물로는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호르헤
토테, 플라비우 콘세이상이 손꼽힌다. 모리엔테스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는 것은 이미 시즌 도중부터 거론되어왔던
일.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이 이적을 결심하기만 했다면 팀을 떠날 수 있었던 기회들이 수차례 존재했다. 되도록이면
잔류를 원하던 모리엔테스였지만 이제는 정든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과 이별을 고해야 할 때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포워드 라인이 그리 두텁지만은 않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있어 모리엔테스는 여전히 '필요한 선수' 중
한명임이 분명하지만 현재 이적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호르헤 토테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비롯, 여러 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백업 스트라이커다.
올 시즌 레크레아티보 우엘바전에서 선발 출전한 것을 빼면 사실상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수준급의 스피드와 발재간을 갖춘 이 공격수를 노리는 프리메라 리가 클럽들은 상당히 많다. 많은 기대를 모으며
레알로 이적해왔지만, 올 시즌까지 썩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99/00 시즌 데포르티보 우승 주역' 플라비우
콘세이상 또한 방출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 또 한명의 '방출 대상자' 맥마나만의 경우는 그를 원하는 클럽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그의 이적료는 약 150만 유로까지 내려가있지만 워낙 연봉이 '고액'에 해당하기 때문.
이처럼 레알 마드리드가 어쩌면 팀에 필요할 수도 있는 선수들의 '방출'이나 '임대'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팀 수비에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정상급 수비수'의 영입을 올 여름의 남은 목표로 삼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구단주와 호르헤 발다노 단장이 '캡틴' 페르난도 이에로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곧 새로운 수비수를 영입하겠다는 계획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로가 떠난 지금, 레알의
스쿼드에는 3명(엘게라, 파본, 루벤)의 센터백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따라서 레알 마드리드는 일정 수준의 자금력을 확보하기 위해 팀에 있어 중요한 선수들임이 분명한 호세 마리아 구티
또는 클로드 마케레레를 머지 않아 이적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베컴의 가장 유력한 '중원 파트너'로
손꼽히는 두 선수이기도 한 까닭에 레알은 적어도 한 명은 팀에 잡아둘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중이다.
구티 or 마케레레, 누가 떠나게 될까?
사실 시즌이 종료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적이 유력시되던 선수는 바로 마케레레였다.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은 이래 가장 급성장한 케이스에 속하는 마케레레는 2003년 여름에 이르러 그 몸값이 '최고조'에 달해있기 때문.
약 1300만~1500만 유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마케레레를 팔아넘기는 것은 그의 나이가 이제
30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남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데이빗 베컴의 영입, 그리고 그의(매우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중앙 미드필더 기용을 감안해본다면 마케레레의
필요성은 더욱 가중된다. 사실 베컴은 수비 가담에 있어서도 성실한 면모를 보이는 선수인데다가 수비력 또한 그리
나쁘지 않은 축에 속하긴 하지만, '수비' 그 자체에 있어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입장에서는
'허리'부터 매우 단단한 수비층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베컴-마케레레'는 분명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베컴의 영입은 레돈도 이후, 미드필드 후방에서 '안전하게 볼을 관리할 수 있는'능력을 지닌 중앙 미드필더의 부재를
실감해야 했던 레알에게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롱패스' 위주의 빠른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는 프리미어 리그,
전술적으로 미드필더들의 수비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세리에A와는 달리
프리메라 리가는 철저하게 정교한 숏패스 위주로 경기가 운영되는 스타일의 리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스페인 무대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제 1 덕목'은 바로 패싱력이다. (아마도 프리미어쉽이나 세리에A에서는 '다른 기준'이 우선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볼을 빼앗기지 않고, 원할하고 빠르게 동료 선수들에게 볼을 배급하는 것. 이른 바 '패스의 물줄기'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들을 우리는 프리메라 리가 무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과거 바르셀로나의 주장으로 활약했던
과르디올라를 비롯, 샤비 알론소(소시에다드), 샤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마우로 실바(데포르티보), 마르코스
아순상(레알 베티스), 페테 뤼쌩(셀타 비고), 아리엘 이바가사(레알 마요르카), 루벤 바라하(발렌시아)등이 대표적인
인물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드의 살림꾼' 마케레레가 갖고 있는 유일한 약점으로 이러한 부분을 언급하는 것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 거의 볼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안전한 패스 플레이를 구사하는 미드필더로서의 '볼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 마케레레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매우 뛰어난 개인기를 갖추고 있는 선수다.
(갈라타사라이와의 2000' UEFA 수퍼컵 경기에서 무려 3~4명의 수비수를 여러차례 접어버렸던 그의 개인기를
떠올려보라!) 반면 개인기를 이용하는 플레이를 고집하는 경향 또한 지니고 있다. 쉬운 패스 한번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다 볼을 빼앗기는 '실수'들을 마케레레로부터 발견해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것은 '단점'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마케레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월드 클래스' 수비형 미드필더이며, 매우
공격적인 팀 컬러를 지니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묵묵히 지단과 피구의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하는 팀 공헌도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이러한 '볼 관리 차원'에
있어 아쉬움이 느껴질만한 모습들을 가끔씩 노출해왔다. 더우기 중거리 슈팅을 난사(?)하는 경향이 있는 플라비우
콘세이상과의 파트너쉽은 그리 안정적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데이빗 베컴은 마케레레의 아주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베컴이 개인기나 돌파력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논란의 여지를 제공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할지라도, 적어도
'킥'이나 '패스', '슈팅'에 있어 탑클래스에 올라있다는 사실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드필드에서 볼 소유권을 유지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동료들에게 배분하는 베컴의 재능은 레알 마드리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와 동시에 이것은 마케레레에게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즉, 베컴과 마케레레는
서로의 단점을 메꿔줄 수 있는 스타일의 선수들이며, 생각 이상으로 '좋은 컴비'를 이루는 것 또한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입장에서 '더욱 잡아두고 싶은 선수'는 분명 마케레레보다는 구티쪽이다. 유스팀 출신의
멤버로서 오래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아왔던 구티가 02/03시즌에 이르러 '한 단계 발전'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도 구티(76년생)는 마케레레(73년생)에 비해 젊은데다가 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낼 수
있다. 올 시즌 활약 또한 매우 훌륭했고, 앞으로 주전 멤버로 자리잡을 가능성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높게
점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베컴의 영입은 구티가 수년간 쌓아올린 '공든탑'을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베컴이 벤치에 머무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기 때문. '확실한 주전' 한명이 같은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다면 구티가 느끼는 부담은 분명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스타일'상으로 베컴의 파트너로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바로 마케레레다. 구티는 매우
다혈질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으로 유명한 까닭에 다시금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묵묵히 받아들일거라
예상하기는 힘들다. '마르카'를 비롯한 스페인 언론들 또한 구티가 클럽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구티와의 재계약 협상을 진행중에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단장 호르헤 발다노는 구티와 마케레레에 관해,
"그들은 여전히 팀에 있어 중요한 선수이며, 남은 계약 기간을 이행하게 될 것" 이라는 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있어왔던 발다노의 모든 발언들을 감안해봤을 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발다노는
결코 구단 수뇌부들이 갖고 있는 '본심'을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귀띔해주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호나우두 영입 소문이 한창 떠돌아다닐 때 그것을 '사실 무근'이라 말했고, 이번 베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레알은 호나우두와 베컴을 영입했고, 이 대형 이적의 '직접적인 수행자'는 바로 발다노였다.
즉, 발다노의 '상투적인' 인터뷰 코멘트들은 우리들에게 별다른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구단 관계자들과 구티의 현 관계가 상당히 '불편'해졌다는 사실이다. 2004년에 계약이 만료됨으로
써 팀에 남아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약을 연장해야만 하는 구티가 '이에로의 전철'을 되밟을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물론, 자유 계약으로 풀리는 것이 아닌 '이적'의 형태로 방출이 이뤄지겠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마케레레와 구티를
모두 잡아둘 확률 또한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정상급 수비수'의 영입을 원한다면 그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즉, 결론은 간단하다. 현재로서 '여름의 희생자'가 될 것이 유력한 쪽은 바로 구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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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야기
[사커라인] 구티와 마케레레, '여름의 희생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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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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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구티.....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선수중에 하나인데....과연 그의 행방은...
나같으면 구티랑 마케레레 둘다 안팔고 마케레레를 주전으로 구티는 더 젊으니깐 조커나 매꾸기용으로 하면서 조금씩 키워가는게어떨지.......
CM에서보면 성남이나 수원정도면 올인하면.....구티 사올수도 있을텐데....한 30억하던데... 애가 안와서 문제지..ㅡ0ㅡ
구티가 팔릴겁니다. 그리고 팔렸으면 좋겠군요. 어린선수들이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레알같은 팀은 안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모리엔테스가 있지요.
다만 케이로스라면, 구티를 몇년더 붙잡고, 30대에 들어가는 선수들을 몇 팔 수도있지요. 구티가 상대편이라면 골치아플건 뻔하고, 유망주를 중시하는 케이로스라면, 언제 기량이 저하될지 모르는 노장보다는 자라나고 있는 어린선수가 좋다고 생각할테닌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