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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으로 들어간 바둑, 미래가 달렸다
강원도 2년째 유치원 교육, 한국기원은 9월부터 수도권 시범교실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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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를 맞아 ‘청소년기에 바둑을 배우는 것은 어떤 의미와 효용이 있는가’를 알아보는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먼저 ‘바둑은 인문학이다’는 관점에서 바둑의 교육적 효용에 대해 거듭 살펴보고(1편), 초등생은 물론이고 이미 유치생에게까지 각광을 받고 있는 유치원 바둑교육 현장을 찾았다(2편). 추석 이후에는 후속편으로 바둑을 특기적성 과목으로 채택해 정규수업시간에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와 더불어 ‘방과후학교’ 현장을 취재, 보도한다. - 글쓴이 주. 한가위 기획/특집 ① "바둑은 독서에 버금가는 인문학적 체험이다" ☜ 보기 클릭 모차르트는 5세 때 첫 작품을 작곡했다. 아버지의 어깨너머(제대로 한번 가르친 적 없이 말 그대로 어깨너머)로 바둑을 익힌 조훈현은 4세 때 “아버지, 거기 놓으면 안돼요!”라고 훈수했다는 놀라운 일화가 있다. 조치훈은 모국어도 채 익히기 전인 6세에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김지석은 ‘다섯 살 바둑신동’ 소리를 들었다. 세계를 제패한 정상급 기사들은 거의가 취학연령 이전에 바둑을 배웠고 10대 초반에 입단했다. 11세에 입단한 이창호는 14세에 첫 타이틀(KBS바둑왕)을 땄다. 예술세계가 그러하듯이 바둑 또한 입문시기가 빠를수록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 반상 승부세계가 ‘운동화부대(10대~20대 초반)’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해석의 영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술에 비하면 바둑은 고도의 집중력 싸움이고 그렇기에 일찍 배울수록 유리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국기원이 ‘유치바둑’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 특집기사조차 유치원의 바둑교육 현장을 직접 찾아 취재, 보도하는 첫 기사인 듯싶다. 초등학교 방과후교실에 비하면 아직 유치원의 방과후수업은 걸음마 단계인데, 예전에도 미취학 어린이에 대한 바둑교육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창호시대 때도 바둑대회에 유치원생이 나왔다. 다만 이전에는 특별히 바둑에 관심을 가진 부모의 손에 이끌려 바둑을 배운 특출난 아이 소수가 초등학생 저학년부에 참가하여 겨루는 정도였지 요즘처럼 별도로 유치부를 따로 두고 진행할만한 인원은 못 되었다. 따지고 보면 이창호를 비롯한 최철한, 강동윤, 김지석, 박정환 같은 기사들이 다 이 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유치원(혹은 어린이집)에서가 아니라 바둑교실에서 바둑을 배웠다. 지금이야 바둑교습법도 매우 발전했고 아이들의 학습연령이 대폭 낮아져 5세 이상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데 그다지 어려움이 없으나, 예전에는 한글을 읽지 못하거나 구구셈을 모르는 아이를 받아 지도하기가 여간 벅찬 것이 아니었다. 체계적으로 가르쳐 볼만한 시장도, 준비도 언감생심인 시절이었다. 자연 소수의 특출난 아이를 제외하면 ‘바둑입문’ 적기가 초등 1학년으로 여겼다. 지난해 기준 대한바둑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크고 작은 바둑대회가 무려 140여 개에 이른다.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각 지역 일선에서 뛰고 있는 바둑인들이 각개약진한 덕이 크다. 신고하지 않은 구나 동 단위의 자잘한 대회까지 더하면 한해 우리나라에서 치러지는 아마대회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유치원생의 참가 수준도 궁금하고 하여 굵직한 전국대회를 도맡다시피 진행하고 있는 A7의 홍시범 감독에게 물어보았다. “500명이 참가하는 일반대회라고 칠 때, 300명~350명이 아이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중 200명~250명이 방과후교실 학생이고요 나머지 100명이 바둑학원에서 출전하는 비율이지요. 제가 향후 10년간 우리나라 바둑계는 방과후가 먹여살릴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지요. 유치부는 지역에 따라 없는 데가 있어 그렇지 대회마다 평균 20~30명씩은 꼬박꼬박 나옵니다. 특히 부산, 울산 쪽이 유치바둑이 활성화돼 있는데, 한 3년 전에는 울산에서 유치부에 60명이나 출전해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강원도, 2년째 유치원 바둑교육 시행 중 마음은 있어도 미처 눈길을 돌리지 못해 그간 바둑에 관심 있는 부모, 혹은 지역 바둑교실이나 강사에 의해 산발적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던 게 '유치(미취학 어린이)바둑'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유치바둑교육’이 관의 예산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곳이 강원도다. 강원도교육청에서 연간 9,900만원의 예산을 책정, 도내 18개 시군 유치원을 대상으로 방과후수업을 지난해와 올해, 2년째 펼치고 있다. 교육청에서 바둑의 교육적 효용가치를 높이 사 유치원에 바둑수업을 지원하는 사례는 강원도가 유일하다. 수도권도 아닌 강원도에서 이처럼 먼저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원도생활체육회 바둑연합회 이무근 회장의 노력이 컸다. 보기 보다 강원도 생활체육은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도지사배나 연합회장기배 등 도로부터 지원받는 시군 바둑대회만도 5개나 된다. “바둑이 생활체육으로 활성돼야 바둑이 활기를 띨 수 있습니다. 특히 바둑의 살길은 어린이교육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내년에는 유치원바둑대회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대다수 유치원이 자발적으로 바둑에 재정을 투입할 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에 교육청의 예산지원이 절대적이지요. 교육위원들에게 바둑을 어떻게 잘 이해시키느냐가 참말 중요합니다.” 춘천에서 바둑교실을 하는 황보관 강원초등연맹 사무국장은 유치원 수업에 직접 나서고 있다. “교육위원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 도교육청의 예산 사정이 관건이겠지만, 유치원 바둑수업은 교육청 위탁사업이라 의지만 있으면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서류를 제출하는 선으로는 힘들고 자꾸 만나 부딪쳐야 예산을 따낼 수 있습니다. 유치원의 방과후 과목 채택은 원장 재량이니 기본 예산만 확보할 수 있다면 수업할 곳이 많을 겁니다. 다만 저희 강원도의 경우 더 많은 아이가 접할 수 있도록 골고루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교육청의 기회균등 차원의 권고사항에 따라 한 유치원에서 연속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한정된 예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해도, 바둑은 6개월~1년 정도의 단기간보다는 그 이상 장기 교육을 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과목이잖습니까. 아무래도 지속성이 가장 아쉽지요. 학교와의 연계 방안, 취학한 이후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 바둑수업에 고무적 반응 보여 강원도가 다른 시도에 앞서 유치생 바둑교육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게 된 과정에는 태백시에서 2010년 3월부터 관내에 있는 황지어린이집에서 7세 원생을 대상으로 주 5회 바둑교육을 실시해 학부모와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도 주효했다고 한다. 강원도교육청의 지난해 유치원 바둑교육 지원사업은 주로 병설유치원 중심이었으나 올해에는 사설유치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올해 강릉시에서는 10곳의 유치원이 신청서를 냈고 이 가운데 2곳이 선정돼 방과후수업을 하고 있다. 유치원의 반응은 굉장히 좋다. 도교육청의 지원금만으로는 1년 내내 수업을 이끌어가기 힘들다. 유치원에서도 예산을 마련해 1년 내내 수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바둑판과 알, 강의자석판 등 기물도 자비로 구비할 만큼 적극적이다. 강릉시 임당동에 있는 소화유치원은 유서 깊은 임당동성당(성골롬바노 성당)에서 운영하는 부설유치원인데, 7세 2개 반 아이들이 바둑을 배우고 있다. 김 마리레나 원장수녀님은 몇년전 부산에 있을 때도 바둑수업을 해본 바 있어 바둑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올해에는 교육청에서 사설유치원에게도 기회를 줘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없는 예산을 짜내 과감히 기물 일체를 구비한 만큼 내년에도 이 기물이 놀지 않도록 이어가 주셔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시작했다며 웃는다. “집중력은 모든 활동의 기본이지요. 유아기는 기초가 다져지는 시기인데 바둑이 그런 걸 잡아준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많은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는 ADHD증후군(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도 한마디로 아이가 늘 들떠 있고 산만하다는 것 아니겠어요. 학습장애 원인은 집중력 부족에서 비롯된 거죠. 집중력 프로그램으로 저희 유치원은 6세 때 다도를 하고 7세에 바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호흡 가다듬는다든지, 애들에게 명상이란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으나, 바둑은 놀이로 즐기면서 그런 면을 다질 수 있는 장점이 있잖아요. 7세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아 개설했고요, 지역대회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어요. 부모님들의 관심도 높아서 별도로 바둑책을 산 아이도 여럿입니다.” 강릉에서 소화유치원과 금천유치원 두 곳에 강의를 하고 있는 강원도초등바둑연맹 배희선 회장(최고수바둑교실)은 원감의 승인이 나도 학교장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병설유치원보다는 사설유치원이 재량이 더 많고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유치원에서 바둑은 선호도 1위를 다툴 정도로 교육적 관심이 높고 아이들도 즐거워하는 만큼 일선 교육현장의 열악한 환경에 좀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대한바둑협회에서 학교바둑 활성을 위해 지원하는 예산을 유치원도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많은 어린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고 재능 있는 아이들을 빨리 발견할 수 있다.” 강릉시 금학동에 자리한 금천유치원은 1923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불교(관음사) 부설유치원이다. 이곳에서는 7세 보리수반 18명이 바둑을 배운다. 1시간 수업인데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보현 담임선생은 이렇게 답한다. “학기초 처음엔 약간 힘들어 했는데, 바둑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오래 앉아 있어야 하다보니...지금은 습관이 돼 집중력이 좋아지고 규칙을 지킨다거나 인사예절도 좋아졌다. 인지능력을 키우는 데 바둑이 도움이 된다. 수업시간에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두뇌회전이나 계발을 도우니...아이들이 바둑시간을 무척 기다린다.” 현장에서 뛰는 강사들은 5세는 좀 힘들긴 하지만 6~7세들은 70~80% 수업을 소화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연령과 적응 정도에 맞춰 30분 1주 2회 수업을 한다거나 40분, 혹은 1시간까지 수업시간을 짠다. 담임선생이 함께 들어와 보조교사 역할을 하므로 주의력이 분산되는 아이들의 자세를 딱딱 잡아주기에 생각 이상 잘 따라왔다. 배희선 회장은 “초등생은 이미 다른 데 관심이 생길 나이라 가르치는 재미는 유치원생이 더 있다”고 말한다. 저출산 여파에도 늘어나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주목할 필요 이쯤에서 잠시 통계자료를 살펴보고 넘어가자. <표1>은 대한바둑협회에서 통계를 낸 2013년 기준 방과후교실 바둑개설 학교수다. 전국 초등학교 5,882개 가운데 바둑을 방과후 수업과목으로 채택한 곳을 지역 사정을 헤아려 추산해 본 추정치다. 이에 따르면 1,554개 학교에서 바둑을 가르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아래 <표2>는 바둑교실수다. 대한바둑협회 소속된 바둑교실이 310개를 비롯해 450개 정도다. 90년대 절정기에 비하면 거의 반토막으로 줄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4년 4월 1일 기준 '2014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 수는 272만 8,509명으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저출산 여파로 초등학생 수가 날로 줄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바둑교실에도 미치고 있다. 한국초등바둑연맹이 추정한 바둑교실 당 평균 학생수는 30명 선에 불과하다. 100명 이상 가르치고 있는 바둑교실수를 물어보니 대전에 한 곳, 인천에 두 곳만 확실히 댈 뿐 후하게 쳐도 전국적으로 다섯 곳이 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100명을 넘기는 곳이 수두룩했고 300명에 이른 곳도 여럿 있었던 바둑교실 전성기를 들출 것까지도 없다. 25년 전 기자가 <월간바둑> 자매지인 <바둑생활> 창간호에 ‘어린이바둑교육 어디까지 왔나?’라는 특집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때 조사한 서울소재 바둑교실 평균 학생수가 45명이었다. 1989년 5월에 그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못한 30명 안팎이다. 다행이 방과후교실에서 바둑을 수강하는 학생은 학교당 평균 20명~70명 사이로 한국초등연맹이 추정하는 학생수는 3만명이다. 앞서 <표1>에서 보았듯 학교수는 1,554개다. 강사수는 850명쯤 된다. (예고했듯 특집 3편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전체 어린이바둑인구는 10년전 5만명선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현재 출산율과 초등학교 신입생 비율이 10년전에 비해 크게 감소한 측면을 고려하면 바둑을 배우는 학생비율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다.) 이에 견주어 유치원수는 <표3>에서 보듯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물론 저출산의 여파로 어린이 수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기는 하다. 이 와중에 초등학생수의 감소 속도에 반해 증가하고 있는 유치원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국 초등학교가 6,000개(올해 발표로는 정확히 5934개교)에 못 미치는데 유치원은 지난해에 8,678개였고 올해는 148곳이 더 늘어난 8826개원이다. (2014년 교육기본통계) . 위 <그림1>은 통계청 자료로 본 2012년 전국 어린이집수이고, <그림2>는 어린이집 원생수이다. 2년 전의 자료이긴 하지만 전체 어린이집수는 매년 증가하여 2012년 12월 기준 4만 2,527개소로 2000년(1만 9,276개소) 대비 2.2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어린이집 이용 어린이수 또한 2012년 12월 기준 1,48만 7,361명으로 2000년(68만 6,000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유치원수에 비하면 어린이집의 수는 다시 5배 가까이나 된다. 바둑교실은 내리막을 걷고 있고 방과후교실은 여전히 개척할 여지가 있으나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게다가 방과후교실은 강사 개인의 노력으로 확보한 예가 많았고(여기에 방과후 강사를 알선하는 전문 조직도 있다. 어쨌든 개인이 각개약진으로 영역을 구축했다는 얘기다), 한 곳에 터를 잡은 바둑교실과 달리 활동영역이 개별적이기에 애초 한국기원이나 대한바둑협회가 벼리(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놓은 줄. 이 줄을 잡아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있다) 역할을 기대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관심을 기울일 적기도 놓쳤다. 단급의 체계와 발행, 강사자격과 관련한 것들, 이를 테면 정규적인 연수와 세미나를 통한 자질향상과 수업법 공유 등. 당장 현실적인 문제로 체계적인 교재의 발간 또한 현안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일련의 문제를 발전적으로 헤쳐나가려면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왜? 어린이바둑교육은 성인교육과는 다르다. 용어선택에서부터 아동심리에 이르기까지, 바둑을 잘 두기만 하여 잘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수요창출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시장을 더 크게 확대하고 탄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조직력과 체계가 필요한데), 때늦은 감이 있다. 어린이 바둑교육에 관한 한 ‘이창호 덕’을 보기만 하다가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한 과실이 분명 있다. 한국기원, 수도권 8곳 유치바둑교육 시범운용 나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바둑교육은 아직 시작단계다. 정성을 들이자고 강조하는 건 이 시장이 가진 잠재적 경제성 때문이 아니다. 여기에 한국바둑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그러고 보면 바둑에 교육적인 효용가치가 크게 내포돼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듣자 하니 서울에만 방과후교실 강사조직이 6개가 있으며(연맹조차 강사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제각각 자체 단급증을 발행하고 있다 한다. 수준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일선 지도자들의 고군분투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한편) 난립이 초래할 시장의 불신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원도 이러한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방과후교실에 대해서는 선도적으로 이끌 타이밍을 놓쳐버렸지만 유치바둑에 대해서는 의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9월부터 수도권 유치원과 어린이집 8곳에서 바둑교실을 시범운용하기로 했다. 일단 한국기원과 기사회가 자체 예산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한국기원 김윤식 보급사업부 매니저는 “올해 시범운영 성과를 토대로 2015년부터 국민체육진흥기금이나 시도교육청 등에 지원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2016년부터는 시도바둑협회와 연계하여 지자체 예산확보를 통한 지역 유치부 바둑교실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어린이교육을 통한 바둑의 저변확대는 물론이거니와 유치부 바둑교육을 초등바둑교육과 연계함으로써 바둑꿈나무의 조기발굴 토대를 마련하겠다. 이는 소년체전 종목진입을 앞두고 선수자원 공급 차원과 길게는 중국바둑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년체전 진입은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가 천명한 한국기원의 3대 역점사업 중 하나다. 이어 김윤식 매니저는 “정부예산을 받아 현재 50~70곳 정도 초등학교 바둑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미 정착된 곳을 좀더 보조하는 효과에 지나지 않는 듯하여 앞으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치부 바둑교육에 더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유치바둑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협회 차원의 자격증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다 보니 구심력이 약했고, 이전에는 대한바둑협회가 자립기반이 취약해 어쩔 수 없이 자생에 힘쓰다보니 어린이바둑 전반을 주도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유치원 강사 육성을 비롯해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눈을 돌릴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단발성 교육으로 끝나지 말아야유치원-방과후교실-바둑교실로 이어지는 열결고리 모색해야 강릉의 유치원 두 곳에 이어 서울의 어린이집 두 곳을 취재했다. 유치원은 교육부 관할이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어린이집은 보육차원에 머물렀으나 지금은 유치원과 별 다를 바 없는 통합과정 교육을 한다. 9월2일 이정원 3단이 첫 수업을 하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피노키오어린이집을 찾았다. 주로 5~7세 어린이가 다니고 바둑은 6세만 한다. 30분 주 2회 수업이다. 오경자 원장은 “바둑 좋은 줄 다 알고 있지 않나요?”라는 반문을 오히려 던진다. 피노키오어린이집은 자발적으로 시작한 경우여서 관심이 더했다. “제 아들(27세)을 초등1학년 때 배우게 한 적이 있어 바둑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20년전 아들이 배울 때는 바둑학원이 많았고 차량도 운행하여 접하기가 쉬웠는데 지금은 다 없어져 알아보는데 힘들었어요. 다행이 같은 지역에 이정원바둑교실이 있어 직접 연락할 수 있었지요. 올 겨울 이정원 프로에게 상담전화를 걸어 바둑수업을 모색하던 차 이렇게 연결돼 시범 어린이집으로 선정되었으니 저희는 운이 좋은 케이스지요. 내 아이를 기르며 경험한, 바둑뿐 아니라 주산, 웅변 같이 좋았던 건 아이들에게 다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특히 바둑은 아빠랑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고 훌륭한 소통 수단이어서 부모님들이 좋아하십니다.” 15년간 마포에서 이정원바둑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원 3단은 근처 염리동 상록어린이집(원장 정현주) 한 군데에 더 출강한다. 피노키오어린이집 원장이 권해 바둑을 시작한 유아원이다. 입소문보다 더 전파효과가 확실한 홍보수단이 어디 있겠는가. “저도 바둑교실에서 5~6세들을 간간히 가르치긴 하지만 선별해 가르쳐온 실정이지요. 어리기 때문이지요. 5세는 놀이로 하는 거죠. 그런데 7세가 되면 빨리 알아듣습니다. 전달하는 데 어려움은 그닥 없고요, 그러나 이제는 바둑교실수가 줄어 배우고 싶어도 주변 갈 곳도 없는 형편이 돼버렸어요. 방과후교실에서 바둑을 접한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방과후 주 1회 수업으로는 아무래도 바둑의 맛을 제대로 보긴 힘들죠. 방과후교실에서 바둑교실로 자연스레 연결이 돼야 하는데 이게 안되다 보니 ‘방과후가 바둑교실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봅니다. 유치원에서 바둑을 접한 아이들이 진학한 다음에도 방과후나 주변 바둑교실로 이어져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승부와 승벽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지닌 잠재요소인데 어릴 때부터 선생이 잘 가르쳐 잡아주면 자신감으로 승화하지요. 바둑을 한 애들은 자신감이 강해지더군요. 유치생을 가르치는 건 유리그릇을 다루는 것처럼 훨씬 신경을 써야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제 경우는 아이를 낳고 키운 경험과 다년간 바둑교실을 한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고 있지만 마냥 강사 개개인에 도맡길 것이 아니라 협회에서 시스템을 갖춰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방과후강사들 사이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생활형강사 이야기도 혹간 들립니다만, 이곳은 돈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유치생 바둑교육은 우리 바둑계의 미래를 놓고 볼 때 정말 중요합니다. 사명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유치원 바둑교육은 한국바둑에 주어진 호기...기회 놓치지 말아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바둑에 대한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바둑의 교육적 호감도’를 물어왔는데, 지금도 여전히 부모들은 특별한 홍보가 없어도 바둑이 어린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바둑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바둑교육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둑관계자의 말은 이제 출발단계에 선 유치바둑교육은 물론 어느새 15여년에 이른 방과후교실 등 학원바둑교육에 대한 조언이자 지적이기도 하다. “바둑교육은 바둑이 이 세상에 큰 가치로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지금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서 진행하는 것은, 단기로 끝날 우려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바둑교육의 필요성’ ‘타당성’을 어필하여 관련 정부부서의 지원을 끌어내는 게 절실합니다. 해서 5~10년 꾸준히 장기 사업으로 가야해요. 바둑계 자체적으로는 정기 세미나 등을 열어 바둑단체와 지도강사 간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겠죠. 더불어 바둑지도교사 관리도 정말 필요합니다. 바둑지도를 하려면 최소 3~5년 정도 교육을 받고, 이후에도 계속 바둑지도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야 합니다. 바둑교육에 관심이 있는 젊은 인력을 많이 활용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바둑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준비하고 체계화하려면 젊은층이 더욱 많이 참여해야 합니다. 현재 바둑교육시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리가 부족한 느낌을 많이 받아요. 디테일이 부족해서 전문가가 제작한 느낌이 덜 드는, 뭔가 덜 들어간 느낌이 들거든요. 이를 테면 학년 단계별, 기력별 눈높이에 맞춘 교재는 말할 것도 없고요, 강사자격 요건도 엄격성을 갖춰야 할 것이고...가령 학교에서는 강사를 뽑을 때 ‘아마추어 3단 이상 자격증’ 또는 ‘지도사자격증(대한바둑협회 발행)’을 고려하지만 일부 지도사자격증을 대리로 따 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고, 여성강사 중 바둑을 가르치기에는 지나치게 기력이 약한 분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바둑수업에 유치원 교사가 보조교사로 함께 하는 만큼 선생님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바둑강사는 유아교육 전문지식과 경험이 없으므로 거꾸로 공부해야겠지요. 이런 모든 것을 공유할 토대가 한시바삐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때를 놓치면 다시 잡기 어려운 게 기회입니다.” |
첫댓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본문에도 지적되었듯이 단발성으로 이벤트성으로 시작은 거창하게 하고 점차 흐지브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명제를 꼭 가슴에 새겨야 할 것 같고,
전 군에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은퇴하는 시니어들에게도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길도 같이 열어 정말 유치원부터 무덤까지 바둑의 열풍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멋진 기사네요. 좋은 소식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찬히 정독해서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