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발의한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이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이미 탄핵안에 서명한 야 3당 소속 의원(176명) 숫자가 재적 의원 과반(150명)을 넘긴 탓에 국회 통과는 무난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7일에도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본회의 참석 여부와 불참 사유를 묻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표 단속’에 나섰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 장관의 권한과 직무는 곧바로 정지된다. 장관과 임기가 동일하게 규정된 정책보좌관 등 보좌 인력은 유지되지만, 차량 등 직무 수행을 전제로 한 의전은 모두 중단된다.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한다. 현직 장관이 국회에서 탄핵당하는 건 헌정 사상 최초의 사례다. 행안부 내부에서 “직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일일이 새로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홍근 (민주당)은 전날(7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장관 문책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너무나 기본적인 책무”라며 “설령 정치적으로 불리할지라도, 민주당은 그 계산기는 완전히 내려놓고 오직 ‘국민이 하라는 일’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정치적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정치권은 이 장관 탄핵안에 숨어 있는 세 가지 변수를 주목한다.
①與 법사위원장의 벽=탄핵심판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검사 역할)이 된다. 소추위원은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인 이 장관을 신문할 수 있다.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형사 재판의 검사 역할이다.
문제는 현재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위원장이란 점이다. 민주당에선 “김 위원장도 3선 의원이다. 정파나 정당을 떠나 제대로 역할을 할 것”(김남국)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소추위원의 주장 하나하나가 탄핵심판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온건파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될 경우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로 탄핵안 제출을 반대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②헌재 공석은 어떻게? = 현재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이선애·이석태 재판관은 오는 3월과 4월 각각 퇴임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재판관 인선 작업에 착수했으나, 신임 재판관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확한 임명 시점은 장담할 수 없다.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국회 법사위는 여야 대립이 가장 극심한 곳이다.
문제는 헌법재판소 심판·결정 정족수다. 재판관 7명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6명이 찬성해야 인용 결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판관이 7명만 남아있을 경우엔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외에도 헌재가 법에 정해진 심판 기간(180일)을 훌쩍 넘긴 사례는 수두룩하다. 첫 법관 탄핵소추 대상이었던 임성근 전 판사의 경우 탄핵소추안 의결 후 267일 만에 ‘각하’ 결정이 났다. 이 때문에 양당에선 “행안부 장관 공백 상태가 길어질 것”(국민의힘 관계자), “심판이 길어지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민주당 관계자)이란 전망이 나온다.
③중대한 법 위반? = 탄핵은 국무위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법률 위반이 중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률적 책임을 묻는 절차다.
이 때문에 야 3당은 A4용지 63쪽에 달하는 탄핵소추안에 ▶헌법 34조 6항(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 ▶재난안전법 8개 조항 ▶국가공무원법 56조(성실의무)·63조(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하지만 정부·여당에선 “과연 이 장관이 어떠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가”란 반론이 적지 않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는 2004년 노무현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며 “참사 발생 후 장관의 일부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이것을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