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쇠고기 대신 사과? 한국정부, 미 농산물 비관세 장벽 낮출까 / 8/4(월) / 한겨레 신문
한국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쌀과 쇠고기의 추가 개방을 막았지만 검역 절차 개선을 향후 협의 사항으로 언급하자 농업계는 사과 등 일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 완화로 수입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한미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을 열고 농축산물에 관해 "더 이상 시장 개방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검역 절차에 대해 질문하는 등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며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검역 절차 개선 등 기술적 사안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고 말했다.
농산물 수입 검역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국제식물방역협약(IPPC)에 따라 병해충 위험평가, 위험관리 방법 마련 등 8단계로 진행된다. 이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구 부총리가 언급한 '검역절차 개선'은 실무에서 각 단계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8단계 검역 과정과 단계별로 정해진 절차를 바꿀 수는 없지만 기술적으로 관련 서류나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하는 시간을 줄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검역 절차와 관련해 개선이라는 표현은 의사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며 8단계 검역 절차의 과학적 역량 제고를 강조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사과, 배, 복숭아 유전자변형농작물(LMO) 등은 이미 시장이 개방돼 검역절차와 안전성 평가를 거쳐 수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과와 배, 복숭아 등은 검역 절차를 완료한 국가가 없고 국산만 유통되고 있다. 미국도 1993년 사과, 1994년 배 등 검역을 한국에 신청했으나 각각 8단계 중 2단계와 3단계 등에 그치고 있다. 식용 유전자 조작 농작물 감자의 경우 농촌진흥청이 지난 3월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 절차만 남아 있다.
농업 단체는 수입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비관세장벽 철폐는 국내 농업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받는 사안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사과연합회 등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미국산 사과 수입 반대 국민대회"를 열고 "미국산 사과 수입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승우 전북대 교수(농업경제학)는 "그동안 한국 정부는 사과 등이 수입되지 않도록 검역을 비롯한 비관세 장벽을 강화해 왔는데 이에 불만을 가진 미국이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고 수출 품목을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