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남자..
29살 나와 동갑이다. 부산에 살고 있다.
6개월만에 보았다. 등산배낭을 짊어진 나를 보더니 기겁을 한다.
키 180에 몸무게 90이 넘는 녀석이다.
아주 착한 남자다.
내 배낭을 단숨에 빼앗더니 절대 안준다.
“어디 가고 싶어?”
“바다”
“광안리가자.”
부산 지하철을 타고 광안리에서 내려 바다 보러 갔다.
가는 동안 내 배낭을 짊어지고 내 손을 꼭 잡고 간다.
미안한 마음에 배낭 주라고 하면
“이 배낭으로 맞을래? 한 번만 그 소리하면 혼난다.”
잡힌 손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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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남원으로 올라왔다.
날씨 때문에 움직이기 쉬운 곳을 택했다.
날씨가 좋으면 백무동, 나쁘면 구례.....
33살 처음보는 남자다.
함양에서 야간산행할지도 모른다고 문자가 왔다.
날씨 때문에 망설였는데....다행이다.
늦은 시간 오후 7시 10분
음정에서 차를 세워놓고 벽소령산장으로 올랐다.
비가 온다.
멧돼지가 안심하고 길을 지나려다 사람을 보고 놀랐다.
나는 더 놀랐다. 무서운 마음에 나도 몰래 낯선 사람의 손을 잡았다.
그 사람도 무서웠나 보다.
심장소리가 손바닥에서 들린다.
음정-벽소령산장(1박)-세석-천왕봉-장터목산장(점심)-백무동-서암정사
산행...
그 길은 믿을 사람이 나밖에 없다.
내 배낭은 내가 짊어지고, 그 남자는 자기 배낭을 짊어진다.
하산, 내려와 배낭을 차에 실었다
그 남자 자기 배낭을 들어 보라고 한다.
내 등산 배낭보다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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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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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과는 친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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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든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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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나를 지리산에 오르게 한 남자다.
올해 2월 27일 28일이었다.
처음보는 남자다.
지리산 아래 살았지만 그때까지 난 노고단만 갔었다.
천왕봉...가본적이 없었다. 지리산을 보여준다고 한다. 바래봉을 보여 준다고 한다.
산행길...조용히 걷는 내게 묻는다.
“무슨 생각해?”
“꼭 얘길 해야 돼. 산은 다 똑같은 거 같아. 높이만 다르지.”
바래봉 능선 시야가 트인 곳에서 내게 묻는다.
“어때?”
“너 보다 천배는 좋아.”
그날 백무동에서 비박하고 나는 광주로, 그 낯선 남자는 배낭을 챙겨 백무동에서 지리산 높은 곳으로 향했다.
낯설게 손인사를 한다.
도데체 저 산 위에 뭐가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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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난 혼자 지리산에 잘 간다.
아주 잘 간다.
아파도 가고 죽을 것 같아도 잘 간다.
세 명에 남자.....
29해 그동안 살면서 많은 남자를 만났다.
17살 어린 나이에 사랑받아봤고,
19살 대학에 들어가 죽도록 사랑해봤었다.
24살 마음 아픈 짝사랑도 해봤고
25살 다른 여자 눈물나게 했던 나쁜 사랑도 해봤다.
그 사이사이에 흘려 지나가듯 만난 사람들 참 많이도 있었다.
앞으로 나는 누구를 또 사랑할 것인가?
누구에게 심장을 줄 것이며
누구에게 허망한 이별을 남길 것인가?
지리산..........
그 산을 만나서
내 29살의 영혼이 많이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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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름다운 영혼속에 참 많은 사연도 있었네요,,,자기가 걸어온길,,그 길,,, 결국은 자기가 선택한 길이죠.. 우울한 음악에서 신나는 음악으로 바꿔보세요,,,여행자!!!!라는 단어에는 항상....두 친구가 함께하죠^^~
넘~~좋습니다 부러월 따름이고요
햐~~ 나도, 혼자가볼까여~~?? ㅎㅎ 좋습니다,, 멋있습니다~~ ^^;;
산은 흔들리는 마음에 중심을 잡아주는 곳이니...지리산을 자꾸 오르다 보면 삶의 중심이 잡히겠지요. 사랑의 실체를 알게 될 터이지요. 솔직하고 읽으면 느낌이 오고 젊은 날의 지리가 그립고 그 때 그 사람들이 보고잡고...아~~~님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천사십니다.
멋진 산행 했네요..... 저가 처음 지리 갈때 생각납니다..... 한달에 한두번엔 지리에 들어갑니다. 혼자서,, 지리에 두고온것 찾으로요......
작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마치 'TV독립영화관'을 본 것 같았어요.^^
함양버스터미널에서 사람을 기다리다 큰 배낭에 기대 채 맨 얼굴로 잠이 들었어요. 오고 가는 사람 많았는데, 왜 내 얼굴하나 가리지 못하고 잠들었을까? 그런 생각들었어요.................내가 왜 그랬을까?..... 4B연필님은 아시겠지요...
정말 멋집니다.^^~~~
가마솥에 익어가는 구수한 보리밥냄새가 여기까지 나는것 같군요.
스님 드릴 약물을 끓이고 있는 거에요..따뜻한 손 잡고 찾아간 서암정사 외로운 스님이 혼자 연못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솥을 지피고 있던 여인의 마음이 따뜻한 서암정사 풍경이랍니다.........
어제나 그자리에 계신것 같네요 파란책 사진첩. 지리.. 그 깊이는..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참 그 나무뿌리는..
우리삶에 있어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라 삶의 모습들을 중요시 해야만 모든게 후회하지 않을수 있다고 봅니다. 연기 나는 굴뚝사이로 뛰어놀던 어린시절의 내모습으로 돌아가 마음가는대로 발길 닷는대로 가식없이 지리산을 ?아보면 무언가 보일겁니다 , 시간나는대로 지리산을..................................,
지리산 에서 지나치다가도 알아볼것 같은 친숙한얼굴 만나본적 없어도 만난것같은 익숙한 얼굴입니다 종종 글 잘봅니다
마음을담아낸 글.. 두번을 거퍼읽어봅니다. ..^^
!!!!!!!!
저 산위에 뭐가 있길래...
내가 왜 산을 오르른지..
산이 있기에 오른다고 했는데 사람이 그리워서 올라가는줄 모르겠어요..사진과 글 잘보고 갑니다.*^^* 이번주에 시간 내서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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