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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 여행 5일째, 파리
사실 나는 여행와서 먹을 걸로는 돈 아끼지 말자, 라는 주의의 여행자라
그동안의 여행에서 식비로 굉장히 많은 여행경비를 쓰곤했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일단 먹고 싶은 건 든든히 먹어야 나중에 후회안하지!!! 뭐 이런 자기 합리화???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자기 합리화의 절정을 달린다.ㅡㅡ;;)
명품가방이야, 한국에서도 살 수 있지만(비싸기야 하겠지만), 앙젤리나의 몽블랑은 파리에서만 먹을 수 있듯이
여행와서 먹는 걸로 돈 아끼는 것은 왠지 기운 빠지는 일이다.
해서, 본좌는 여행오기 전에 다른 건 몰라도 맛집정보하나는 빠삭하게 조사해서 오는 스타일이라,
이번 여행에서 파리 맛집만도 다 먹지도 못할 만큼 조사해와서, 골라먹는 재미를 쏠쏠히 보았고, 90퍼센트는 성공이었다.ㅋㅋ
헌데, 정말 파리의 물가는(중심가의) 스위스와 붙어보자는 건지, 우리 가족의 손을 덜덜 거리게 만들었다.
그 맛집 기행은(알고보면 돈XX...;;;;) 오늘 절정을 달리게 되니, 기대하시라~
오늘 나는 '어디 맨소래담아, 너죽고 나 살아보자' 라는 심정으로 오르셰와 루브르 돌아보기(+오랑쥬리) 를 강행하기로 결심했다.
폭넓고 깊은 그들의 예술 세계를 어디 미술전공자도 아닌, 그저 미술에 관심만 있는 내가 다 이해할 수 있겠냐만은,
정말 오늘의 여행은 다리가 무지 아팠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오르세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왕시계 밖 저멀리 샤끄레꿰르 사원..;;)
나는 원래 누구나 다 좋아하는 모네를 참 좋아해서(그냥 모네의 그림의 느낌이 좋다.^^;;)
1층은 얼레리 꼴레리 후딱 구경하고, 직통 엘레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성서나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은, 도상학이나 대충 성경 내용등을 추리해서;;; 그 그림의 주제를 때려맞출 수 있다만,
근대로 올 수록 화가가 그림으로 보는이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무엇인지 도통 알기가 어렵다.(그냥 내생각..;;;)
그래서 나는 그림을 감상할 때, 정말 무식하게도 그냥 느낌이 좋으면 좋은 그림이야 라고 자기합리화를 시켜버리는데,
오늘 오르세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만들어준 그림은 르누아르의 그림이었다.
(바로 이그림, 제목은 사실 잘 모르겠으나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그림이죠?? - 제목 아시면 알려주세요..;;;)
멀찌감치에서 보면, 아름다운 두 남녀가 춤을 추는 것이 여자가 참 부럽기만 했으나,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는 왠지 결혼식 피로연에서 신랑 신부가 춤을 추는 것 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면, 여자의 표정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왠지 모르게 슬픈 그림이다.(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남자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남자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매우 궁금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한참을 그림앞에 서서 그림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왠 섹시한 외국인이(라틴계로 보였는데 이 또한 나의 생각) 이 그림 앞에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대고 있어서
그림 앞에서 잠시 비켜주고 나는 그 섹시한 여자가 사진 찍은 모습을 구경했다.((덜덜덜......))
어쨌든 이날 오르세 미술관 산책에서 내가 건진 것은 바로 이그림.
(참고로 이때 밀레의 만종을 비롯 꽤 많은 유명한 작품들이 자리를 비우고 있었어요. 어디 빌려줬나...)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 미술 시간에는 감상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건 르네상스, 저건 바로크, 요건 야수파, 쬬건 입체파 등등의 미술사조의 특징과 대표 작품을 달달달 외워서 시험을 봤었는데
나는 문득, 이런 미술 교육이 우리의 문화 예술을 점점 퇴보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예술 작품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려고 애쓰고, 그러다보니
가슴 속 깊은 곳까지 그 감동이 전해져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라도, 예술 작품을 그냥 예술 작품으로 감상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교양있는 척을 하고 싶은 건 아닌데, 그래도 가끔은 내 눈을 즐겁게 해 줄 필요는 있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약 2시간 만에 오르세 미술관 산책을 엄청나게 빨리 끝내버린 우리는 뛸를리 정원으로 간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네의 수련연작을 보기 위해서다.
오랑쥬리에 들어서서 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사로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물론 영어다.
그리고 타원형의 수련 연작 방으로 들어섰는데,
오오오~ 연못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해가 뜰때, 새벽에, 날이 흐릴때, 해가 질때, 그 오묘한 빛의 변화를 색으로 나타내고자 했던 모네의 연구와 노력.
나는 감탄하면서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으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는
캔버스의 크기가 가로 18미터라는 것, 이건 해가 뜰때, 이건 새벽에, 이건 날이 흐릴때, 이건 해가 질때 그린 것이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나지막히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는 말씀 뿐. ;;;;;;;;;;;;;;;;;;;;;;;;;;;;;;;;;;
그렇게 나는 과감히 6유로를 날리셨다. 아니다, 그래도 3유로 정도는 건졌다.
오랑쥬리 미술관 지하에는 프랑스 회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르누아르도 있고, 피카소도 있고, 그랬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오랑쥬리를 나온 나는 그리도 고대하고 기대해 마지 않던 앙젤리나를 향해 걸었다.
오오~~ 가게 내부가 엄청 고풍스럽다. 테이크아웃도 되지만, 초파워모드인 햇님 아래에서 먹을 순 없다.
매장 입구에 진열된 것들을 보고,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당연히 몽블랑이지!!! 헉!!!! 6.4유로잖아!!!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내가 한국에서 조사해 올 때는 리뷰에 생각보다 커서 배가 부르다고 했는데, 배가 부를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몽블랑 두개하고, 딸기파이 같은 걸 시켰다.
여기 쇼콜라가 맛있다는데, 그것도 시켜보자. 헉!!!!! 6.7유로잖아!!!!!!
그래도 쇼콜라하고, 나는 카페라떼를 시켰다. 헉!!!! 4유로!!!!!!!! (까페오레라고 적혀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몽블랑의 맛은, 정말 맛있었다.
어찌나 달콤하고 입에 살살 녹던지, 정말 오금이 저린거다.
맛있어서 오금이 저리고, 너무 달아서 오금이 저리다.
쇼콜라는 옛날에 마드리드에서 먹었던 초코라떼보다는 맛있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왜 배가 부르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6.4유로나 주고 먹었는데, 배가 안불러서야 되겠는가. 정말 먹고 나니 나도 배가 엄청 부른 느낌이 들어서 웃겼다.
시간이 1시가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돈을 쳐 내고 국적기 대한항공을 타고 왔는데, (비행기표를 늦게 구해서..ㅠㅠ)
친절하게도, 운이 좋게도, 대한항공 이용객에게 루브루브 멀티미디어 가이드 무료이용권을 파리 지사에서 제공하고 있었다.
루브루브 피라미드 앞에 섰다. 흔니 뜨겁다.
우리는 이제, 엄청나게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멀티미디어 가이드를 받아서, 리슐리외관으로 입장!!!
이미 오르세에서 빡씨게(?) 산책한 바람에, 무조건 앉아서 감상!!!
함무라비 법전을 시작으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조각품들을 지나고 지나서, 미켈란젤로의 노예 조각까지.
2층으로 올라간다.
오오오오오오오~~~~~~~~~ 쉴리관 복도를 따라 엄청난 회화 작품들이 우리를 반기는 구나.
멀티미디어 가이드가 한국말로 설명해 주니깐 쏙쏙 이해가 잘 된다.
게다가, KOREAN AIR 라고 적혀있는, 그 멀티미디어 가이드를 수많은 사람들이 목에 걸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KOREAN 이라는 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한국은 정말 IT강국인가 보다.ㅋㅋ
그 유명하신 모나리자 님을 뵙고서, 티치아노, 카라바조, 다비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를 비롯,
엄청 유명하신 많은 분들을 뵈었다.
그리고 루브루브에서 내가 만난 최고의 작품!!! 루최작!!! (개인적인 취향임..;;;)
이분이시다. 세레자 요한 이라는 이분.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님께서 만드셨다.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그 세례자 요한과는 느낌이 다르다.
모나리자의 미소만큼이나 야릇한 저 미소와, 저 손동작. 나를 유혹하는 건가?? 아, 뭐지?? 매력적인데????
자꾸 나랑 눈을 마주치시는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자꾸 그림을 마주하게 된다.
사실 루브루브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명작을 만나서, (특히 모나리자나 밀로의 비너스, 니케 등의 유명인사 비롯)
누군가가 "루브르에서 가장 인상깊은 작품이 뭐였어요?"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몰랐었다.
근데 나는 이번에 누가 그렇게 물어본다면 "세례자 요한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예정이다.
그렇게 장장 6시간에 가까운 걷기 대장정은 리슐리외관 3층에서 끝이 났다.
아직도 미술은 너무 어렵고, 늘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ㅠ
그리고, 거꾸로 된 피라미드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어 주시고,
(저 외국인이 한참을 저기 서서 구경을 하느라 나는 또 한참을 기다려서 사진을 찍었다.ㅠㅠ)
저녁을 먹으로 고고!!!!!!!!!!!! 갈빗살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어줄 예정이다.
le Relais de l'entrecote (20, rue Saint-Benoit) - 4호선 생 제르맹에서 캐 가까움. 윙버스에도 나옴.
메뉴는 오직 하나!!! 갈비살 스테이크!!! 샐러드와 함께 코스로 나오는데 22.5유로다.
9시쯤 도착했는데, 레스토랑 앞에 줄이 길다. 헐,,,,,,,,,,,,,,,,,,, 기다려야지 뭐...
자리에 앉으니, 웨이트리스가 묻는다. "고기는 어떻게 해줄까?"
응????????? 미디움으로 해죠. 이렇게 주문 끝!!!!
와인을 먹어볼까 싶어서 웨이트리스한테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싸고 괜찮은 와인이라며 추천해줘서 그것도 시켰다.
일단, 호두가 들어간 샐러드는 너무 맛있어서, 그리고 너무 배고파서 금새 입으로 다 넣었다.
드디어 고기고기!!!!!!!!!
이 쏘스가 엄청나다!!!!! 고기도 연할 뿐더러 쏘스가 엄청 맛있어서, 포테이토를 계속 쏘스에 찍어먹었다.
그리고 고기를 두 번을 나누어서 주는데, 웨이트리스 말을 들어보니, 고기를 따뜻하게 먹어야 맛있기 때문이란다.
포테이토도 계속 리필해준다.
난 식객이 아니니까 그 고기가 갈빗살인지 허벅지살인지 알 턱이 없다만, 정말 맛있었다.
파리에서 먹은 비싼 요리들 중에서 단연 최고!!! 파리에서 그래도 근사하게 칼질한번 해보고 싶으시다면 여길 강추!!!!
웨이트리스도 굉장히 친절하구, 영어도 잘한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요즘들어 한국 손님이 많다며 반가워 해주시는 센스!!
어느새 가게 밖에서는 거리 유랑단께서 악기 연주까지 해주신다. 먹느라 밖에 구경할 틈도 없었지만 분위기는 정말 굿!!!
그놈의 특제 쏘스 때문에, 괜한 식탐까지 부려가며 포테이토를 쏘스에 찍어 계속 입에 쑤셔 넣고 포식을 해버렸다.
그래도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파리 답게, 훌륭한 미각을 지니고 있는 파리지앵 답게, 파리에는 정말 엄청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다.
소르본 대학 주변에 가보면, 간단한 거리음식부터, 값싼 프랑스 정식, 유명한 레스토랑까지
비싸긴 하지만, 잘 찾아보면 가격대비 정말 괜찮은 식당도 많다.
정말 파리를 느끼고 싶다면, 샌드위치 하나를 사들고 벤치에 앉아서 여유를 즐겨보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서 된장녀처럼 카페라떼 한잔을 홀짝여 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해보고,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일어날 줄 모르는 그들에게 둘러싸여 근사한 저녁식사에 와인 한잔을 마셔줄 필요도 있다.
돈이 아깝다구요???? 시간이 아깝다구요????? 이런게 여행 아닐까요?????
한국에 가서 두어 달 허리띠 좀 졸라매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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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이거 동감이예요... 맛있는 집 찾아다니면서 먹는거... 비오는 이 아침에 위에 있는 커피향이 솔솔 나는 듯합니다. 행복하시겠어요...
정말,,, 행복했었어요~~~~ㅎㅎ
저 이 여행기 읽다가 갑자기 오르세미술관 넘땡겨서 파리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막막 생겼어요. 예전에 오르세 갔었을때 하루종일 있었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고 할까.. 진짜 다시 가고 싶어요. 오르세만 휙 보고 오고 싶어요
저도 전에 갔을 땐 그랬는데요. 다시 가니까, 그래도 욕심을 버리고 보게 되더라구요. ^^ 저처럼 하나만 건져도 입장료 값은 하실거에요~~
저도 먹는거 너무좋아하는데 ~ ^^ 파리가서 기회가되면 저 레스토랑 꼭 가봐야겠네요.!
완전,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저 레스토랑은 캐 강추해드렸어요~
오페라쪽에서 하염없이 걷다가 깨끗한듯한 정원에 들어서니 '퀴리'상이 보이고, 지나서~~ 깜짝 놀랬어요. 이 세상에서 보지 못 한 너무 아름다운 정원에..(뛸르리공원).. 거길 지나 루블에 가서는 감탄만...ㅎ 패키지로 가서 볼 거 대충보고 며칠을 혼자 빠리에 있다보니 전혀 다른 각도에서 루블도 못 알아보고...' 어쩜 인간이 이렇게 아름답게 ...'ㅎㅎ 정말 바보였지요. 여행기를 너무 감칠 맛나게 잘 썼네요. 중간에 사진까지 첨부해서 시청각교육 제대로 잘 하고 갑니다. ^^
감사합니당~ ^^ 여행이 끝나고 아쉬운 것들이 많아지면, 두번째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것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다시 가니까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캐 강추!!!
관광지 말고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까지 함께 볼수 있어서 보기만해도 즐겁습니다. 잘 보고 있어요~
우슈슈 우슈슈~ 감사합니다~
내가 바라는 여행도 바로 그거 딱인데... 에휴 바램으로만 끝나면 어쩔꺼나
누나랑 갔을때... 누나가 먹는 걸 워낙 안좋아해서 45일 내내 먹는걸로 싸웠는데 ㅜㅜ 이 글 보니까 저랑 너무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는... ㅎ
정말,,파리는 느리게 여행 하는 곳인거 같아요..노천카페에서 차한잔 마시며..사랑구경하기..공원벤치에 앉아..샌드위치 먹기..센느강변따라 그냥 걷기...느리게..느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