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800만달러보다 많아” 檢 진술
1000만달러 ‘이재명 뇌물’ 적용할듯
金, 비상장사 통해 500억 빼돌려
일부는 대북송금에 쓰였을 가능성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2023.1.17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수감 중)가 북한에 전달한 돈이 기존에 알려진 800만 달러(약 101억 원)를 넘어 총 1000만 달러(약 126억 원)에 이른다는 김성태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북송금이 시작된 후 김성태는 500억 원대의 금액을 비상장 계열사들로부터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쌍방울 대북송금 규모 1000만 달러”
9일 언론사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최근 김성태로부터 2019년 전후 북한에 전달한 돈이 1000만 달러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대북경제협력 비용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의 방북 비용 800만 달러 외에도 행사 및 교통 비용 등 대북송금 부대비용으로 200만 달러(약 25억 원)를 더 지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1000만 달러 전부가 사실상 이재명에 대한 뇌물이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2019년 1, 4월에 전달한 500만 달러(약 63억 원)의 경우 경기도와 북한이 합의한 스마트팜 사업비를 김성태가 대납했기 때문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2019년 11, 12월 전달한 300만 달러(약 38억 원)는 이재명의 방북 비용을 대신 낸 것인 만큼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 차례의 자금 전달 과정에서 지출된 200만 달러의 경우 사용처에 따라 제3자 뇌물죄 또는 뇌물죄를 나눠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영수증 등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성태는 지금까지 검찰에 ‘령수증’이라고 표시된 북한 문건 3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들 문건에 기입된 총액은 600만 달러(약 7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나머지 400만 달러(약 50억 원)가 어디에 쓰였는지, 또 이에 대한 물증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페이퍼컴퍼니에서 빠져나간 500억 원대 자금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송금을 시작한 2019년 1월부터 김성태가 실질적으로 지배 중인 페이퍼컴퍼니 5곳에서 500억 원대의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정황을 확인하고 대북송금 자금이 여기서 나온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성태는 먼저 쌍방울의 지주사인 칼라스홀딩스에서 2019년 1월∼2020년 12월 약 150억 원을 쌍방울 임직원 계좌로 이체하고 수표로 출금했다고 한다. 김성태는 출금한 수표를 더 작은 금액의 수표나 현금으로 바꿔 추적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열사인 착한이인베스트에서도 2019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약 190억 원을 출금했다고 한다. 두 회사에서 출금이 시작된 2019년 1월은 첫 대북 송금이 이뤄졌던 시기다.
이 밖에 오목대홀딩스에서 약 100억 원, 희호컴퍼니에서 약 80억 원, 고구려37에서 약 10억 원의 자금이 출금됐다고 한다. 검찰은 이 금액 중 일부가 대북송금에 쓰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성태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는 11일 귀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선 김 씨의 귀국으로 쌍방울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김성태의 호화 도피를 돕다가 캄보디아 국경에서 붙잡혀 송환됐던 수행비서 A 씨는 9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