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은 알아도 '북한산성'은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남한산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직은 잘 보질 못했다. 더구나 얼마전에 영화까지 나온 지금은......
남한산성은 병자호란때 인조가 47일간 버티다가 서문인 우익문으로 내려가 삼전도(잠실벌 송파나루 부근으로 추정)에서 청태종에게 무릎 꿇고 절하며 항복했던 뼈아픈 역사가 깃든 곳이다.
서인들의 반정으로 광해군이 쫓겨나고 무능하고 나약한 인조가 왕위에 올랐다. 폭군 연산군과는 달리 왕자의 몸으로 임진왜란때도 전면에 나서 활약한 광해군은 비교적 백성을 위한 정치와 국방, 외교도 잘 한 것으로 보이나 왕권강화에 실패하여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 희생된 비운의 임금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성립하지 않지만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병자호란도 없지 않았을까.
영화나 역사 얘기를 하려던건 아니다. 남한산성을 모르는 사람도 없고 적어도 한 번쯤은 다 가 봤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남한산 정상(522m)을 아는 사람은 드물고 산꾼들도 모르는 이가 많은 듯 하다.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정표도 수어장대가 있는 쪽의 청량산(482m)을 남한산으로 병기해 놓아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하지만 남한산은 엄연히 따로 존재하며 지도상에도 분명히 표시되어 있다.
모 산악회에서 몇년 전에 남한산에 정상석을 만들었는데 그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소문듣고 찾아 나섰다가 못찾고 근처까지 갔다 지나쳐버리는 바람에 아직도 못 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오늘은 남한산성 동쪽 외성인 봉암성 끝자락에 위치한 남한산 정상을 찾아 나선다.
검단지맥인 남한산 줄기에 해발 480m가 넘는 험준한 지형을 따라 조성된 남한산성은 통일신라의 '주장성'터로 추정되는 곳에 인조 때 재축성한 성으로 동쪽이 상대적으로 높고 서쪽은 조금 낮은 동고서저형 지형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남한산(522m) 정상도 당연히 수어장대가 있는 서쪽의 청량산(482m)보다는 조금 높은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에 본성 내부가 보이는 벌봉(512m)을 빼앗겨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하는데 외성인 봉암성과 한봉성은 그 이후에 추가로 축성된 것이다.
남한산성의 4대문 가운데 경기도 광주에서 산성 계곡따라 올라오는 동문과 성남시에서 올라오는 남문쪽엔 도로가 놓여 차량통행이 가능하지만 북문과 서문 방향은 급경사의 내리막 숲길이다. 남문터널쪽이 교통이 더 빈번하여 전부터 남한산성의 정문 역할을 하고있다.
남한산성 내에는 현재 남한산초등학교가 있고 보건진료소, 소방서, 파출소가 있는 산성마을이 남아있어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 남한산성 행궁이 있는 산성로터리 종로(鐘路)에서 지하철 산성역과 모란역까지 약 20~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남문주차장 부근에는 음식문화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산성마을은 예전부터 손두부와 닭백숙이 유명하다. 현재 닭백숙촌은 대부분 산성 아래쪽 마을로 이전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은 본성과 본성에속한 5개의 옹성(연주봉옹성/남옹성 3개/장경사신지옹성)이 현재 모두 복원되어 있는데, 외성인 봉암성과 한봉성은 아직도 복원되지 못한 채로 방치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산꾼들이 자꾸만 무너진 성곽옆으로 지나다녀 점점 더 소실되고 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니 만큼 성곽이 흔적도 없이 다 사라지기 전에 관리와 복원이 시급해 보인다.
남한산성에는 4대문 외에도 총 16개의 암문이 있는데 위례둘레길을 거쳐 남한산성에 오르면 연주봉옹성으로 통하는 제5암문으로 본성으로 들어서게된다. 계속해서 위례둘레길은 북문(전승문)을 지나 벌봉(봉암)이 있는 봉암성 방향으로 이어진다.
남한산성 본성의 제3암문으로 나가서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봉암성(蜂巖城)으로 들어가는 제12암문이 보이고, 외성인 봉암성으로 들어서면 거의 다 허물어진채 남아있는 성곽이 양옆으로 이어진다. 위례둘레길은 벌봉(동림사터)옆의 제13암문 안쪽에서 아랫쪽 내리막길로 객산을 지나 샘재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제13암문이 있는 벌봉에서 다시 돌아나와 외동장대터를 지나서 봉암성 성곽을 바라보며 가다보면 관목덤불 사이로 제14암문이 보이는데 계속해서 제15암문 쪽으로(지도엔 있으나 실제론 성벽과 함께 허물어져 형체가 거의 없음) 관목덤불 사이로 난 오솔길을 가다보면 한봉성으로 넘어가기 직전 허물어진 봉암성 끝 지점에 도달하는데 이 지점에서 잘 둘러보면 '검단지맥'이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 있는 나무가 눈에 띈다.
왼편 언덕배기로 눈을 살짝 돌리면 관목덤불 너머에 남한산 정상석이 허물어진 봉암성 성곽 바로 앞에 있다. 대부분 이 근처까지 왔다가 결국 못찾고 지나친다는 남한산(522m) 정상석을 어렵사리 찾았다. 겨울지나 관목숲이 우거지면 더욱 찾기 힘들어 보인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본성으로 들어와 제4암문/북문/북장대터/제5암문/연주봉옹성/서문으로 간다. 오후에 시작한 탓에 해가 이미 서산너머 떨어지고 있어 서문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서 수어장대를 거쳐서 만해기념관 방향으로 서둘러 내려온다. 산성로터리 종로에서 버스를 기다려 성남쪽으로 하산해서 산성역에서 일정을 종료한다.
집에서 이동거리가 멀어 그동안은 자주 가보지 못했는데 경기도 광주시, 성남시, 하남시에 걸쳐있는 검단지맥 남한산 자락은 유역면적이 꽤 넓고, 등산로도 많으며, 높이에 비해 험한 지형임에도 불구하고 가면 갈수록 알면 알수록 산행의 재미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산이다. 해가 길어지고 꽃이 피는 봄이 오면 덕풍골 이성산성에서 샘재 객산까지 위례둘레길 환종주에 도전해봐야겠다. ^^
오늘의 시작점인 세계문화 유산센터 : 지도등 각좃 안내 자료가 있는 관리 사무실로 남한산성 옛길 인증도 여기서 받는다.
현절사(顯節祠) : 절이 아니라 사당이다. 병자호란때 결사항전을 주장하다 청에 끌려가서도 뜻을 굽히지 않아 처형당한 삼학사(三學士)의 위패가 있다.
벌봉으로 오르는 길
본성 제3암문
봉암성 제12암문
봉암성(蜂巖城)입구 : 현재 여기까지만 복원되어 있다.
허물어진 봉암성 : 복원과 관리가 시급해 보인다.
위례둘레길 이정표 : 샘재방향으로 내려서면 객산까지 비교적 완만한 숲길이 이어진다.
벌봉아래 동림사지
봉암성 제13암문
벌봉(512m) : 한자로 '봉암(蜂岩)이다.
외동장대터
관목 덤불 오솔길
봉암성 제14암문
삼각점
검단지맥 522m
남한산(522m) 정상석
남한산 정상에서의 조망
남한산성 본성 성곽 (제3암문 외곽)
남한산성 본성 성곽길
북한산 / 도봉산 / 아차산 조망
제2군포터 : 일종의 초소
남한산성 본성 제4암문
제1군포터
팔당 예봉산 / 팔당대교 / 하남 검단산 조망
북문(전승문)
북문누각
북장대터
본성 제5암문 : 연주봉옹성으로 연결된다.
연주봉옹성
연주봉(465m)
연주봉에서의 조망이 시원하다.
만리장성 느낌이......
서문누각
남한산성 표지석
수어장대 : 유일하게 복원된 서장대 - 장군의 서쪽 지휘본부
무망루(無忘樓) : 수어장대 2층 누각의 편액 - '그 날을 잊지말자'는 뜻으로 복원 후 영조가 지은 이름.
만해 기념관
첫댓글 남한산성길^^
그리운 남한산성길^
제가 재활운동할때에 즐겨찿던길,
그래서 더욱 정겨운 남한산성길^^
힘들었지많 목표을 세워서 포기하지않고 걷고 걸었던길^^
달 사랑님 의 후기글 감사합니다.
죽산님이 재활운동 하시던 곳이로군요.
남한산성길 좋지요.
특히 하남위례길 4코스 위례둘레길이 잘 돼있어요.
멀지만 않으면 더 자주 갈텐데......
추워지는 날씨에 감기조심하세요.
조만간 또 길에서 뵙지요.
고맙습니다.^^
유적 하나하나에 역사적인
고찰을 자세히 보여주신 후기
늘 감사히 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우분트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변변치 못한 글을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길에서 또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