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나는 또 서울구경합니다.
이번에는 남산을 올라가는데 길에는 어린 소년들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아양을 떨며
"아저씨 놀다가세요"
라고 하고 나에게는
"오빠 놀다가"
라고 하는데 나는 부끄러워 얼른 그곳을 피합니다.
그 동네 이름이 창동인데 어떻게 그렇게 이름값을 하는가
나는 남산 맨 위를 걸어서 올라가는데 바위와 나무를 돌소돌아 여러사람들과 힘겹게 올라갑니다.
남산의 맨 꼭대기에 오르자, 거기에는 정자가 지어져 있습니다.
나는 서울 시가지를 살펴 보는데 1954년에는 오염이 없어 공기가 맑아 저 멀리 한강도 보입니다.
그리고 서울 시내가 완전히 초토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지만
이미 전쟁이 4년이 지났건만 새로짓는 집이 하나도 안 보입니다.
나는 다시 내려와 소공동을 지나 위로 올라가는데 거기에는 7층건물이 망가져
창문이고 뭐거 아무것도 없습니다.
앞에는좀 넓은 광장이 있는데 학원이 있어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드나드는 것을 보고 나도 학교에 다니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을 조금지나자 경향신문사가 있고 미도파가 있습니다.
나는 길을 건너 명동으로 가다가 중국 호떡집에 들어가 호떡을 하나 사 먹는데 맛있습니다.
그리고 옆 골목으로 들어가자 거기에 아주 깨끗이 정돈된 중국학교가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남의 나라에 와서 가장 좋은 장소를 찾이합니다.
시청 앞의 소공동 골목에는 중국집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명동 성당으로 가 봅니다.언듯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여기저기에 총탄 흔적이 보입니다.
나는 성당에 들어가 기도합니다.성당이 아주 크고 속은 깨끗합니다.
이곳에 인민군들의 본부가 있었다고 합니다.
미군이 차마 비행기로 폭격을 못합니다.
나는 그곳을 나와 한국 은행 쪽으로 갑니다.
그곳에는 우체국도 있는데 많이 파괴되어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고 을지로를 지나고 청계천을 가니
산에서 흐르는 물이 가운데에 흐르고
양쪽 제방에는 반자집들이 빼곡히 층층히 서 있고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에서는 빨래를하는대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구정물에 빨래를 합니다.물이 귀하니 어쩔수 없나봅니다.
오늘도 서울 여기저기를 헤매며 구경하느라고 그동안 내 호주머니에 있던 180환 돈은 다 써 버려렸습니다.
이제는 서울 구경 그만 하려고 합니다.
집에 오자 저녁에 돌아오신 매형이
"세근아"
"예 매형"
"너도 일을 해야지"
"........................"
"내 친구가 제번소를 하는데 네 이야기를 하자 내일 데려와 보라고 한다"
"제본소가 뭐 하는곳인데요?"
"책을 만드는 곳이란다"
"책이요?"
"그래, 학교 교과서는 물론, 참고서도 소설도 잡지도 다 만든다고 한다"
"어딘가요?"
"소공동이다"
"아 시청 앞이군요"
"너 어떻게 서울 지리를 다 아느냐?"
그러자 누나가
"얘는 그동안 매일 서울 구경하고 다녔어요"
라고 합니다.
"내일 나하고 같이가자"
(계속)
첫댓글 인제 취직 이 되여돈버나요 그시절회사출근하늘에별따기안인가요
감사드려요 눈이많이내려미끄럽네요조심하셨요
어서오세요 해바라3님 감사합니다.
맞아요 1954년에는 일꺼리가 없어 사람들이 헤맵니다
그리고 밥을 얻어먹어요
삶에 충전이......
감바우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예 저이 새로운 변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