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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클럽
제 1장. 위험한 전학생
<프롤로그>
2013년 4월 17일, 밤 10시. 부평역.
“동인천, 동인천 급행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이윽고 열차가 멈춰서고 문이 열렸다.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퇴근 시간인데다가 환승역인 부평역은 특히나 유동인구가 많다. 아까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꽉꽉 채워져 있던 열차는 부평역에서 멈추자 썰물 마냥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유난히 큰 트렁크 가방을 들고 선글라스를 낀 두 남녀가 있었다. 갸름한 얼굴에 끝에만 웨이브 진 긴 머리를 가졌으며 가뜩이나 큰 키에 하이힐까지 신고 있어 더욱 커보였고, 가슴이 살짝 파이고 그녀의 날씬한 몸매를 더욱 드러내주는 회색빛 민소매 티에 곧게 뻗은 다리를 더 잘 드러내주는 허벅지를 살짝 가린 검은색 치마를 입은 그녀를 사람들이 지나가며 힐끔 흘겨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하늘하늘한 머리칼을 흩날리며 세미 정장 차림의 복장을 한 남자는 유난히 선글라스가 잘 어울렸으며, 옆에 서 있는 그녀보다 10센티는 더 컸다. 그 역시 균형 잡힌 몸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역시 그를 흘겨보며 저희들끼리 속닥거렸다.
지하상가를 빠져나온 두 남녀는 택시를 잡아 택시를 타고 어느 집 앞에서 내렸다. 외국에서나 있을 법한 단독주택이었다. 겉에서 풍기는 모양 채가 주위에 있는 다른 집들과 확실히 달랐다. 그들은 집 앞에서야 선글라스를 벗었다.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얼굴은 가히 미남, 미녀라 할만하다. 둘 다 뛰어난 외모를 가졌으나 어딘지 모르게 냉기가 흐른다. 둘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특히 여자 쪽이 더 사나웠다. 크면서도 약간 올라간 눈꼬리는 스모키 화장으로 인해 더 날카로웠으며 차가웠지만 한편으로는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너무 늦게 왔다.”
그녀의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오히려 다행이지. 여기라면 쉽게 찾지 못할 거야.”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냉소적인 미소를 띠고 더 차가운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여기도 내가 접수해 주겠어.”
그녀는 이러한 야망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녀의 눈빛과 살짝 올라간 입 꼬리가 그녀의 충만한 자신감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 은주아. 그녀의 옆에 서 있는 남자 김석균. 그들의 등장은 한낱 평화로운 인천에, 그리고 다른 한 여자의 야망을 더욱 타오르게 할 서막이었다. 차라리 인천에 오지 말았어야 할 그들…….
그들은 오늘 인천에 온 것을 후회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단지 새로운 곳에 도착해서 새롭게 시작하리라는 부푼 꿈, 새로운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부푼 꿈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었다.
<1>
주아는 교복을 차려 입고 석균과 함께 집을 나섰다. 그들이 앞으로 다녀야할 동인 고등학교로 향했다. 학교는 의외로 가까웠다. 주아의 부모가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집을 얻은 것이다. 그녀의 부모는 예전에 살던 부산에 일이 있어서 서울로 올라오려면 시간이 좀 걸렸다. 당분간 그녀는 자유롭게 석균과 함께 지내도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가는 길에 같은 동인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주아와 석균을 힐끔 쳐다보며 탄성 비슷한 소리를 냈다. 자신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우리 학교에 저런 애들이 있었나 하는 것이다. 그들은 둘을 보고난 후 엄청난 소유자의 남녀를 만났다고 늘어놓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으로 보아 필시 전학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학생’이 온다는 말에 학교가 술렁이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자기네 반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
혜원은 교무실 앞에 섰다. 그녀는 수학 문제집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주아와 석균이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서 서있었다. 혜원은 자기 옆에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당한 외모였다. 그녀는 여학생에게 왠지 눈길이 갔다. 상당히 인형 같은 외모, 길고 긴 속눈썹에 눈꼬리가 약간 올라가서 매서워 보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예쁜 눈에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잡티 하나 보이지 않는 하얗고 깨끗한 피부까지. 마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 것 같았다.
혜원은 자신보다 큰 그녀의 키와 날씬한 외모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녀의 얼굴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녀는 무척 차가워 보이고 날카로워 보였다. 그녀의 눈매가, 그녀의 날카로운 턱선과 콧날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혜원은 그녀가 보통 여자는 아닐 것이라는 것을 단번에 직감했다.
주아는 혜원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았다. 혜원이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자 그녀 또한 혜원을 바라보았다. 갸름한 턱선, 크고 동그라며 귀여운 눈, 선홍빛을 띄는 입술, 하얀 피부를 가졌으며 키가 컸다. 한 170센티미터 정도는 되어보였다. 자연스러운 타원을 그리며 이마를 가리고 있는 앞머리와 잘 어울리는, 양 갈래로 땋은 머리는 그녀를 한층 더 귀여워 보이게 했다. 키만 작았다면 필시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이지만 지금 상태로도 그녀는 충분히 인기가 많을 것이다.
그녀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에 눈길이 갔다. 신혜원. 주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와는 맞지 않는 이름이었다. 다른 귀여운 느낌의 이름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ㅖ’보다는 ‘ㅐ’ 발음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러나 주아는 혜원의 키를 보고 그러한 생각들을 접어야 했다. 그녀의 귀여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키처럼, 그녀의 키 때문에 그녀의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이다. 키 때문에 그녀에겐 ‘신해원’이라는 이름보다는 ‘신혜원’이 더 잘 어울렸다.
이번에는 주아의 시선이 그녀의 손에 들린 문제집으로 향했다. 모르는 문제를 물으러 온 것으로 보아 그녀는 틀림없이 소심하고 나약하기 그지없는 소녀이며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일 것이다. 게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동그란 눈망울은 왜이리 귀여워 보이는 것인지 그녀는 자신에게 보호본능을 일으켰다. 주아는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다. 또한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친해지기가 더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절친이 되어 귀여운 그녀를 아무도 건들지 못하게 지켜주고 싶었다. 같은 반이 아니어도 꼭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혜원이 먼저 교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수학교사 윤성에게 다가갔고, 주아는 석균과 함께 교무부장이라는 명패가 놓여있는 이화용에게 다가갔다.
“저, 오늘 전학 왔는데요.”
주아의 말에 혜원이 윤성의 설명을 듣다가 잠시 고개를 들었다. 좀 전에 애들이 말한 그 전학생들인 것이 틀림없다. 상당한 외모의 소유자라 하더니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혜원은 설명을 들으며 그들의 이야기에도 은근히 귀를 기울였다. 주아의 목소리가 상당히 허스키했다. 자신보다도 더 허스키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게다가 주아의 목소리 톤은 어딘지 모르게 위협적이면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말투도 굉장히 딱딱했으며 상당히 건조했다.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투였다. 그녀의 얼굴 표정 또한 무미건조했다.
“진가희 선생님.”
이화용의 부름에 업무를 보고 있던 진가희가 고개를 들었다. 혜원 역시 고개를 들었다. 담임인 가희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보아 그녀와 자신이 같은 반이 된 듯싶었다.
“유경철 선생님.”
제일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경철 또한 고개를 들며 이화용의 부름에 대답했다.
“여학생은 진가희 선생님 반, 남학생은 유경철 선생님 반으로 배정했습니다. 저분들이 너희들 담임선생님이시니까 인사드리고 잘 따르도록 해라.”
석균은 경철에게, 주아는 가희에게 다가가 각자의 담임에게 인사를 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혜원은 가희와 주아가 하는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귀를 더 쫑긋 세우고 들으려고 하는 찰나였다.
“혜원아.”
윤성이 그녀를 부르는 바람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일 수가 없었다.
“네?”
그녀가 대답을 했다.
“어딜 보고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연신 사과를 했다. 주아는 가희와 이야기를 하다가 고개를 들어 혜원을 보았다. 웃고 있는 그녀는 무척이나 상큼해 보였으며, 그녀의 미소는 참 예뻤다. 웃는 모습이 예쁜 여자는 처음 본다. 자신도 여자이지만 자꾸 눈길이 갔다. 여자인 자신도 그녀에게 눈길이 가는데 남자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분명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점점 그런 확신이 들었다. 자신이 남자였다면 필시 자신 또한 그녀에게 끌렸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같은 여자로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딘지 모르게 남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남자라면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여자라면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는 그런 매력. 그러고 보니 얼핏 혜원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얼핏 듣기로 목소리 톤이 좀 낮은 것 같았다. 저 귀여운 외모에 허스키한 목소리……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
**
혜원은 교무실을 나와 교실로 향했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8시 15분. 조회 시간까지 15분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교실에 들어와 문제집을 자기 자리에 올려두었다.
“혜원아, 가자.”
그녀의 친구인 자영이 그녀를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자영과 함께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 있던 여학생들이 자영과 혜원을 보며 흠칫했다. 그들은 힐끔거리며 눈치를 삭피다가 나갔다. 자영이 얼른 나가라며 여학생들을 위협했고, 남은 여학생들이 그 말에 후다닥 나갔다. 혜원과 자영, 둘만 남게 되자 자영은 그제야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소매 안에서 담뱃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담뱃갑 안에 넣어둔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연기를 후- 하고 내뿜었다.
혜원은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보다가 자영의 담뱃갑을 낚아채 역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고 불을 붙였다.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는 후- 하고 연기를 내뿜었다.
“아까 교무실 갔다가 전학생 봤다.”
혜원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랐다. 범생 이미지에 연약할 것 같은, 그래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외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그게 바로 혜원이다. 혜원의 진실은 바로 지금의 모습이다.
“전학생? 진짜 전학 온 거야?”
“어. 애들 말대로 상당하더라. 들이랑 해성이, 유일이, 찬샘이랑 거의 삐까치던데?”
“들이보다 더 예쁜 애가 있어?”
혜원과 자영이 말한 들은 동인고의 얼굴짱으로 유명한 여자였다. 인천에서는 이미 최고라고 할 정도로 소문이 난 상태였다. 그녀에게 반하지 않는 남자들이 없었다. 그녀는 여신, 얼굴짱, 밤의 여왕 등의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남자들은 그녀와 사귀고 싶어 했지만 그녀는 단 한 명도 선택하지 않았다. 남자들과의 스캔들이 끊이지 않으며, 모든 남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아름다운 여자, 그리고 매혹적인 여자, 그 사람이 바로 들이었다.
“남자애도 한 인물 하던데.”
“몇 반이래?”
자영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혜원은 어이없어하며 자영의 이마를 툭 치며 말했다.
“해성이한테 말한다, 너.”
“아잉.”
혜원이 담배를 변기에다 던지고 물을 내렸다. 그러곤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고 물로 입안을 헹궈냈다. 교복에 묻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먼지 털어내듯 물을 묻혀가며 연기를 털어내고 향수를 뿌렸다. 자영이 눈을 흘겼다.
“졸라 깔끔 떨어, 신혜원.”
“너도 냄새 제거하고 가. 벌점 받아.”
자영도 변기에 꽁초를 던지고 물을 내린 후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었다. 무척 귀찮은 일이지만 벌점은 받기 싫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둘은 화장실에서 나와 교실로 향했다.
“몇 반이래?”
“남자애는 유경철 반이던데?”
“헐.”
자영이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여자앤?”
“몰라. 못 들었어.”
교실로 들어온 두 사람. 교실은 이미 전학생 얘기로 시끄러웠다.
“우리 반에 전학생 있대.”
들이 그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진짜?”
“응. 아까 애들이 교무실 가서 봤는데 담임하고 얘기하고 있었대. 근데 남자애는 6반이고 여자애는 우리 반이라더라.”
“남자애 잘생겼어?”
“그렇대. 해성이 보다 더 나을걸?”
들이가 해성 쪽을 힐끔 보며 말했다. 해성은 기분 나쁜 듯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보기엔 완전 재수 없어 보이던데. 하여튼 여자애들은 보는 눈이 없어.”
“담임이다!”
“전학생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학생들이 복도 쪽 창문을 보았다. 가희와 함께 걸어오고 있는 주아. 그녀의 외모에 남자들은 입이 귀에 걸리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가희와 함께 등장한 주아를 보며 남자들은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들 또한 주아의 외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했다. 남자였으면 좋았을 거라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남자들은 좋아하며 더 시끄럽게 떠들었다. 자기의 이상형이라며, 찜했다며 노골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가의 말>
몇 년만에 올리는 소설입니다. ☆루미☆라는 이름으로 작품 올렸는데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도 안 나네요. 그리고 나서 닉네암을 바꿨습니다.
☆름이☆로요. 그동안 제 나이는 얼마나 늙어가게 먹었는지.... 휴....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왕따클럽>입니다. 앞으로 많이 애독해주시고, 댓글 평도 많이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댓글 잼있어여ㅎ담편도기대되네여ㅎ
재미있을것같아요...
해피엔딩이 좋아요,,,부탁합니다(=><=)
왕따클럽이 왕따들로 이루어진 모임이요?
기대됩니다~~^^
혜원이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