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날 아침 일찍 증평 다녀왔다.
선생님하고 봉추, 로사님, 나, 이렇게 넷이서..
목적지는 증평 평화한약방.
선생님 딸내미 봉추가
요즘 계속 몸이 안 좋단다.
음식이 비릿하여 잘 못 먹고(본디도 조금밖에 안 먹는데..)
그러고선 공부하느라 신경쓰고 하니
몸무게가 많이 줄었단다. 길 가다가도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기도 하다고..
그래 로사님이 다니시는 한약방에
약 지으러 간 것이다.
나도 예전에 얘기 듣고 한번 가보려고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다.
그리고 오죽하면 나한테 부탁했겠나..
길 잘 모르고 차 몰기 싫어하는 거 아는데..
안나님이 요즘 시험 준비 땜에 바빠서 안 되다 보니
나한테까지 돌아왔나 보다.
요가원 식구들 차 가진 사람, 아니
차 몰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하긴 나도 동생 차 빌려 간 거지만..)
운전면허를 딴 건 88년이니 꽤 오래 됐다. 하지만
장농면허로 지내다 94년부턴가 엄마 치매주간보호소
모시고 다니느라 어쩔수없이 차 몰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정 필요하면 차 몰기도 하지만,
거의 안 몰고 나갔다. 아는 길만 다니고..
모르는 길은 미리 물어물어 확실히 안 다음에 나가고.
그렇게 가도 잘 모르겠더라만..
워낙 길눈도 밝지 않고, 방향감각도 뒤떨어지는데다
운전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뭐 이런 거 한몫할 테지.
아무튼 차 잘 안 끌고 다닌다. 내 차도 없지만,
할수없을 때 아니곤 핸들 잘 안 잡을려고 하지..
그러다 보니 어쩌다 내가 몰 때 식구들, 특히 윤경이가
옆자리에 타면 별로 편치 못한가 보다. 잔소리 해대고..
사실 조카들도 그런다. 윤경이몬 카레이서고,
큰이몬 천천히 모는데도 불안하다나?^^
맞긴 맞을 거라. 아무리 조심히 몰아도 길에
대해 자신감이 없으니 불안해서 신경쓰느라
신호등이 안 보일 때도 있으니..
길은 길로 통할 텐데 무얼 그리 걱정하는지..
차 잘 모는 사람은 없는 길 만들어도 가두만,
한번, 아니 몇 번 간 길도 잘 모르니..
돌발상황 대처 능력도 떨어지고.
운전하는 것도 천성인가 싶기도 하다.
보면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 차도 쉽게 잘 몰더라..
아님, 무대뽀로 나가는 사람이나..^^
근데, 이번에 같이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내가 차를 찬찬히 잘 몰아 편안했단다.
물론 특별히 어려운 길은 아니었고
고속도로 달리는 게 주로였지만,
그리고 이분들이 거의 차를 잘 안 타는(못 몰고)
분들이라 위험 판단이랄지 이런 거 잘 못 할 수 있다.
그래도 차 잘 몬다고 칭찬까지 듣다니..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딴때보다 편안했다. 첫길인데..
옆자리, 뒷자리에 탄 사람들이 편안하게 해주었다는 것.
뭐냐면, 믿고 지지해 주었다는 거. 주눅들게 하지 않고..
"혜주씨, 차 잘 모네."
고속도로는 거의 안 탔고, 이렇게 멀리 나온 것도 처음이라고,
그리고 집에서는 차 잘 못 몬다고 핀잔 듣는댔더니,
로사님이 그러냐고, 그럼 담엔 우리 설악산 쪽으로 잡아보자며..^^
"그럴까요.."
첫댓글 그러게요.. 무사히 잘 다녀 왔다니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