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새로운 교통법규가 시행됐다.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 우회전 시 횡단보도 통과방법 등 운전자가 반드시 알고 지켜야 할 새로운 교통법규에 대해 살펴봤다.
보행자 안전규정을 강화한 새로운 교통법규가 지난 7월 12일부터 시행됐다. 새 교통법규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운전자가 지켜야 할 사항이 크게 늘어난 것이 핵심이다. 횡단보도에서 일시정지해야 하는 상황이 이전보다 확대됐고, 위반했을 경우에는 범칙금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료까지 인상될 수 있다. 또한 인도 및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 아파트단지 내 도로 등에서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됐다. 운전자가 지켜야 할 새로운 교통법규에는 어떤 항목이 있는지 살펴봤다.
보행자 중심으로 달라진 새로운 교통법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자 한다면 자동차는 일시정지 후 출발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사람은 2,916명이었다. 이중 보행자 사망 비율은 34.9%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9.3%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라진 교통법규는 이처럼 보행자 안전이 취약한 점을 고려해 보행자 보호의무를 강화하는 규칙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에만 일시정지 후 출발하면 됐지만, 이제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가 인도에 서 있을 때도 멈춰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보행자가 자동차보다 먼저’라는 인식을 운전자에게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없더라도 무조건 일시정지 후 출발해야 한다.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갑자기 횡단보도로 뛰어들어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많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는 사람이 없어도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만약, 운전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위반 운전자에게는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되며, 이를 근거로 자동차보험료가 할증될 수 있다. 작년 9월부터 국토교통부와 보험개발원이 협력해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의 자동차보험료를 위반 횟수에 따라 할증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보행자 보호 의무를 2~3번 위반하면 5%, 4번 이상 위반하면 최대 10%가 할증된다. 다만, ‘보행자 우선’ 인식 개선을 위해 첫 시행 한 달간(2022년 8월 12일까지)은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운전자가 지켜야 할, 우회전 시 올바른 횡단보도 통과 방법
우회전할 때 보행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서행하면서 횡단보도를 통과할 수 있다
우회전 시 횡단보도 통과 방법도 이전과 달라진다. 지난 1월 공포된 교통법규에 따르면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운전자의 정지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 보행자 신호가 초록색일 때는 우회전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일부 운전자 사이에서 잘못 알려지면서 혼선을 빚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회전 시 올바른 횡단보도 통과 방법은 어떤 것일까? 각, 상황에 따라 살펴봤다.
먼저, 차량 신호가 빨간색일 때 우회전하는 경우에는 정지선에 맞춰 일시정지한 후 우회전해야 한다. 만약, 보행자 신호가 초록색일 때는 정지선에서 일시정지한 후 건너는 보행자나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보행자가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넌 뒤에 서행하며 통과해야 한다.
차량 신호가 초록색일 때는 어떻게 우회전해야 할까? 이때는 우회전 이후 나타나는 두 번째 횡단보도의 보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차량 신호가 초록색이고, 두 번째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빨간색일 때는 서행하며 통과하면 된다.
그러나 차량 신호가 초록색이고 두 번째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초록색일 때 건너는 보행자나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으면 두 번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한 후 우회전 해야 한다. 단, 보행자가 없다면 일시정지하지 않고 서행하며 통과할 수 있다.
다만 보행자가 없는 걸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행자가 갑자기 뛰어들어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운전자에게 100% 과실이 적용되니 주의해야 한다. 즉, 정리하자면 우회전 시 횡단보도 통과 여부를 보행자 신호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가 통행을 마쳤는지, 통행하려는 보행자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이는 일시정지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현재의 교통법규를 개선한 것으로 운전자의 구체적인 법규 준수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전한 교차로 통행 돕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 도입
앞으로 사고가 빈번한 교차로에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설치된다
이처럼 우회전과 관련된 운전자의 혼선을 줄일 수 있도록, 앞으로는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 간의 사고가 빈번한 곳에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현재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설치한 상태지만, 설치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따로 없던 상태였다. 새로운 교통법규에서는 이런 법적 미비를 보완하고 보행자 신호에만 의존해 우회전하던 운전자의 번거로움을 줄일 전망이다.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보호의무 강화
아파트단지 내부 도로에서도 보행자 보호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제는 아파트단지 내부 도로와 같이 법적으로 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보행자 보호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인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의 모든 영역에서 보행자가 통행할 수 있는 ‘보행자우선도로’ 제도를 도입해 도로 환경을 개선한다. 보행자우선도로에서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차량에 서행 및 일시정지 의무가 부여되고 주행 속도 또한 20km/h 이내로 제한된다.
그동안 명확하지 않던 회전교차로에 대한 통행 방법도 새로 규정됐다
이 밖에도 새로운 교통법규에서는 회전교차로 통행 방법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한편, 영상기록 매체로 위반 사실이 입증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항목을 기존 13개에서 26개 항목으로 확대했다. 단속 경찰이 없는 상황에서도 준법 운전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달라진 교통법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없는 어린이보호구역의 횡단보도에서도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고, 우회전 시 횡단보도 통과도 이전보다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행자를 배려하는 안전한 교통문화가 널리 정착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