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통 천체망원경동호회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읽다가 재미가 있어서 여기에 올렸습니다. 시간나면 그곳의 회원소개 게시판의 글도 읽어보십시오. 조심하실 것은 배꼽잡고 웃다가 괜히 실없는 사람 되지 마십시요. http://www.byultong.com/a-index.htm ]
예전에 sci.astro.amateur 뉴스그룹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망원경이 몇대나 있어야 할까 하는 것인데, Jay Raynolds Freeman 이란 사람이 재미있는 글을 올렸더군요. 이 사람은 활발한 안시관측가로 뉴스그룹에 유머러스한 글을 자주 올리거든요. 이 사람의 말에 따르면 최소한 망원경이 네 대는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선 자신의 여건이 허용하는 한 가장 큰 구경의 망원경입니다. 소위 "별빛 양동이" (light bucket) 라고 불리는 것으로, 주로 돕소니안식 반사나 대구경 슈미트 카세그레인식 망원경이죠.
미국에선 12인치 이상의 돕소니안은 튜브식 대신 트러스식으로 많이 만들죠. 미드나 디스카버리 같은 대중적인 메이커에선 16인치나 17인치까지 튜브식 돕소니안을 만듭니다만, 트러스식은 스타마스터나 스타스플리터, 오베션 등의 군소 전문 메이커에서 10인치부터 24인치, 심지어는 아마추어용으로 30인치짜리도 나오죠. 대개 모양은 허름하지만 성능도 뛰어나고 가격도 튜브형 돕소니안에 비해 훨씬 비쌉니다.
슈미트 카세그레인은 미드에서 12인치와 16인치, 셀레스트론에서 11인치와 14인치가 나옵니다. 16인치나 14인치 정도 되면 이동용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많지요. 그래도 미국에선 자동차 뒤에 트레일러를 달아서 이런 무식한 망원경들을 끌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Freeman 씨의 경우는 셀레스트론 14인치를 이 용도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최대한 광학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입니다. 주로 아포크로매틱 굴절 망원경이나 고성능 막스토프, 혹은 고급 뉴토니안 반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APO 굴절이라면 미국에선 역시 아스트로피직스가 가장 인기가 있죠. 아스트로피직스 6인치나 5인치는 행성 관측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굴절입니다. 그외 텔레뷰 TV140 이나 TV101, 미드 128ED 등도 있지만 아스트로피직스만큼은 아니구요. 최근에는 다카하시 FS102나 FS128도 사용자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 것 같더군요. 국내에선 아직까지 APO 굴절 하면 4인치가 주종이고, 최근에야 5인치가 조금씩 보급되기 시작한 것에 비하면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성능 막스토프로는 아스트로피직스의 7인치나 미드 7인치 막스토프가 있고, 더 돈이 많은 사람은 퀘스타 7 을 사용하지요. 한편 러시아제 인테스 막스토프(MK67, MN66 등) 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꽤 인기가 있는 듯 하구요. Freeman 씨의 경우는 미드 128ED 를 이 용도로 가지고 있다는데, 사실 미드의 ED 망원경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죠.
다음으로는 포터블 망원경입니다. 언제든지 들고 나갈 수 있고 한 손으로 들 수 있을만큼 가벼우면서도 광학 성능이 뛰어나야 합니다. 간편하게 관측하고자 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할 때 필요하지요. 이 용도로는 80mm 급의 단초점 굴절 망원경이나 3~5인치급의 SCT나 막스토프가 가장 많이 쓰입니다. 굴절이면 싼 것은 오리온이나 셀레스트론에서 파는 중국제 OEM 의 80mm f/5 굴절망원경이 있구요, 조금 급을 높이면 텔레뷰 프론토나 레인저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SCT 나 막스토프라면 단연 미드 ETX 90 이 인기지요. 초 베스트셀러입니다. 최근 같은 시리즈로 ETX 125 가 나왔지만 그다지 좋은 평가는 받고 있지 못하구요. 셀레스트론의 경우 예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던 C90 과 C5 를 적도의에 얹은 G3 와 G5 로 꽤 재미를 보고 있구요. 최근엔 C5 와 동일한 광학계에 자동 천체도입이 되는 넥스타를 선보여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마지막으로 옛날부터 꾸준히 인기가 있던 에드먼드의 아스트로스캔 4.1인치 반사망원경도 있구요.
Freeman 씨의 경우 포터블 망원경은 빅센 55mm 플로라이트 망원경이라고 합니다. 이 모델은 예전에 단종되었지만 광학 성능이 무척 좋다고 하네요. Freeman 씨는 이 망원경으로 허셀 400 목록을 전부 보았다고 하며, 그 내용이 Sky & Telescope 지 최근호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허셀 400 목록이면 딥스카이 관측에서 메시에 목록을 졸업한 다음 도전하는 목록인데 이걸 55mm 구경으로 전부 봤다니 대단하죠? 초보자들은 8인치로도 못보는 대상이 수두룩하다는데... 물론 제대로 본다기 보다는 존재 확인만 되는 대상이 많겠죠.
마지막으로.... 스타파티용 망원경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와글거리는 스타파티 때 들고 나갈 망원경이죠. 스타파티 때 마귀같은(?) 꼬마애들한테 한번 당해본 사람은 반드시 이 용도로 망원경을 준비하게 되어 있다네요. 스타파티용 망원경은 적도의식 굴절이나 SCT가 좋다고 합니다. 일단 추적이 되니까 여러 사람이 줄서서 보기에 좋고, 반사망원경의 경우는 꼬마애들이 보기엔 아이피스 높이가 너무 높은 문제가 있죠.
Freeman 씨는 이 용도로 셀레스트론 C102HD 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엔 아이피스도 너무 비싼 거 쓰지 말고 망원경 사면 딸려오는 싸구려 아이피스를 쓰는 게 좋다는 충고도 있구요. 잠시 이야기가 새는데, 어떤 사람이 미드 망원경을 몇 대 사니까 기본으로 주는 MA 아이피스 (케르너에 해당) 가 열 몇개가 굴러다니게 되더랍니다. 이게 쓸모가 있는 곳이 각종 천정 프리즘 보관할 때 먼지 안 들어가게 막아 놓는 용도하고, 스타파티 때 꼬마애들이 아이스크림 묻은 손으로 만져도 괜찮도록 하는 용도라고 하더군요.
지금까진 미국의 경우였고,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어떨까요?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선 구경이 큰 망원경이라면 10인치 돕소니안이나 미드 10인치, 셀레스트론 11인치 SCT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네요. 이것보다 크면 승용차에 싣기가 힘들겠죠. 뭐 트럭을 끌고 다니거나 개인 천문대를 가지고 있다면 12인치 이상도 가능하겠지만요.
광학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이면 역시 APO 굴절이겠구요. 이 방면에선 일본제 망원경이 훨씬 다양한 선택이 있죠. 다카하시, 펜탁스, 빅센, 보그 등등... 요샌 4인치 뿐 아니라 5인치도 심심찮게 보이고... 다카하시 MT 시리즈 반사도 여기에 포함시켜 줄 수 있겠죠.
포터블 망원경이면 3인치 굴절이 있죠. 다카하시 FS78은 포터블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고, 펜탁스 75SDHF, 유니트론 RF80, 보그 76ED 등이 대표적이고, 최근에 나온 다카하시 FS60C 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겠네요.
스타파티용 망원경이면... 뭐 스타파티용 망원경을 따로 가지고 있는 국내 아마추어는 잘 없겠지만... 80mm 굴절이나 4인치 굴절 정도가 아닐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