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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느님] 15 - 내가 널.. 기억할게.
1. S# 도입부> 14부 앤딩. (거리) N
인파를 헤치고 달려오는 은혜, 여기저기 계속 하루를 찾으며 급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 위로
은혜Na : 나는.. 살면서 내일을 꿈꿔본적이 없었어.
flash-back1> 1부 몽타쥬 中,
길거리 나레이터 하다가 취객에게 봉변당하던 은혜/
라면을 훔치는 은혜/
병원에서 구형사에게 수갑이 채워진채 끌려가는 은혜/
은혜Na : 희망같은거 가져본적도, 사랑같은거 믿어본적도 없었어. 어차피 이 세상엔 나 혼자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다시 거리>
이리 저리 하루를 찾는 은혜위 모습위로.
하루E : 은혜성생님! (처음 은혜를 만날 때 해맑게 부르는 소리)
은혜 : (멈칫.. 돌아보는 표정위로)
flash-back2> 버스 정류장. (2부 69씬)
버스 정류장에서 은혜를 보며 반갑게 뛰어오는 하루.
하루 : 지금 와요? 난 또.. 안오는 줄 알았다. (눈물 머금은 미소 씩 웃는다)
은혜Na : 거기에 니가 있었어.
flash-back3> 국밥집. (4부 45씬)
울던 끝에 멈칫.. 쳐다보면,
은혜Na : 거기에도..
하루 : (본다. 따뜻한 미소로) 괜찮아요?
flash-back4> 커피전문점 (9부 25씬)
테이블을 닦다가 멈칫, 쳐다보는 은혜,
웃게해줄게 1탄! 은혜에게 웃게 해줄게 춤을 춰줄 때 하루.
은혜E : 그리고 거기에도...
flash-back5> 병원 로비 (9부 52씬)
전화끊고 돌아서면 바로 거기 서 있는 하루, 조용히 은혜를 꼭 안아주는 모습위로.
은혜E : 또 거기에도.. 언제나 니가 있어줬어.
다시 거리>
어지러움에 비틀거리는 하루, 지나가던 사람들, 뭐야..! 하면서 하루를 피해간다.
하루, 그대로 바닥에 쿵.. 무릎을 꿇은채 넘어지고 만다.
숨이 차는 듯 숨을 몰아쉬면서 걸음을 멈춰서는 은혜, 순간 수많은 사람들 저편으로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있는 하루를 본다.
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서 멈춰선다.
하루,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은혜를 본다. 빤히 쳐다보면
은혜 : 너... (순간 마른침 한번 삼키고) 거기서 뭐하구 있어?
하루 : (본다. 보다가) 그냥.. 좀 힘이 들어서.. 넌?
은혜 : 널.. 만나려구.
하루 : (보면)
은혜 : (그러더니 그대로 하루를 꼭 안아주는데)
하루 : (조용히 맑은 목소리로..) 밤늦게 다니면 안대..
은혜 : ? (눈물 가득한 얼굴로 천천히 떨어져서 하루를 본다)
하루 : 밤늦게 다니면 교장성생님이 걱정해, 나쁜 사람들이 잡아가... 라고.. 수정이가 말했슴미다..
(하더니 꿈을 꾸듯.. 먼곳을 본다)
은혜 : ...! (본다) 하루야...
하루 : (은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먼곳을 보고 있다)
은혜 : 하루야..?
하루 : (멍...)
은혜 : 하루야아!!! (하고 하루의 어깨를 흔들어보는데)
그대로 힘없이 풀썩.. 은혜 품으로 쓰러지 듯 안기면서 덜덜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하루.
은혜, 놀라서 하루를 본다. 보다가 그대로 하루를 꼭 안아준다.
덜덜덜 떨고 있는 하루의 떨림이 은혜한테까지 전해져온다.
은혜 : 괜찮아.. 괜찮아 하루야.
하루E : 그러지마. 니가 힘들어질거야.
은혜 : 이젠 내가 있어줄게...
하루E : 너한테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어... 가. 은혜야..
은혜 : 이젠 내가 니 옆에 있어줄게. 내가..
그러더니 눈물 어린 시선으로 두려움을 꾹 누른채 하루를 꼭 부둥켜안는 은혜의 모습,
은혜에게 안긴채 덜덜 떨면서 허공을 응시하는 하루의 공허한 시선에서.
타이틀 “안녕하세요, 하느님! 제 15부”
2. S# 동재의 사무실. N
수많은 학술자료들과 논문들, 책들속에 파묻혀 짐짓 선잠이 든 동재, (한쪽손엔 아직도 붕대가 감긴채로)
책상위에 널려있는 모든것들, 하루의 뇌연구와 관련된 자료들인듯..
그 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짐짓.. 잠이 깬다.
동재, 잠결에 전화를 받는다.
동재 : 여보세요. (듣다가 멈칫.. 하는 표정으로 눈을 뜬다. 시선에서)
3. S# 연구원 사무실. N
벌컥!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동재, 각자 책상앞에 앉아 있던 주인턴과 연구원1.2.3. 일제히 돌아보면
동재 : 지금 하루가 발작을 일으켜서 우리 병원으로 오는중이야.
연구원들 : (순간 동요하는 시선위로)
동재 : 이선생, 일인실에 호흡기하고 뇌파기계 세팅해! 김선생, 주선생, 박선생은 날 따라와. (바깥쪽으로 서둘러 움직이면)
일제히 : (후다닥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4. S# 일인 병실 안. N
침대 옆으로 중환자실에서나 볼수 있을듯한 기계들을
주르르 끌고 들어와 세팅하는 연구원3과 간호사들의 모습들.
5. S# 병원 입구 일각. N
도착하는 구급차.
기다리고 있던 동재와 연구원1.2, 그리고 주인턴, 구급차가 멈추자마자 재빨리 차 뒷문을 연다.
응급요원 둘과 은혜가 구급차에서 내려선다.
은혜 : (동재를 보자마자 반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경련이 멈추질 않아요.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했는데두 계속 저래요.
동재 : (재빨리 은혜의 뒤로 응급요원들이 내리는 하루를 본다)
하루 : (이동침대에 누운채 덜덜덜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
동재 : (하루를 보더니) 빨리 옮겨! (먼저 하루의 이동침대를 잡아당기면)
일제히 : (하루의 이동침대를 밀고 로비로 뛰어들어간다)
은혜 : (경황 없는 표정으로 뒤따라 들어가는데서)
6. S# 병실 안. N.
동재 : 하나, 둘, 셋!
동시에 이동침대에서 병실 침대로 하루를 옮기는 주인턴과 연구원1.2.3.
동재, 재빨리 하루의 동공상태부터 확인한다.
그 옆으로 연구원들, 재빨리 하루의 코에 호흡기를 달고, 머리에 뇌파기록하는 선들을 매달고, 분주히 움직인다.
하루의 경련은 무서울 정도로 계속되고,
동재 : 루미날 아이브이(IV) 원 엠플 준비해!
연구원3 : 알겠습니다. (뛰어나가고)
하루 : (고통스러움으로) 으으으으!!!! (괴로운 소리를 낸다, 순간 입술밖으로 핏물이 새어나온다, 입술을 깨문듯)
동재 : (다급히) 인튜베이션 준비!!
연구원2 : 알겠습니다! (후다닥 뛰쳐나가면)
동재 : (하루가 혀까지 깨물까봐 입을 억지로 벌리려는데 순간)
하루 : (꾹! 동재의 다친 손을 물어버린다, 덜덜덜... 계속되는 경련)
동재 : (찡끗! 아픔이 스친다)
주인턴 : (놀라서 보며) 선생님!
연구원1 : (역시 놀라서 보면)
동재 : (꾹 참고 하루를 본다. 그의 얼굴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괜찮아 하루야! 넌 이겨낼수 있어! 이겨낼거야..
하루 : (두 눈에 눈물이 점점 고인채 동재를 노려보듯.. 바라본다)
연구원2 : (허겁지겁 인튜베이션 기구를 가져오면)
동재 : (겨우 손을 빼낸 뒤 인튜베이션을 한다. 기도확보, 호흡기 넣는 뒤로)
연구원3 : (앰플을 들고 들어선다) 엠플 가져왔습니다!
동재 : (다친손으로 경련으로 흔들리는 하루의 이마와 어깨를 누르며) 김선생, 아이브이해.
연구원1 : 네 선생님! (재빨리 하루의 팔에 앰플 바늘을 꽂는다)
insert> 약물이 선을 통해 하루에게로 들어간다.
동재 : (계속 하루의 이마에 손을 얹은채 꾹 누르며 똑바로 시선 마주친다) 됐어, 이젠 괜찮아질거야... 괜찮아질거라구.
하루 : (덜덜덜 떨리는 시선으로 동재를 쳐다보는데서)
7. S# 입원실 앞 복도. N
문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은혜, 걱정돼 죽겠는 표정으로 병실쪽을 들여다보면,
8. S# 병실 안. N.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는 듯 천천히 경련을 멈추는 하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곧바로 의식의 저편으로 가라앉는듯한 모습.
그 때까지 하루의 이마를 누르고 있던 동재, 조용히 바라보더니
동재 : 잘 참았다.. 아주.. 잘 참아냈어. (그러면서 천천히 하루의 이마를 짚었던 손을 내리면)
그 뒤로 주인턴, 연구원1.2.3.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하루를 본다.
하루, 식은땀과 붉어진 눈시울..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보다가 조용히 감는데서.
9. S# 병실앞 복도. N.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은혜, 돌아보면
주인턴과 연구원1.2.3. 빠져나와 은혜와 눈인사만 한 뒤 프레임-아웃.
그 뒤로 나오는 동재, 앞에 서 있는 은혜를 본다.
은혜 : (긴장감으로 말도 못한채 동재를 빤히 본다. 하루는요? 쳐다보면)
동재 : 경련은 멈췄어요. 약효 때문에 내일까지는 깨나기 힘들거예요.
은혜 : (다행이다. 스치는 안도감...그러더니 갈라진 음성으로) 들어가봐두... 돼요?
동재 : (본다. 보더니 조용히 옆으로 물러서면)
은혜 : (시선 그대로 병실을 향한채 동재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간다)
동재 : ...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돌아보면)
10. S# 병실 안. N.
조용히 잠들어 있는 하루옆으로 다가서는 은혜, 순간 눈에 짠한 눈물이 고인다. 잠시 아픔으로 본다. 보더니
하루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주며 애써 담담하게, 나즉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은혜 : 걱정마 하루야. 나.. 여기있어.. 이젠 아무데도 안갈거니까.. 이젠 계속 니 옆에만 있을거니까.. 안심해, 응? 응?
하루 : ... (깊은 잠에 빠져든 듯)
은혜, 조용히 그 옆에 앉아 소매끝으로 하루의 식은땀을 닦아준다.
그 뒤로 반쯤 열린 병실문앞에 서서 돌아보는 동재, 하루에게 물렸던 붕대 감은 손을 쓸쓸하게 내려다본다. 시선에서.
11. S# 복도 일각. N
피곤한 기색으로 붕대감은 손을 감싸쥔 채 한쪽으로 쭉 걸어오는 동재,
그 때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황급히 걸어나오는 허원장과 마주친다.
허원장 : 하루가 돌아왔다구?
동재 : (본다, 담담하다) 네.
허원장 : 구급차에 실려서?
동재 : 네.
허원장 : 상태는.
동재 : 별로 좋지 않습니다.
허원장 :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더니) 일단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관계자 단도리부터 하자구,
그러면서 하루의 경과를 지켜보는게 좋겠지? (하는데)
동재 : 이미 두 번째 발작입니다.
허원장 : (? 본다)
동재 : (조용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두 번이나 하루에 대한 응급조치를 했구요.
빠르면 내일, 늦어도 이번주안으로 하루의 발작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될겁니다.
허원장 : (순간 불쾌한 표정 스친다) 그래서?
동재 :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루를 살리도록 최선을 다하는것밖에.
허원장 : (OL) 지금 날더러 이대로 주저앉으란 뜻인가, 자네?
동재 : 의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만은 버리지 말자는뜻입니다.
허원장 : ! (보면)
동재 : (조용히, 정중히 목례한 뒤 지나쳐간다)
허원장 : (주먹을 꾹 쥔다. 홱 고개 돌려 쳐다보는 시선에서)
12. S# 인써트>
1. 병원안 일각.
화면안 가득 펼쳐지는 신문. “뇌정복의 꿈.. 이대로 무너지나?”
- 고개숙인 박동재. (진짜로 고개숙인채 걸어들어오는 동재의 사진)
신문을 펼쳐드는 직원들, 삼삼오오 모여서 신문을 본다.
2. 간호사 데스크.
간호사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그 옆으로 한쪽에 놓여져 있는 신문 기사.
“뇌수술로 천재가 된 하루, 원인불명의 발작으로 응급실행..“
13. S# 염교장댁, 은혜의 방.
신문을 들여다보는 봉평댁, 착찹한 시선으로 계속 내용을 읽어내려가는 모습에서.
14. S# 원장실 앞 복도.
기자들이 몰려있고, 직원들, 기자들을 어떻게든 밖으로 내모는 상황,
“허원숙 원장께선 노코멘트 하시는겁니까?” “정말 실패 맞습니까?
기자들을 막아서는 직원들, 시종일관 “원장선생님은 지금 자리에 안계십니다 돌아가주십쇼!”
그 한쪽으로 프레임-인 되서 바라보는 장필구, 시선에서.
15. S# 원장실.
허원장 : (책상앞에 서서 전화기를 붙든채 앉지도 못한채로) 아닙니다. 네, 발작을 한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실패는 아니구요,
회장님. 조금만 시일을 주시면 저희가 문제점을 파악해서... 여보세요! 여보세요!!
(끊어진 듯 다시 인터폰 버튼을 누르더니) 미스 김! 태양화학 송회장님 연결해달라는거 어떻게 됐어!
미스김F : 지금은 전화를 받으실수가 없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허원장 : 감흥제약쪽은?
미스김F : 그 쪽두 연결이 잘...
허원장 : MK하구 진설쪽두 전화해봤어?
미스김F : 죄송합니다, 전부 다 연결이 안되고 있습니다.
허원장 : (쾅!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화도 나고, 어지럽기도 하고, 그대로 이마를 짚으며 잠시 서 있는 모습에서.
16. S# 병원내 휴게실.
한쪽으로 와서 자판커피를 뽑는 연구원1.2.3.과 주인턴,
그 주변에서 수근거리면서 흘끗흘끗 쳐다보는 레지던트들, 동료들..
주인턴과 연구원1.2.3.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듯..
연구원2 : (나즉히) 진짜 신경쓰여 죽겠네들..
주인턴 : 이젠 식당에 밥 먹으러도 못내려가겠어요. 보기만 하면 하루씨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데 할 말이 있어야죠.
(보며) 김선생님,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겁니까? 우리 연구팀.. 이대루 해체되는겁니까?
연구원1 : 다들 조용히 해. 아직 박동재선생님이 아무말씀 없으시잖아. 무슨말이 있기전까진 다들 입다물고 있으라구.
(하면서 커피를 꺼내 마시면)
17. S# 동재의 사무실.
조용히 뒷짐진채 창밖을 내다보는 동재, 시선위로.
동재E : 지금부터 힘든 싸움이 시작될거예요.
18. S# 휴게실 일각.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두 손을 꼭 마주잡은채 동재를 보는 은혜.
그런 은혜를 최대한 담담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동재,
동재 : 앞으로 발작은 점점 더 자주, 그리고 조금씩 더 오래 지속될거예요.
기억력도 조금씩 감퇴될거구, 경련을 잃으킬 때 호흡곤란을 일으킬수도 있어요.
은혜 :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번 끄떡하면서 본다)
동재 : 시각장애부터 시작해서 감각장애, 사고장애가 올지도 몰라요.
길을 잃어버리는건 예사고, 당장 어제 뭘 했는지도 생각못해낼수도 있어요.
은혜 : (여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계속 끄떡끄떡하면서 본다. 그 위로)
동재 : 손의 감각이 없어져서 숟가락질이나 젓가락질을 못하게 될수도 있어요.
균형감각이 없어져서 아무데서나 넘어질수도, 부딪힐수도, 그러다 머릴 부딪혀 심각한 외상을 입을수도 있구요.
은혜 : (잠시 눈을 한번 질끈 감는다. 감았다가 다시 뜨고 동재를 본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거죠?
동재 :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돼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수 있었던걸 당장 내일부터 못하게 될수도 있으니까..
은혜 : 고칠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가요?
동재 :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아보고 있어요.
은혜 : (그렇구나.. 열심히 끄덕거리면)
동재 : (왠지 그런 은혜가 안쓰럽고 안타까워서) 본인도 힘들겠지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두배, 세배로 힘들어져요.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거예요.
은혜 : (그 말에 동재를 다시 보더니 짐짓 미소로, 힘주어 고개를 끄덕인다)
동재 : 그리구... (본다.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며) 힘들면 언제든 얘기해요.
은혜 : 고맙지만 난 괜찮아요, 나까지 신경안써줘도 돼요. 동재씬.. 하루 빨리 하루를 고칠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니까..
(보며) 방법.. 찾아줄거죠? 그렇죠?
동재 : (본다. 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은혜 : (짐짓 미소.. 그것만으로도 희망이 되는 표정) 그럼 됐어요. 가볼께요. (그러더니 한쪽으로 간다. 가다가 멈칫..)
아.. 참 이쪽이지. (하더니 경황이 없는 표정으로 돌아서서 반대편으로 간다)
동재 : (그런 은혜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시선에서)
19. S# 병실 앞.
조금전 동재와의 대화를 생각하는 듯.. 멍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은혜, 걸어오다가 천천히 걸음을 멈춘다.
서서 닫힌 병실문을 바라본다. 보다가 나즉히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이내 애써 밝은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다.
20. S# 하루의 병실 안.
안으로 들어오는 은혜, 누워있는 하루옆으로 다가선다. 아직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하루.
은혜, 짐짓 미소로 하루의 이불을 잘 덮어주려는데 조용히 은혜의 손을 잡는 하루의 손.
은혜 : (멈칫.. 본다. 하루를 보면)
하루 : (조용히 눈을 뜨고 은혜를 본다)
은혜 : 깼어?
하루 : (힘없이 보더니) 나... 얼마나 잤니?
은혜 : 이틀하구두 반나절.. 니가 서울살이가 엄청 피곤하긴 했나보더라. 어쩜 그렇게 곤히 자니?
하루 : (보면)
은혜 : (씩 웃으며) 뭐, 걱정할건 없구. 몸에 무슨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약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오래 푹 잔거래.
하루 : 계속.. 여기 있었니?
은혜 : 응.
하루 : 내 옆에?
은혜 : 응.
하루 : (본다. 보더니) 어쩌려구..
은혜 : 뭐가?
하루 :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내 옆에서 뭘 어쩌려구..?
은혜 : (멈칫.. 그 말에 하루를 본다. 보더니) 같이 있으려구.
하루 : (은혜를 본다)
은혜 : 너하구 같이 있고 싶어서. (미소로) 넌 나하구 있는거.. 싫어?
하루 : 니가.. 힘들어질거야.
은혜 : (따뜻한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로) 어이, 바보군. 내가 가장 힘들었을때가 언젠줄 알어?
니가 날더러 그만 만나자고 했을 때. 니가 날 붙잡지 않았을 때. 그리구... 널 볼수 없었을 때.
하루 : (콧끝이 짠해오며) 니가.. 힘들어질텐데..
은혜 : (보더니 씩씩한 미소 짐짓 지어보이더니) 이제 그만.. 집에 가자.
하루 : (? 본다)
은혜 : 너.. 항상 집에 돌아가고 싶어했잖아. 나하구 같이 돌아가자구. 다들.. 기다리고 계셔.
하루 : (시큰해져서 본다. 시선에서)
21. S# 염교장댁 전경.
22. S# 염교장댁, 주방.
치이익! 달군 후라이팬에 불이 확! 오르면서 다시 한번 솜씨를 뽐내는 자물통,
염교장 : (그릇에 파 한다발 담아오면서) 물통아, 여기 파 다 다듬었다.
자물통 :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염교장 : 뭐 또 도와줄건 없냐?
자무통 : 이제 다 되갑니다 선생님! (씩 웃으면)
23. S# 하루의 방.
위잉! 청소기를 돌려 청소를 하고 있는 장필구.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는 봉평댁,
봉평댁 : 저기 장선상님...
장필구 : (? 청소기 끄고 돌아보면)
봉평댁 : (머뭇거림으로) 저기유, 그러니께.. (머무머뭇)
장필구 : 왜요? 무슨 얘긴데요?
봉평댁 : (흘끗 본다. 보다가) 아이구, 아니네유, 됐시유. (돌아서려는데)
장필구 : 박동재때문에.. 걱정돼 그래요?
봉평댁 : (멈칫.. 멈춰선다. 장필구를 흘끗 돌아본다. 그렇다)
장필구 : 그렇다면 너무 걱정말아요. 생각보다 의연하게, 아주 잘 견뎌내고 있습디다.
봉평댁 : 예에.. (짠.. 해지며) 그럼.. 다행이구유.. (하면서도 마음이 쓰이는데)
수정E : 다들 나와보세요오!! 하루오빠랑 은혜언니 와요!
소리에 장필구, 봉평댁, 멈칫.. 돌아보면.
24. S# 거실 현관.
현관앞에 서서 즐겁게 소리지르는 수정.
수정 : 할아버지, 필구삼촌, 자물통 삼촌, 봉평댁아줌마! 하루오빠랑 은혜언니 온다구요오!!
그 말에 주방에서 나와보는 자물통과 염교장, 이층에서 뛰어내려오는 장필구와 봉평댁, 일제히 모여서서 보면.
즐거운 미소를 짓는 수정의 뒤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은혜, 그리고 그 뒤로, 조금은 초췌한 표정의 하루, 들어온다.
식구들, 일제히 반가운 표정으로 하루와 은혜를 보면,
은혜 : 다녀왔습니다.
하루 : (본다. 보더니) 다녀왔습니다.
염교장 : (본다. 보더니 미소로) 그래, 자알왔다. (따뜻하다)
장필구 : 잘 왔어. (따뜻하다)
자물통 : 잘왔어, 하루야, (따뜻하다)
수정 : 환영, 환영, 대환영이야! 하루오빠! (너무 반갑다)
봉평댁 : (슬쩍 뒤에서 어정쩡한 표정으로 보면)
염교장 : 뭐허냐, 어서 들어와라. 시장헐텐데 어여 저녁먹자.
은혜와 하루, 식구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선다.
일제히 주방쪽으로 들어서려는데 그 때
민주E : (조심스럽게) 실례합니다아아....
식구들, 일제히 주방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돌아보면
빠꼼히 고개만 들이미는 민주의 얼굴.
자물통 : (순간 표정 밝아지면서) 민주씨! (얼른 앞으로 다가서며) 어서와요! 민주씨.
민주 : (베식 웃으며 닭강정 두어봉지를 들고 들어온다) 이거요, 닭강정..
자물통 : 뭘 이런걸 다.. (얼른 받으면)
민주 : 물통씨가 교장선생님댁 식구들은 닭강정을 좋아한댔잖아요, 그래서요.
자물통 : 어서 들어와요.
민주 : (올라서서 자물통옆에 서면)
자물통 : (나란히 서서 식구들을 돌아보며) 교장선생님, 필구형님, 하루야, 은혜씨, 수정아, 그리구 아주머니.
식구들 : (일제히 자물통을 쳐다보면)
자물통 : 제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수줍음)
식구들 : (일제히 민주를 쳐다보면)
민주 :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허민주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아.. (꾸벅 인사하면)
염교장 : 반가워요, 민주양.
장필구 : 반가워요,
수정 : 반가워요, 민주언니! (베식 웃으면)
은혜 : (쿡! 하루를 찌른다)
하루 : (? 보더니 민주를 보며) 반갑습니다.
은혜 : 저두 반가워요.
봉평댁 : (이번에도 어정쩡하게 흘끗 쳐다보면)
민주 : (그들의 인사에 베식 한번 웃으면)
염교장 : 자, 이젠 식사들 하러 들어갈까요?
일제히 : 네에!!! (우르르르 몰려들어가면)
25. S# 염교장댁 주방.
시끌시끌하게 각자 자리를 잡고 앉는 식구들.
테이블 상석에 염교장과 나란히 앉는 수정,
자물통, 기꺼이 의자를 빼주며 민주를 앉게 해주는 매너.
봉평댁, 슬쩍 기대하는 눈친데 장필구, 말없이 맞은편으로 가서 앉는다.
김새서 털썩 앉아버리는 봉평댁, 그리고 은혜와 하루,
염교장 : 온가족이 다 모여서 식사한게 이게 얼마만이냐?
장필구 : 그러게 말입니다 선생님.
염교장 : 많이 들어요, 민주양, 이게 다 물통이가 만든 음식이랍니다.
민주 : (놀라며) 우와.. 이걸 다요? 이걸 다 유리씨가 만들었어요?
자물통 : 네, 민주씨. (부끄럽다) 많이 드세요.
민주 : 네, 유리씨.
봉평댁 : 유리씨? 아니, 물통이 총각이 원제 유리가 됐남?
수정 : 물통삼촌 본명이예요. 성유리! 것도 몰랐어요 아줌만?
봉평댁 : (웃긴다) 음마마마마, 유리이? 음마마마 이름 한번 남사시러버라.
민주 : 왜요 아줌마. 유리가 어때서요? 이쁘구 좋은 이름인데.
봉평댁 : 그래두 사내자식 이름이 유리가 뭐여 유리가! 아이구 뭇써! 생긴걸루 보나 뭘루 보다 자물통이 딱이여, 딱!
민주 : 아닌데. 유리란 이름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데.
봉평댁 : 거 참, 보기보담 고집이 쎄네 그 아가씨이?
은혜 : (웃으면서 하루를 보면)
하루 : (짐짓.. 웃음기가 스친다, 따뜻한 가족들의 느낌.. 그 위로)
장필구 : 자자, 어서 듭시다. 드시죠 선생님.
염교장 : 그러자구, 들자구들. (하면서 숟가락 집어들면)
식구들 : (다같이 수저를 집어들고 기분좋게 식사를 시작한다, 시작하는데)
쨍그랑..! 젓가락을 놓치는 하루,
일순 식구들, 일제히 고개돌려 하루를 본다.
하루, 민망한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주워드는데 다시 쨍그랑.. 놓친다.
은혜 : (멈칫.. 하루를 쳐다보는 위로)
동재E : 손의 감각이 없어져서 숟가락질이나 젓가락질을 못하게 될수도 있어요.
은혜 : (순간 재빨리 웃으며) 어머.. 약 때문에 그런가부다.
하루 : (멈칫.. 은혜를 본다)
은혜 : (식구들 돌아보며) 하루가 병원에서 주사를 맞았거든요, 그거 맞으면 가끔 손이랑 다리에 힘두 빠지구 그런대요.
염교장 : 어어,, 그렇구나. 거.. 요즘 약들은 너무 독해서 말이다. 안그러냐?
장필구 : 그러게 말입니다. 허허.. (하면서도 이미 알고 있는 눈빛으로 보면)
자물통 : 내가 아령 빌려줄게 하루야, 그걸루 근육운동하면 금방 좋아져.
하루 : 네. (웃으면)
은혜 : 어떤거, 하루야? 이거? 이 반찬 집어줄까? 자.. (반찬을 올려놔준다)
하루 : (은혜를 본다, 보더니) 고마워. (말없이 올려놔준 음식을 먹는다)
식구들 : (일순 조용해져서 보다가)
장필구 : (얼른) 아 참, 저번에 말씀하신 학교 강당 청소 말씀입니다..
염교장 : 어? (본다. 보더니) 어어, 그래애.. 참.
그러면서 식구들 일제히 다른 화제를 꺼내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은혜,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은채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으며 중간중간 계속계속 하루 밥위에 반찬을 놔준다.
하루, 말없이 그런 은혜를 본다. 그 위로,
하루Na :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어. 그건..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걸.
26. S# 목욕탕 안.
칫솔에 치약을 짜야하는데 손에 힘도 없고, 칫솔위에 잘 조준도 안된다. 하루, 힘들어하는데
툭! 치약을 채가는 은혜의 손.
하루, 멈칫.. 돌아보면 은혜, 아무렇지도 않게 칫솔에 치약을 짜주더니
은혜 : 자, 아 해! 아아..
하루 : 됐어, 은혜야 내가 할게.. (하는데)
은혜 : (툭! 머리를 친다)
하루 : 아야! (하고 입을 벌리는 순간)
은혜 : (칫솔을 입에 쏙 넣고 치카치카 닦아준다)
하루 : (멈칫.. 그런 은혜를 보면)
은혜 : 옳지, 말 잘듣는다 우리 하루. 더 아아아...
하루 : (본다. 보다가 아아... 그대로 은혜한테 조용히 맡기는 모습에서)
27. S# 거리 일각.
나란히 걸어오는 은혜와 하루. 은혜의 손에만 검정색 비닐봉지가 수두룩하게 들려져 있다.
하루 : 내가 하나만 들을게 은혜야.
은혜 : 됐어. 하나두 안무거워.
하루 : 하나만 들을게. (과일봉지를 잡는데 그만 어이없이 툭.. 떨어뜨리고 만다)
그 바람에 안에 있던 귤들이 우르르 죄다 바닥에 굴러떨어지고,
은혜 : 으아! 굴러간다 굴러간다!! (하면서 재빨리 구부리고 앉아 줍는다)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하면서 주워담는 그녀)
하루, 보다가, 얼른 같이 구부리고 앉아 과일들을 줍는다. 우웅..!
바로 앞에 보이는 과일이 두세개로 보이면서 거리 조절이 안된다.
서너번 헛손질을 하는데 그 손을 턱..! 잡아주는 은혜,
하루, 멈칫.. 돌아보면 은혜, 잡은 하루의 손을 정확히 귤앞에 갖다대준다
하루, 본다. 보다가 귤을 잡는다. 은혜가 들고 있는 봉투에 넣는다.
은혜 : 재밌다. 그치?
하루 : (은혜를 보면)
은혜 : (마치 장난하듯 하루의 손을 잡은채 다시 귤앞에 갖다준다. 미소)
하루 : (또 잡아서 은혜가 들고 있는 봉투에 넣는다, 같이 미소..)
그러기를 반복하는 은혜와 하루.. 그 주변으로 노랗게 널린 귤들..
지나가는 사람들 쟤들 뭐하나 싶은 표정으로 흘끗거리지만 상관없다.
그렇게 놀이처럼 귤을 줍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28. S# 염교장댁, 거실 (다른 날)
수정 : 학교 다녀왔습니다! (들어오는데)
하루 : (거실에 있다가) 어, 수정아! (일어나 나가려다가 그만 균형을 잃고 쿵! 넘어진다, 머리를 부딪혔다)
수정 : 하루오빠! (후다닥 달려들어온다)
은혜 : (주방에서 뛰어나오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하루 : 으으.... (머리를 감싸쥔 채 무지하게 아픈 듯, 그 위로)
은혜 : (다급하게) 하루야, 괜찮니? 하루야! (쳐다보면)
하루 : ... (고개 숙인채 움직이지를 않는다)
은혜 : (순간 철렁해서) 하루야! 하루야아!!!
수정 : 하루오빠아! (보는데)
하루 : (순간 쓱 고개들어 올리며 씩 웃는다) 놀랬지?
수정 : 오빠아! (보면)
은혜 : (순간 핏기 싹 가신 표정으로 빤히 본다)
하루 : (멈칫.. 그 표정을 보고) 은혜야.. 왜 그래?
은혜 : (보다가) 그러지마. 진짜 놀랬잖아.
하루 : (짐짓.. 본다. 순간 미안해져서) 미안해..
은혜 : (본다. 보더니) 라면 다 끓었어. 들어와 어서 먹어. (주방으로 들어간다)
수정 : (슬쩍) 은혜언니가 진짜루 놀랬나봐 오빠.
하루 : 그러게.. (하면서 천천히 일어나 주방쪽을 돌아보면)
주방안쪽으로 라면을 그릇에 담고 있는 은혜의 뒷모습,
하루, 조용히 바라보는 시선 위로
하루Na : 예전같았으면 벌써 주먹한대 날라왔을텐데.. 그런데 넌.. 내 작은 장난 하나에도 놀라서 어쩔줄 몰라했어.
29. S# 염교장댁, 은혜의 방. N
누워 잠든 은혜, 그 위로 갑자기
우당탕 쿵탕! 하는 소리와 함께 와장창! 깨지는 소리.
순간, 은혜, 번쩍 눈을 뜬다.
봉평댁 : (짐짓.. 소리에 깬 듯 부시시 돌아보며) 어이구 이게 뭔 소리랴?
은혜 : ...! (순간 벌떡 일어나 앉으면)
30. S# 염교장댁, 거실. N.
어둠속으로 뛰어나와보는 장필구과 자물통, 그리고 염교장, 불을 켜고 보면 계단 밑에 쓰러져 있는 하루를 본다.
염교장 : 얘! 하루야!
은혜 : (이층에서 뛰어내려오며) 하루야!
봉평댁 : (그 뒤로 잠옷차림에 빠꼼히 내려다보면)
하루 : 괜찮아. (염교장 보며) 괜찮아요 교장선생님.. (필구와 자물통쪽 보며) 그냥.. 계단에서 미끄러졌어요.
넘어질 때 교장선생님 화분을 건드렸나봐요, 깨져버렸네요. 어쩌죠?
염교장 : 아니다. 화분은 괜찮다. 너만 다치지지 않았으면 됐지 뭐.
하루 : 죄송합니다. 주무시는데 소란피워서...
염교장 : 아니래두 그런다. 그나저나 정말 괜찮은게냐?
하루 : 예, 전 괜찮아요. (웃으면)
장필구 : (보더니) 선생님, 그만 들어가 주무시죠, 하루도 괜찮은거 같으니까.
염교장 : 응? (장필구를 보면)
장필구 : (조용히 그러시는게 좋겠다는 시선으로 보면)
염교장 : (알고) 어, 그래.. 알었다, 알었어.. (그러면서 들어가면서도 내심 맘에 쓰이는 듯)
자물통 : (재빨리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가져와 화분이며 흙들을 치우려는데)
은혜 : 주세요, 제가 할께요.
자물통 : 아니예요, 은혜씨 제가.. (하는데)
하루 : 괜찮아요, 여긴 은혜하구 제가 치울테니까 들어가 주무세요, 물통형님.
장필구 : 그래, 은혜씨한테 맡겨두고 그만 들어가자 물통아.
자물통 : (장필구를 본다. 보더니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내주고 일어선다) 그럼..
장필구, 자물통, 안으로 들어간다.
위에서 쳐다보던 봉평댁도, 나즉히 한숨을 내쉰뒤 조용히 프레임-아웃.
은혜, 흙이며 깨진 화분조각들을 치우며,
은혜 : 내일부턴 니 방에다 물이랑 물컵 갖다놔야겠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나 진짜 바보같지, 그치? (웃으면서 보는데)
하루 : (본다. 어딘가 무척 아픈 듯 찡그린다)
은혜 : (멈칫.. 하루의 아픈 표정을 보더니)
탁! 빗자루를 내던지더니 재빨리 하루의 머리부터 살핀다, 소매도 올려보고 여기저기 찾다가 바지를 끌어올리면.
순간 드러나는 상처. 무릎부터 정강이까지 쫙! 까져있다.
은혜 : (! 보더니) 장선생님 불러올게.. (하는데)
하루 : (잡는다)
은혜 : (멈칫.. 보면)
하루 : 괜찮아. 소란피우지 말자. 그냥.. 소독약이랑 연고만 갖다줘.
은혜 : (본다. 잠시 보더니) 그래 알았어, 잠깐만. (한쪽으로 가서 구급상자 가져온다, 얼른 연고를 꺼내 발라준다)
하루 : (아픈 듯 찡그리다가 은혜를 본다) 미안해.
은혜 : (흘끗 보더니) 난 괜찮아. 신경쓰지마. (그러면서 호오~ 불어주는데)
하루 : (본다. 보다가 말없이 은혜를 꼭 안아준다)
은혜 : (멈칫... 하루의 마음이 아프다. 애써 미소 유지하며) 괜찮다니까 얘는..
하루Na : 그게 더.. 마음이 아팠어. 자꾸만 괜찮다고 하는 너 때문에...
31. S# 장필구의 방안. N
불을 끈 채 조용히 문앞에 서 있던 장필구와 자물통, 두 남자,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돌아선다.
32. S# 염교장 방. N
역시 불이 꺼진 방에서 뒷짐진채 문앞에 서 있다가
조용히 돌아서는 염교장,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서.
33. S# 염교장댁, 은혜의 방. N.
힘없이 털썩! 침대에 앉는 봉평댁, 한쪽에서 신문을 꺼내들어서 본다.
“뇌정복의 꿈.. 이대로 무너지나?” - 고개숙인 박동재, (그리고 그 옆으로 고개숙인 동재의 사진...)
봉평댁, 역시 나즉히 한숨 내쉬는 시선에서.
34. S# 동재의 사무실. N
툭..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놓는 동재, 책상위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여러 가지 책들, 자료들, 데이터들...
동재, 뒷목이 뻐근한 듯 조용히 고개를 움직이다가 멈칫..
아직 연구원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는걸 본다. 시선에서.
35. S# 연구원 사무실. N
문을 열고 나오는 동재, 소리에 주인턴과 연구원1.2.3.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동재 : 여태 뭣들하구 있어? 퇴근들 안하구.
연구원1 : 벌써 며칠째 선생님 혼자 밤새고 계시는데, 저희들이 어떻게 먼저 퇴근을 합니까.
동재 : (그들을 본다. 보더니) 그럴거 없어. 어서 퇴근들 해. (하면서 돌아서는데)
주인턴 : 선생님...
동재 : (? 돌아보면)
주인턴 : 하루 프로젝트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겁니까?
연구원1 : (짐짓 주인턴을 본다. 조용히 해! 하는 시선)
주인턴 : 저희들한테두.. 이젠 뭔가 말씀해주실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연구원1 : 야, 주선생. (하는데)
동재 : 됐어, 김선생. 주선생 말이 맞아.
연구원1 : (짐짓 동재를 본다)
주인턴 : (동재를 보면)
동재 : (연구원들을 돌아본다. 보더니) 여기 있는 여러분들은 처음부터 하루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이자.. 파트너들이니까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하지. (본다. 보며) 여러분들도 직접 하루의 상태를 봐서 이미 알겠지만..
하루의 수술은 아무래도 실패인 것 같다.
주인턴, 연구원1.2.3.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동재입으로 막상 그 말을 들으니 일제히 침통한 듯.
동재 : 우리 연구팀은 물론 병원전체가 입게 될 타격은.. 아마 상상할수도 없을만큼 엄청날거야.
하지만 나는 지금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을려구 해. 왜냐면 아직 나는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보며) 하루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순 없으니까.
일제히 : (침묵하며 동재를 쳐다보는 가운데)
동재 : 그래서 나는 마지막 순간의 마지막까지 노력해보는 중이야. 어떻게든.. 하루를 살려낼 방법이 없는지.
(연구원1.2.3과 주인턴을 돌아보며) 혹시..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괜찮으니까 말해.
언제든지 떠나도 좋으니까. 이상. (그러면서 다시 돌아서려는데)
주인턴 : 죄송합니다만 박동재선생님..
동재 : (멈칫.. 돌아보면)
주인턴 : 떠나고 싶어서 사실을 말씀해달라던게 아니었습니다. 저희도 박동재선생님과 한배에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서.. 혼자서만 밤새고 애쓰지 마시구... 이렇게 여기 저희들이 있으니까..
저희들도 함께 데리고 움직여주십사.. 그래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동재 : (주인턴을 보면)
연구원1 : 저희들은 이미 박동재선생님과 운명을 같이 했습니다. 설령 실패일지라도, 그 실패까지 선생님과 같이 하겠습니다.
주인턴 : 끝까지.. 선생님과 함께 있게 해주십쇼.
연구원2 : 저도 함께 있겠습니다.
연구원3 : 저도 함께 있겠습니다.
동재 : (본다. 순간 뭉클.. 작은 감동으로 그들을 본다. 보더니) 어이, 내가 얼마나 엄격하고 독한 사람인지 다들 겪어봐서 알지?
일제히 : 네! 알고 있습니다!
동재 : (본다. 감동의 느낌을 꾹 누른채) 좋아. 그럼 다들 오늘부터 밤샘이야.
졸거나 농땡이 부리는 사람은 나한테 걷어차일 각오들 하라구.
일제히 : 네! 알겠습니다!
동재 : (짐짓 미소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면)
연구원1 : 슬슬 몸 좀 풀어볼까?
주인턴 : 좋죠!
그러더니 제각기 환하게 번지는 미소로 각자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들.
사무실 저편에서 블라인드 너머로 그들을 돌아보는 동재, 작은 감동과 고마움으로 바라본다. 시선위로
동재E : 모든걸 잃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36. S# 병원 옥상. (D)
동재 : (먼곳을 바라보는 옆모습, 독백처럼 길게) 수술도 실패했고, 손까지 잃었으니까요.
내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여기서 이렇게 인생이 끝나버리는구나.. 그런데.. 이상하더라구요.
막상 그렇게 다 잃었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마음은 홀가분해지는거예요.
장필구 : (조용히 그 옆에 서서 듣고 있는 표정위로)
동재 : 그러면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요. 언제나 나 혼자서, 내 혼자 힘으로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고 있었더라구요.
정말 이상하죠? 내 껄 다 잃고 나니까.. 그제서야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니 말입니다.
장필구 : (조용히 동재를 돌아본다. 보더니) 항상 그렇지. 다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값진걸 얻기도 하지.
그래서 인생은 공평해.
동재 : (장필구를 보며) 지난 일주일동안 꼬박 밤을 새워가면서.. 하루를 살릴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장필구 : (보면)
동재 : 하지만.. 하루를 살릴수 있는 마지막 한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장필구 : (본다)
동재 : 끝까지 피하고 싶었던 방법이긴 하지만.. 이젠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요.
장필구 : (본다. 시선에서)
37. S# 동재의 사무실.
하루 : 그게.. 뭔데요? 그 한가지 방법이라는게?
책상앞에 앉아 있는 동재와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하루, 그리고 그 옆으로 은혜의 모습.
동재 : 다시 재수술을 하는거야.
은혜 : (? 본다)
하루 : 재수술을 해서요?
동재 : 니 머릿속에 심어놓은 전극을 도로 제거한뒤에 간질을 일으키는 신경부위를 잘라내는거지.
하루 : ...! (본다)
은혜 : (무슨 말인지 잘...) 그럼 그 수술 받으면 더 이상 발작이나 경련은 없어지는거예요? 다른 부작용들도 없어지는거구요?
동재 : 아마 그렇게 될거예요.
은혜 : (순간 희망적인 표정으로 하루를 돌아보는데)
하루 : 안해요. (단호하다)
동재 : (멈칫.. 하루를 본다)
은혜 : (? 하루를 본다) 하루야.
하루 : 재수술같은거 안받는다구요 나는.
은혜 : 발작을 고칠수 있대잖아, 부작용같은거 다 없어진다잖아.
하루 : 대신 다른걸 잃게 될거야. (동재를 보며) 안그런가요?
은혜 : (? 본다)
동재 : (하루를 보면)
은혜 : 무슨 말이야, 다른걸 잃게 되다니..? (동재를 본다) 왜요..? 수술 받으면.. 하루가 어떻게 되는데요?
동재 : (본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은혜 : 어떻게.. 되는데요, 동재씨. 예?
하루 : 다시.. 3급이 되는거야.
은혜 : (멈칫..! 하루를 본다 3급?)
하루 : 어쩌면 그 보다 더 상태가 나빠질수도 있구. (동재를 보며) 그렇죠?
동재 : 그렇다고 계속 방치해둔다면 니 머릿속에서는 계속 과방전이 일어나게 될거야,
그럼 신경세포에 심각한 손상이 올거구, 결국 죽게 될지도 몰라.
하루 : 사람은 다 죽어요.
은혜 : ! (하루를 본다)
동재 : ! (하루를 보면)
하루 : 어차피 내가 선택할수 있는것도 죽거나, 3급이 되거나, 더 나빠질수도 있거나 뿐이잖아요.
더 나아질 희망이 없다면 그냥 이대로... 있을래요. (순간 절망으로 가슴이 복받쳐오는걸 꾹 누른채 토하듯 나즉히)
저를.. 내버려두세요. (그리고는 일어서서 돌아서려는데 쿵..! 의자에 걸려 휘청한다)
은혜 : (재빨리 하루를 잡아주면)
하루 : (잠시 그대로 서 있는다. 있더니 조용히 은혜를 뿌리치고 나간다)
동재 : (멈칫.. 보면)
하루 : (돌아보지 않은채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린다)
은혜 : (따라나가려는데 그 앞으로 쿵! 문 닫힌다)
은혜 : (멈칫.. 본다)
동재 : (보면)
38. S# 병원 복도 일각.
한쪽으로 나오는 하루, 잠시 어쩔줄 몰라하며 우왕좌왕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으아아아!!!” 소리치면서 옆에 세워져 있는 휴지함을 발로 걷어찬다.
걷어차고 쿵! 걷어차고, 또 걷어차고 쿵! 쿵! 쿵!
지나가던 사람들, 흠짓 놀라면서 돌아보면
그래도 분이 안풀리는지 있는 힘껏 손으로 밀어서 쓰러뜨려버린다.
그러다가 몸의 균형을 잃고 와르르 바닥으로 쏟아져 나오는 휴지들틈에 같이 넘어져버리는 하루,
젠장..! 젠장!!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는 모습에서.
은혜E : 하루가 살수 있는 방법이.. 정말 그것뿐이예요?
39. S# 동재의 사무실.
은혜 : 다시 3급이 되는거.. 그것뿐이냐구요.
동재 : (본다. 보더니 최대한 담담하고 의사적인 말투로) 수술은.. 빠를수록 좋아요,
시간을 지체할수록 뇌손상 부위도 점점 커질테니까.
은혜 : (그렇구나. 천천히 고개 숙인다)
동재 : (그런 은혜를 본다. 보며) 괜찮아요?
은혜 : ...
동재 : (애써 감정 누르며) 괜찮니.. 서은혜?
은혜 : (고개 숙인채 끄덕인다. 끄덕이더니 눈물글썽이는 웃음 지어보이며) 고마워요 동재씨. 어쨌든..
(울컥! 하는걸 누르고 다시 동재를 향해 웃어보이며) 어쨌든 살 수 있는 방법은 찾은거잖아요, 그쵸?
(하는데 다시 울컥..! 말을 잇지 못한채 얼른 시선 돌려버리면)
동재 : (본다. 안타깝고 아픈 시선에서)
40. S# 병원 복도 일각.
조금은 멍한 듯,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은혜,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보면
저쪽으로 난간에 기대서서 아랫쪽을 내려다보는 하루,
은혜, 본다. 보다가 천천히 그 옆으로 다가선다.
은혜 : 하루야.. (하는데)
하루 : 안해.
은혜 : 하지만 하루야..
하루 : 싫어.
은혜 : (애원하듯) 죽을수도 있다잖아.
하루 : (잠시 간격을 두더니 나즉히) 은혜야. 내가 정말 무서운게 뭔지 알아? 그건 내가 죽는것도, 다시 3급이 되는것도 아니야.
내가 정말로 무섭고 괴로운건.. (은혜를 본다. 보며) 널 잊어버리는거야.
은혜 : ...! (본다)
하루 : 니가 어떻게 웃는지, 어떻게 찡그리는지.. 어떤 표정으로 말을 하는지 그걸 기억못하게 될까봐..
니 얼굴을 봐도 니가 누군지, 너에 대한 내 마음이 어땠는지.. 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좋아했는지
기억못하게 될까봐..! 나는.. (숨이 끊어질 듯 절절하게) 그게 너무 무서워 은혜야.
은혜 : (순간 글썽.. 눈물이 고인다. 보면)
하루 : (같이 핑그르르.. 눈물 고여서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뒷모습위로)
은혜Na : 죽거나.. 3급이 되거나.. 어쩌면 더 나빠질수도 있거나..
은혜 :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서)
41. S# 버스 안.
나란히 앉아서 오는 은혜와 하루의 모습.
둘 다 한동안 아무말이 없다가 은혜, 말없이 하루를 돌아본다. 그러더니 조용히 손을 잡아주는데
바로 그 때 하루, 다시 경련의 증세가 보인다. 손이 덜덜덜 떨려온다.
하루, 젠장..! 재빨리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면.
은혜, 보더니 재빨리 가방에서 약병과 생수를 꺼내들고 하루에게 먹인다.
하루, 진땀을 흘리며 약을 먹고 물을 마시는데 줄줄줄.. 물이 입옆으로 다 샌다.
버스안에 탄 사람들 흘끗흘끗거리며 그런 하루를 쳐다본다.
순간 하루 우웩! 하고 바닥에 토해버리고 만다.
은혜 : 하루야! (놀라서 얼른 하루를 돕는다)
사람들 : (조금은 더럽다는 듯, 슬금슬금 하루주변에서 일어나 피한다)
은혜 : (전혀 개의치 않고 하루를 챙긴다)
하루 : (그대로 핏기없이 하얀 얼굴로 은혜품에 기대면)
은혜 : (소매를 쭉 빼서 하루 입가에 묻은것들을 다 닦아낸다)
하루, 흐릿한 시선으로 버스안을 돌아본다.
어떤 사람들을 더럽다는 듯, 어떤 사람들은 딱하다는 듯 하루를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다.
하루 : (힘없이 피식 웃더니) 봐봐 은혜야. 사람들이.. 우릴 막 쳐다본다?
은혜 : (무시한채 하루를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
하루 : 나랑 있으면.. 이렇게 되는거야. 나랑 똑같이 불쌍하구, 딱한 취급을 받게 되는거라구 너두..
은혜 : (사람들을 한번 쳐다본다. 보더니 그러더니 전혀 개의치 않고) 잊었니? 나는 사기꾼에 전과자야.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같은거 신경끄구 산지 오래라구. 맘대루 쳐다보라 그래, 실컷 구경하라 그래. 난 상관없으니까.
하루 : (순간 글썽.. 눈물이... 또...) 속상하다 증말..
은혜 : (본다)
하루 : 속상해 미치겠다 은혜야... (정말 미칠 것 같은 심정인데)
은혜 : (본다. 보더니 조용히 하루의 머리를 꼭 안아준다. 따뜻한 표정으로) 웃게 해주기 6탄... 하루 노래 따라부르기.
하루 : ...
은혜 : (조용히) 주먹쥐고, 손을 펴서.. 손뼈억 치고 주우먹 쥐고..
사람들 : (이번엔 노래냐?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하나 둘, 돌아본다)
은혜 : (상관없다) 주머억 쥐고, 손을 펴어서.. 손뼈억 치고 주우먹 쥐고..
(하루를 꼭 안아준채 토닥토닥거리며 나즉히 반복해서 부른다, 그 위로)
은혜Na : 죽거나.. 3급이 되거나.. 어쩌면 더 나빠질수도 있거나..
하루 : (조용히 눈을 감는다, 눈가에 맺힌 눈물...위로)
은혜Na : 그래도 하루야.. 나는 너한테 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어쩌니?
버스 안 전경.. 그 두 사람의 모습 길게 주는데서.
42. S# 병원 전경 N.
43. S# 병원 복도 일각. N
빠꼼히 고개를 내미는 봉평댁, 뇌신경외과쪽을 기웃거리며 본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오가는 기미가 안보이자, 나즉히 한숨.
그러면서도 계속 기웃기웃거리며 복도 저편을 살펴보는데
그 때 봉평댁이 서 있는 복도 저 뒷편으로 나타나는 동재의 모습. 생각에 잠겨 쭉 걸어오다가 멈칫..천천히 걸음을 멈춰서서 본다.
숨어서 어딘가를 기웃거리는 봉평댁의 뒷모습을 알아보는 동재, 순간 말할수 없는 묘한 기분이 온몸에 번진다.
움직이지 못한채 그저 바라보는데
봉평댁, 아무래도 용기가 안나는 듯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돌아선다. 돌아서서 한두발짝 걸음을 옮기다가 멈칫...
저만치 서서 자기를 보고 있는 동재를 본다. 순간 얼른 죄인마냥 시선 떨군다.
동재, 본다. 보다가 그대로 조용히 봉평댁쪽으로 다가선다.
봉평댁, 왠지 어쩔줄 몰라 계속 시선을 이리저리 두는데
동재, 그대로 봉평댁을 지나쳐서 간다.
봉평댁, 멈칫.. 지나가는 아들의 발소리를 듣는다. 듣다가 순간 돌아보며
봉평댁 : 저기이...
동재 : (멈칫... 걸음을 멈춘다)
봉평댁 : 밥은.. 제 때 먹는지.. 궁금혀서..
동재 : ...
봉평댁 : 장선상님 말씀이.. 니가 의연허니 잘견딘다고는 허는디 그래두 통 신경이 쓰여서 말이다.
이런땔수록 그저.. 잘 먹구 잘 자구.. 그래야는디..
동재 : (그 말에 봉평댁을 돌아본다)
봉평댁 : (눈이 마주치자 짐짓 다시 시선 피한다)
동재 : (천천히 시선 내려서 보면)
봉평댁 : (보자기로 정성들여서 쌓은 찬합통을 들고 있다)
동재 : (다시 시선들어 봉평댁을 본다. 보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가선다)
봉평댁 : (짐짓.. 시선 계속 떨군채로 있는데)
동재 : 주세요.
봉평댁 : (멈칫... 동재를 보면)
동재 : (말없이 봉평댁이 들고 있던 찬합통을 집어든다, 그대로 돌아서서 가면)
봉평댁 : (순간 짠.. 해져서 본다. 보며 고맙기도 하고 좋기도 해서 보면)
44. S# 연구원 사무실. N
주인턴, 보자기를 풀고 찬합통을 열어보면 밥이며 반찬이며 정성스럽게 쌓여진 음식들..
주인턴 : 우와! 이게 왠겁니까 선생님? (얼른 하나 집어먹어가며) 이야 진짜 맛있는데요?
안그래두 밤참 뭐 시켜다먹나 궁리중이었는데.. 진짜 맛있습니다!
동재 : (관심없는 척 흘끗 본다. 그래? 하는 표정)
연구원1 : 얌마, 선생님부터 드시라구 해야지. (나무젓가락 떼서 동재에게 주며) 어서 드십쇼 선생님.
동재 : (본다. 보더니 슬쩍 받아서 집어먹어본다)
주인턴 : 솜씨가 진짜 장난이 아닌데요? 누가 갖다주신겁니까? 선생님, 애인 생기신거 맞죠? 그렇죠?
동재 : 쓸데없는 소리! 어서 먹기나 해.
연구원들 : 잘 먹겠습니다. (모여들어서 먹기 시작하는 한다)
연구원들, 갑자기 생긴 밤참에 다들 즐거운 분위기, 장난도 쳐가면서.
동재, “김선생, 와이프 감기몸살이라며, 어떻게 됐어?”
연구원1, “괜히 꾀병 한번 부린거죠, 뭐..”
주인턴, “어? 꾀병은 애정결핍증 때문이라는거 혹시 아십니까?”
연구원1, “뭐야 임마? 애정결핍이 아니라 애정과다상태다 임마!”
하하하... 기분좋게 소소히 얘기를 나누며 웃는 그들의 모습.
동재, 그런 그들을 조용한 시선으로 본다. 그 위로
동재E : 이제야 제 눈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45. S# 편의점 안. N.
유리창문안으로 나란히 서 있는 민주와 자물통.
민주 : 피가 통하지 않은 남남들끼리도 그렇게 사이좋게 살수 있구나.. 놀랬어요.
자물통 : 다들, 한쪽씩 외로운 사람들이니까요. 비어있는 부분들을 서로 채워주고 보듬어주다 보니까 뭐.. (웃으면)
민주 : (돌아보며) 만약 내가 유리씨랑 결혼하면 나두 식구가 되는건가요?
자물통 : (순간 화들짝.. 돌아보며) 예? 겨... 결혼이요? 민주씨하구.. 제가요?
민주 : 왜요? 저랑 결혼하기 싫으세요?
자물통 : 아니요, 그래두 어떻게 저같은거랑 결혼까지...
민주 : 나는 생각하고 있는데요, 유리씨랑 결혼까지.
자물통 : (순간 감동으로 보며) 민주씨.
민주 : 근데요. 결혼하면.. 우리 엄마한테도 잘 해주실거죠?
자물통 : (? 보면)
민주 : 알구보면 우리 엄마두 안됐어요. 엄마가 저렇게 무섭게 된것두.. 어떻게 보면 다 나때문이거든요.
내가 태어나지만 않았어두, 내가 이렇게 모자라지만 않았어두, 어쩌면 우리 엄마, 훨씬 더 행복하게 살수 있었을거예요.
따져놓고 보면 다 내 잘못인거죠. 그러니까 유리씨.. 우리 엄마가 좀 못되게 굴어두 미워하지 말아요.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예?
자물통 : 물론이죠, 민주씨 어머님은 곧 제 어머니니까요. 목숨바쳐 잘하겠습니다.
민주 : (그럴줄 알았다. 베식 미소.. 그 때 시계에서 알람소리 삐빅삐빅) 아! 시간 다 됐다! 어서 드세요.
자물통 : 네, 민주씨.
두 사람, 나란히 서서 똑같이 컵라면 뚜껑을 열고 똑같이 호호 불어 똑같이 후루룩 먹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서로 마주보며 행복한 미소 짓는데서..
46. S# 병원 휴게실 일각. N
퇴근하는 길인 듯 장필구,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다가 멈칫.. 보면
텅빈 휴게실 저편으로 혼자 우두커니 서서 창밖을 내다보는 허원장의 뒷모습이 보인다.
상념에 잠긴 듯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다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돌아서던 그녀, 순간 멈칫.. 보면
바로 얼마쯤 뒤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장필구와 시선 마주친다.
장필구 : (조용한 시선으로 보면)
허원장 : (짐짓 시선 피하며) 지금 퇴근해요?
장필구 : 그래요. (그러면서 허원장을 보더니) 많이 피곤해보이는데..
허원장 : 요 며칠 신경쓸 일들이 좀 많았잖아요. 그래서 그래요.
장필구 : 좀.. 내버려두고 쉬지 그래요.
허원장 : (그 말에 ? 장필구를 보면)
장필구 : 지쳐보여요, 힘들어보인다구.
허원장 : 걱정말아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기니까. 이 정도로 주저앉을 허원숙이 아니예요.
장필구 : 허원장.
허원장 : 위로하고 싶거든, 당신 제자한테나 가서 해요. 그 스승에 그 제자라더니.. 마음 약해빠진건 당신을 그대로 닮았더군요.
장필구 : 옳은길을 가려고 애를 쓰는거요.
허원장 : 옳은길? 이봐요 장필구씨, 이 세상에 옳은길이라는건 없어요. 이 세상에 정의가 있다면 그건 돈과 힘뿐이라구.
세상사람들이 아무리 날 손가락질하고 뒤에서 비웃어도 내가 이토록 버틸수 있었던건.. 바로 돈과 힘때문이었다구요.
장필구 : 그래서.. 얼마나 행복해졌소.
허원장 : (멈칫... 본다)
장필구 : 그 돈과 힘으로 당신과 당신 딸이 얼마나 행복해졌냐구.
허원장 : 적어도 무시는 안당하고 살아요. 아무도 날 함부로 깔보지못한다구, 그럼 된거 아냐?
장필구 :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게 인생에 전부가 아니잖아.
허원장 : 됐어요, 그만해요, 관둡시다. 당신한테서 그 딴 설교 듣고 싶지 않다구. (하면서 지나쳐 가려는데)
장필구 : 원숙아!
허원장 : (멈칫...)
장필구 : (본다. 보더니) 힘들면 힘들다구 하는거야, 쉬고 싶으면 가끔은 다른 사람한테 기대도 되는거야.
헛점 좀 보이면 어때, 약점 좀 보이면 어때. 너나 나나.. 어차피 다 똑같은 사람들인걸.
허원장 : (돌아보지 않은채 피식 웃는다. 순간 핑그르.. 눈물이 돌더니 단호하게) 아니. 나는 달라. 나는.. 허원숙이야. 다르다구.
(그러더니 또각또각 멀어진다. 꼿꼿한 그 뒷모습이 오히려 안됐다)
장필구 : (본다. 나즉히 한숨으로 보는데서)
48. S# 염교장댁, 거실. N
불꺼진 어두운 거실, 그 한쪽에서 방문을 드륵 열고 나오는 수정, 자다가 깬 듯 하품을 하며 화장실쪽으로 가다가 멈칫..
응? 하는 표정으로 불켜진 주방쪽을 본다.
뭐지? 하는 표정으로 다가가서 본다. 보다가 순간 번쩍 눈이 떠진다. 표정에서.
49. S# 염교장댁, 이층복도 N
어두운 이층복도로 뛰어올라오는 수정, 은혜방앞까지 쪼르르 달려오며
수정 : 은혜언니! 은혜언니이!!!
50. S# 염교장댁, 은혜의 방. N
드륵! 문이 열리면서 뛰어드러오는 수정, 잠든 은혜를 흔들어 깨운다.
수정 : 은혜언니! 은혜언니..
은혜 : (부시시, 일어나 본다) 수정아.. 왜 그래?
51. S# 장필구의 방. N.
잠결에 음식냄새를 맡은듯, 킁킁거리다가 벌떡 일어나는 자물통.
자물통 : 형님, 형님.. (흔들어 깨운다)
장필구 : (짐짓 눈을 뜬다. ? 보면)
52. S# 주방안. N
가스불마다 냄비들이 올라가 있고,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후라이팬위에는 지글지글 생선이 익고 있고,
하루, 밀가루 범벅에 얼굴 여기저기 고추장, 간장, 된장 소스 잔뜩 묻힌채 앞치마까지 두르고 요리를 하고 있다.
부엌안은 그야말로 난장판. 그릇이란 그릇 죄다 꺼내놓고, 냄비란 냄비에 가득한 음식물들..
그 뒤로 들어서는 자물통과 장필구, 멈칫.. 본다.
은혜와 수정도 계단을 내려와 본다. 보면
은혜 : ! (본다, 보다가) 하루야..
하루 : ...
은혜 : 하루야!
하루 : (듣지 않고 계속 그릇을 닦고 있는데)
은혜 : (다가가서 하루의 팔을 잡아 돌이켜세운다) 하루야!
하루 : (그제야 멈칫.. 은혜를 본다. 잠시 빤히 본다)
은혜 : (뭐지? 설마... 하고 보는데)
하루 : (베식 웃으며) 은혜야.
은혜 : (순간 아직 날 기억하는구나 안도의 한숨으로 보며) 지금 너.. 여기서 뭐하구 있는거야?
하루 : 배고파서.
은혜 : (멈칫.. 본다)
수정 : 하루오빠, 아까 저녁 먹었잖아. 두그릇이나 먹었잖아.
장필구 : 수정아..
수정 : 진짠데.. 아까 저녁때 밥 많이 먹었는데...
은혜 : 그랬구나. 배가 고팠구나. 그럼 나한테 말을 하지. 그럼 내가 만들어줄건데..
하루 : 아픈 사람이 어떻게 요리를 해?
은혜 : (? 보면)
하루 : 대체 어젠 어딨다 온거야? 정류장에서 하루종일, 내가 얼마나 추웠는지 알아?
은혜 : ! (순간 덜컥! 내려앉는 기분으로 본다)
장필구, 자물통, 수정, 일제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면,
하루 : 그래두 늦게라두 와서 다행이야. 니가 와서 내가 얼마나 기분좋았는데.. 근데, 다음부턴 절대루 늦으면 안돼? 알았지?
은혜 : (나오려는 눈물. 꾹 누르더니) 어.. 그래.. 그럴게. 미안해.. (하는데)
하루 : (순간 멈칫.. 은혜를 빤히 본다. 보다가) 은혜야...
은혜 : 어? (보면)
하루 : 나 지금.. 너한테 뭐라 그랬니?
장필구, 자물통, 수정, 하루의 모습에 다들 할말을 잃은채 보면
하루 : (부엌을 쓱 돌아보며) 나 지금.. 여기서 뭐하구 있는거지?
은혜 : 배고프다며.. 그래서 요리하구 있었잖아.
하루 : (생각이 안난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수정 : (순간 시선이 바닥쪽으로 간다. 순간 놀라서) 하루오빠...!
장필구와 자물통, 수정을 본다. 수정이 바라보는쪽 바라본다.
은혜도 수정을 돌아보다가 같이 같은 곳 바라본다. 순간 핏기가 싹 가신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하루, 앞치마 두른 그 아래로.. 바지아랫단이 축축히 젖어오면서 바닥으로 오줌이 떨어진다.
하루 : (천천히 고개를 떨구면서 내려다본다. 순간) ....! (보면)
은혜 : (얼른) 수정아, 니 방으루 들어가 있어.
수정 : (울먹!) 하루오빠.. (하는데)
장필구 : 들어가자 수정아. (하면서 수정이를 데리고 들어간다)
자물통 : (어쩔줄 모른채로 보면)
하루 : 나.. 나 지금.. (그저 어이없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은혜 : 괜찮아. 하루야.. (그러더니 얼른 위에 걸치고 있던 셔츠를 벗어 바닥을 닦아가면서) 괜찮다구, 신경쓸거 없어. (하는데)
하루 : (순간 치욕스러움..! 그대로 홱 돌아서서 주방을 빠져나간다)
은혜 : (돌아보며) 하루야!
하루 : (다리가 제대로 말을 안듣는 듯.. 휘청거리며 이층으로 올라가면)
53. S# 하루의 방. N
은혜, 드륵! 문을 열어보는데 방에 아무도 없다. 그 때 화장실쪽에서 쏴아!! 하는 물소리.
은혜, ? 돌아보면.
54. S# 목욕탕 앞. N
그 앞으로 다가서는 은혜, 문을 열려고 하는데 열리지 않는다.
은혜 : 하루야! 하루야아!!! (쿵쿵쿵 두드려본다)
55. S# 목욕탕 안.
쏴아..! 물줄기를 맞으며 욕조안에 옷을 입은채 앉아 있는 하루, 덜덜덜.. 몸을 떨고 있다. 그 위로
은혜E : 하루야! 문 좀 열어봐, 응? 하루야아!!!
하루 : 저리가! 들어오지 마!
56. S# 목욕탕 앞. N
문고리를 잡고 철컥철컥하던 은혜, 있는 힘껏 흔든다. 흔들고 흔들고 그러다 온몸으로 쿵! 밀어부치면
그대로 쿵! 열리면서 욕실 바닥에 넘어지는 은혜, 넘어진채로 고개들어 보면
욕조 안에 앉아 있던 하루, 돌아보더니 그대로 홱! 고개 돌린다.
은혜, 얼른 다가와서 물에다 손을 대보더니 차다!
은혜 : 너 미쳤어? 이렇게 찬물을 틀어놓으면 어떡해! 이러다 감기 걸리면..! 너는 지금 감기약도 쓸수가 없는 몸이라는거 잊었어?
하면서 얼른 물을 끄고 커다란 욕실용 수건을 집어들어 하루머리에 씌워준다. 닦아주려고 하는데
하루 : 저리가! (뿌리치면서) 제발.. 가라구 좀!
은혜 : 가만 있어보라구! (고집스럽게 다시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아주려는데)
하루 : 챙피해서 그래애!!
은혜 : (멈칫.. 본다)
하루 : 나아.. 지금 너한테 너무 챙피해. 죽고싶을만큼 부끄럽구, 챙피해서.. 그래서 그래 은혜야..
은혜 : (순간 핑그르르.. 눈물이 고이면서 보면)
하루 : 그러니까.. 제발 그냥 나가주라. 너한테 이런 모습까지 보여주기 싫으니까 나가라구 제발 조오옴!!! (하는데)
은혜 : 사랑해.
하루 : (멈칫..! 두 눈에 눈물 가득한채.. 은혜를 본다)
은혜 : 사랑해 하루야.. (동시에 툭.. 눈물이 떨어진다. 그러나 표정은 따뜻하게)
하루 : (수건을 뒤집어쓴 머리에선 물방울이 뚝.. 뚝.. 떨어진채 멍하니 보면)
은혜 : 나는.. 니가 너무 좋아.. 니가 어떤 모습이래두 상관없어. 사랑해.
하루 : (순간 콧끝이 찡해져 온다. 눈시울이 붉어져서 보면)
은혜 : 기억이 사라진다구 마음까지 사라지는건 아니잖아. 니가 사랑한 마음까지 없던게 되는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무서워하지말자. 겁내지 말자.. 응? 내가.. 내가 널 기억할게.
하루 : (툭.. 눈물이 떨어진다)
은혜 : 니가 날 기억못해두.. 내가 널 기억할게 하루야. 그러니까.. 죽지만 마. (가슴이 미어져서 울컥거린다)
3급이래두 괜찮으니까... 나는 니가.. (가슴이 아파 미어져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냥.. 살아만 있어줬으면 좋겠어 하루야.
하루 : (순간 흑..! 울음이 터져나온채로 바라보면)
은혜 : (하루를 꼭 끌어안으며 복받쳐오르는 감정으로) 사랑해.
하루 : (그제서야 팔을 들어 은혜를 꼭 끌어안는다)
그렇게 서로 부둥켜안은채 아프게 눈물을 흘리는 작고 어린 두 연인..
그 모습에서 길게 fade-out.
flash-back> 버스정류장 앞, 거리. (모노톤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청년하루,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정류장 벤치앞에 나란히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어린하루와 엄마의 뒷모습..
어린하루 : 아..! 바람개비다. (하고 벌떡 일어나 가려는데)
빵빵! 버스가 경적을 울리며 부웅 지나간다.
하루엄마, 재빨리 어린하루의 손을 잡아챈다.
하루엄마 : 하루야! 위험해!
어린하루 : 엄마! 바람개비! 바람개비...
하루엄마 : (고개들어 길건너편을 본다)
하루 : (어린 하루가 가르키는곳을 고개들어 쳐다보면)
길 건너편에 바람개비를 꽂은 자전거를 끌고 나타난 바람개비장사. 아이들한테 바람개비들을 팔고 있는 중이다.
(짧은 경과)
어린 하루앞으로 딸기아이스크림을 내미는 엄마의 손.
어린하루 : 와! 딸기 아이스크림이다..!! (좋아라 얼른 받아들면)
하루엄마 : 하루야, 엄마 잠깐만 갔다올게, 여기서 기다리구 있어?
어린하루 : (완전히 딸기아이스크림에 빠진채) 응.
어린하루, 맛있게 딸기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길건너편에서 자전거 아저씨한테 바람개비를 사고 있는 하루엄마,
하루엄마, 걱정되는 듯 계속 계속 하루를 돌아본다.
어린 하루, 계속 맛있게 딸기아이스크림만 핥아먹고 있다.
하루엄마, 빙긋 웃으면서 바람개비 하나를 들고 길을 건너온다.
청년하루, 걸어오는 엄마를 본다. 얼굴에 스치는 미소위로.
하루엄마E : 엄만.. 너한테 가던 길이었어.
건너오다가 순간 끼이이...! 하고 급정거하는 소리에
하루엄마, 멈칫.. 돌아본다. 동시에, 그만 바닥에 툭..! 떨어져버리고 마는 딸기아이스크림...
어린하루, 어? 하고 내려다본다. 벤치에서 내려와 쪼그리고 앉아서 떨어진 딸기아이스크림을 본다.
그 뒷쪽으로 사고난 길쪽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어린 하루, 다른건 전혀 신경도 못쓴채 떨어진 딸기아이스크림만 본다.
아깝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땅에 안닿은 부분을 살짝 찍어서 먹는다.
베식 웃는 어린 하루... 맛있다. 찍어먹고, 또 찍어먹고..
그 저편으로 멈춰선 버스 앞으로 비죽이 나온 엄마의 손..
그 옆으로 떨어진 노란 바람개비... (바람개비만 노란색으로) 그 위로,
하루엄마E : 널 버린게 아니구.. 너한테.. 가던 길이었어 하루야.
dis. 혼자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는 청년하루. (어느새 어린 하루의 모습도 사라지고 하루 혼자만 조용히 앉아 있다)
그렇게 혼자 앉아 있던 하루의 손위로 천천히 겹쳐지는 엄마의 손.
하루, 천천히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하루 : 엄마...?
하루엄마 : 오래 기다렸지? 미안해 엄마가 너무 늦었다.
하루 : (본다. 울컥...! 눈물이 글썽인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랬구나.. 난.. 버려진게 아니었구나... 나한테 오던 길이었구나...
하루엄마 : (조용히 따뜻한 눈빛으로 하루를 보면)
하루 : 엄마 사실은 나요.. (가슴이 먹먹해지며) 그 동안 너무 힘들었다..?
하루엄마 : 그랬구나.
하루 : 응.. 참.. 힘들었어요.
하루엄마 : 근데 하루야.. 그거 아니? 너는.. 처음부터 행복한 아이였어. (미소로) 기억나지?
하루 : (본다. 가만히 보더니) 응.. (따뜻한 미소..)
하루엄마 :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하루 : (천천히 엄마 무릎위로 눕는다)
하루엄마 : (누운 아들의 머리를 조용히 쓸어넘겨준다. 나즉히) 주머억 쥐고, 손을 펴서.. 손뼉 치고.. 주머억 쥐고...
하루 : (천천히 눈을 감는다. 세상에 다시 없을 편안한 표정에서 dis 되면)
56-1. S# 염교장댁, 하루의 방. N.
잠들어 있던 하루, 꿈에서 깨는 듯 조용히 눈을 뜬다.
그 위로 여운있게 사라지는 하루엄마의 노래 목소리..
하루, 잠시 그대로 여운을 느끼다가 천천히 고개들어 쳐다보면 옆에 새우잠 자듯 웅크리고 누워 잠이 든 은혜의 모습...
하루, 물끄러미 은혜를 본다. 보더니 조용히 이불을 끌어덮어준다.
그러면서 다시 물끄러미 은혜를 바라보는 하루... 시선에서.
57. S# 하늘병원 로비.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나오는 동재, 걸어나오다가 멈칫..! 보면
로비 한가운데 서서 발끝으로 바닥을 끄적거리고 있는 하루. 무심코 시선을 들어 보다가 동재와 시선 마주친다.
동재, 하루를 보면.
58. S# 염교장댁, 하루의 방.
짐짓.. 잠에서 깨는 은혜, 비어있는 하루의 옆자리를 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쳐다보는 얼굴위로
하루E : 돌아가고.. 싶습니다.
59. S# 다시 하늘병원 로비.
동재 : (하루를 본다)
하루 : (보며) 은혜가.. 나 때문에 자꾸만 웃음을 잃어가요. 왜 그런지 난 알아요, 그건 내가.. 아파하고 힘들어하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이젠 그만 돌아가고 싶습니다.
동재 : ...! (본다)
마주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