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 등을 통해 예고한 국가 에너지 정책의 큰 전환이 15일 가시화했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강조한 이전 정부와 달리, 돈이 더 들고 비효율적이더라도 '환경을 우선시하는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지시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조치는 그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석탄보다는 비싸지만 친환경 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 전환 신호탄"
문 대통령은 앞으로 매년 3~6월 전국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을 중단하도록 이날 지시했다. 3~6월은 겨울보다는 전력 수요가 덜하지만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기간이다. (발전소 셧다운제 도입)
초등학교서 미세먼지 설명하는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 먼지 바로 알기 방문 교실'을 참관한 뒤 학생들 앞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 야경. /신현종 기자
하지만 노후 화력발전소를 셧다운한다고 해서 미세 먼지 저감 효과가 큰 것은 아니다. 청와대 사회수석실에 따르면, 국내 59기 화력발전소의 미세 먼지 배출량은 전체의 14%이고, 노후 발전소 8~10기의 경우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8기의 가동을 멈추더라도 미세 먼지 저감 효과는 1~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봄에 주로 서풍 계열의 바람이 부는 걸 고려하면 봄철 수도권 고농도 미세 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건 충남 서천과 보령 등 충청 지역에 위치한 4기(서천 1·2호기, 보령 1·2호기) 정도여서 효과는 더 떨어진다. 대기오염 물질이 줄긴 해도 국민이 체감할 정도로 미세 먼지 농도가 떨어지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그간 산업계 반발 등에 부딪혀 진척이 없던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라는 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행을 지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석탄·원전에서 LNG·신재생에너지로
문 대통령은 봄철 석탄화력발전기 일시 가동 중단 외에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 10기 조기 폐쇄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중 공정률 10% 미만인 곳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탈(脫)석탄' 공약을 대선 기간 중 발표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현재 건설 중이더라도 공정률이 10% 미만인 9기의 경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탈원전'도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다.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현재 공정률이 27%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 폐쇄 ▲앞으로 설계 수명이 다하는 원전은 즉각 문을 닫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현재 평균 40%대에 그치고 있는 LNG 발전 설비 가동률을 60%로 높이고, 전체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4.7%에서 2030년 20%로 올리겠다는 게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구상이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계획됐던 원전이나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면 당장 공사와 설계에 투입된 4조원 손실이 불가피하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지난해 6월 착공, 총사업비 8조6000억원 중 지금까지 1조4000억원이 쓰였다. 석탄발전소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공약을 통해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공정률 10% 미만 석탄발전소 9기는, 부지 매입비와 각종 운영비 등으로 나간 돈이 2조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이 가운데 8기가 민자 발전으로, 소송전까지 겹치면 공사 중단으로 날리는 전체 매몰 비용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친환경에너지 확대는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비용과 기술 발전 수준을 감안할 때 국민적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Q) LNG 발전소로 전환되면 이전에 비해 전기료는.....?!
■ 전기요금 인상요인 얼마나 (국제신문)
그러나 정부가 '환경급전'(환경을 고려한 전기 생산)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전기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장 다음 달 호남1, 2기를 제외한 8기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면 그만큼 줄어든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LNG 발전소를 가동해야 한다. 현재 1㎾h당 발전단가는 석탄화력(73.8원)이 가스(101.2원)와 신재생에너지(156.5원)보다 싸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래서 내년부터는 전력 비수기인 3~6월 중 4개월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0.2% 정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지만, 이는 600억 원 정도여서 한전이 자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서 산업통상자원부, 한전과 이미 협의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수급 문제와 비용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다시 세워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전력수급을 고려한 구체적인 발전소 폐쇄 단계 등 세부 로드맵과 집행 계획이 담기게 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함께 원전 중심 발전 정책 폐기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새 정부의 전력수급 계획에도 눈길이 쏠린다. 석탄화력발전은 줄이고 LNG와 신재생 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인다는 문 대통령의 에너지 공약이 이행된다면 오는 2030년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이 25%로 낮아지고 가스발전 비중은 37%로 크게 높아진다.
----------------------------------------------------------------------------------------------------------------------
+ <미세먼지>
Q) 국내산 VS 중국산 ..?
-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가운데 순수 국내 요인은 20~53%이고 중국 등에서 유입된 외부 요인이 47%에서 최대 80%까지다.
- 중국의 산업화로 인해 대기오염물질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2014년 중국의 석탄 및 기름, 가스 소비량은 2007년에 비해 각각 25%, 41%, 154% 늘었다. 이 때문에 한·중 협력을 통해 외부적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뤄왔다. 그러나 국내 발생 요인부터 차단하는 게 순서라는 주장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이기영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반도 내에서 배출되는 국산 미세먼지가 첫째이고, 여기에 얼마가 됐든 중국에서 흘러오는 수입산 배출먼지가 둘째”라고 말했다. ‘중국발 영향’이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인데도 이를 항상 주요인으로 지목하면서 정작 국내 대책 마련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Q) 추후 미세먼지 절감 정책으로 타격을 받은 산업은...?
- ‘미세먼지 유탄’을 맞아 가장 분주한 곳은 자동차업계와 정유업계다.
- 경유에 붙는 세금이 최대 90% 인상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당장 경유차가 생계수단인 전국버스연합회와 전국화물연합회, 전국개별화물연합회 등 7개 운송사업자 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경유세 인상이 결국 ‘서민 증세’로 이어진다는 볼멘소리다. 이들은 “국내 미세먼지 발생은 중국과 계절적 영향 외에도 충남지역 석탄발전소 등 다양한 곳에 원인이 있음에도 정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경유 세금 인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친환경적인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풀릴지도 관심이다. 현재 정부는 LPG를 서민연료로 보고 택시나 렌터카, 장애인·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 차량에만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PG차 규제가 풀리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인기 차량도 LPG차 출시가 가능해 자동차 시장의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장 규제를 푸는 데 반대하고 있는 게 변수다.
- 정유업계도 LPG차가 늘어나면 휘발유와 경유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LPG차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다.
- 건설업, 발전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