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강변 근처에 세워진 가일(嘉日)미술관은 건축가였던 강건국 (姜健國·58)씨가 직접 짓고 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가일(嘉日)’이란 이름에는 미술관에 온 날이 항상 ‘좋은 날’이 됐으면 하는 바람과 경기도 가평의 첫 미술관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강 관장은 돌과 벽돌을 나르며 미술관을 손수 지었을 뿐 아니라 전시되는 300여점의 작품도 30년 가까이 직접 모은 것이다. 미술관 부지를 선택하는 데만 10년, 건물을 완성하는 데만 꼬박 6년이 걸렸다고 한다. 미술관 일에 전념하기 위해 20년 넘게 교편을 잡았던 수원과학대와 10여년간 일했던 건축설계사 사무소에 사표를 내고 아예 가평으로 내려왔다.
강 관장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는 면 소재지 정도의 작은 마을에도 미술관이 있어 늘 부러웠다”면서 “가족이나 연인들이 영화관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올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술관 입구에는 전기·수도·청소 등 미술관 기본 경비를 위해 입장료를 2000원 받는다고 적혀있다. 2000원 입장료로는 전기값의 4분의 1도 충당하지 못하지만 문턱을 낮춤으로써 사람들이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게 한 ‘시민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강 관장은 오래 전부터 ‘시민 미술관’을 꿈꿔왔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개인생활을 희생해 왔다. 그는 “10년 동안 주말을 한번도 쉬지 못하고 일해” 모은 전 재산 40억원을 미술관에 쏟아넣었다고 한다. 큰딸 종희(宗希·31)씨는 “자라면서 메이커 신발이나 옷을 입어본 적이 없어 집이 아주 가난한 줄 알았다”면서 “아버지가 미술관을 짓는다고 했을 때 그런 돈이 있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강씨가 오랜 세월 미술관에 애착을 보인 것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학창시절 꿈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등에 업혀 월남해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그의 꿈은 화가였다. 강씨의 아버지는 살림에 보탬이 되라고 아들을 상고에 보냈지만 그는 미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고3 때였어요. 미술 선생님 집에 인사드리러 갔는데 선생님의 온 가족이 판잣집 단칸방에 살고 계셨어요. 겨울인데도 방엔 불 땐 흔적도, 부엌에는 음식 냄새도 나지 않았죠. 화가의 절망적인 현실이 보였어요.”
그는 이후 방향을 바꿔 홍익대 건축학과에 들어갔지만 미술을 저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마음의 짐을 덜고자 생활이 어려운 친구들의 작품을 한두 점씩 몰래 사주기 시작한 게 미술품 수집의 시작이었다. “제 수집품 중에는 박수근, 이중섭 같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작가들은 없어요. 그림 자체에 매료돼 하나 둘 모은 것들이라 액수를 계산해 본 적도 없고요.”
미술품을 모으다 보니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을 지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강 관장의 부인은 6년 넘게 반대했지만 남편의 결심을 꺾지 못했다. 아버지의 뜻을 이해한 자녀들은 자원봉사를 자청했고, 캐나다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큰아들 준석(準晳·34)씨는 홈페이지 운영을, 외국계 제약회사 홍보과장으로 있는 종희(宗希·31)씨는 홍보를 맡았다. 커피체인점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작은딸 재희(在希·28)씨는 미술관 내 카페를 맡고 있다.
2000평 규모에 4개동으로 이뤄진 미술관은 2개동은 전시실이고 2개동은 공연장을 겸한 카페와 식당으로 이뤄져 있다. 미술관 주변을 청소하고 전시 조명 등 부속시설을 손보는 일은 강 관장의 몫이다. 이 때문에 늘 멜빵 청바지에 밀짚모자를 쓰고 다녀야 하지만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강 관장은 미술관 주변을 도자기 작업·회화·조각 등을 하는 예술인들이 모인 문화벨트로 만드는 게 새로운 꿈이라고 했다. “3년 정도 운영한 후 미술관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미술위원회나 공익기관에 기증할 생각입니다. 미술관은 기본적으로 재산이 될 수 없고 운영하려면 자식들이 더 힘들 거예요.” (031-584-4700)
첫댓글 제가 토요일에 다녀 왔는데요.. 관장님 참 좋으신 분이세요.. 그리고 여기.. 커피도 참 맛있답니다~
이곳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gailart.org 입니다..
엇~!! 저도 토욜날 다녀왔는데~ 카푸치노도 좋더라구요~ 거품이 어찌나 곱던지~ ^^* 관장님 너무 좋으셩~
아두 꼭!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