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수필 산책】
맛을 나누는 즐거움 · 글을 나누는 즐거움
― 큰스님 책방에서 나의 졸고 수필을 발견하고 감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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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수필 산책】
맛을 나누는 즐거움 · 글을 나누는 즐거움
― 큰스님 책방에서 나의 졸고 수필을 발견하고 감탄한 이유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필자의 말
통도사 반야암 오솔길 ‘지안(志安) 큰스님’의 카페 책방. 다른 곳도 아니고 스님이 운영하는 <카페 책방>에서 나의 졸고 수필을 발견하면 반갑다.
반가움을 넘어 감동한다. 높은 학문의 대강백(大講伯) 큰스님이 내 졸고를 신도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보면 필자로서 글을 쓴 보람을 느낀다.
시집도 펴낸 시인(詩人) 지안 큰스님은 경전과 법문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학작품도 카페에 소개한다.
몇 해 전엔 필자의 졸고 수필 <아버지의 쌀가마>, <쑥향의 계절> 등 몇 편의 수필을 우연히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소개된 글에는 신도들의 과분한 댓글이 이어졌다.
오늘은 뜻밖에도 <맛을 나누는 즐거움> 제목의 졸고 수필이 소개된 것을 보았다. 수많은 독자가 댓글 창에 <합장> 이모티콘을 달아주면서 아낌없는 공감을 표했다.
▲ 지안 큰스님 카페 책방에 소개된 필자의 수필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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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글은 좀 특별하다. ‘막걸리를 나누는 이야기’다. 스님과 불자들은 평소 약주를 입에 대지 않는 줄 아는데, 이 글에 등장하는 ‘막걸리’는 침을 삼키면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느 신도 분은 “알밤 막걸리,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라는 재미있는 댓글을 달았다. 필자로서 이만한 즐거움이 어디 또 있는가.
스님이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막걸리 맛이 아니라 ‘사랑[자비] 나눔’이다. 경전의 가르침인 ‘베풂과 나눔’의 정신이다. 불자들이 합장하면서 나누는 것은 ‘화합의 정신’이다.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탐진치(貪瞋癡) 삼독심(三毒心)’을 소멸하고, 사회의 크고 작은 갈등을 극복하려는 ‘지혜의 나눔’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나눔’이다.
▲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일러주시는 마음 속의 부처님
♧ ♧ ♧
‘맛을 나누는 즐거움’ 제하의 글을 일간지에 쓴 지 십수 년이 흘렀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따뜻한 눈길 주는 독자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그렇다면 글 제목에 ‘글을 나누는 즐거움’을 이어 붙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의 졸고 수필에 따뜻한 눈길 주시고, 귀한 카페 책방에 소개해 주신 지안 큰스님, 그리고 여러 신도님의 합장 댓글에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오늘은 ‘맛을 나누는 즐거움’에다가 ‘글을 나누는 즐거움’까지 맛보게 되니 영광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삶의 맛’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
2024. 11. 8.
대전에서 필자 윤승원 소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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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출처 = 금강일보 <윤승원의 세상풍정> 2010.5.24.
◆ 금강일보 『윤승원의 세상風情』
맛을 나누는 즐거움
윤승원 논설위원
언제 어디서고 유난히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언젠가는 또다시 생각나기 마련이다. 인상 깊었던 장소와 함께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분의 푸근한 인상까지 정겹게 떠오른다.
계룡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다가 산 아래 어느 토속 음식점에서 먹었던 산채 비빔밥과 알밤 막걸리도 그렇다. 안주는 도토리 빈대떡.
물론 시장했던 터라 맛이 더 했겠지만, 휴일에 집에 있으면 계룡산 맑은 공기를 즐기며 먹었던 도토리 빈대떡과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지곤 한다.
산채 비빔밥과 도토리 빈대떡이야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해 먹을 수 있으나 알밤 막걸리는 동네 가게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웠다.
웰빙 바람을 타고 막걸리가 몸에 좋다고 하니, 시중에는 그 종류와 이름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여느 막걸리와 달리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던 알밤 막걸리를 동네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은 아쉬움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했다. 막걸리에 대한 정보가 무수히 쏟아졌다. 등산길에 먹었던 그 막걸리 양조장을 알아내어 한 상자 주문했더니, 놀랍게도 당일 저녁에 택배가 도착했다.
체질상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못하는 집 사람도 어쩐 일인지 알밤 막걸리 맛을 보더니, “마치 음료수 같네. 고소하기도 해라!”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 고소하고 달콤한 ‘알밤 막걸리’
“1 상자에 자그마치 15개나 들어 있는 막걸리를 아무리 애주가라 하지만 혼자 다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맛이 고소하니, 이웃들과 나눠 먹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십 수년간 한 동네에서 살고 있는 내 이웃들은 유별난 데가 있다. 영하의 겨울철만 아니면 아주머니들이 동네 골목에 나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야기꽃만 피는 것이 아니라 색다른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시골에서 뜯어온 채소도 혼자 먹지 않고 이웃과 나눠 먹는다. 엊그제는 절에 갔던 이웃 아줌마가 손수 뜯었다면서 고사리를 한소쿠리 가져왔다. 미나리를 나눠 먹는 아줌마도 있다. 아내는 그 답례로 메밀묵을 한 솥 푸짐하게 쑤어 ‘골목 잔치’하듯 나눠 먹었다.
그러니 처음 맛본 고소한 이색 막걸리를 아내 혼자 은밀히 숨겨 놓고 애주가인 남편에게만 보약(?)처럼 따라줄 리 없었다. “가까운 이웃에게 한 병씩 돌리겠다”는 것이었다. 나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이튿날이었다.
“이웃 아줌마들이 맛을 보더니, 더 달라”고 한다면서 아내는 이웃들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전했다. 뜻밖의 일이었다.
‘막걸리 효과’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술에 대한 인식이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술 좋아하는 남편에게 “제발 술 좀 끊으라!”면서 잔소리를 했으나 고소한 막걸리 맛을 본 뒤로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막걸리 효능’을 한결같이 ‘건강식’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돈독해진 이웃 간의 정이다. 골목을 사이에 둔 이웃 간에 사소한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거나 감정 사납게 다투는 일이 없다.
그 옛날처럼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반상회를 매달 꼬박꼬박 열지 않아도 삭막한 도심의 동네가 이처럼 평온하고 정겹게 살아가는 것도 ‘맛 인심’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 ‘맛 인심’도 중요한 이웃 간의 덕목이다. 맛을 나누는 즐거움, 그 바탕에는 ‘열린 마음’이 작용해야 가능하다.
남편들이야 얼굴 마주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골목 아주머니들끼리 허물없이 정으로 나눠 먹는 ‘부침개 인심’과 ‘막걸리 인심’이 곧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어디 그뿐인가. 내 동네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도 결국은 넉넉한 이웃 간의 마음이 상통하여 ‘나눔의 미덕’으로 승화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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