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칭찬 에세이】
‘청양 댁 할머니’의 옥상 텃밭 ‘고추 농사’
― 저 높은 곳에서 어머니가 칭찬하시다
윤승원 수필가
우리 집 할머니의 친정은 청양(靑陽)입니다.
대중가요 칠갑산(七甲山)의 고장입니다.
콩밭 매는 아낙이냐고요?
그렇습니다.
콩밭뿐만이 아닙니다.
고추밭 매고 고추 따는 아낙이었습니다.
청양고추.
잘 아시죠? 유독 매운맛.
대전 도시로 시집온 지 어언 45년,
손자를 둔 할머니가 됐습니다.
도시 생활에서도 여전히
고추 농사를 짓습니다.
옥상 텃밭은 ‘만물상’입니다.
상추, 부추, 고추, 토마토 등 온갖 채소를 기릅니다.
그중에서 고추 농사는
할머니의 정성과 공력이 가장 많이 들어갑니다.
양질의 퇴비 거름도 사다가 주고
고무호스로 물도 자주 뿌립니다.
끼니때마다 풋고추를 따다 먹고도 남습니다.
같은 건물에 사는 분들과도 나눠 먹습니다.
붉은 고추는 깨끗이 씻어 정성스럽게 말립니다.
집안 곳곳에 고추 말리는 풍경입니다.
웃기고 재미있는 풍경도 봅니다
손자가 유치원 시절 뛰어놀던 놀이기구 ‘방방’
옥상에 놓인 손자의 옛 놀이기구에다
붉은 고추를 말리는 풍경은 ‘예술’입니다.
▲ 손자가 유치원 시절 신나게 뛰어놀던 ‘방방’ 놀이기구가 <고추 건조대>가 되었다.(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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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방 안에서 말립니다.
실내 고추 건조기에다가 정성스럽게 말립니다.
▲ 비가 오거나 야간엔 전기식 실내 고추 건조기를 사용한다.(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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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여러 날 말린 고추를
다듬는 일에도 온갖 정성을 쏟습니다.
가위로 고추 배를 갈라 씨를 빼냅니다.
바싹 마른 고추를 비닐봉지에 담습니다.
포장까지 완료된 ‘할머니 표’ 청정 고추가
방안에 가득 쌓였습니다.
▲ 잘 말린 고추를 봉지에 넣다.(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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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등급의 상품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멋진 ‘디자인의 상표’라도 만들어
고추 봉지마다 붙여주고 싶을 만큼
저의 눈에는 귀하게 느껴집니다.
그 옛날 시골 남새밭에서 어머니가
가꾸셨던 고추 농사 분량만큼 됩니다.
▲ 그 옛날 어머니가 가꾸시던 시골 남새밭(자료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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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 집 할머니는 어째서
고추 농사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이는 것일까요?
고추를 어째서 그렇게도 깨끗이 씻어 말리고,
말린 고추는 정성으로 다듬어 봉지에 넣는 것일까요?
저는 할머니의 고추 농사를 지켜보면서
속으로 감동합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청결 면에서 고집스러운 데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농사도 ‘예술’입니다.
믿을만한 청정 농산물을 생산해 낸다는 것은
예술가의 ‘작품 창작 정신’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할머니의 그와 같은 고집스러운
고추 농사는 어디서 비롯됐을까요?
고춧가루에 대한 불신입니다.
뉴스에서 본 불결한 외국농산물에 대한 불신입니다.
과도한 농약 성분에 대한 걱정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할머니는 손수 재배한 청정 고추를
혼자 먹지 않습니다.
떨어져 사는 며느리에게도 나눠줍니다.
김장철 고춧가루도 미리 준비합니다.
고추 농사가 얼핏 보면 쉬운 것 같아도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 정성, 부지런함에다가 가뭄과 장마 등
기상 조건에 따른 남모르는 ‘기도’도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머니 표’ 옥상 텃밭 고추에 대해
자랑스럽게 품질을 보증합니다.
(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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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높은 곳에서 지켜보신 어머니도 칭찬하십니다.
“우리 착한 며느리야, 내가 시골 남새밭에서 기르던
고추보다 더 깨끗하고 품질 좋은 고추를 생산해 냈구나!
가족의 건강을 위해 고추를 말리는 일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다해온 우리 며느리 정말 고맙다.”
2026. 8. 25.
지환 할머니의 옥상 텃밭 ‘고추 수확’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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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작품해설
윤승원 수필가의 이번 작품은 제목부터 따뜻합니다.
「‘청양 댁 할머니’의 옥상 텃밭 ‘고추 농사’ ― 저 높은 곳에서 어머니가 칭찬하시다」라는 제목 속에는 농사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
그리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고추’라는 아주 평범한 소재를 통해 ‘사랑의 노동’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길어 올린 데 있습니다.
몇 가지 문학적인 핵심 요소를 짚어보겠습니다.
1. ‘고추 농사’가 아니라 ‘사랑 농사’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옥상 텃밭에서 고추를 가꾸는 할머니의 일상을 기록한 생활수필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 작품의 중심 소재는 고추가 아닙니다.
고추를 씻고, 말리고, 다듬고, 포장하는 일에 깃든 한 사람의 마음이 진짜 주제입니다.
퇴비를 주고 물을 주는 일에서부터 잘 익은 고추를 깨끗하게 씻고, 씨를 빼고, 봉지에 담는 과정까지 작가는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이 반복되는 노동이 독자에게는 어느 순간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고추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사랑을 담아내는 그릇이 됩니다.
2. ‘청양’이라는 고향의 공간이 작품에 뿌리를 내립니다
첫머리에서 굳이 “우리 집 할머니의 친정은 청양(靑陽)”이라고 밝히고, “대중가요 칠갑산의 고장”이라고 소개한 것은 중요한 장치입니다.
청양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농촌의 기억과 어머니의 노동이 살아 있는 고향의 상징입니다.
“콩밭 매는 아낙”에서 “고추밭 매고 고추 따는 아낙”으로 이어지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여기에서 독자는 현재의 ‘옥상 텃밭 할머니’와 과거의 ‘시골 남새밭 어머니’를 자연스럽게 겹쳐 보게 됩니다.
즉,
청양의 고추밭 → 어머니의 남새밭 → 도시의 옥상 텃밭 → 며느리의 고추 농사
라는 시간의 계보가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이 작품을 단순한 생활기록이 아니라 가족사적 수필로 승격시키는 힘입니다.
3. ‘방방 위에 널린 붉은 고추’는 이 작품의 백미입니다
저는 작품 속에서 특히 이 장면을 눈여겨보고 싶습니다.
“손자가 유치원 시절 뛰어놀던 놀이기구 ‘방방’”
그 위에 이제는 손자가 아니라 붉은 고추가 올라가 있습니다.
이 장면은 참 재미있으면서도 깊은 상징성을 갖습니다.
한때 손자의 웃음소리가 머물던 놀이기구가 이제는 할머니의 농작물을 말리는 건조대가 되었습니다.
아이의 성장과 할머니의 노동, 가족의 세월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만나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작가가 이를 “예술”이라고 표현한 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삶이 만들어낸 우연한 설치미술이기 때문입니다.
노란색 놀이기구 위에 붉은 고추가 펼쳐지는 시각적 대비도 매우 강렬합니다.
실제로 보여주신 사진을 보니 이 장면은 작품을 대표하는 한 폭의 생활풍속화가 될 만합니다.
4. 이 작품의 ‘칭찬’은 며느리에게만 향하지 않습니다
제목에 ‘칭찬 에세이’라고 했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독자는 칭찬의 방향이 훨씬 넓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작가는 아내를 칭찬합니다.
그러나 그 칭찬은 다시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올라갑니다.
“저 높은 곳에서 지켜보신 어머니도 칭찬하십니다.”
이 한 문장이 작품 전체의 정서적 절정입니다.
살아 있는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칭찬이면서, 동시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보내는 칭찬입니다.
결국 작품 속에는 두 세대의 여성이 있습니다.
한 분은 옛날 청양의 남새밭에서 고추를 가꾸던 어머니이고, 다른 한 분은 도시의 옥상에서 고추를 가꾸는 며느리입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이어주는 사람이 바로 작가입니다.
5. ‘저 높은 곳’은 하늘이면서 기억의 공간입니다
마지막의 “저 높은 곳에서 어머니가 칭찬하십니다”라는 표현은 이 작품을 단순한 가족수필에서 추모와 감사의 수필로 바꾸어 놓습니다.
어머니는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작가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특히 어머니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한 것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우리 착한 며느리야…”
이 말 속에는 며느리를 향한 칭찬뿐 아니라,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과 가족에 대한 애정까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마지막 부분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작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어머니와의 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청정 고추’는 결국 ‘청정한 삶’의 은유입니다
작품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단어가 ‘깨끗함’과 ‘정성’입니다.
할머니가 고추를 깨끗하게 씻고 말리는 까닭은 단순히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가족에게 먹일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청정 고추’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청정한 마음으로 만든 음식입니다.
작가가
“농사도 ‘예술’입니다.”
라고 선언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에서 설득력을 얻습니다.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과 좋은 작품을 창작하는 일은 서로 닮았습니다.
정성 → 반복 → 인내 → 고집 → 완성
이라는 창작의 과정이 그대로 농사에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필가인 작가는 아내의 고추 농사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글을 쓰는 마음과 아내가 고추를 가꾸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7. ‘칭찬’이라는 소박한 제목 속에 부부애가 숨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서는 어쩌면 부부애입니다. 작가는 아내의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아내의 수고를 새삼스럽게 발견하고 감탄합니다.
“45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손자를 둔 부부가 되었지만, 작가는 아내의 옥상 텃밭을 바라보며 여전히 ‘고맙다’고 말할 줄 아는 남편입니다.
이 점이 작품을 더욱 따뜻하게 만듭니다.
노년의 사랑은 뜨거운 연애의 언어가 아니라 “당신이 가족을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나는 알고 있다”는 인정의 언어로 나타납니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칭찬’입니다.
◆ 문학평론가의 총평
윤승원 수필가의 「‘청양 댁 할머니’의 옥상 텃밭 ‘고추 농사’」는 고추 한 포기에서 가족의 사랑을 발견하고, 붉은 고추 한 봉지에서 어머니의 기억을 소환해 내는 따뜻한 생활수필입니다.
특히 ‘청양의 어머니 → 도시의 며느리 → 옥상 텃밭 → 손자 →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가족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작품의 정서적 깊이가 큽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저 높은 곳에서 어머니가 칭찬하십니다”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를 감싸는 아름다운 종결입니다.
고추를 말리는 것은 햇볕이지만, 고추를 귀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정성입니다.
마찬가지로 한 가정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서로의 수고를 알아주는 마음일 것입니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알아주는 마음’을 기록한 수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고추에 관한 수필’이라기보다 ‘한 여인의 정성과 한 남편의 감사, 그리고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칭찬이 만나는 가족 사랑의 수필’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옥상에는 붉은 고추가 햇볕에 익어가고,
작가의 마음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익어갑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이렇게 들리는 듯합니다.
“우리 착한 며느리야. 참 잘했다.”
이 한마디가 이 작품이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문학적 선물입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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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네이버《청촌수필》블로그 독자
◇ 운곡(작가. 네이버《글로쓰는 수채화》블로그 운영자) 2026.8.25.20:33
청촌 선생님, 옥상 텃밭의 고추 농사 이야기를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으로 기르고, 깨끗이 씻어 말리고, 씨를 빼어 봉지에 담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한 농사가 아니라 말씀처럼 사랑을 기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과 이웃과 나누려는 따뜻한 정성이 붉은 고추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겠지요.
45년을 함께 살아오시며 사모님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이렇게 따뜻한 글로 칭찬하고 감사할 줄 아는 선생님의 마음 또한 참 아름답습니다.
올해도 ‘청양 댁 할머니표 청정 고추’가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듬뿍 지켜주겠지요.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고추 농사 이야기, 따뜻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운곡 올림
◇ 필자 답글 / 청촌 윤승원
할머니가 마침 계 모임이 있어 한나절 집을 비운 사이 고추 말리는 풍경을 사진 찍어 올렸습니다.
저는 무엇 하나 도와준 것도 없이 고추 수확을 귀한 생활 일기 글감으로 여깁니다.
수호신 같이 지켜보시는 어머니가 그래서 웃으십니다.
떨어져 사는 며느리도 반가워할 줄 믿습니다. 할머니 표 고춧가루가 저런 정성과 사랑이 들어갔구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운곡 선생님, 참으로 과분한 칭찬을 들으니 졸글을 소개한 보람을 느낍니다. 운곡 선생님의 격려 말씀은 예사 댓글이 아니라 격조와 품격 높은 문학평론입니다.
감동입니다.
배병철 목사님
필자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