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야기 하고 싶어서 쓰는 또 한편의 여행후기.....
(집에서 쓸려구 앉아있으면 잘 안써지는데 여기선 왜 이렇게 잘 써진담)
오늘 소개할 도시는 독일의 동부에 있는 라이프치히.
사실 여기는 갈까말까 갈등하다가 베를린에 있었던 유스호스텔에 세탁기가 없어서 (북유럽에 다녀온후라서 빨래가 무지 밀린 상태였음) 다른곳으로 부득이하게 옮길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베를린의 유스호스텔은 거의 초만원 상태라서 눈물을 머금고 라이프찌히로 떠났다. 베를린에서 3~4일 정도 있을 생각이었는데......
라이프치히에 도착하니 어두워져 있었다.
내리면서 괜히 이런저런 걱정을 했지만 (매번 느끼는 거였지만 기차에서 내리면 아무도 모르고, 당장 어느쪽으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은 약간 당황스럽다) 허억~ 구 동독지역이라서 별로 기대안했던 역이 왜 그렇게 크고 세련됐는지......(기차여행을 다니다 보면 역에 대해서 좀 예민해지게 된다)
아마도 통일 하면서 전면적인 신축공사를 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들른 뮌헨역(뮌헨은 관광도시에 유명해서 역도 무지 크다고 알려져 있었지만)만큼이나 컸던것 같다.
게다가 육,해,공군에서 나와서 군인을 모집하는지 군복입힌 마네킹에, 장갑차, 그물같은 이상한것 등등이 전시되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놀라기도 했고......
기차안에서 계획했던 대로 1순위의 유스호스텔에 가려고 주소를 들고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버스를 타랜다. 역 정면의 버스정류장에 가서 맘 좋게 생긴 아저씨에게 (역시 구 동독 사람들이라 그런지 차림새는 후줄근했다. 하지만 좀 무뚝뚝하긴 했어도 친절했다) 주소를 들고 물어보는데 아저씨가 신나게 가르쳐주는 것이었당. 그런데 그걸 듣고 있던 옆에 아저씨. 거기는 그렇게 가면 안된다면서 둘이서 실랑이를 벌이는 거다.
2학년때 농활갔을때 기표랑 시골 마을버스를 타고서 무슨 마을 가는 길을 묻다가 버스안에 있던 할아버지며 아저씨, 아줌니들이 서로 가르쳐줄려고 싸우다시피 하던 생각이 나던 순간이었다.
사태를 마무리하고 버스에 올랐더니 대학생인듯한 청년이 다가와서 또 도와주겠다길래 (물어볼 것도 없고, 피곤해서 귀찮기까지 했지만) 다시 한번 그 주소를 물어봤다. 그 사람은 내리면서까지 계속 설명을 해 주었다. 얼마나 친절하던지.....
막상 거기 내리니까 나폴레옹이 세웠다는 전쟁기념탑이 있는 곳이었는데 주변은 깜깜하고 기념탑주변으로 무시무시한 색깔의 조명이 비추고 있어서 넘 겁이 났다. 사람들도 없고 멀리서 경찰차의 싸이렌이 울리고......
다시 버스를 집어타고 2순위로 지명한 유스호스텔을 가는데 젊은애들이 한 무더기 내릴때 같이 내리고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독일의 도시는 어느 도시든 7시만 넘으면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어서 마을들이 넘 조용했다)
무지 싼 가격에 거기서 하루를 묵었는데 밤새 꿈에서 멘델스존의 교향곡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곡이 들렸다.
라이프찌히 여행정보가 없어서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카운터에서 가이드맵을 하나 챙겨서 가는데 허억!
라이프찌히에 멘델스존의 집이 있었다. 내 꿈은 무지 신통력이 있었군.
라이프찌히는 구 동독 시절에 드레스덴만큼이나 중요한 도시였다. 베를린과 가깝다는 지리적 위치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하더군.
그리고 의외로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 꽉찬 도시였다.
위에 말한 멘델스존의 집, 그가 활동했었다는것 말고도 다들 잘 아는 바하의(바흐가 정확한 발음이라고 하더군요 ^^:) 고장이기도 하다. 작년이 바하서거 200주년(? 허미...... 생각이 잘 안난다. 텔레비에서도 보고 갔으면서)이라서 바하축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미술사적으로도 그렇고.....(유감스럽지만 난 미술보다는 바하가 급했다)
지난 밤에 버스정류장에서 본 맞은편의 아름다운 성당쪽으로 가는 길에 엄마손을 잡고 가는 삼남매랑 나란히 걸어가게 됐다. 그중에서 7살쯤 되어 뵈는 여자아이가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계속 보길래 나도 쳐다보며 웃어주다가 엄마가 재촉하자, 내가 손을 흔들며 "Tschues(취스)-독일어로 친구사이에 헤어질때 안녕하는 인사임-"하니까 고 귀여운 것이 자기도 그렇게 인사를 하는 것이당.
목적지인 그 성당앞으로 가서 그것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그앞을 기웃거리는데 유모차를 끌고오던 신혼부부인듯한 아저씨와 아줌니가 내 곁으로 와서 도와주겠다고 하더니, 내가 간단하게 독일어로 물어보니까 차마 감당하지 못할 독일어가 쏟아져 나왔다. (전혀 이해하지 못함......ㅠㅠ)
꾸역꾸역 걸어서 동독의 비밀경찰들이 활동하던 사무실(?) 아지트(?)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경찰서쯤 되는 곳에 갔는데 옛날에 쓰던 물건들이 (총, 동독 국기, 방독 마스크, 무전기, 군복 기타등등등등등.....) 섬세하게도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구경은 모두 공짜였고, 그당시의 사진이나 (진압하던 사진, 비밀경찰들의 활동상 흔히들 상상하는 비밀경찰들의 활동들에 관련된 것들) 그리고 문서까지 공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독일 통일되기 전의 그런 활동들을 보고 있으려니까 우리나라 생각이 무지하게 많이 나더군. 애국심이랄까? 그런게 들끓기 시작한 것이당. 마지막에는 눈물이 아찔하게 날 정도로. (자세한 감정표현은 자제하도록 하겠다)
방명록 한페이지에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그려놓고 짧은 독일어로, 영어로 우리도 곧 통일이 될 것이라고 써 놓고 나왔다.
바하가 죽을때 까지 일한 토마스 성당까지 갔는데 아직까지 축제의 열기가 식지 않은것 같았다.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바하의 마크를 새긴 티셔츠, 우산, 뺏지, 볼펜 따위를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턱없이 비싸서 구경만 하고, 엽서만 두어장 샀다.
성당안에는 바하의 무덤이 있었다. 죽음을 삶 가까이 두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이것은 다음번의 로마 1편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다. 로마는 너무 할 이야기가 많아서 여러편으로 나눌 예정)
라이프찌히 시청쪽으로 가는 길의 골목골목은 그날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유럽의 가을날씨는 대체로 어둡고 우울한 날씨라서 가을이라기 보다는 겨울의 초반정도 된다고 한다. 온난 다습해서 비도 종종 오고) 사람들이 많이 다녔다. 길가에서 돈을 털어 1마르크짜리 아이스크림(500원 정도)을 사 먹기도 했다.
어디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길래 그쪽으로 갔는데 8~10살 밖에 안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형편이 어려워서일까? 경험을 쌓기 위해서인가?
그냥 가끔 나와서하는게 취미인가?
사소한 모습이었을진 모르겠지만 그 꼬마의 모습이 꼬마가 아니라 어른같이 보였다. 연주는 또 얼마나 잘 하던지.....
라이프찌히 시청앞에는 장이 들어섰는데 한줄은 소세지 가게가, 또 한줄은 꽃이며 과일, 채소를 파는 가게, 다시 소세지 가게가 한줄 다시 과일 등등의 가게......
이렇게 반복해서 장이 서고 있었다. 정리정돈에 열중하는 독일인들 답게 장의 모습이 무척 깨끗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역시 어딜가나 마찬가지로 물건을 사려고 다소 소란스럽기도 했다.
뒤에 있는 그림같은 시청건물을 배경으로 선 장에서는 맛있는 소세지 가게에서는 그걸 사먹으려고 남녀노소 줄을 서 있고 구석에 서서 그 핫도그를 먹는 노 부부도 있었다. 그리고 통닭구이 같은 것도 팔고, 꿀 같은 것도 팔고.....
나도 소세지를 조금샀다.(1000원 어치 ^^)
소세지 하나를 먹으면서 라이프찌히 대학을 지나 멘델스존 하우스로 갔다.
멘델스존이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내부만 약간 변형해서 쓰고 있었는데 그 윗층들은 라이프찌히 음악대학 작곡과학생들이 강의실로 쓰고 있었다. 정문부터 안뜰까지(독일어권 대부분의 집들이 집안에 정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빈부를 가리지 않았고, 그 안뜰을 얼마나 잘 가꾸느냐에 따라 자기집의 자부심이 달려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졸업한 학생들의 이름이 각회 마다 유리판에 새겨져서 바닥에 한줄로 붙어있었다. 처음에는 동양인 중에는 거의 일본인이었지만 나중에 한국인도 제법있었다.
거기 온 여행객은 나 밖에 없었다.
멘델스존이 쓰던 피아노가 있는 강의실, 어릴적에 입던 옷, 편지, 악보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작업실이 어찌나 잘 보존이 되어 있던지 감탄해버렸다. (작업실 엽서를 하나 사왔다)
정원에서 셀프로 사진을 몇장찍느라 혼자서 쇼 하고, 다시 역까지 걸어가는데 피로가 몰려왔다. 중간에 연못에가서 청둥오리들이랑 놀기도 하고, 큰 광장에서 사람들 구경도하다가 음악의 도시, 영화 아마데우스의 배경이 된 그림같이 아름다운 체코의 프라하로 가는 기차를 탔다.